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터(박가네)

세상을 후회없이 살다 간 성실했던 한 인간으로, 사는데 있어서는 냉정했었지만 그래도 정을 알고 나눴던 한 인간이었다고 생각되는 사람이고 남고 싶습니다. 늘 사랑입니다.

22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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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사랑 * 내리막길의 기도 - 박목월

오르막 길이 숨 차듯 내리막 길도 힘에 겹다. 오르막길의 기도를 들어주시듯 내리막길의 기도도 들어 주옵소서. 열매를 따낸 비탈진 사과밭을 내려오며 되돌아 보는 하늘의 푸르름을 뉘우치지 말게 하옵소서. 마음의 심지에 물린 불빛이 아무리 침침하여도 그것으로 초 밤길을 밝히게하옵시고 오늘은 오늘로써 충만한 하루가 되게 하옵소서. 어질게 하옵소서. 사랑으로 충만하게 하옵소서. 육신의 눈이 어두워질수록 안으로 환하게 눈뜨게 하옵소서. 성신이 제 마음 속에 역사하게 하옵소서. 하순의 겨울도 기우는 날씨가 아무리 설레어도 항상 평온하게 하옵소서. 내리막 길이 힘에 겨울수록 한 자국마다 전력을 다하는 그것이 되게 하옵소서. 빌수록 차게 하옵소서.

댓글 詩, 사랑 2020. 10. 22.

15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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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사랑 * 가을 바람 편지 / 이해인 수녀

가을 바람 편지 / 이해인 수녀 꽃밭에서 불어오는 가을바람은 코스모스 빛깔입니다. 코스모스 코스모스를 노래의 후렴처럼 읊조리며 바람은 내게 와서 말합니다. "나는 모든 꽃을 흔드는 바람이에요. 당신도 꽃처럼 아름답게 흔들려 보세요. 흔들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더욱 아름다워질 수 있답니다!' 그러고 보니 믿음과 사랑의 길에서 나는 흔들리는 것을 많이 두려워하면서 살아온 것 같네요. 종종 흔들리기는 하되 쉽게 쓰러지지만 않으면 되는데 말이지요. 아름다운 것들에 깊이 감동할 줄 알고 일상의 작은 것들에도 깊이 감사할 줄 알고 아픈 사람 슬픈 사람 헤매는 사람들을 위해 많이 울 줄도 알고 그렇게 순하게 아름답게 흔들리면서 이 가을을 보내고 싶습니다. 산에서 불어오는 가을바람은 단풍나무 빛깔입니다. 어떻게 ..

댓글 詩, 사랑 2020. 10. 15.

05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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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사랑 * 명사들의 애송시

명사들의 애송시 나는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서울대 문리대 분수 가에서 오수를 즐기며, 공자님과 대화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누군가 깨웠다. 대학 2년 선배인 장기홍 형이다. 동생! 이 시를 읽어 보게나! 내가 가장 감명을 받는 시는, 형의 장인인 함석헌 선생의 그 사람 가졌는가? 함석헌 선생의 시 / 그 사람을 가졌는가? 만리 길 나서서 처자를 내맡기며 맘 놓고 갈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나를 세상이 다 버려도 마음이 외로울 때면 ‘저 마음이야’ 하고 믿어주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가라앉을 때 구명대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귀의 사형장에서 ‘다 죽여도 세상의 빛을 위해 저 사람만은 살려두소, 라고 일러 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

댓글 詩, 사랑 2020. 10. 5.

27 2020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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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사랑 * 아버님의 핸드폰 문자

아버님의 핸드폰 문자 저는 오래전 핸드폰을 두 개 가지고 있었는데 하나는 원래부터 사용하던 것이고 또 하나는 오랜 지병으로 돌아가신 어머님이 사용하시던 것을 차마 정리하지 못하고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어머님이 돌아가시고 한 달쯤 지났는데 어머님의 핸드폰에 문자 메시지가 전송되어 오는 것이었습니다. '김 여사. 저녁에 동태탕 같이 먹을까?' '오늘은 유난히 날씨가 춥다고 하니 옷 따뜻하게 입고 다니고.' 문자를 보낸 사람은 바로 아버님이었습니다. 아버님은 돌아가신 어머님에게 평소처럼 문자 메시지를 보낸 것이었습니다. 저는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어머님의 장례식 내내, 아버님은 슬퍼하는 모습보다 오히려 저에게 너무도 차분하게 행동하셨습니다. 아버님의 그런 행동이 저는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안심했습니다. 그..

