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터(박가네)

세상을 후회없이 살다 간 성실했던 한 인간으로, 사는데 있어서는 냉정했었지만 그래도 정을 알고 나눴던 한 인간이었다고 생각되는 사람이고 남고 싶습니다. 늘 사랑입니다.

* 집 지으려면 공부하라, 치열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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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과 인테리어 참조

2020. 10. 15.

업체에 맡기더라도 집짓기에 대한 이해 꼭 필요해, 지은 사람들 입 모아 “집짓는다는 게 힐링”

 

이준택씨가 지은 충북 충주 집. 이준택 제공 

충북 충주중산고등학교 음악교사이던 이준택(65)씨는 2007년 2월 정년퇴임을 한 뒤 5월부터 집짓기 DIY를 시작했다. 충주시 살미면에 마련한 297㎡(90평) 넓이의 땅에 부인과 함께 살 집을 지어 좋아하는 피아노도 치고 색소폰도 불며 안락한 노후를 보낼 작정이었다. 이씨는 앞서 많은 정보와 간접경험이 필요하다고 보고 퇴직 1년 전부터 강원도 원주, 충북 음성 등지에 있는 이동식 주택과 작은 집 매장을 숱하게 둘러봤다. 그러고는 한겨레작은집건축학교에서 작은 집 짓기 과정을 수료한 뒤 자신의 손으로 천천히 집을 짓기로 했다. 다섯 달 만에 52.8㎡(16평) 크기의 집이 완공됐다. “내 집을 짓는 거라 힘든 줄도 모르고 재미있게 지었다. 학교 다닐 때보다 더 일찍 출근하고 더 늦게 퇴근할 정도로…. 지나고 보니 내가 어떻게 지었나 싶다.” 

박종태씨가 지은 경남 하동 집. 박종태 제공

집을 짓는 세 가지 방법이씨는 설계와 기초 토목공사를 빼고는 지인의 도움을 받으며 본인이 대부분 작업을 했다. 업체를 부르지 않고 작업한 것에 그는 “100% 만족한다”고 했다. 평당 건축비가 350만원가량 들었는데, 이 정도면 선방했다는 게 이씨 판단이다. 건축 도중에 불거지는 업체와의 마찰을 피한 것도 큰 수확이다.단독주택을 짓는 방법은 누가 짓느냐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내 손으로 짓는 방법, 시공업체에 턴키(일괄 도급)로 맡기는 방법, 내가 주도하되 부분 공정을 업체에 맡기는 방법이다. 이씨처럼 직접 집을 짓겠다고 나선 이들은 대부분 업체에 대해 강한 불신과 불만을 갖고 있다. 우선 만들어질 내 집에 대한 주도권을 건축주가 갖지 못하고 업체에 휘둘리기 쉽다. 설계 변경 등의 과정에서 공사비를 과도하게 올리거나 필요 이상의 자재가 소요되기도 한다. 완공 뒤 필수적인 하자·보수를 하려면 연락이 잘 안 되는 등의 상황이 발생해 스트레스가 만만찮다. 2017년 경남 하동 섬진강 인근에 지인과 형제들의 도움만으로 79.2㎡(24평)짜리 경량 목구조 집을 지은 박종태(65)씨는 “업체에 턴키로 맡기면 돈이 많이 들고, 인부를 따로 써서 공사하면 일정 맞추는 등의 측면에서 골치를 썩는다”며 집짓기 DIY에 나선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내 손으로 집을 짓는 일은 DIY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축에 속한다. 무턱대고 나설 일이 아니다. 직접 집을 지어본 이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편으로 하나같이 정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작은집건축학교를 수료하고 2016년 충북 제천에 62.7㎡(19평) 집과 이보다 조금 작은 작업실 등을 지은 강철환(45)씨는 “집 짓는 방법을 충분히 학습해야 한다. 세부적인 디테일도 중요하지만, 앞서 집의 기본적인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집짓기를 배울 수 있는 책도 많이 나와 있고 유튜브 등에도 집짓기, 공정별 시공법 등과 관련한 동영상이 충분하니 찾아보라는 것이다. 박종태씨도 “집 짓고 싶은 이들은 자신보다 앞서 집을 지은 사람들을 많이 방문해 이야기를 나눠보라 권하고 싶다”고 했다. 

