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익 시인_아사달의 초승달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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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과 배우

2021. 7. 29.

月刊文學628 2021년6월호에서 옮김

이 시대 창작의 산실 ㅣ 조남익 시인 ㅣ 대표작

 

 

          아사달의 초승달

 

 

옛 도읍지 아사달의 빈터에 가면

산신이 된 단군은 간 곳 없고

머언 거울에 비치는 초승달 그림자

때로는 둘이 되고 셋으로 갈라서기도 했지만

본래 아사달의 속순썹 씨 받아 태어나고

지금도 뛰노는 내 심장속의 초승달

땅을 뚫고 솟는 죽순의 힘이 거기 있었다

씨암탉 한 마리 아기작아기작 걸어나온다

누가 무어라 해도 배달겨레는 한 씨들이라고

 

 

                   손님 되어 간다오

 

 

돌덩이들의 속삭임을 들어라

손님처럼 왔으니 손님처럼 간다오

 

다람쥐의 예쁜 자태를 보라

누가 죽음이라 했는가, 날렵하게 간다오

 

물은 연잎을 적시지 않았고

연잎 또한 물을 깨뜨리지 않았다오

 

거친 세강 홀로 온 것 같지만

삼라만상의 따뜻한 품의 평생이었다고

 

멀고 먼 길을 나선 이들의 귀한 손님

거룩한 한 생애의 손님되어 간다오

                       (조남익;산바람소리 외 9권의 시선집 충남문학상, 윤동주문학상, 한국문학상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