댓글 詩, 사랑 2020. 9. 27.

22 2020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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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그리고 좋은 글들 * 셋방살이를 아시나요-용혜원

💗셋방살이를 아시나요?💗 잡초처럼 살아가는 인생들이 머무를 곳은 단칸방인 셋방살이 넓디 넓은 세상바닥에 발 붙일 땅도 없어서 움츠리고 살아감도 죄도 없이 죄 지은 목숨처럼 어깨는 늘 처지고 뱃속은 늘 허전하기만 하였다. 도시의 곳곳엔 공룡의 전시장을 만들듯이 많고 많은 아파트를 짓고 있는데 헛물켜듯 바라만 보다가 연중 행사로 찾아오는 봄 그리고 가을 콧노래를 부르기도 전에 탐스런 열매를 맛보기도 전에 보증금 월세를 올리려는 집주인 마나님의 싸늘해 보이기만 한 눈빛은 이웃나라 처절한 전쟁소식보다 코 앞에 닥친 급보 중의 급보였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아가면 행복의 둥지는 쉽게 마련될 것만 같은 나이 어리고 세상물정 모르는 애숭이가 오직 사랑하는 마음과 꿈에 부푼 마음으로 신혼 살림을 시작해 수년 동안 ..

22 2020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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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사랑 * 김삿갓

김삿갓 / 김홍남 돈에 속고 사랑에 울고 속고 속이는 세상사 싫여 벼슬도 마다하고 방랑의 길 떠나가네 외롭고 고단한 길 하늘 가릴 삿갓 쓰고서 몸 의지할 죽장 집고 짚신 바랑 매달고 떠나네 가다 지치면 유유자적 산 마루에 걸터 쉬어 가고 비 오면 처마에 비 긋고 눈 오면 굴뚝 잠 자네 목마르면 주막에 들러 시 한 수에 객고 풀고 이곳저곳 한량없이 떠돌지만 정 들 곳 없구나 이 고을 저 고을 떠돌다 어느덧 비추이는 석양 어디로 가야 할지 묻고 물어도 뉜들 알리오. "김삿갓의 본명은 김병연, 1807년(순조 7년) 3월 13일 현재의 경기도 양주시 회암동에서 출생하여 조선 후기의 방랑시인으로 전국 방방곡곡을 두루 돌며 주옥 같은 수 많은 시를 남기고 1863년 3월 29일 33년간의 방랑생활 끝에 전남 화순..

댓글 詩, 사랑 2020. 8. 22.

22 2020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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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그리고 좋은 글들 * 살다보면 외로움이 깊어지는 시간이 있다

살다보면 외로움이 깊어지는 시간이 있다 불어오는 바람 한 줄기, 흔들리는 나뭇잎, 가로등의 어슴푸레한 불빛, 사랑하는 사람의 전화 목소리조차 마음의 물살 위에 파문을 일으킨다. 외로움이 깊어질 때 사람들은 그 외로움을 표현하는 자신만의 방식이 있다. 어떤 사람은 밤새워 술을 마시고 어떤 사람은 빈 술병을 보며 운다. 지나간 시절의 유행가를 몽땅 끄집어내 부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오래전에 연락이 끊긴 이의 집에 전화를 걸어 혼곤히 잠든 그의 꿈을 흔들어 놓기도 한다. 아예 길가의 전신주를 동무 삼아 밤새워 씨름하다 새벽녘에 한 움큼의 오물덩이를 남기고 어디론가 떠나는 이도 있다. 나는 인생이 아름다운 것은 우리들 삶의 한 골목골목 예정도 없이 찾아오는 외로움이 있기 때문이라고 믿는 사람이다. 외로움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