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터(박가네)

세상을 후회없이 살다 간 성실했던 한 인간으로, 사는데 있어서는 냉정했었지만 그래도 정을 알고 나눴던 한 인간이었다고 생각되는 사람이고 남고 싶습니다. 늘 사랑입니다.

* 허허로이 걸어 본 '정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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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로이 걸어 보다.

2020. 9. 8.

- 초봄부터 한여름 내내 원거리 여행과 산만을 다녀 와 오늘은 모처럼 한가하게 정릉을 찾았다.

 

 

 

 

 

 

 

 

 

 

 

 

 

 

 

 

 

 

 

 

 

 

 

 

 

 

 

길 위에서 말하다 /유하

길 위에 서서 생각한다

무수한 길을 달리며, 한때

길에게서 참으로 많은 지혜와 깨달음을 얻었다고 믿었다

그 믿음을 찬미하며 여기까지 왔다

그러나, 온갖 엔진들이 내지르는 포효와

단단한 포도(鋪道) 같은 절망의 중심에 서서

나는 묻는다

나는 길로부터 진정 무엇을 배웠는가

길이 가르쳐준 진리와 법들은

왜 내 노래를 가두려 드는가

길은 질주하는 바퀴들에 오랫동안 단련되었다

바퀴는 길을 만들고

바퀴의 방법과 사고로 길을 길들였다

상상력이여,

꿈이여

희망이여

길들여진 길을 따라 어디로 가고 있는가

나는 보이는 모든 길을 의심한다

길만이 길이 아니다

꽃은 향기로 나비의 길을 만들고

계절은 바람과 태양과 눈보라로

철새의 길을 만든다

진리와 법이 존재하지 않는 그 어떤 길을

도시와 국가로 향하는 감각의 고속도로여

나는 길에서 얻은 깨달음을 버릴 것이다

나를 이끌었던 상상력의 바퀴들아

멈추어라

그리고 보이는 모든 길에서 이륙하라

 

 

 

 

 

 

 

 

 

 

 

 

 

 

 

 

 

 

 

 

 

 

 

 

 

 

 

 

 

 

 

 

 

 

 

마음이 담긴 길을 걸어라 /돈 후앙

마음이 담긴 길을 걸어라.

모든 길은 단지 수많은 길 중의

하나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그대가 걷고 있는 그 길이

단지 하나의 길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언제나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

그대가 걷고 있는 그 길을

자세히 살펴보라.

필요하다면 몇 번이고 살펴봐야 한다.

만일 그 길에 그대의 마음이 담겨 있다면

그 길은 좋은 길이고,

만일 그 길에

그대의 마음이 담겨 있지 않다면

그대는 기꺼이 그 길을 떠나야 하리라.

마음이 담겨 있지 않은 길을

버리는 것은

그대 자신에게나 타인에게나

결코 무례한 일이 아니니까.

 

 

 

 

 

 

 

 

 

 

 

 

 

 

 

 

 

 

 

 

 

 

 

구부러진 길 /이준관

나는 구부러진 길이 좋다.

구부러진 길을 가면

나비의 밥그릇 같은 민들레를 만날 수 있고

감자를 심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날이 저물면 울타리 너머로 밥 먹으라고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구부러진 하천에 물고기가 많이 모여 살 듯이

들꽃도 많이 피고 별도 많이 뜨는 구부러진 길.

구부러진 길은 산을 품고 마을을 품고

구불구불 간다.

그 구부러진 길처럼 살아온 사람이 나는 또한 좋다.

반듯한 길 쉽게 살아온 사람보다

흙투성이 감자처럼 울퉁불퉁 살아온 사람의

구불구불 구부러진 삶이 좋다.

구부러진 주름살에 가족을 품고 이웃을 품고 가는

구부러진 길 같은 사람이 좋다.

 

 

 

 

 

 

 

 

 

 

 

 

 

 

 

 

 

 

 

 

 

 

 

 

 

 

 

 

 

 

 

 

 

 

 

 

 

 

 

 

 

 

 

 

 

 

 

 

 

 

 

 

 

 

 

 

 

 

 

 

 

 

 

 

 

 

 

 

 

 

 

 

아픔과 슬픔도 길이 된다 /이철환

오랜 시간의 아픔을 통해 나는 알게 되었다.

아픔도 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바람 불지 않는 인생은 없다.

바람이 불어야 나무는 쓰러지지 않으려고

더 깊이 뿌리를 내린다.

바람이 나무를 흔드는 이유다.

바람이 우리들을 흔드는 이유다.

아픔도 길이 된다.

슬픔도 길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