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茶 이야기

여민류혜숙 2011. 4. 3. 15:31

스스로 향기를 내는 차. 다른 것이 섞이면 차는 그 맛을 잃는다. 독특하고 진하지는 않지만 풋풋하고 싱그러운 향. 순수해서 다른 것에 쉽게 하나가 되기도 한다.

연꽃에 넣으면 연화차가 되어 연꽃의 향기에 자신을 내놓고 만다. 국화 옆에 서면 국화에 취해버린다. 그렇기 때문에 무엇이 섞이면 그때는 녹차라는 이름을 잃어버린다.

어떨 때는 자신의 작은 것으로 남을 빛내기도 한다. 그러나 차는 스스로의 향기와 맛을 간직하고 있을 때 차이다. 순수한 향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차를 좋아한다.

다른 음식들은 스스로의 맛보다는 양념이나 다른 것에 의지하여 맛을 낸다. 아니 요즘 사람들이 음식을 만들 때 고유한 자체의 맛과 향보다는 다른 것을 더 많이 가미하다 보니 본래의 맛을 잃었는지도 모른다. 이러한 맛에 길들여지다 보니 양념을 많이 넣지 않으면 안되는 의존적 맛이 되어 버렸다.

음식과 마찬가지로 우리들의 삶도 자신에 충실한 자신의 모습보다는 꾸며지고 가장된 것들이 많다. 하루를 생활하는 것을 돌아보면 대부분의 것을 의존하여 살아가고 있다.

따져보면 먹는 것, 입는 것, 자는 것 어느 것 하나 스스로 해결하는 부분이 있는가?
현대인에 비해 옛 선인들은 이러한 부분에서는 훨씬 자립적이었던 것 같다. 자립적일 때만이 외부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살 수 있고, 떳떳할 수 있으며 자기의 향을 발할 수 있다.

차에는 진향(眞香), 난향(蘭香), 청향(淸香), 순향(純香)이 있다.
안팎이 한결같은 것이 순향이요, 설지도 데쳐지지도 않은 것은 청향, 불기운이 고른 것은 난향, 곡우전 차의 싱그러움이 고루 갖추어진 것은 진향이라 한다.
또한 함향(含香), 누부향(漏浮香), 간향(間香)이 있으나 모두 좋지 못한 향기이다. - (초의 스님 다신전에서).

사람에게도 향기가 있다 하는데 나의 향기는 어떠할까? 남에게 많이 의존하는 삶이라면, 집에서의 생활과 밖에서의 생활이 다르다면, 또 한쪽에 치우쳐 생활한다면 이는 함향이거나 누부향, 간향이다.

봄의 싱그러운 향기를 발하는 진향같은 삶이라면, 안으로 우주의 생명을 가득 머금고 밖에 보이는 모습은 연약하고 순수한 모습.
생명을 귀하게 여길 줄 알고 자신의 삶을, 화사하게 피어 있는 개나리 진달래 앵두꽃과 같이 아름답게 가꾸어 가는 아름다운 모습으로 스스로의 향기를 발해야 한다.

청향의 삶이라면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중용의 모습. 있을 곳에 서서 분에 넘치지 않게 행동하며 사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