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터(박가네)

세상을 후회없이 살다 간 성실했던 한 인간으로, 사는데 있어서는 냉정했었지만 그래도 정을 알고 나눴던 한 인간이었다고 생각되는 사람이고 남고 싶습니다. 늘 사랑입니다.

* 운무 싸인 여덟 봉우리… ‘한 폭의 동양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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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경기의 작은 산

2019. 11. 30.





운무 싸인 여덟 봉우리… ‘한 폭의 동양화’

강원도 홍천의 팔봉산·산소길



강원도 홍천군은 우리나라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면적이 가장 넓다. 산지가 87%를 차지하며 100대 명산 중 4곳을 보유하고 있다. 그 명산에 팔봉산(八峯山)이 들어 있다. 100대 명산 중 가장 낮다고 한다. 하지만 작은 덩치에 비경과 스릴은 '작아도 다이아몬드'라는 말을 실감케 하는 '홍천의 악동'이다.

홍천군 서면 팔봉리에 자리잡고 있는 팔봉산은 주차장에서 보면 홍천강 너머로 고만고만한 여덟 개의 뾰족한 봉우리가 사이좋게 늘어서 있다. 연이어 솟구쳐 있는 8개 봉우리와 기암절벽은 분재를 연상시킨다. 수반(水盤) 위에 놓인 아름다운 수석처럼 아기자기하다. 휘돌아 흐르는 물줄기와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한 폭의 동양화를 빚어낸다. 홍천 9경(景) 중 1경으로 꼽힌다. 하지만 해발 327.4m의 산은 속살을 감추고 있다. 해발 고도만 보고 얕잡아보다 큰코다친다.

팔봉산 등산은 매표소에서 1~8봉을 순서대로 진행한 뒤 하산해 강변길을 따라 돌아오는 원점 회귀코스다. 팔봉산에서 가장 높은 2봉 정상엔 삼부인당(三婦人堂)이 있다. 그 바로 앞 전망대에 서면 속이 뻥 뚫리는 풍경이 펼쳐진다.

팔봉산 2봉에서 바라본 3봉 암릉.

주봉 역할을 하는 3봉은 빼어난 풍광을 자랑한다. 서쪽으로 나머지 다섯 봉우리가 한눈에 펼쳐진다. 거친 암릉, 바위틈에 뿌리내린 노송…. 설악산 공룡능선을 방불케 한다.

4봉의 하이라이트는 해산굴(解産窟). '산부인과 바위' 또는 '장수바위'로 통한다. 수직에 가깝게 형성된 비좁은 바위 틈새로 통과하는 과정에서 산모가 아이를 낳는 고통을 느낄 수 있다고 해 붙은 이름이다. 배낭을 벗어 위로 먼저 올리고 등진 방향으로 양손과 양발을 뻗어 균형을 잡고 몸을 틀면 통과하기 쉽다. 바로 옆엔 우회 다리가 놓여 있다.

5봉부터 7봉까지는 급경사의 연속이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 위에 있어 로프를 잡고 오르내려야 한다. 등산로는 험하지만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로 아름다운 경치를 내놓는다.

7봉을 내려서면 8봉의 위용이 앞을 막아선다. 가장 험난한 코스다. '노약자들은 우회하라'는 경고문에 위축이 든다. 바로 옆 하산로가 유혹한다. 그러나 마지막 봉을 오르면 그만큼 보상이 뒤따른다. 겹겹이 이어지는 산줄기와 바로 아래 흐르는 홍천강을 보면 요산요수(樂山樂水)가 따로 없다.

하산길도 위험하다. 급경사 내리막길이다. 밧줄과 발판, 철 손잡이가 있지만 긴장의 끈을 끝까지 놓지 말아야 한다. 내려서면 홍천강이다.

‘수타사 산소길’의 귕소출렁다리.

