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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성 2018. 1. 23. 14:54


생일에 대한 단상

 

90년대 초반 스리랑카의 사찰에 살고 있을 때 일이다. 어느 날 한 비구가 절에서 같이 사는 다른 대중 20명에게 영어사전 1권씩을 나누어주는 것이었다. 나는 그 스님에게 왜 비싼 사전을 보시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오늘 자신의 생일날인데, 조금이라도 복을 짓기 위해 매년 이렇게 보시한다고 말했다. 스리랑카의 다른 스님들도 자기 생일날 보시하는 것이 하나의 전통으로 전해온다는 것이었다.

 

원래 비구는 걸식에 의해 살아간다. 365일 재가신자로부터 공양을 받는다. 그러나 자신의 생일날만은 그동안 모아둔 돈으로 다른 사람을 위해 보시를 실천한다는 것이었다. 그때 나는 비로소 출가자가 생일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가를 알게 되었다. 그때부터 나는 지금까지 나의 생일을 기념하는 행사를 일체하지 않았다. 나의 생일날 아무도 모르게 다른 사람에게 베풀어왔다.

 



스리랑카에서 돌아와 사찰을 운영할 때, 신도들에게 생일잔치한다고 비싼 음식점이나 유흥장 혹은 노래방에 가지 말고, 그 돈으로 생일불공을 올리라고 권했다. 몇몇 신심 돈독한 신도들은 그렇게 실천했다. 그런데 생일불공은 과거 한국불교에서도 널리 행해졌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예전의 우리 할머니나 어머니는 가족의 생일날이 되면 절에 가서 부처님께 감사의 생일불공을 올렸다. 그러나 이 좋은 전통은 50년대 불교분규 이후 단절되고 말았다.

 

동아시아 전통에서는 탄생을 축복으로 여긴다. 그 때문에 백일잔치, 돌잔치, 회갑잔치, 칠순잔치 등 요란스런 축하연을 마련했던 것이다. 그러나 인도인들은 태어남()을 즐거움이나 축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태어남이란 곧 괴로움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부처님도 태어남(), 늙음(), 병듦(), 죽음()을 네 가지 괴로움(四苦)이라고 선언했다. 태어남을 괴로움이라고 보는 것은 인도인들의 사고에서 비롯된 것이다. 고대부터 인도인들은 윤회의 원인은 태어남이라고 인식했던 것이다.

 

재가자가 자기 돈으로 호텔에서 생일잔치를 한다고 해서 크게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 그러나 요즘은 자칭 큰스님이라는 사람들이 고급호텔에서 화려한 금란가사를 수하고 호화로운 생일잔치를 갖는다. 이러한 것은 출가사문에게 어울리는 일이 아니다. 부처님이 살아계실 때 자신의 생일을 기념하는 행사를 실시했다는 기록을 나는 아직 보지 못했다. 경장에도 율장에도 발견되지 않는다. 부파불교 시대의 승려들도 생일을 기념하는 행사를 실시했다는 기록을 찾을 수 없다.

 

간혹 어떤 스님은 자기 생일을 신도들에게 널리 알린다. 그러면 신도들은 값비싼 선물과 봉투를 마련해 가지고 생일을 축하한다고 찾지 않을 수 없다. 신도들에게 폐를 끼치는 일이다. 돌아가신 법정 스님도 승려들의 생일잔치를 비판한 글을 쓴 것으로 기억된다. 그런데 페이스북에서는 원하지 않아도 그 사람의 생일을 공개해 버린다. 올 생일날에도 잠수를 타야 할 것 같다




그럼 다른사람 생일엔 어떻게 하나요? 보통은 축하하고 선물을 하는데,, 궁금합니다 !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당연히 축하해 드려야지요. 꽃이나 작은 선물을 드려도 좋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