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다도이야기

여민류혜숙 2014. 4. 4. 15:14

 

淸夜吟청야음

 

                                                             邵康節 소강절

 

       
   月到天心處 월도천심처 : 달은 하늘 깊은 곳에 이르러 새벽을 알리는데

   
風來水面時 풍래수면시 : 어디선가 바람은 불어와 물 위를 스쳐가네

      
      一般淸意味 일반청의미 : 너무나 사소하지만 일반적이고 의미 있는 것들

               
            料得少人知 료득소인지 : 아무리 헤아려 봐도 이해할 수 있는 사람 아주 적네

 

천지의 청고(淸高)한 풍광(風光)을 묘사한 것이 아니라,

명리(名利)를 떠난 도심(道心)의 청명(淸明)을 풍광에 비유하여 토로한 작품입니다.

 

소강절(邵康節)(1011~1077)
'강절(康節)'은 시호(諡號)이고 이름은 옹(雍),
자는 요부(堯夫),

중국 송나라의 학자이며 시인으로 호(號)는 안락선생(安樂先生)입니다.

저서로는 황극경세서(皇極經世書) 격양집(擊壤集) 소자전집(邵子全集)이 전합니다.

 

소강절(邵康節)은 젊어서 과거 급제하여 이십대에 벌써 상서(장관급)의 지위에
오른 사람입니다.  그는
문장이 빼어나고, 시를 잘 지었으며, 주역에 아주 밝았고,

학문이 높아 중국에서는 그 당시에 유명한 학자였습니다.

 

그런데, 소강절(邵康節)공부하느라고 벼슬이 높이 된 이십대 후반에 가서야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신부와 첫날 밤을 보내고 긴장한 탓인지 새벽에 너무 일찍

잠이깨었습니다. 아직 닭은 울지 않고, 밖으로 나갈 수도 없고 해서 심심하던 차에

산가치를 뽑아 점을 쳐 보았습니다. 과연 하룻밤 잤지만 아이가 생겼을까 궁금했던

겁니다. 점을 친 결과 아들이 생겼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아직 닭은 울지

않고, 날이 샐려면 멀었습니다. 그래서 그 아들의 평생 운수를 점쳐보게 되었는데,

소강절 자기보다는 못해도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 팔자였습니다.

 

그러면, 이 아들이 낳을 내 손자는 어떤 운명을 타고 살아 갈까가 궁금해졌습니다.

그 아이도 그런대로 괜찮았습니다. 이렇게 한 세대 한 세대 점쳐 내려 가다가 5대손에

이르렀는데, 그는 중년에 '역적 누명'을 덮어쓰고 사형 당할 운명이었습니다.

그날 밤 날이 새고 소강절은 평생 아내에게 말도 못하고 그 일을 고민하며 살았습니다.

 

세월이 흘러 드디어 소강절도 늙어 그가 죽기 전에 아들 손자 며느리 손부 등을
모아 놓고
유언하는 자리에서 맏며느리에게 비단으로 싼 함을 하나 내어 주면서 

"살아가다가 집안에 무슨 큰 일이 생기거든 이 보자기를 풀어 보라.

만약 너의 대에 큰 일이 생기지 않거든 네 맏며느리에게 물려 주고,

그 맏며느리 대에 아무 일이 없으면 다음 맏며느리에게 물려주고
하여 대대로 이 함을 전하라."
고 하였습니다.

 

유언은 그대로 실행되었습니다. 맏며느리에게서 맏며느리에게로 함은 전달되었습니다.

그런데, 5대 손부에게 정말 큰 일이 일어나고야 말았습니다. 남편이 역적 누명을 덮어쓰고

감옥에 하옥되었던 겁니다. 역적은 멸문지화를 입을 것이 뻔하므로 집안이 아예 망해버릴
순간
이었습니다. 백방으로 구명할 길을 찾았으나 방법이 없었습니다.

 

 밤새 꽁꽁 앓던 5대 손부는 새벽녘에 갑자기 시어머니의 유언이 생각났습니다.

급히 벽장을 열고 함을 꺼내 비단 보자기를 풀어보니 거기에는 [잠시도 지체하지

말고 이 함을 형조 상서 집에 가져다 전하라.]라고 씌어 있었습니다. 집사를 불러 급히

의관을 갖추라 한 후에 함을 형조 상서 집에 보냈습니다. 낙양성 중에서도 형조 상서네

집은 거리가 좀 먼 곳에 있었지만 집사는 뛰다시피 하여 그 집에 당도했습니다.

 

형조 상서는 아침을 먹고 의관을 차려 입고 막 입궐하려던 참이었습니다. 하인이 와서

 아뢰기를 "소강절 선생의 유품을 가지고 나으리를 뵙고자 청하는 사람이 왔습니다."

형조 상서는 그 말을 듣고 100여년 전에 작고했지만 그 명망 높은 대 정치가요 문장가이자,

 큰 학자요 대 시인이고, 특히 동서고금을 통털어 주역에 완전 달통하여 천지가 돌아가는

운수와 사람의 길흉화복은 물론, 이 세상의 모든 이치를 한 손바닥에 꿰고 있던 분의

선물을, 방안에 앉아서 받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마당까지 나아가 돗자리를 깔게 하고 한 쪽 무릎을 꿇고서 그 유품을 받았습니다.

유품을 받는 순간 자기가 방금 앉아 있던 사랑채가 별안간 통채로 폭삭 무너져 내리는 것이
아닌가? 깜짝 놀란 형부 상서는 급히 함을 열어 보았습니다. 함 속에는 아무 것도 없고

글자 열 자가 씌어진 하얀 창호지 한 장만 뎅그러니 들어 있었습니다.

 

상서는 재빨리 펼쳐 보았습니다.
그 글에는, [活汝壓樑死활여압량사 救我五代孫구아5대손]이라
적혀 있었습니다.

 '네가 대들보에 깔려 죽을 것을 살려주니, 나의 오대손을 구해 달라.'라는 뜻입니다.

재 수사를 명한 상서는 오대손의 무죄함을 가려 내어 그를 살려 주었던 것입니다.

참으로 묘하고 묘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소강절(邵康節)은 평생 동안 자기 손자를 구하기 위해 손자 대에 살아갈 모든 사람들의

점괘를 뽑아 보고 대들보에 깔려 죽을 형부 상서의 운수를 알아 냈던 것이니,

하늘과 땅이 함께 놀랄 일이 이보다 더한 것이 어디 있겠는가? 또한, 이 어찌 후대인들인

우리들로 하여금 입에서 입으로 전해질 이야기라 아니할 수 있겠는가? 세상에는

기이한 일도 많고도 많지만 참으로 기적 같이만 여겨지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한국은 중국 문화의 영향이 큰 탓인지 우리네 부모들은 자기 자식들이 자자손손 

대대로 아무런 사고나 우환없이 평안하게 잘 살았으면 하는게 욕구간절한

소망일 겁니다. 아무리 세상이 변해도 자식을 위하는 부모의 마음은 변함이 없을 겁니다.

 

주역에 통달소강절(邵康節)의 지혜로움과 신통방통함이

참으로 숭고하고 아름답기만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