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터(박가네)

세상을 후회없이 살다 간 성실했던 한 인간으로, 사는데 있어서는 냉정했었지만 그래도 정을 알고 나눴던 한 인간이었다고 생각되는 사람이고 남고 싶습니다. 늘 사랑입니다.

* 미술] 혜원 신윤복 그림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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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한국)

2020. 12. 27.

[미술] 혜원 신윤복 그림 감상

[1] 춘색만원 春色滿園

 

 

 

 

[신윤복, 「춘색만원」, 간송미술관]

 

 

 

그림 앞의 나무에 봉오리가 져 있는 것으로 봐서 봄날입니다.

 

부채를 손에 든 남자와 봄나물을 캐서 바구니에 담아가는 아낙의 모습이 보입니다.

 

남자는 낮술을 한잔 걸쳤는지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있네요.

 

 

 

남자가 아낙에게 다가가 “거기 뭐 있소?” 하며 바구니를 슬쩍 당깁니다.

 

“쉽게 말해 성희롱하는 장면입니다.

 

그런데 여성의 표정이 가히 싫지 않은 표정입니다.

 

배시시 웃고 있어요.

 

그리고 혜원의 그림에는 남녀의 성적인 부분을 은근하게 비유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 그림에서는 바구니와 지붕에 불룩하게 솟은 기와가 그렇군요.

 

그렇게 보니, 남자가 바구니 안을 들여다보는 행위도 좀 더 구체적으로 이해가 됩니다.

 

그러면 혜원은 이러한 남자의 추태를 어떻게 생각할까요?

 

 

 

혜원의 그림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그림과 함께

제발(題跋 : 그림과 함께 쓰인 시나 글귀)을 함께 봐야 합니다.

 

 

 

「춘색만원」의 제발題跋 은 다음과 같습니다.

 

  • 봄빛 뜨락에 가득 차니
  • 꽃은 흐드러지게 붉게 피었구나

 

  • 春色滿園中
  • 花開爛漫紅
  • “봄날의 꽃처럼 남녀의 춘정도 흐드러지게 피었다는 뜻입니다.

 

남자의 성희롱을 나무라는 것이 아니라,

 

계절의 순환처럼 청춘 남녀의 춘희는 당연한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셈입니다.”

 

 

 

[2] 소년전홍 少年剪紅

 

 

 

 

[신윤복, 「소년전홍」, 간송미술관]

 

 

 

이 그림에서 남자의 행위는 좀 더 노골적으로 나타납니다.

 

남자가 여자의 손목을 확 잡아끌고 있지요.

 

 

 

남자의 사방관 속에 상투가 있는 걸로 봐서, 남자는 결혼을 했겠네요.

 

그리고 여자는 형색으로 보아 몸종인 듯 싶네요.

 

당시에는 가슴이 살짝 보이는 짧은 저고리가 유행이었다지요.

 

 

 

“저 기생오라비같이 생긴 남자가 봄날의 갈급한 색정을 주체 못하고

 

마당을 지나가는 몸종의 손목을 잡아끌고 있군요.

 

아무래도 남자의 아내가 집을 비운 상황 같아요.

 

 

 

그런데 몸종은 엉덩이를 쭉 빼고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도,

 

또 한 편으로는 머리를 긁적긁적하면서

 

 

 

‘서방님, 마님이 돌아오실 시간이 된 거 같은데요’ 하는 표정으로 응대하고 있습니다.”

 

 

 

이 그림의 제목은 소년전홍(少年剪紅)입니다.

 

젊은이가 붉은 꽃을 꺾는다는 뜻이지요.

 

 

 

혜원은 이 몰지각한 유부남을 손가락질하며 나무라기라도 하는 것일까요 ?

 

혜원의 생각은 역시나 그가 적어놓은 제발 題跋 속에 숨어있습니다.

 

 

 

빽빽한 잎에 짙은 초록이 쌓여가니

 

  • 가지가지 붉은 꽃잎 떨어뜨리네

 

  • 密葉濃堆綠
  • 繁枝碎剪紅

 

“초록은 청춘의 엽록소를 뜻합니다.

 

녹음이 짙어지면 꽃도 자연히 떨어지게 되어있죠."

 

 

 

욕정을 자연에 비유하고 있습니다. 자연의 순리라는 거예요.

 

혜원은 이번에도 남자의 욕정을 옹호하고 있군요. 그럼 다음 그림은 어떨까요.

 


 

[3] 삼추가연 三秋佳緣

 

 

 

 

[신윤복, 「삼추가연」, 간송미술관]

 

 

 

이번 그림은 다소 수위가 높습니다.

