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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철미 2016. 5. 31. 08:00

미국에서 삼십 년이 넘게 살았어도 가끔 황당한 경우가 있는데 이번엔 정말 그랬다......

사건의 발단은 A-gel pencil 이었다. 한 자루에 7불이 넘는 mechanical pencil (샤프 펜슬)이다. 보통 연필 열 두 자루가 일 이 불인 것에 비하면 아이들한테는 엄청 비싼 물건이다. 아들 아이가 다른 애들도 다들 갖고 있다며 하도 사 달라고 조르길래 한 자루 사 주었더니 금세 잃어버렸다고 해서 또 한 자루를 사 주었다. 또 잃어버렸다고 사 달라고 해서 이번엔 그냥은 안 되고 시험 점수가 올라가면 사줄게 했더니 산수 시험을 잘 보았다고 사 달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또 사 주었다. 그런데 이번엔 화장실에 다녀온 사이에 필통 속에 있던 것을 누가 가져갔다고 했다. 같은 반에 있는 서너 명의 짓궂은 남자 아이들이 우리 아들을 '바보' 라고 놀리며 왕따를 하기 시작한 시점이 아이가 A-gel pencil 을 학교에 가지고 간 이후부터라는 것을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단순히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는 것도......

결정적인 사건은 Curry 운동화 - 이제 사춘기에 접어드는 아들이 나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비싼 운동화를 사달라길래 안 된다고 했더니 즈이 아빠한테 무슨 말을 했는지 남편이 아이를 데리고 신발 가게에 가서 한 켤레에 백 불이나 하는 운동화를 사주었다. 아이가 신발 가게 점원한테 "I am going to be the most popular kid in the school." 하면서 좋아하더라고 했다. 남자 아이들한테는 운동화가 중요하다고 들었지만 그 정도인지는 몰랐다. 며칠 후, 같은 반 아이가 운동장에서 우리 아이 발을 일부러 마구 밟았다며 이번이 두 번 째라고 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 이지만 우리 아들 발을 밟았던 바로 그 아이가 우리 아들의 필통 속에서 사라졌던 샤프 펜슬과 똑같은 샤프 펜슬을 그 다음날 가지고 왔는데 자기 것이라고 우겨서 더 이상 아무 말도 못했다고 한다. 그 아이는 오래 된 Nike 신발을 신고 다닌다나.

우리 아들은 또래의 다른 아이들보다 (좋은 말로 해서) 여리고 순진하다. (나쁜 말로 하자면) 빠릿빠릿하지 못하고 좀 어리숙하다. 이런 아들이 남편한테 반 아이들이 자기를 놀리고 못살게 군다고 더 이상 학교에 가기 싫다고 울면서 집에서 Home School 을 해달라고 했다는 얘기를 듣고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 엄마한테는 말하지 말라고 (Don't tell Mommy.) 했다고 해서 마음이 더 아팠다는......

남편이 서너 달 전부터 담임과 교장한테 우리 아들이 왕따를 당하는 것 같다고 얘길했는데도 담임은 운동장에서 일어나는 일은 애들끼리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만 했다는 거다. 하긴 대학을 갓 졸업한 22 세의 아가씨가 무얼 알겠나. 이런 일이 있으면 진작에 엄마인 나한테도 알려줬어야지. 부자간에 둘이서 해결을 하려고 했었나보다. 집안 일이건 학교 일이건 교회 일이건 여자가 나서야 일이 된다.

교장한테 이메일을 썼더니, 다음 날 담임으로부터 도리어 우리 아들 탓이라는 뉘앙스가 담긴 답변이 왔다.
안 되겠다싶어 당장 시정을 해 주지 않으면 교육청에 진정서를 제출하겠다고 했더니 바빠서 못 만나준다던 교장으로부터 당장 만나자는 답변이 왔다. 미국에서도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 교장을 만나서 더 이상 경험이 없는 담임한테 아이를 맡길 수 없으니 반을 바꿔달라고 하고 앞으로 우리 아이를 놀리거나 왕따를 시키는 아이들이 없도록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청을 했더니 그 다음 날로 반을 바꿔주었다. 한 번 더 만나서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의논을 하자고 했다. 다음 주에 6학년 수학여행이 있는데 만약을 대비해서 남편이 아이를 따라가기로 했다. 6학년 때와 중학교 무렵에 이런 일이 많다고 하는데 그나마 6월 8일이 졸업이라 다행이다...... "You don't gain a friend by having a fancy pencil or brand name shoes."
애들이 사 달라고 해서 다 사 주면 안 되는구나...... 우리 가족 모두 아주 비싼 경험을 했다......
그럭저럭 별 탈 없이 학교를 잘 다니고 있다고 나름 안심하고 있었는데 새파란 담임과 안일한 교장 때문에 마음 고생을 너무 해서 중학교는 사립 학교에 보내야 하는지를 놓고 지금 고민 중이다...

공부도 하면 되고, 일도 하면 되는데 애 키우는 건 정말 너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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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학기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저희 아들 새 신발 밟고 저희 아들을 놀리고 괴롭히던 아이서너 명이 있었는데요. 그 중 한 아이를 지난 주에 중학교 orientation 하는데 만났대요, 그런데 그 아이가 우리 아이한테 잘못했다고 미안하다고 사과하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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