강철환씨가 지은 충북 제천 집. 강철환 제공

철저히 준비해도 닥치는 난관집짓기 DIY 경험자들은 전체 혹은 일부 공정을 업체에 맡기더라도 건축주의 집짓기에 대한 이해는 꼭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대기업에서 마케팅 업무를 하다 2017년 퇴직한 이손석(62)씨는 이후 충북 괴산에 집을 지으며 화장실과 주방은 전문업체에 맡겼다. “업체와 논의해 재료의 사양부터 등급, 규격, 가격까지 계약서를 꼼꼼히 작성했다. 건축학교를 수료한 덕에 기본적인 설계와 디자인을 아니까 업자와 대화가 되더라. 건축주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집을 지으면 당할 수도 있다.” 강원도 양구군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엄동연씨는 75.9㎡(23평) 크기 집을 대부분 자기 손으로 지었다. 엄씨는 “업체에 맡기면 선택지를 주는데, 이미 업체가 고른 정답은 정해져 있다. 돈만 더 쓰고 끌려다닌다. 내 경험이다. 내가 직접 공부하지 않으면 소용없다”고 했다.이준택씨도 1년여 기간을 두고 나름 철저히 준비했는데도 공사 중간 난관에 부닥쳤다. 자신의 집이 정화조를 묻을 수 없는 지역이라는 얘기를 들은 것이다. 대신 하수관을 묻어야 하는데 이번엔 이씨 집 화장실이 마을의 중앙 하수관보다 위치가 낮은 탓에 역류할 위험이 있어 하수관을 지상으로 빼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결국 관청을 여러 차례 드나든 끝에 정화조를 묻어도 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서야 이씨는 공사를 할 수 있었다.집짓기 DIY를 해본 이들 가운데는 집짓기 과정 자체가 힘들지만 행복한 경험이었다고 말하는 이가 적잖다. 한겨레작은집건축학교 수료생으로서 현재 1팀장을 맡고 있는 김태성(53)씨는 2017년 충남 태안에서 1년 동안 집을 지었다. 보일러와 정화조 빼곤 직접 자신의 힘으로 다 했다. 김씨는 “집을 짓는다는 게 힐링이 됐다. 예전 직장 다닐 땐 1년이 휙 지나갔는데, 집을 지을 땐 시간이 매우 천천히 가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이손석씨가 지은 충북 괴산 집. 이손석 제공

집 구석구석 숨어 있는 이야기대구에서 지역언론 <대구강북신문>을 운영하는 김재우(47)씨는 2월부터 코로나19 때문에 학교에 가지 않은 아이들, 부인과 함께 집 바로 옆에 33㎡(10평) 크기의 부엌 겸 다락방을 지었다. 작업을 위해 슬라이딩 각도 절단기, 원형톱, 임팩트드라이버 등 전동공구를 비롯해 용접기까지 250만원어치를 샀다. 공구는 앞으로 데크 등을 만드는 데 계속 쓸 수 있을 것이란 계산도 했다.“가족과 함께 작업하는 일은 멋지다. 마루 작업을 할 때 아빠가 화냈다든지, 유리통창 하면서 무거워 죽을 뻔했다든지 하는 가족이 공유하는 이야기가 집 구석구석에 숨어 있다. 식구와 함께 작업하며 관계가 더 끈끈해졌다. 서로 신뢰하게 되고 속에 있는 얘기도 많이 하는 등 대화가 많아졌다. 집짓기는 아이들과 수평적 관계를 형성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김재우씨)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