 

무엇을 그려놓은 그림일까요.

 

 

 

이 그림은 조선 화단에 유일하게 남은 초야권을 사는 장면입니다.

 

초야권이란 첫날밤 권한.

 

중세 서양에서는 봉건영주가 자신이 다스리는 마을 처녀들의 초야권을 가지고 있었는데

 

처녀들이 시집을 가기 위해서는 영주와 먼저 첫날밤을 치러야 했지요.

 

 

 

그리고 조선시대에는 공공연히 기생들의 초야권이 매매가 되었다네요.

 

초야권을 살 때는 기본적으로 세 가지를 보장해줘야 했답니다.

 

 

 

우선 상당기간 동안 먹을 음식을 제공해주어야 하고,

 

또 그 기간만큼 입을 옷을 제공해 주고, 원앙금침 한 채를 해줘야 했답니다.

 

이 초야권을 사는 풍속에 관한 내용은 당대의 기록에 남아있답니다.

 

 

 

“그림 속의 남자는 옷을 입고 있나요? 벗고 있나요?

 

입고 있다고 봐야합니다.

 

 

 

왜냐하면, 남자의 상투를 한번 보세요.

 

머리카락이 다 삐져나와 있습니다.

 

그리고 여자를 보세요. 아직 속옷을 다 추스르지 못했습니다.

 

이미 저 들판에서 잠시전에 일을 다 치른 거예요.

 

 

 

저 어린 기생은 황망하기 짝이 없는 상태로 고개를 숙이고 있는데 반해,

 

남자는 야심을 채운 눈빛과 낯빛입니다.”

 

 

 

그리고 남녀의 사이에 늙은 할미가 보이지요. 깡마르고 간교해 보이는 할미는

 

남자에게 큰일 치렀다고 술잔을 권하면서, 어린 기생을 달래고 있는 모습이지요.

 

이 할미는 어린 기생에게 “이제 네 팔자는 핀 거다. 이 서방님이 너한테 뭐도 해주고

 

뭐도 해줄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을 터이지요.

 

 

 

이 할미가 바로 매춘을 중개하는 뚜쟁인데, 오늘 일로 두둑이 자신의 중개료를 챙겼겠네요.

 

 

 

신윤복은 이 그림에 다음과 같은 글귀를 적어놓았습니다.

 

  • 국화꽃 쌓인 집은 도연명이 사는가
  • 빙 두른 울타리에 해가 기우네
  • 꽃 중에 국화를 편애해서가 아니라
  • 이 꽃 지면 다른 꽃이 없다네

 

  • 秋叢繞舍似陶家
  • 遍繞籬邊日漸斜
  • 不是花中偏愛菊
  • 此花開盡更無花

 

혜원은 참 뻔뻔스러운 장면을 그려놨습니다.

 

 

 

그런데 더 기가 막힌 것은 혜원이 두 구절이 저 서방의 그림에 써놓은 시입니다.

 

저 시는 당나라 원진의 시를 따온 것입니다.마지막 시커먼 뱃속과 겹칩니다.

 

 

 

혜원은 남녀의 춘정을 그릴 때도 풍자와 해학 면에서

 

‘내가 이 여자를 사랑한다기보다는

 

이 여자가 아니면 다른 여자가 나타나지 않을 거 같아’라는 뜻이에요.

 

 

 

이 얼마나 뻔뻔하고 의뭉스러운 선 화단을 통틀어 최고였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보실 두 개의 그림은 여러분도 잘 아시는 그림입니다.

 


 

[4] ‘미인도’에 숨겨진 여인의 비밀

 

 

 

「미인도」는 신윤복의 대표작이라 불리는 그림입니다.

 

「미인도」는 신윤복의 다른 대표작과 함께 간송미술관에 소장되어있습니다.

 

 

 

간송미술관에서 전시회가 열리면 미인도를 보기 위한 인파들로

성북동 일대의 교통이 마비될 정도인데

 

조촐한 미술관이라서 그냥 일반 주택같이 보입니다.

재미난 그림 보고나온 언니들 표정도 밝습니다.

 


 

그렇게 미인도는 모두에게 사랑받는 유명한 그림이지만,

 

정작 미인도의 숨은 비밀을 아는 이는 드물다는 군요....

저도 설명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지요.

 

 

 

 

[신윤복, 「미인도」, 간송미술관]

 

 

 

미인도에는 두 가지의 미스터리가 있습니다.

 

 

 

첫째로, 이 여성은 옷을 입고 있나요? 벗고 있나요?

 

 

 

비밀은 그림 속에 숨겨져 있습니다.

