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반

God bless you 2021. 5. 2. 13:23

    [이슈 컷] 결국 사표 쓴다는 직장인 유튜버..회사는 어디까지 봐줘야 할까

    김지선 입력 2021. 05. 02. 08:00 수정 2021. 05. 02. 09:05 댓글 3

     

     

    (서울=연합뉴스) 지난 3월 울산 한 초등학교 교사 A씨가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올해 1월 초부터 2월까지 온라인 유료 강의 사이트에서 겸직 허가도 받지 않은 채 부동산 투자 강사로 활동했기 때문인데요.

    A씨 강좌 수강료는 1인당 25만 원이지만, 재능기부 차원에서 무료로 강의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울산시교육청은 A씨를 수사 의뢰했고, 결과에 따라 징계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는데요.

    노옥희 울산시교육감은 "영리 행위 적발 시 엄정 대처하라"고 지시했죠.

    누리꾼들은 "사명감으로 일하는 교원 얼굴에 먹칠했다.", "교직은 용돈벌이로 생각한 듯" 등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초등 교사와 같은 공무원은 원칙적으로 공무 외 돈 버는 일에 종사하거나 다른 직무를 겸할 수 없기 때문인데요.

    다만 교육부 지침에 따라 교사의 유튜브 채널 운영이 가능하고, 수익 발생요건 도달 시 교장이 겸직을 허락하면 소득을 얻을 수 있죠.

    이처럼 유튜버 등 투잡을 통해 부수입을 챙기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문제가 속속 불거지고 있는데요.

    직장인이 자신이 속해 있는 기관, 업체 등과 갈등을 빚다가 아예 조직을 떠나는 경우도 생겨납니다.

    대기업 사원이자 유튜버였던 '돌디'가 대표적인데요.

    2019년 2월 '직장 관련 문제가 생겼다'며 돌연 활동을 중단했던 돌디는 넉 달 만에 돌아왔지만, 결국 전업 유튜버로 전환했죠.

    펀드 매니저였던 유튜버 '슈카월드'도 회사로부터 '유튜브 활동이 중징계 사유에 해당한다'는 말을 듣고 자진 퇴사했다고 털어놨습니다.

    '평생직장' 개념이 퇴색되고 월급만으로 부자가 되기 힘들어진 요즘 샐러리맨의 'N잡러' 열풍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작년 9월 설문조사에서 직장인 4명 중 1명 이상은 개인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이라고 답했고, 성인 63%는 유튜버를 꿈꾼다는 조사 결과도 있었죠.

    젊은 시절 큰돈을 벌어 조기 퇴사를 꿈꾸는 '파이어족'이 등장한 것도 이 같은 추세에 한몫했는데요.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 사태로 인한 소득 침체, 고용 불안정과 더불어 재택근무로 생긴 시간적 여유를 활용하려는 이들이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반면 직원이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기를 바라는 기업들은 근로계약서나 취업규칙을 통해 겸업을 아예 막거나 사전 허가사항으로 정하고 이를 어길 시 징계 사유로 삼기도 하는데요.

    박현수 노무사는 "겸직이 적발된 직원에 대해 어떤 제재를 할 수 있는지 묻는 자문사가 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헌법에 명시된 '직업 선택의 자유'가 기업 사규에 우선하기 때문에 근로시간 외 겸직만을 이유로 근로자를 징계할 수는 없습니다.

    '기업 질서나 노무 제공에 지장 없는 겸직까지 전면적, 포괄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판례도 있죠.

    하지만 겸업으로 인한 근무태도 불량, 회사 영업비밀 유출 및 명예 실추 등이 입증된다면 해사 행위로 인정될 위험성이 있습니다.

    업무시간 중 찍는 '브이로그' 역시 회사 시설관리권 침해에 해당, 사전 협의가 없었다면 징계 대상인데요.

    근로기준법은 징계 시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폭넓게 규정하고 있어 사내 인사위원회가 각 사안을 개별적으로 따져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죠.

    윤지영 직장갑질119 변호사는 "근로자 겸업이 어디까지 손해를 끼친다고 봐야 할지 판단이 어렵다"며 "회사마다 징계 사유와 수준이 다양한지라 징계가 맞는지, 징계한다면 어느 정도가 적절한지 불분명한 상황"이라고 짚었습니다.

    명확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는 이상 갑론을박은 이어질 전망인데요.

    돌디는 "몇 개 영상은 회사 이미지를 실추시킬 수 있어 내리라는 지시를 받았지만, 납득되지 않는 게 많았다"고 토로하기도 했죠.

    자칫 '요주의 인물'로 찍히거나 직장 내 괴롭힘으로 번질 우려도 있습니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 때문에 2018년 '부업·겸업 촉진에 관한 지침'을 발표, 이를 적극 장려하고 있는 일본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인데요.

    전문가들은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상을 반영, 근로계약 및 관련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남궁준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경영계나 노동계, 정부가 직무 수행에 지장 없고 회사에 피해 주지 않는 범위에서 겸직할 수 있다는 기본원칙을 확인하고, 예외적으로 징계사유가 될법한 구체적 사례를 담은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는데요.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전업(轉業), 겸업이 거스를 수 없는 시대 흐름인 만큼 고용단계에서 겸직 허용 범위를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지선 기자 권예빈 인턴기자

    sunny1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