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터(박가네)

세상을 후회없이 살다 간 성실했던 한 인간으로, 사는데 있어서는 냉정했었지만 그래도 정을 알고 나눴던 한 인간이었다고 생각되는 사람이고 남고 싶습니다. 늘 사랑입니다.

침묵 / 이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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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사랑

2020. 11. 10.

침묵 / 이해인

맑고 깊으면

차가워도 아름답네

침묵이란 우물 앞에

혼자 서 보자

자꾸 자꾸 안을 들여다보면

먼 길 돌아 집으로 온

나의 웃음소리도 들리고

이끼 낀 돌층계에서

오래 오래 나를 기다려 온

하느님의 기쁨도 찰랑이고

‘잘못 쓴 시간들은

사랑으로 고치면 돼요.’

속삭이는 이웃들이 내게

먼저 화해의 손을 내밀고

고마움에 할 말을 잊은

나의 눈물도 동그랗게 반짝이네

말을 많이 해서

죄를 많이 지었던 날들

잠시 잊어버리고

맑음으로 맑음으로

깊어지고 싶으면

오늘도 고요히

침묵이란 우물 앞에 서자

시집 - 이해인, <다른 옷은 입을 수가 없네>, 2002, 열림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