 

잘 안 보이신다면, 좀 더 확대해서 보겠습니다.

 

 

 

 

 

 

여성의 모습을 면밀히 살펴보면

 

트레머리(뒤통수에 얹은머리)를 하고 삼회장저고리를 입고 있는데

 

저고리 고름에 노리개가 달려있습니다. 삼작노리개 이지요.

 

 

 

고름은 풀어진 채로 밑을 향하고 있는 것은

 

옷을 벗고 있거나, 입고 있는 순간이라는 뜻이지요.

 

 

 

“지금 이 여성은 옷을 벗고 있습니다.

 

그것을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것이 노리개를 잡고 있는 손이에요.

 

옷을 입을 때는 노리개를 끼워서 고름을 하겠지요.

 

 

 

하지만 옷을 벗을 때는

 

손으로 노리개를 잡지 않으면 고름을 푸는 순간 노리개가 떨어져 버립니다.

 

 

 

이 「미인도」에 그려진 손은

 

노리개를 끼우고 있는 손이 아니라, 떨어지지 않게 쥐고 있는 손입니다.

 

그러니까 저 순간은 옷을 벗기 위해 옷고름을 푸는 모습이 되는 거지요.

 

 

 

그리고 남자가 미인도를 그린다면,

 

당연히 옷을 벗고 있는 것을 그리는 것이 인지상정이겠죠.” ㅎㅎㅎ

 

 

 

속가로 떠돌아다니기를 좋아한 혜원의 특성과

그가 그린 다른 그림의 유형을 볼 때,

 

그림 속의 여성은 반가의 규수라기보다는

혜원이 마음에 품었던 기생일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입니요.

 

 

 

그러고 여기서 드는 두 번째 의문.

 

 

 

저 여성이 지금 옷을 벗고 있다면, 저 여성의 앞에는 남자가 있을까? 없을까?

 

 

 

여성의 표정만으로는 알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수줍어하거나, 요염하거나, 유혹하는 표정이 아니라

 

꿈꾸는 듯한 표정이기 때문이기 때문입니다.

 

 

 

남자가 있다? 없다?

 

“저는 아무도 없었다는 쪽에 표를 던지겠습니다.

 

다들 의아하게 생각하시겠지요.

 

 

 

혜원이 그렸고 저 여성이 기생이라면, 당연히 여성의 앞에 그림을 그린 혜원이 있거나,

 

남자의 수청을 들기 위해 옷고름을 푼다고 생각하는 것이

 

그림의 정서에도 맞고 타당한 생각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 그림에 적어놓은 혜원의 제발題跋 을 살펴 보실까요?”

 

 

 

  • 가슴속에 서린 만 가지 춘정
  • 붓끝이 능히 그려 내었네

 

  • 盤縛胸中萬化春 (반박흉중만화춘)
  • 筆端能與物傳神(필단능여만전신)

 

전문가들도 이 제발의 뜻을 풀어도 비밀을 알기는 어렵다는군요.

 

해설자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비밀은 ‘반박’이라는 말 속에 숨어있습니다.

 

이 시에서는 ‘반박’이 뒤의 말과 연결되어서 ‘서렸다’, ‘가득하다’란 뜻으로 쓰였지만,

 

‘반박’이라는 말은 본래 장자의 고사인 ‘해의반박’에서 유래되었어요.

 

 

 

‘해의반박’이란 ‘옷을 벗고 다리를 쭉 뻗은 형상’을 말합니다.

 

예술가의 자유분방한 모습을 표현할 때 쓰는 고사죠.

 

그러므로 반박이라는 말에는 ‘옷을 벗는다’는 숨은 의미까지 있습니다.”

 

 

 

청나라 화가 운격은 해의반박을 ‘방약무인(傍若無人)’이라고 해석했는데,

 

이 말은 오늘날 '언행이 방자하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사람'을 뜻할 때 쓰이지요.

 

한자 그대로의 뜻을 옮기면 ‘마치 곁에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과 같다’는 뜻이 됩니다.

 

 

 

해설가의 이야기는 이어집니다.

 

“저는 혜원이 ‘해의반박’이라는 고사를 알고 이 단어를 썼다고 유추하는 겁니다.

 

그러면 이 여성이 옷을 벗을 때 앞에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될 수 있겠죠.

 

이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혜원이 여성의 성적 주체성을 자각한 최초의 화가였다는 뜻이 아닐까요.

 

말하자면 이 여성은 남자에 의탁하는 춘정이 아닌,

 

자신의 춘정에 겨워서 스스로 옷고름을 풀고 있는 것입니다.

