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2021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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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2021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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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과 배우 >좋은 수필< 김남조_두 나무

김남조 콩트집 《아름다운 사람들 》 중에서 두 나무 높은 산의 제일 높은 봉우리에 아름다운 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습니다. 그 나무의 정수리는 땅 위에서 으뜸의 높이였고 하늘에선 그중 가까운 지상이었습니다. 햇빛은 날마다 이 나무를 빛으로 목욕시키듯이 감싸 안았고 흙 속에 묻힌 뿌리까지 따스하게 덥혀 주었습니다. 그 빛은 아래로 부채살처럼 퍼지면서 산과 들판을 골고루 데워 주었으므로 빛이 모자라 힘겨워하는 초목은 한도 없었습니다. 말하자면 이 작은 나무는 많은 물을 마음껏 뽑아 쓰게 하는 저수지 같은 이치였습니다. 이 나무를 몹시 사랑하신 하느님께선 어느 날 자애로운 웃음을 지으시며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저 편 산 위를 보아라, 자, 무엇이 있는냐?" 나무가 건너편 산 위를 자세히 바라보니 구름이 지..

15 2021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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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과 배우 박철 시_빨랫줄 외7편

박철 시집 《없는 영원에도 끝은 있으니》창비시선420 박철 서울 강서구(구 김포)에서 태어나 단국대 국문과 졸업, 시집 《김포행 막차》, 《밤거리의 갑과 을》 외 다수 천상시문학상, 백석문학상 수상 빨랫줄 건너 아파트에 불빛이 하나 남아 있다 하늘도 잠시 쉬는 시간, 예서 제로 마음의 빨랫줄 늘이니 누구든 날아와 쉬었다 가라 약속 첫눈 오면 대한문에서 만나자는 약속으로 눈 오는 날 덕수궁 앞을 서성이는 이들이 있다 여긴 눈이 오는데 거긴 오지 않는 탓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어둠은 내리고 사람들은 고무줄처럼 제 집으로 간다 그래도 무언가 남아 서성이는 것들이 있고 또 언젠가 저 곱상한 어둠처럼 어김없이 우리에게 죽음이 찾아온다면 죽은 뒤라도 어디에서 만나자고 당신과 쪽지 나누고 싶다 아, 그러면 어디가 좋을..

12 2021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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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과 배우 마가목 열매는 산수유보다 빨리

동네 한바퀴, 두바퀴 걷는 것이 오로지 생활의 기쁨이며 목적인 양 매일 걸었는데, 발바닥에 염증이 생겨 한 달 동안 산책을 못하고 있다. 꾸준한 물리치료 덕분에 오랜만에 걸었다. 그동안 마가목의 푸른 열매가 붉게 물들어 화려한 황금기를 보내고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곁에 있는 키가 작은 산수유는 붉은 색이 되기 위해 온 힘을 쏟고 있다. 숲 속에서 꽃을 피우는 꽃나무 중, 산수유는 초봄에 피는 꽃나무로 제일 먼저인 듯 노란꽃을 피우지만 열매는 마가목이 더 빠르게 물들이고 있었다 해마다 식물들은 반복해서 *그냥 그래야 하는 것처럼* 봄에는 꽃을 피우고 가을이 되면 열매를 맺는다. 그럼 올해 또 가을을 맞이하는 자신은 어떻게 해야할까? *삶이 그냥 그렇게 살아야 하는 것처럼 , 살면 될까? 정답일까. * ..

23 2021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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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과 배우 만해 한용운_<사랑하는 까닭>을 읽고

사랑하는 까닭/한용운(1879~1944)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홍안만을 사랑하지만은, 당신은 나의 백발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내가 당신을 그리워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미소만을 사랑하지만은, 당신은 나의 눈물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내가 당신을 기다리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건강만을 사랑하지만은, 당신은 나의 죽음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지난 주말에 TV 체널을 여기저기 돌리는데, 마침 '만해대상'시상식을 중계하고 있었습니다. 며칠 전에 신문에서 읽었지만 제가 좋아하는 소설가 오정희작가가 만해문예대상을 수상하였어요. 축하축하 '2021 만해 대상 시상식'을 계속 시청하면서 한용운 시인..

21 2021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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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과 배우 구재기_으름넝쿨꽃 외2편

《月刊文學 》630 2021년8월에서 옮김 이 시대 창작의 산실 ㅣ 구재기 시인 ㅣ 대표작 으름넝쿨꽃 외2편 이월 스무아흐렛날 면사무소 호적계에 들러서 꾀죄죄 때가 묻은 호적을 살펴보면 일곱 살 때 장암으로 돌아가신 어머님의 붉은 줄이 있지 다섯 누이들이 시집가서 남긴 붉은 줄이 있지 우리 동네에서 가장 많은 호적의 붉은 줄 속으로 용하게 자라서 담자색으로 피어나는 으름넝쿨꽃 지금은 어머니와 두 형들의 혼을 모아 쭉쭉 뻗어나가고 시집간 다섯 누이의 웃음 속에서 다시 뻗쳐 탱자나무숲으로 나가는 으름넝쿨꽃 오히려 칭칭 탱자나무을 감고 뻗어나가는 담자색 으름넝쿨꽃 달ㅡ千房山에 오르다가 ·46 1 千房山 절터에 달이 밝으면 보살님 웃음소리 등 너머로 들려온다 어디선가 香내음이 몰려 와 늙은 소나무 가장이*에 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