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God bless you 2021. 4. 26. 15:14

은성수 좌표 찍은 '코인 민심', 공매도 사태 때보다 악화

김준영 입력 2021. 04. 26. 13:12 수정 2021. 04. 26. 14:11 댓글 47

 

"등록 안 된 가상화폐 거래소 다 폐쇄될 수도"
국회 정무위서 가상화폐 관련 책임 회피식 발언 논란
'은성수 자진사퇴 촉구' 국민청원 12만 넘어서

은성수 금융위원장. 연합뉴스

가상화폐 가격 폭락에 성난 ‘코인 민심’이 은성수 금융위원장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 등에 비난 여론이 고루 퍼지던 상황에서 은 위원장의 가상화폐 거래소의 폐쇄 가능성을 언급이 기름을 부은 형국이다. ‘공매도 폐지’를 압박하던 당시보다도 더욱 악화했다.

 

25일 청와대 국민소통 게시판에 올라온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자진사퇴를 촉구합니다’라는 청원에 동의 수는 12만을 넘어섰다. 이틀 만에 늘어난 수치인 만큼 청와대 답변 기준인 청원 동의 20만명 돌파는 시간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앞서 공매도 제도와 관련해 은 위원장의 해임을 촉구하던 청원이 최대 2만명 선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코인 민심의 분노가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은 위원장은 금융당국의 수장으로서 가상화폐 정책 및 시장과 관련한 발언 및 입장발표를 이어왔다. 그러나 온도가 급격히 변한 시점은 지난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였다.

당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은 위원장은 가상화폐에 대해 ‘인정할 수 없는 화폐’라며 ‘가상자산 투자자들을 정부가 보호할 수는 없다’고 못 박았다. 그는 “주식시장이나 자본시장에서는 투자자가 있고 투자자를 보호하는데 이 가상자산에 들어간 이들까지 다 보호해야 할 대상이냐에 대해 생각이 다르다”며 “잘못된 길로 가면, 어른들이 이야기를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발언은 기존의 정부 입장과 같은 것으로 새삼스럽지 않다.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위험 자산에 투자는 자기 책임 원칙이 기본이기 때문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각국 정부 또한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 연준(Fed)의 제롬 파월 의장과 재닛 옐런 재무장관, 유럽중앙은행(ECB)의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는 물론 한국은행의 이주열 총재까지 각국 중앙은행장이나 정부 금융 관료들은 코인 투자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해왔다.

하지만 “9월까지 등록이 안 되면 200여개의 가상화폐거래소가 다 폐쇄될 수 있다” 발언에 대해 과도했다는 비판이 많다.

정부는 개정 특정금융정보법을 지난달 25일 시행에 따라 가상화폐거래소들에 오는 9월까지 은행으로부터 반드시 실명을 확인할 수 있는 입출금계좌를 받아 신고해야 영업을 할 수 있다고 공지했다. 금융당국은 금융정보분석원을 통해 가상자산 사업자의 신고 현황을 공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으로 신고를 마친 사업자는 없었다. 은 위원장의 발언 자체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닌 셈이다. 하지만 빗썸과 업비트, 코인원, 코빗 등 전체 거래의 90%를 차지하는 거래소들은 현재 은행들과 실명계좌를 연동하고 있어 9월까지 신고를 하지 않을 가능성은 작다.

일각에서는 2018년 1월 박상기 당시 법무부 장관이 “가상화폐거래소 폐지 법안을 만들겠다”고 한 발언으로 시장이 폭락했던 ‘악몽’을 떠올리기도 한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정책 당국자는 언동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면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거래소를 다 폐쇄할 수 있다는 식의 강한 발언은 설사 틀린 얘기는 아니라 하더라도 시장에 충격이 되고 코인에 물린 젊은이들을 불안으로 모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26일 서울에 위치한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 강남센터 시세 전광판에 비트코인 실시간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은 위원장의 책임 회피식 발언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코인류를 화폐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해서 금융당국의 수장이 시장 상황을 방치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가상화폐 거래소가 뉴욕 증시에 입성하고, 이와 관련한 파생 상품까지 등장하며 경제 시스템과의 접점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안이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내 코인 거래소는 200여개, 2월 기준 실명 인증 계좌만 250만개에 달하며, 하루 거래량이 20조원에 가깝다. ‘빚투’까지 동원하며 20·30대가 전체 투자자의 60%에 육박한다. 상황이 이러하지만 은 위원장은 “(거래대금)17조원에 대한 실체도 저는 확인이 안 되고 있다”며 “제도권에 안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이야기했다.

3년 전에도 그랬듯 주기적으로 코인 시장 문제가 되풀이되는데도 겨우 자금세탁 방지를 명목으로 특정금융정보법만 달랑 개정한 것은 정부와 정치권의 직무유기라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가상화폐를 인정할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한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석진 교수는 “정부가 가상화폐를 '화폐'로 인정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국제적 흐름에 발맞춰 최소한 무형자산으로라도 인정해 시장의 틀과 상품 거래의 규율을 세워 시장이 혼탁하지 않도록 제도화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블록체인학회 회장인 박수용 서강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암호화폐 시장의 확대와 코인의 다양화는 빠르게 진행되는 디지털 혁명 속에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인 만큼 증권거래소처럼 시장을 양성화하고 제도적 틀을 갖춰 지속가능성 있는 암호화폐만이 상장되고 거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 차원에서 기반기술인 블록체인과 함께 코인 관련 사업이 활성화하도록 해야 한다”며 “글로벌 코인 산업은 꾸준히 성장세를 지속하는데 우리나라는 규제에 묶여 외국 기업 배만 불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

정부기관들이 적극 나서 가상화폐의 위험상을 알리고
비정상적인 과열 투기 조짐읋 차단하는 것은 지극히 온당하다.
결국 국민들의 지지와 믿음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