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God bless you 2021. 5. 2. 19:14

1억수표·뇌물장부..한명숙 "결백"에 대법관 전원 "유죄" 이유는

김민중 입력 2021. 05. 02. 16:44 수정 2021. 05. 02. 18:34 댓글 803

 

2015년 8월 24일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서울구치소에 수감되기 직전 백합꽃과 성경책을 든 채 지지자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자신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죄에 대한 대법원 유죄 확정판결 6년 만에

다시 무죄를 주장하고 나서 논란이 되고 있다.

“거짓은 진실을 이길 수 없다. 난 결백하다”며 6월 자서전 출간을 예고하면서다.

 

한 전 총리 사건은 2015년 8월 대법관 13명의 만장일치 유죄 확정 판결로 사법적 판단을 마친 사건이다.

하지만 정치자금 공여자인 고(故)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의 동료 재소자가 제기한 ‘검찰 수사팀 모해위증교사’ 의혹에 대해 최근 대검찰청이 무혐의 결정을 하자 한 전 총리 본인이 아예 본안 판결을 뒤집으려 여론전에 나선 것이다.

 

자서전 100만원 후원하면 한명숙과 식사 특전
2일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텀블벅(tumblbug)에 따르면

한 전 총리는 자서전 『한명숙의 진실』 출판을 목표로 후원금을 받고 있다.

목표 금액은 1000만원인데, 이날까지 890여명의 후원자로부터 2643만원을 모았다.

현재 초고 저술을 마친 뒤 퇴고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한다.

 

이달 31일 책 제작이 시작되고, 6월 30일 후원한 순서대로 책을 받아볼 수 있다.

후원금을 100만원 이상 낸 사람은 저자인 한 전 총리와 1시간가량 동안 식사를 함께할 수 있는 특전도 내걸렸다.

 

한 전 총리는 미리 공개한 책 머리글에서

대법원 확정판결로부터 6년 만,

2017년 8월 징역 2년 만기 출소한 지 약 4년 만에 전면 무죄를 주장했다.

 

“거짓은 진실을 이길 수 없다…6년 세월을 검찰이 만든 조작재판과 싸웠다.

결국 불의한 정권과 검찰 그리고 언론의 무자비한 공격에 쓰러져 2년을 감옥에서 보내야 했다.

그리고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던 출소 후 2년…

암담한 시간 속에서 날 견디게 해준 유일한 희망은 진실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었다.

난 결백하다. 그리고 그것은 진실이다.”


또 책 소개글에서 “우리는 진실이 대한민국 정부의 공식 절차로 드러나기를 기다렸다”며

“검찰이 한명숙 재판의 증언을 조작했다는 여러 증거가 드러났고

새로운 증언이 나타났지만 검찰 권력의 원천봉쇄로 진실은 번번이 덮였다”고 주장했다.


이해찬 “군부독재 기생 세력의 탄압”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추천사에서 “한 전 총리는 재판 시작 날 ‘나는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다’라고 외쳤다”며 “이 책에는 군부독재에 기생해 ‘그렇게 살아왔던’ 자들이 어떻게 ‘그렇게 살아오지 않은’ 사람들을 탄압하고 누명을 씌웠는지 그 진실이 담겨 있다”고 밝혔다.

한 전 총리는 2015년 8월 24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되기 직전에도 백합꽃과 성경책을 든 채 무죄를 주장해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재심 청구 등 정식 절차를 밟지 않고 여론몰이로 판결을 부정하는 건 법치주의의 뿌리를 뒤흔드는 행동”이라는 목소리가 크다.

더욱이 2015년 8월 20일 대법원 판결문을 보면 대법관 13명은 검찰이 기소한 불법 정치자금 8억 8300만원(현금 4억8000만원, 수표 1억원, 미화 32만7500달러) 중 3억원에 대해 만장일치로 유죄라고 판단했다. 대법관 8명(다수의견)은 8억 8300만원 전액을 유죄로 봤다.

책 『한명숙의 진실』 [사진 텀블벅]


한명숙 현금 2억 돌려줬고, 여동생은 1억 수표 전세금 썼다
대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결정적인 증거는 자금 공여자 한만호씨가 2007년 4월 건넨 1억원짜리 수표였다. 한 전 총리 여동생이 2009년 2월 자신의 아파트 전세금 잔금을 치르며 해당 수표를 썼기 때문이다. 한만호씨가 재판 과정에서 “한 전 총리 비서에게 수표를 빌려줬다”고 하고 한 전 총리 비서는 “수표를 다시 한 전 총리 동생에게 빌려줬다”고 주장했지만, 대법원은 “도저히 인정할 수 없다”고 물리쳤다.

한 전 총리 비서가 1억원 수표를 빌렸다는 한씨와 모르는 사이로 접촉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과거 금전 거래 경험이 없던 두 사람이 변제기한이나 이자 약정 없이 거액의 수표를 빌려준 것은 통상적 금전 거래 형태로 보기 힘들다고도 판단했다.

아울러 한 전 총리가 2008년 2월 한신공영 부도 직후 한씨에게 현금 2억원을 돌려준 것도 유죄 판단을 뒷받침했다. 한 전 총리는 같은 달 2월 23일 부도 충격으로 입원한 한씨를 직접 병문안했고 다음 날 비서를 통해 한씨 운전기사에게 2억원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한 전 총리는 돈을 돌려준 직후 한씨와 2차례 통화하기도 했다.

이 밖에 한신공영 경리부장이 한씨가 2007년 3월말부터 9월 초순까지 3차례에 걸쳐 한 전 총리에게 약 3억원씩 정치자금을 건넬 때마다 자금 조성 경위 등을 상세히 기록한 ‘접대비 총괄 장부’와 ‘채권 회수 목록’, ‘달러 환전 기록’, 돈 전달에 사용한 ‘여행 가방 구매 영수증’ 등도 유죄의 객관적 근거가 됐다. 이 판결문 전문은 국민 누구나 국가법령센터에서 찾아볼 수 있다. 주소는 다음과 같다.
http://www.law.go.kr/%ED%8C%90%EB%A1%80/(2013%EB%8F%8411650)

법조계 일각에서는 “검찰이 한 전 총리를 죽인 게 아니라 되레 봐주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올해 3월 말 현재 한 전 총리가 내야 할 추징금 8억 8300만원 중 7억 1000만원(약 80%)을 집행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집행을 맡은 서울중앙지검은 “주기적으로 재산 조회 등을 통해 한 전 총리의 재산이 발견되는 대로 신속하게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