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성자료실/칼럼

마성 2019. 4. 14. 18:39


불교의 보편성과 특수성

 

마성/ 팔리문헌연구소장

 

붓다는 타종교에 대해 두 가지 태도를 견지했다. 하나는 타종교 존중의 정신을 견지하였고, 다른 하나는 불교의 정체성을 드러내어 타종교와 다른 차별성을 부각시켰다. 이른바 불교의 보편성과 특수성을 분명하게 구분했다. 그러나 이러한 불교의 보편성과 특수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람들은 불교와 타종교 간에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은 붓다의 가르침을 왜곡하는 잘못된 견해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붓다는 당시 인도의 바라문사상과 문화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다. 특히 카스트에 기초한 계급적인종적 차별에 대해 붓다는 강하게 반대했다. 붓다는 태생에 의해 바라문이 되기도 하고, 태생에 의해 비()바라문이 되기도 한다. 행위에 의해 바라문이 되기도 하고, 행위에 의해 비바라문이 되기도 한다.”(Sn.650)고 주장했다.

 

그렇다고 해서 붓다는 바라문의 신분을 비하하거나 폄훼하지 않았다. 붓다는 당시의 바라문사상과 문화는 물론 외도(外道)들의 고행주의도 일방적으로 힐난하거나 비방하지 않았다. 붓다는 비난해야 할 것은 비난하고, 칭송해야 할 것은 칭송했다. 붓다는 언제나 그것이 이치에 합당한지, 그것이 유익한 법인지 혹은 해로운 법인지에 따라 그것의 옳고 그름을 판단했다. 이처럼 붓다는 외도들에게 유연하게 대처하였을 뿐, 결코 그들을 적대시 하거나 비하하지 않았다.

 

붓다는 당시의 다른 종교 사상가들의 주장에 대해 어떠한 합리적인 이유 없이 맹목적으로 비난하거나 칭송하는 태도를 취하지 않았다. 붓다는 평소 제자들에게 어떠한 가르침이라도 맹목적으로 받아들이지 말라고 권고했다.(AN..189) 그것이 이치에 합당한 것인지, 나와 남에게 유익한 것인지 심사숙고한 다음에 받아들이라고 가르쳤다.

 

불교에서는 특정한 가치나 믿음에 대해 그 어떤 전제나 정당한 근거 없이 받아들이지 않는다. 정당한 근거의 판단 기준은 그것이 유익한 법인가 아니면 그것이 해로운 법인가에 달려있다. 따라서 불교도는 다른 견해나 가치 또는 특정한 신념 등에 대한 평가에서 매우 실용적인 태도로 접근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윤리적인 측면에서 보면 세계의 모든 종교는 악()을 지양하고 선()을 권장하고 있다. 이것이 모든 종교가 갖고 있는 보편성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모든 종교는 동일하다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모든 종교는 사회악을 뿌리 뽑는데 기여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불교에서는 모든 악을 끊고, 뭇 선을 받들어 행하며, 그 마음을 깨끗이 하는 것, 이것이 모든 붓다의 가르침이다.(諸惡莫作, 衆善奉行, 自淨其意, 是諸佛敎.)”고 정의하고 있다. 이 게송에서 전반부는 불교의 보편성을 나타낸 것이고, 후반부는 불교의 특수성 혹은 차별성을 나타낸 것이다.

 

불교는 다른 종교에서 말하는 윤리도덕에 만족하지 않고, 더 나아가 그 마음을 청정하게 하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즉 다른 종교는 윤리도덕에 만족하지만, 불교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자기의 마음을 청정하게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것이 바로 불교의 특수성이라고 할 수 있다.



― 그리스의 영향을 받은 초기 간다라 불상 ―

 

한편 초기불교는 세 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 이른바 지적(知的) 측면에서는 합리성과 객관성을 갖고 있고, 정의적(情意的) 측면에서는 윤리성과 인간성을 갖고 있으며, 대사회적(對社會的) 측면에서는 세계성과 보편성을 갖고 있다. 이것이 바로 불교의 특수성이다.

 

첫째, 지적 측면에서 보면 초기불교는 다른 종교사상에 비해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특징을 갖고 있다. 인도에서 발생한 종교와 철학은 해탈을 궁극의 목적으로 삼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서 태동한 종교와 철학보다 이지적이고 이론적이다. 그러나 붓다시대의 육사외도(六師外道)는 인도에서 태동한 종교사상임에도 불구하고 이론과 실천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초기불교의 대표적 교설인 사성제(四聖諦), 연기법(緣起法), 삼법인설(三法印說) 등은 매우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진리이다. 특히 무아설(無我說)은 그 어느 종교나 철학에서도 언급하지 않은 불교만의 고유한 사상이다.

 

둘째, 정서적 측면에서 보면 초기불교는 다른 종교에 비해 윤리적이고 인간적인 특징을 갖고 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모든 종교는 악을 지양하고 선을 권장한다. 그러나 유일신을 믿는 종교는 타종교에 대해 매우 적대적이고 공격적이다. 유일신 종교는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성전(聖戰)’도 불사한다. 그러나 불교에서는 어떠한 경우에도 정당한 전쟁을 인정하지 않는다. 불교에서는 사람의 생명은 물론 일체의 생명을 빼앗는 행위를 금한다. 이와 같이 불교는 다른 종교에 비해 윤리적이고 인간적인 종교임은 부정할 수 없다.

 

셋째, 대사회적 측면에서 보면 초기불교는 다른 종교에 비해 세계적이고 보편적인 특징을 갖고 있다. 몇몇 종교는 지역이나 민족을 위해 성립되었지만, 불교는 특정한 민족이나 국가를 위한 종교가 아니다. 인도의 바라문교나 자이나교는 인도인을 위한 종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유대교는 유대인을 위한 종교로 남아 있다. 반면 불교는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다 받아들일 수 있는 보편적인 종교로 인정받고 있다. 또한 불교의 승가에는 누구나 입단할 수 있도록 문호가 개방되어 있다.

 

이와 같이 초기불교는 세 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 그러나 시간이 경과하면서 일부 퇴색된 측면도 있지만, 불교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 모든 형태의 불교는 이러한 세 가지 특징을 어느 정도는 갖고 있다. 따라서 불교는 타종교와 공유할 수 있는 보편성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불교만의 고유한 차별성을 갖고 있다.

 

이러한 차별성 혹은 특수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타종교와 불교는 차별이 없다거나 타종교의 활동을 무비판적으로 그대로 모방하는 것은 불교도의 올바른 태도라고 할 수 없다. 이상에서 살펴보았듯이, 붓다는 타종교 존중의 정신을 견지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불교만의 고유한 정체성을 드러내고자 했다. 이것이야말로 불교도들이 타종교와 접촉했을 때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가에 대한 모범답안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