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터(박가네)

세상을 후회없이 살다 간 성실했던 한 인간으로, 사는데 있어서는 냉정했었지만 그래도 정을 알고 나눴던 한 인간이었다고 생각되는 사람이고 남고 싶습니다. 늘 사랑입니다.

* 반전의 반전이 연속되는 협소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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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주택,주말주택, 집,별장

2019. 12. 24.

 

반전의 반전이 연속되는 13평 협소주택 

집을 짓는다는 건 가족에게 맞춤옷처럼 딱 맞는 주거공간을 만든다는 의미입니다. 그런 공간으로부터 온전한 가족의 삶이 시작되는건 아닐까요. 가족과 집은 뗄수 없는 키워드입니다. 땅집고는 예능프로그램 ‘러브하우스’로 국내 인테리어, 건축 대중화에 앞장섰던 양진석 와이그룹 대표가 지난해 지은 집 여섯 채와 그 안에 담긴 건축철학,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양진석의 여섯 채의 집] ④ 작지만 반전이 있는 파주 협소주택

집 밖에 있는 화장실을 가다가 쓰러져 뇌출혈로 입원한 80대 할머니, 매일 늦게까지 일하는 비정규직 아빠, 항상 혼자 집에 있는 중학생 사춘기 소녀가 사는 집이다.

오랜 세월 동안 조금씩 무단 증축을 한 ‘ㅁ자’ 주택으로, 실제 등기상 면적이 43 ㎡(약 13평) 정도 되는 협소주택이다. 진입도로 폭이 4m 이하여서 신축은 불가능했고 개축 방식으로 진행했다. 면적도 지금 그대로, 높이도 지금 그대로 적용해야 했다. 43 ㎡ 규모지만 세 식구가 살아갈 공간을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설계를 시작했다.

전면 담장을 만들지 않은 이유는 답답한 느낌의 골목길을 만들지 않고,좁은 집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였다. /사진=이남선 작가

주택의 단면도. a 거실·주방, b 딸 방, c 출입구, d 다락방, e 욕실, f 외부 덱, g 거실/주방, h 출입구. /와이그룹

주택의 평면도. a 출입구, b 욕실, c 거실·주방, d 딸 방, e 할머니방, f 외부 퍼걸러, e 다락방. /와이그룹

■공간 내부에 또 다른 공간

이 집은 ‘눈금’이라는 의미의 ‘그리드(grid)’ 개념을 적용해1cm도 놓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정교하게 설계했다. 규모는 정말 작지만, 어쩌면 가장 풍요로운 공간 구성을 시도한 집이라고 할 만하다.

‘부피 안의 부피’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하나의 공간 안에 작은 공간(다락)이 있고, 거실 공간 밖으로 또 다른 공간(pergola)이 나오도록 설계했다. 퍼걸러는 옥외에 그늘을 만들기 위해 설치하는 기둥과 선반으로 이루어진 구조물이다.

집 마당에 설치된 퍼걸러. 블라인드를 열면 테라스처럼 쓸 수 있다. /사진=이남선 작가

2D 공간이 아닌 입방체 공간을 고려했고, 다락은 부피를 이용한 전형적인 설계 기법을 적용했다. 딸을 위해 비밀 요새 같은 공간을 계획했는데, 화장실 바닥 레벨을 조금 낮춰 최소한의 높이로 만들고 난 뒤 그 위로 다락을 들였다.

마당에는 루프 시스템이 설치된 퍼걸러 공간, 딸 방 앞으로 전용 테라스 공간, 주방 앞으로는 다용도 공간 등 다양한 외부 공간을 조성했다.

블라인드 시스템인 루프 시스템을 적용했다. 최고 풍속 17m/s, 적설량 30cm까지 견딜 수 있다. 왼쪽 위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닫히는 모습. /사진=이남선 작가

루프 시스템을 이용해 차약막을 모두 닫은 모습. /사진=이남선 작가

■다락과 포켓 테라스의 반전

같은 43㎡도 아파트와 주택은 다르다. 주택은 외부 공간을 이용해 내부 공간의 확장성을 꾀할 수 있어 실제로 주택 43㎡에서는 훨씬 더 넓은 면적으로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 거실 앞 퍼걸러 공간은 또 다른 거실의 연장선이자 다양한 목적을 지닌 공간이 된다. 루프 시스템을 이용해 차양막을 만들어 외부 공간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주방에서 바라본 외부. /사진=이남선 작가

거실 주방 공간의 수납장을 내리면 감춰져 있던 침대가 내려온다. 아빠는 할머니와 딸에게 방을 양보했지만 결과적으로 흡족해 했다. /사진=이남선 작가

현관문 옆에 조성한 작은 포켓 테라스는 면적에 들어가지는 않지만 주방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딸 방 옆 외부 공간도 동일한 개념이다. 이렇게 다양한 외부 접지 공간은 주택에 풍요로움을 선사하고 좁은 면적의 집이지만 두 배 이상 공간감을 느끼도록 해준다.

다락방은 이 집의 또 다른 반전 공간이다. 한창 비밀이 많은 나이인 딸을 위한 제3의 공간이기도 하다. 다락방 불을 끄면 알전구에 불이 들어오는데, 벽에 빔프로젝터를 쏘아 영화도 볼 수 있게 했다. 이 다락방은 화장실 바닥과 층고를 낮추면서 생긴 공중 공간을 활용한 것인데 앞으로 이 방에서 소녀가 밝은 미래를 꿈꿀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딸을 위한 비밀요새같은 다락. /사진=이남선 작가

할머니 방. 할머니 건강을 위해 공기 정화, 항균·조습·탈취 효과가 탁월한 규조토 보드를 벽면재로 썼다. /사진=이남선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