 

 

 

남성의 관음적인 시선을 만족시키는 수동적인 육체에서 해방된 것이죠.

 


 

하지만 여러분도 그렇게 그림을 좀 더 내밀하게 보도록 해보세요.

 

그러면 새로운 의미들이 생겨납니다.”

 


[5] 월야밀회 月夜蜜會

 

 

 

 

[신윤복, 「월야밀회」, 간송미술관]

 

 

 

장안의 인적이 끊어지고 보름달만 휘영청 밝게 비치는 야밤중에

 

골목길 후미진 담 그늘 아래에서 남녀가 어우러져 깊은 정을 나누고 있습니다.

 

 

 

남자의 차림새가 전립(氈笠)을 쓰고

 

전복(戰服)에 남전대(藍纏帶)를 매었으며

 

지휘봉 비슷한 방망이를 들었으니 어느 영문(營門)의 장교(將校)임이 분명한데,

 

 

 

이렇듯 노상에서 체면 없이 여인에게 허겁지겁하는 것은

 

필시 잠깐 밖에는 만나 볼 수 없는 사이인 때문일 것이지요.

 

 

 

이미 남의 사람이 되어 버린 옛 정인(情人)을 연연(戀戀)히 못 잊어

 

줄이 닿을 만한 여인에게 구구히 사정하여 겨우 불러내는데 성공한 모양이지만,

 

여기서 이렇게 다시 헤어져야만 하는 듯 합니다.

 

 

 

이쪽 담모퉁이에 비켜서서 동정 어린 눈길로 이들을 지켜보는 여인은

 

사람의 기척에 무척 신경 쓰면서 가슴을 졸이고 있는 듯하니,

 

바로 이 연인이 이 밀회를 성사시킨 장본인 같지요.

 

 

 

차림새가 여염의 여인은 아닌 듯하여 이 장교를 만나고 있는 여자의 전력도 대강 짐작이 갑니다.

 

하기야 조선왕조 시대의 화류계를 주름잡았던 사람들이

 

대개 각 영문(營門)의 군교(軍校)나 무예청 별감(武藝廳別監)같은 하급무관(下級武官)들로서

 

이들이 기생의 기둥서방 노릇을 하고 있었던 것을 상기할 때

 

군교 차림과의 이러한 애틋한 밀회가 그리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지요.

 

요즘도 그렇다고 볼 수 있지요?

 


 

[6] 이부탐춘 嫠婦貪春 : 과부가 봄을 탐하다

 

 

 

 

[신윤복, 「이부탐춘」, 간송미술관]

 

 

 

때는 바야흐로 춘사월...

 

기와가 얹힌 담장으로 구분된 바깥세상에는 꽃나무에 꽃이 만발하여

봄이 왔음을 알리고 있습니다.

 

바깥세상은 온통 생명력이 넘쳐나고 있는데,

담장 안쪽 세상은 노송만이 간신히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을 뿐

 

부러진 소나무에 걸터앉은 두 여인이 속한 공간은 담장 안쪽의 답답한 세상

 

 

 

바깥과 뚫려있는 개구멍으로 동네 개 두마리가 기어들어와서 짝짓기를 하고 있네요.

 

재미보고 있는 개들의 위쪽으로는 한술 더떠서 참새들도 짝짓기를 하고 있고

 

거기다가 참새 한마리가 더 날아들고 있네요. (아무리 참새라도 쓰리썸은 곤란하지요~~ ㅋㅋ )

 

 

 

지켜보고 있는 두 여인 중에.. 머리를 틀어올리고.. - 가채?

 

- 하얀 소복을 입었으니 필시 과부일 것인데

 

그 앞에서 개들의 짝짓기를 하고 있으니, 그 참....

 

 

제도권 안에서 정상적으로 승화할 수 없었던 과부의 춘정은 어찌하란 말인지..

 

 

 

 

 

그런데 이 짝짓기를 바라보는 얼굴에 묘한 미소가 스치는 듯 하네요.

 

혜원의 이 작품은 그런 과부 심정을 헤아리고 있는 것 같네요.

 

 

 

옆에 있는 머리를 길게 땋은 낭자는... 동생인지 몸종인지 모르겠지만..

 

아직 시집도 안 간 처녀가 확실한데 표정에는 웃음기가 없지만

오른손은 과부의 치마를 꽉 쥐고 있습니다.

 

어린 여자로서 보기 민망한 개들의 행위에 아마도 마음믈 조리고 있겠지요?

 

혜원의 이 작품은 오늘날의 정서에 비추어 봐도 손색이 없는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