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터(박가네)

세상을 후회없이 살다 간 성실했던 한 인간으로, 사는데 있어서는 냉정했었지만 그래도 정을 알고 나눴던 한 인간이었다고 생각되는 사람이고 남고 싶습니다. 늘 사랑입니다.

* 술 한잔 속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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閑談

2020. 9. 5.

술 한잔 속 이야기

 

 

 

시인 조지훈은,

"술을 마시는 게 아니라 인정을 마시고,

술에 취하는 게 아니라 흥에 취한다"라고 했습니다.

제가 곡차통 속에서 헤엄치면서 자주 중얼거리는 말입니다.

또 누군가는

“주신(酒神)은 해신(海神)보다 더 많은 사람을 익사시켰다.”라고도 했습니다.

다 좋은 말이죠.

술과 관련 있는 우리말을 좀 알아보면

먼저, “술을 담글 때에 쓰는 지에밥”은 ‘술밥’이라고 합니다.

‘지에밥’은 술밑으로 쓰려고 찹쌀이나 멥쌀을 물에 불려서 시루에 찐 밥을 말합니다.

술을 따를 때,

술을 부어 잔을 채우는 것을 ‘치다’라고 하고,

술잔이 잔에서 넘치도록 많이 따르는 것을 ‘안다미로’라고 합니다.

술을 마실 때,

맛도 모르면서 마시는 술은 ‘풋술’이고,

술 많이 마시는 내기는 주전(酒戰)이라고 하고,

안주 없이 마시는 술은 ‘강술’이라고 하며,

미친 듯이 정신없이 술을 마시는 것은 ‘광음(狂飮)’입니다.

술기운이 차츰 얼굴에 나타나는 모습은 ‘우럭우럭’이라고 합니다.

술에 취해 거슴츠레 눈시울이 가늘게 처진 모습은 ‘간잔지런하다’고 하고,

술에 취해서 눈에 정기가 흐려지는 것을 ‘개개풀어지다’고 합니다.

얼굴빛이 술기운을 띠거나 혈기가 좋아 불그레한 상태는 ‘불콰하다’고 하며,

술기운이 몸에 돌기 시작해 딱 알맞게 취한 상태를 ‘거나하다’고 합니다.

술이 거나하여 정신이 흐릿한 상태는 ‘건드레하다’고 하며,

비슷한 상태인, 몹시 취하여 정신이 어렴풋한 상태를 ‘얼큰하다’나 ‘얼근하다’고 합니다.

‘알딸딸하다’도 비슷한 상태를 나타냅니다.

술을 지나치게 많이 마셔서 정신이 없는 것을 주전(酒癲/酒顚)이라고도 합니다.

소주를 너무 많이 마신 탓에 코와 입에서 나오는 독한 술기운은 ‘소줏불’입니다.

“술을 한량없이 마시는 모양. 또는 그런 상태”를 ‘억병’이라고 합니다.

 

술에 취한 모습을 나타내는 우리말에는 먼저,

‘해닥사그리하다’는 게 있습니다.

술이 얼근하게 취하여 거나한 상태를 말하죠.

해닥사그리한 단계를 지나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취한 상태를 ‘곤드레만드레’라고 하고,

“술에 몹시 취하여 정신을 가누지 못하는 상태나 또는 그런 사람”을 ‘고주망태’라고 합니다.

술에 먹힌 다음 정신없이 쓰러져 자는 것은 ‘곤드라졌다’고 합니다.

‘곯아떨어지다’와 같은 말이죠.

술에 취하여 정신없이 푹 쓰러져 자는 것을 ‘군드러지다’고도 합니다.

“술에 취하여 자질구레한 말을 늘어놓음. 또는 그 말”은 ‘잔주’라고 하고,

“술 마신 뒤에 버릇으로 하는 못된 언행”은 ‘주사(酒邪)’라고 하며,

“술에 취하여 정신없이 말하거나 행동함. 또는 그런 말이나 행동”은 ‘주정(酒酊)’이라고 합니다.

술에 잔뜩 취한 것은 ‘만취(漫醉/滿醉)’나 ‘명정(酩酊)’이라고 합니다.

술 마신 다음날,

술 취한 사람의 입에서 나는 들척지근한 냄새를 ‘문뱃내’라고 하고,

정신이 흐려 생각이 잘 떠오르지 않고 흐리멍덩한 상태는 ‘옹송옹송하다’고 합니다.

술을 마셔도 취기가 없어 정신이 멀쩡한 상태는 ‘맨송하다’나 ‘민숭하다’고 합니다.

술은 마시고도 취하지 않고 맨송맨송하면 본전 생각날 것 같지 않아요?

술은 취해야 제 맛인데...

누구처럼, 늘 대중없이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을 ‘모주망태’라고 합니다.

 

끝으로 술잔에 대해서 알아보면

배(杯)는 나무로 만든 술잔,

잔(盞)은 낮고 작은 잔,

상(觴)은 물소나 쇠뿔로 만든 잔,

작(爵)은 쇠로 만든 발이 달린 술잔으로 보통 한 되들이 정도의 큰 잔,

굉(角+黃)은 소의 뿔로 만든 잔을 말합니다.

그나저나 사람들은 왜 술을 마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