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성자료실/칼럼

마성 2012. 2. 24. 14:35

 

정당한 전쟁은 없다

마성 스님/ 팔리문헌연구소장

 

유엔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마침내 미국은 전쟁을 일으켰다. 이라크 공격의 명분은 독재자 사담 후세인을 이라크에서 축출시키기 위함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서 독재자 후세인으로부터 이라크 국민들을 해방시킨다는 것이 이번 전쟁의 명분이다. 하지만 이것을 액면 그대로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미국의 이라크 공격은 자국의 이익을 위한 것임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전 세계의 지도자들도 이러한 미국의 속셈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라크 침공을 자제해 달라고 미국에게 강력히 요청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러한 제안들을 모두 거부하고 결국 전쟁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했다. 이러한 미국의 부도덕성과 부당함, 그리고 패권주의에 항의하는 반전 시위가 세계 도처에서 계속되고 있다. 전쟁을 막기 위해 인간 방패가 되기를 자처한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참으로 용기 있는 사람들이다.

 

 미국의 최첨단 무기들은 가공할 위력과 정확성을 가지고 있다. 재래식 무기로 이에 대항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전쟁 초기에 이미 이라크의 전력을 완전히 무력화시켜 버린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한마디로 상대가 되는 않는 전쟁을 자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 전쟁에서 미국이 승리하고 이라크가 패배한다는 것은 거의 자명한 사실이다. 그 누구도 이라크가 미국을 상대로 이 전쟁에서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

 

이라크의 입장에서 보면 미국과 연합군은 침략자들이다. 군사력이 강하다고 해서 남의 나라를 선제공격한 것은 힘의 논리이지 정의는 아니다. 미국과 이라크의 전쟁은 성인과 어린 아이의 싸움에 비유할 수 있다. 이런 싸움은 옆에서 강자를 말려 약자를 보호해 주지 않으면 안 된다. 약자도 존재해야 할 이유와 가치가 있는 것이다. 이 세상에서 그 누구도 남의 생명을 함부로 죽일 권리가 없다.

 

전쟁은 인간이 만든 재앙이다. 이 지구상에서 가장 나쁜 죄악이 바로 전쟁이다. 인류 역사상 가장 큰 대참사는 인간들의 대립에 의한 전쟁에서 비롯된 것이다. 전쟁은 인간과 동물의 대량 살육을 가져오고, 인류의 귀중한 문화유산을 파괴함은 물론 자연환경과 생태계를 파괴시킨다. 결국 전쟁은 어느 한 나라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전 인류에게 크나큰 재앙을 가져다준다. 따라서 전쟁은 무지한 인간의 탐욕이 빗어낸 극악무도한 죄악일 뿐만 아니라 만악(萬惡)의 근원이다.

 

불교는 비폭력과 평화의 종교로 잘 알려져 있다. 불교는 어떠한 종류의 폭력이나 살생도 인정하지 않는다. 불교에 따르면 ‘정당한 전쟁’이란 없다. 전쟁은 오직 증오, 잔인한 행위, 폭력 및 대량 학살을 정당화하고 변명하기 위해 만들어 유포시킨 그릇된 용어이다. 누가 정당한지 부당한지를 결정하는가? 강하고 승리한 자는 정당하고, 연약하고 패배한 자는 부당하다. 우리의 전쟁은 언제나 정당하고 상대방의 전쟁은 항상 부당하다. 이러한 입장을 불교에서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전쟁으로 얻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반면 전쟁으로 잃는 것은 너무나 많다. 전쟁은 원한과 상처만 가져다준다. 전쟁은 모든 것을 파괴시켜 버린다. 전쟁의 최대 희생자는 어린이와 부녀자들이다. 그들은 아무런 영문도 없이 죽음의 문턱을 드나들게 된다. 전쟁은 각 개인의 삶을 송두리째 빼앗아 간다. 그리고 전쟁의 상처는 오래 남는다.

 

미국은 무력으로 이라크를 항복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라크 국민들의 마음까지 항복시키지는 못할 것이다. 무력으로 상대를 일시적으로 굴복시킬 수는 있지만 상대방에게 깊은 원한심을 가져다준다. 상처받은 무슬림들의 가슴속에 남아있는 증오와 원한은 누가 치료해 줄 것인가. 전쟁은 또 다른 전쟁을 가져온다.

 

정당한 전쟁이란 없다. 미국은 지금 당장 전쟁을 중단해야 한다. 이라크 국민들에게 고통을 안겨준 그 범죄행위를 참회하고, 전후 복구비 일체를 지불해야만 할 것이다. 미국인들은 가까운 장래에 이번 전쟁의 댓가를 반드시 되돌려 받게 될 것이다. 이것은 불변의 인과응보이기 때문이다. 지구촌의 평화와 인류의 공존을 위해 더 큰 재앙을 초래하지 말고, 미국은 지금 당장 전쟁을 중단하라.

- 《불교정보센터》2003년 3월 24일자 ‘초청칼럼’난에 게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