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미_꿈의 창문 외1편

댓글 2

관객과 배우

2021. 11. 11.

꿈의 창문/최영미               

 

 

허공에 색色을 덧칠한 언어들

말이 말을 낳고

은유가 은유를 복제하는

요사스러운 말의 잔치에 질려, 나무를 보고

눈을 떴다 감았다

초록에 굶주린 몸이 도서관을 나온다

 

시 따위는 읽고 쓰지 않아도 좋으니

시원하게 트인,

푸른 것들이 보이는

자그만 창문을 갖고 싶다

담쟁이넝쿨처럼 얽힌 절망과 희망을 색칠할.

 

 

지하철 유감                   

 

 

내 앞에 앉은 일곱 사람 중에

청바지를 발견할 수 없다면

청바지를 앉히지 않은 의자가 있다면,

 

내 앞에 앉은 일곱 남녀 가운데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지 않는 사람이

(하나라도!) 있다면,

나는 이 스마트한 문명을 용서해줄 수 있다

                              ( 최영미 시집 《다시 오지 않는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