쉼터(박가네)

세상을 후회없이 살다 간 성실했던 한 인간으로, 사는데 있어서는 냉정했었지만 그래도 정을 알고 나눴던 한 인간이었다고 생각되는 사람이고 남고 싶습니다. 늘 사랑입니다.

세월(歲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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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마(유치환)의 시세계

2011. 10. 12.

 

세월(歲月)

                        유 치 환

끝내 올 리 없는 올 이를 기다려

여기 외따로이 열려 있는 하늘이 있어.


하냥 외로운 세월이기에

나무그늘 아롱대는 뜨락에

내려앉는 참새 조찰히 그림자 빛나고.


자고 일고

이렇게 아쉬이 삶을 이어감은

목숨의 보람 여기 있지 아니함이거니.


먼 산에 우기(雨氣) 짙을 양이면

자욱 기어드는 안개 되창을 넘어

나의 글줄 행결 고독에 근심 배이고--


끝내 올 리 없는 올 이를 기다려

외따로이 열고 사는 세월이 있어.

 

 

 

 

                                                   

 

유치환 시집"깃발"[자유문학사]에서

사람 마다 세월이라는 집에 몸을 맡기고 산다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고요 속이라 해도 세월은 밑빠진 독의 물처럼

새어 나간다 그러한 독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은 울림의

빈 공간들이다 하늘은 사람 삶의 물이 빠진 독의 공간처럼

세상 삶의 이야기가 담긴 공간으로 자리하고 있다 찾아 올

사람 없어도 찾아 오리라는 마음처럼 적막한 시간은 없다

그 마음 속에서 듣는 새소리는 한적함 뒤의 샘물같은

고요을 안겨준다 고요로움을 가슴에 새길 때 세월은 그림자

숨어드는 물 속의 물빛 같은 고독을 안기여 준다 그 흐름

속에 세월이 녹아들어 깊고 푸르다 하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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