팔봉산이 거칠고 험한 길이라면, 늦가을 호젓하게 즐길 수 있는 순하기 그지없는 길도 있다. '수타사 산소길'이다. 길은 계곡을 따라 산허리도 감고, 징검다리도 품는다. 경사가 완만해 아이와 노인도 힘들이지 않고 걸을 수 있다. 공작산 생태숲 교육관에서 시작해 수타사, 공작산 생태숲, 귕소 출렁다리, 용담을 거쳐 공작산 생태숲 교육관으로 돌아오는 코스다. 전체 길이 3.8㎞로 한 시간 반이면 충분하다.

공작산 생태숲은 2009년 개장했다.163㏊의 넓은 산림에 다양한 종류의 수목과 화초류가 심겨 있다. 생태체험 관찰로, 수생식물원이 조성돼 있을 뿐 아니라 치유쉼터, 명상공간, 숲속교실 등 다양한 구성으로 심신의 피로를 푸는 힐링 명소로 자리잡았다.

생태숲을 지나면 본격적인 산소길이 시작된다. 계곡을 두고 양쪽으로 갈리는데, 갈 때는 계곡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른다. 두 사람이 나란히 걸으면 어깨가 닿을 만큼 폭이 좁다. 구불구불한 길이 숲 사이를 요리조리 빠져나가 운치 있고, 걷는 맛도 난다. 그 길에 떨어진 낙엽이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사각거리는 소리로 답한다.

숨을 깊이 들이쉬면 맑은 산소가 가슴을 가득 채운다. 층층나무, 귀룽나무, 물푸레나무, 말채나무, 졸참나무 등이 만들어내는 싱그러운 공기다. 완만하고 푹신한 흙길은 내딛는 발걸음을 부드럽게 받쳐준다. 왼쪽으로 흐르는 맑은 계곡물이 귀를 씻어준다.

이 계곡의 최고 절경은 '귕소'다. 귕소는 통나무를 파서 만든 여물통을 일컫는 강원도 사투리다. 소(沼)에서 조금 더 가면 나오는 귕소출렁다리가 반환점 역할을 한다. 거리가 짧은 게 아쉽다면 계곡 끄트머리인 신봉마을까지 늘려서 다녀와도 좋다. 수타사가 가까워질 무렵 용이 승천했다는 용담이 마지막 발길을 잡는다.

▒ 여행메모

비·눈·결빙기 등산로 폐쇄… 확인 필요
팔봉산 관광지 등에 다양한 먹을거리


홍천 팔봉산은 서울양양고속도로를 타고 남춘천나들목에서 빠지면 가깝다. 86번 지방도를 따라가다 광판삼거리에서 좌회전해 70번 지방도로로 갈아타면 팔봉산관광지 입구다. 팔봉교를 건너면 팔봉산 산행 들머리다.

입장료는 성인 1500원. 비나 눈이 오면 입산통제다. 결빙기인 겨울 석 달 동안 등산로가 폐쇄된다. 출발 전 관리사무소(033-430-4281)에 통제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1봉에서 8봉까지 종주는 2.3㎞. 개인차를 고려해도 3~4시간이면 충분하다. 2봉과 3봉 사이, 5봉과 6봉 사이, 7봉과 8봉 사이로 하산길이 있지만 마지막 하산길을 제외하고는 낙석 위험으로 폐쇄돼 있다.

팔봉산 관광지에 식당이 몰려 있다. 쏘가리, 송어 등 민물고기 회와 잡고기 매운탕 등이 주요 메뉴다. 막국수와 산채비빔밥도 내놓는다. 홍천에서 고추장 양념을 버무린 삼겹살을 참나무 숯불로 구워내는 화로구이를 빼놓을 수 없다. 중앙고속도로 홍천나들목 근처에 화로구이 골목이 있다. 고추장, 된장, 벌꿀 등 15~20가지 양념을 사용해 돼지고기 특유의 냄새가 나지 않는다. 같은 양념에 버무려 굽는 더덕구이도 일품이다.

홍천강 물길을 따라 펜션과 캠핑장이 즐비하다. 리조트형 풀빌라 펜션은 물론 오토캠핑장과 글램핑장도 있다.

홍천=글·사진 남호철 여행전문기자
[출처] -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