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터(박가네)

세상을 후회없이 살다 간 성실했던 한 인간으로, 사는데 있어서는 냉정했었지만 그래도 정을 알고 나눴던 한 인간이었다고 생각되는 사람이고 남고 싶습니다. 늘 사랑입니다.

* 김수환 추기경과 노래 애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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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그리운 이.

2020. 9. 23.

김수환 추기경

 

학창시절에 부산 범일동에 있는 형 김동환 신부가 시무하는 성당에 들른 적이 있었다.

 

그 성당 유치원에 근무하던 젊은 여성으로부터 뜻밖의 청혼을 받았다. 전형적인 조선 여인의 풍모가 느껴지는 요조 숙녀였다

 

궁금해서 다음 이야기를 물어보았으나 추기경은 함구를 했다. 그 뒤로 소문만 난무할 뿐 알려진바 없다.

 

추기경의 노래

 

가톨릭대학이 주최한 열린음악회에서 사회자가 추기경에게 노래를 한 곡 부탁했다.

 

그러자 '등대지기'를 열창했다.

 

청중들이 앵콜을 했는데 뜬금없이 김수희의 '애모'를 불렀다. 성직자가 부르기에는 좀 거시기한 노래다.

 

그대 가슴에 얼굴을 묻고 오늘은 울고 싶어라, (중략)

 

사랑 때문에 침묵해야 할 나는 당신의 여자!

 

그리고 추억이 있는 한 당신은 나의 남자여!

 

"당신은 나의 남자""당신은 나의 친구"라고 고쳐 불러. 추기경다운 재치를 보였다.

 

성직자의 거짓말

 

추기경님은 여러 종류의 말을 다 잘하신다고 들었는데 어떤 말을 가장 잘하십니까?"

 

추기경은 즉석에서 이렇게 대답했다.

 

내가 가장 잘하는 말은 거짓말이지!

 

!

 

성직자가 왜 거짓말이라고 했을까?

 

하얀 비둘기가 검은 비둘기라고?

신의 존재도?

지금 까지 한 설교는?

참회와 통성기도는?

지금까지 거짓말을 했단 말인가?

 

추기경의 거짓말이란 말도 거짓말일 것이다. 이래야 이해가 된다.

 

누구나 성직자의 말은 의심을 않고 그냥 믿는다. 성직자의 말은 이기 때문이다..

 

노점상

 

추기경의 인생덕목(德目)'노점상'이란 항목이 있다.

 

남루한 노인이 운영하는 작고 초라한 가게를 가라! 물건을 살 때는 고마운 마음으로 돈을 내밀어라.

 

노점상에게서 물건 살 때는 값을 깎지 마라! 그냥 주면 게으름을 키우지만 부르는 값을 주면 희망을 선물한 것이다.

 

 

덥석 물건부터 집지 말고, 시장 안을 둘러봐라. 한 번 산 물건은 헌 것이 되니 물릴 수 없다.

 

내가 가지려고 하는 것 중에, 제일 좋은 것을 남에게 주어라!

 

짐이 무거워 불편하다면 욕심이 과한 것이다. 준비가 부족한 사람은 어려운 세월을 보낸다.

 

추기경은 명동성당 앞 노점상에 가끔 걸음을 멈추고 묵주를 사셨다.

 

마지막 숨을 거두기 전에 남긴 말

 

추기경은 말년에 오랜 투병생활을 했지만. 고통스런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두 눈은 맑고 총명했다. 그리고 웃으시며 육체의 아픔을 이겨내셨다.

 

추기경은 20092월 어느 추운 날 하늘나라로 조용히 떠났다.

 

나는 바보인가 봅니다. 사랑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오는데 70년이 걸렸으니까요.

 

나는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운 점이 너무 많습니다. 그래서 밝은 태양과 찬란한 하늘은 물론 밤하늘의 별들도 보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고 다닙니다.

 

"감사합니다. 서로 사랑하세요."

 

추기경 김수환

 

 

허주의 아침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