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터(박가네)

세상을 후회없이 살다 간 성실했던 한 인간으로, 사는데 있어서는 냉정했었지만 그래도 정을 알고 나눴던 한 인간이었다고 생각되는 사람이고 남고 싶습니다. 늘 사랑입니다.

[스크랩] 고전시 해설(공무도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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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한국)

2008. 1. 1.

              공무도하가(公無渡河歌)


公無渡河                      임이여, 물을 건너지 마오.

公竟渡河                      임은 그예 물을 건너시네.

墮河而死                      물에 휩쓸려 돌아가시니

當奈公何                       가신 임을 어이할꼬.

                                                <해동역사(海東繹史)>


시어, 시구 풀이

 公(공) : 여기서는 남편. 곧 백수광부를 이르는 말. 그대. 당신. 임

 無(무) : 여기서는 금지사(禁止辭)로서 ‘勿’의 뜻. -하지 말라

 竟(경) : 마침내. 기어코. 드디어. 그예

 墮河(타하) : 물에 휩쓸리다. 여기서는 ‘물에 떨어지다’로 풀이하지 말 것

 而(이) : 순접(順接)의 접속사

 奈-何(내-하) : -을/를 어찌하는가. -을/를 어찌할 것인가

 奈公何(내공하) : (돌아가신) 임을 어찌할 것인가. (돌아가신) 임을 어찌할꼬

 公無渡河(공무도하) : 그대는 물을 건너지 말라. 이 노래의 첫 구절인 ‘公無渡河’는 곧 사랑하는 남편이 황급히 물속으로 뛰어들려는 순간을 노래하였다. 이 경우의 ‘물’, 즉 저 임이 건너지 말아야 할 물은 충만한 깊이 곧, ‘公’으로 표현된 ‘사랑’을 의미한다.

 公竟渡河(공경도하) : 그대는 기어이 물을 건너도다. ‘公竟渡河’에서 ‘竟’과 결합되는 ‘河’는 사랑의 종말을 뜻함과 동시에 임의 부재를 의미한다. 이 경우의 물은 사랑을 뜻한다기보다 물 위에 깔려 있는 임의 환상이요, 물 속에 잠겨 있는 임의 추억이다.

 墮河而死(타하이사) : 물에 빠져 죽으니. ‘墮河而死’에서 ‘河’는 임의 부재라는 소극적인 뜻이 아니라, 죽음의 의미로 확대되고 있다.

 當奈公何(당내공하) : 어쩌면 좋아. 장차 어찌할 것인가. 서정적 자아의 심정이 집약된 구절로 서정적 자아의 탄식과 원망의 애절한 울부짖음이 폭발하고 있다. 이 극한적인 비극적 심리의 폭발이 곧 배경 설화에서와 같이 여인의 자결을 몰고 온 것이다. 그리고 이 구절은 처용가의 ‘아 엇디릿고’, 청산별곡의 ‘잡와니 내 엇디리잇고’, 또한 시조의 종장에서 흔히 보는 ‘-어떠리’에 관류하는 일련의 전통적인 표현의 형식이다.


핵심 정리

 갈래 - 4언 4구의 한역 시가(漢譯詩歌)

 연대 - 고조선

 성격 - 개인적 서정 가요

 표현 - 직서법, 직정적(直情的)이고 절박한 표현

 별칭 - 공후인(箜篌引)

 주제 - 임을 여읜 슬픔

 의의 - ‘황조가(黃鳥歌)’와 함께 우리 나라 최고(最古)의 서정 가요, 집단 가요에서 개인적 서정시로 넘어가는 시기의 가요

    

작품 해설

 이 노래는 일찍이 중국에까지 전해져 이백(李白)을 비롯한 많은 시인들이 차운(次韻)했던 고대 가요이다.

 이 노래에서 우리는 전통적인 한국의 여인상을 발견할 수 있다. 남편의 죽음을 보고 뒤따라 죽는 아내의 모습에서 기다림과 한(恨), 체념에 묻혀 살아 온 인종(忍從)의 한국 여인, 정렬(貞烈)의 여심(女心)을 볼 수 있는 것이다.

