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옆을쳐다봐 2010. 1. 2.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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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가 밝아오기 전, 영화를 봤다.

 

아바타를 보고 싶었는데, 마침 시간이 맞지 않아 일단 전우치를 보기로했다. 이 감독양반의 전작, 타짜와 범죄의 재구성에 탄복했던 기억이 새롭다. 그리고 역시 명불허전. 전우치는 더욱 즐겁다. 이 양반, 재미가 뭔지 아는 사람이다.

비싸고 맛없는 초밥을 대충 때려넣고 이번엔 아바타를 봤다. 사전정보 없이 영화를 봐야 더욱 즐거운 법. 허나, 아바타가 두시간이 넘는다는 정보쯤은 챙겼어야 하지 않았을까... 씨바... 오줌마려 혼났다. 미리 깔끔하게 비워두고 들어갔다면 중간에 삐질삐질 인내하고 결국 화장실로 달려가는 바람에 놓치고 만 그 놀라운 몇 분을 사수할 수 있었을텐데.

 

전쟁은 나비족이 승리하여 판도라엔 다시 평화가 찾아오는 것으로 끝났지만, 인간이 판도라를 떠나며 그 게걸스런 탐욕마저 놓고가진 않았을터. 하여 아름다운 선율속에 판도라의 평화와 조화를 배경으로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도 이 안어린이의 수심은 깊고 짙다. 최소한, 전쟁은 끝났으나 저 안전한 곳에서 이 모든 비극을 초래한 전범을 처벌하여 정당한 응징을 하지 않는 판도라의 순진미련함은 마치 우리 근현대사를 보는 듯 안타깝다. 복수는 복수를 낳는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제대로 된 복수와 응징은 새로운 단계로의 진입이다. 오히려 어설픈 용서와 화해가 반격을 부르는 법이지 않던가. 하여 판도라, 조만간 좆된다.

 

판도라의 원주민, '나비'족은 인간의 '이주 제안'을 거부한다. 용산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인간은 나비족의 거주지에 매장된 에너지원을 개발해야 하지만, 나비족에게 그 지역은 누대에 이어온 삶의 공간이다. 학교고 의료기관이고, 그 따위 없어도 잘 살아왔고 잘 살고 있다. 마치 어느날 듣보잡하나가 우리집에 찾아와서는, 돈 줄테니 안방 내주고 니넨 작은 방 가서 살라는 격이다. 그리고 협상 하잔다. 나는 뭐라고 말해야 할까? 니 좆이다? 같은 이유로, 그 둘은 어떤 합의에 이를 수 있을까? 없다. 영화에서처럼 자본가와 군바리가 결탁해서 전쟁이 난 것만은 아니다. 일군의 평화주의적이고 정치적으로 노련한 인간들이 판도라에 왔다손 치더라도, 답은 없다. 합의가 될때까지 협상 또 협상? 그 비용, 누가 댈건데? 평화주의자들이? 아니 그 전에 그 짜증나는 상황을 나비족이 왜 참아줘야 하는데? 고로, 전쟁은 필연이며 그 재수없는 군바리는 언젠가는 등장하게 되어있다. 누군가는 쪽박차고 떠야된다는 말인데, 누가 뜰까? 힘이 약한 쪽이다. 올바름을 가진쪽이 이기는게 아니라, 더 강한 무력을 가진쪽이 이긴다. 아바타에선 나비족이 이겼지만, 그건 영화라서 그렇고 현실에선, 보라, 용역깡패가 막장을 부린 후 망루엔 불길치 치솟는다.

 

주여, 그들에게 평화를. (존재한다면, 존재하는 티 좀 내시길)

 

그러고보니 문득 궁금해지는 하나.

전우치에선 왜 12지신 중 3마리의 요괴만 나왔을까?

1. 몇 마리 남겨둬서 속편에 써먹으려고.

2. 제작비가 궁해서.

3. 양, 토끼, 쥐가 모종의 상징이므로.

4. 셋 다.

 

씨바, 졸라 궁금타.

 

 

 

 

 

좋은 곳 방문하여 흔적남기고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