 흔히 우리 민족의 정서를 한(恨)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 한은 이별과 죽음에서 온다. 우리나라의 서정시에는 이별의 한을 다룬 것이 많다. 이는 우리나라의 경우 오랜 옛날부터 한의 정서가 싹터 왔음을 암시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서정시의 출발이라 할 이 노래는 한국적 정서인 한(恨)의 원류(源流)라 할 것이다.

 그리고 이 노래의 중요한 제재인 ‘강물’이 훗날 고려 속요인 ‘서경별곡(西京別曲)’ 이나 한시인 정지상(鄭知常)의 ‘송인(送人)’ 등 많은 이별가에 등장하고 있음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배경 설화

 조선의 뱃사공 곽리자고(霍里子高)가 아침 일찍 일어나 배를 손질하고 있었다. 그 때 머리가 허옇게 센 미치광이[백수광부(白首狂夫)] 한 사람이 머리를 풀어헤친 채 술병을 쥐고는 어지러이 흐르는 강물을 건너고 있었다. 그 뒤를 그의 아내가 따르며 말렸으나 미치지 못해 그 미치광이는 끝내 물에 빠져 죽고 말았다. 이에 그의 아내는 공후(箜篌)를 뜯으면서 공무도하(公無渡河)의 노래를 지었는데, 그 목소리가 아주 슬펐다. 노래가 끝나자 그의 아내는 스스로 물에 몸을 던져 죽었다. 이러한 광경을 처음부터 목격한 곽리자고는 돌아와 자기 아내 여옥(麗玉)에게 이야기하면서 노래를 들려 주었다. 여옥은 슬퍼 공후를 뜯으면서 그 노래를 불렀다. 듣는 사람들 중에 눈물을 흘리지 않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여옥은 이 노래를 이웃에 사는 여용(麗容)에게 전하였다. 이 노래를 이름하여 ‘공후인(箜篌引)’이라 하였다.

 

‘물’의 상징성

 이 노래에서 가장 중심을 이루는 소재는 ‘물’이다. 첫 구절에서의 ‘물’은 남편으로 표현된 사랑을 의미한다. 그리고 둘째 구절의 ‘물’은 사랑의 종언(終焉)과 함께 님의 부재(不在)를 의미한다. 셋째 구절의 ‘물’은 사랑과 죽음을 함께 내포하면서, 사랑 곧 죽음이라는 새로운 이미지를 자아내고 있다. 이 작품은 ‘물’을 매개(媒介)로 하여 사랑과 죽음을 서로 바꿀 수 있다는 애정 지상주의(愛情至上主義)를 드러내고 있다.

 

이 노래에 대한 견해들

 정병욱(鄭炳昱) : 설화 속의 백수광부는 희랍 신화에 나오는 바카스에, 그의 처는 주신을 따라 다니는 악신(樂神) 님프에 비교해 볼 만하다. 물을 매개로 하여 사랑과 죽음이 결합된 이 노래는 사랑과 죽음을 서로 바꿀 수 있다는 강렬한 애정을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장덕순(張德順) : ‘當奈公何’에서 남편을 따라 죽어야 한다는 여인의 의지를 찾을 수 있어 이 노래는 결국 정렬(貞烈)의 여심(女心)을 노래한 것이다.

 

이 노래의 지은이

 이 노래의 지은이는 일반적으로 백수광부(白首狂夫)의 아내로 알려져 있으나 이에 대한 반론도 있다. 남편이 죽는 광경을 보고 아내가 공후(箜篌)를 들고 와서 노래를 부른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으므로 뱃사공인 곽리자고(霍里子高)의 아내 여옥(麗玉)이 지은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설화에 따라 백수광부의 아내가 지은 것으로 보는 것이 통설(通說)이다.

출처 : 계간 문학세상
글쓴이 : 문학세상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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