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로빈 2017. 8. 2. 12:12



전쟁은 선과 악의 대결이 아닌 인간이 만들어낸 재난이다

 

스토리 라인

19405 26일 유럽 서부 전선에서 프랑스 벨기에 군을 돕기 위해 진출했던 영국 대륙 원정대와 프랑스군, 벨기에군은 프랑스 북부의 작은 항구 덩케르크에서 독일 기갑군에 포위된다. 연합군은 독일군에 쫓겨 이곳까지 밀리면서 대부분의 장비와 무기마저 버린 상황으로 독일군이 밀어 닥친다면 이곳에 갇힌 40만의 연합군 모두가 독일군의 포로가 될 상황. 새롭게 영국 수상에 오른 윈스턴 처칠은 지금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함이 아닌 새로운 전쟁을 준비하기 위해 최대한 많은 병력을 프랑스에서 구출해야 했다. 하지만 모든 상황은 연합군에게 불리하게 작용했고 영국은 해안가로 몰려온 병력 40만중 20%만 구출한다고 해도 작전이 성공이라는 가정 아래 다이나모 작전 (Operation Dynamo)을 시작한다.

 




교묘한 시간 뒤틀기 연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2017년 신작 [덩케르크] 2차 세계대전 중 영국군의 최악의 패전을 기록한 덩케르크 전투를 배경으로 한다. Operation Dynamo로 불린 이 작전은 5 10일 독일이 프랑스를 침공하고 단 16일만에 영국군과 벨기에군, 프랑스군의 주력이 독일군에 의해 완전 포위되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나온 고육책으로 영어권에서는 덩케르크의 기적이라는 명칭으로 불리는 전투이다. 이 영화를 평가하는 많은 글이나 평가들을 보면 [덩케르크]의 독특한 구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놀란 감독은 해변 바다 하늘 이라는 당시 전장의 세가지 배경을 각기 다른 시간의 흐름으로 연결하며 영화를 진행 시키고 있는데, 이를 통해 각기 다른 시간으로 구성된 Segment들이 점차 시간의 차이를 좁혀 가면서 결국 하나의 결말을 향해 진행되는 구성은 영화가 가지고 있는 스토리 라인의 약점을 상쇄하고 감독이 의도한 긴장감을 관객이 느낄 수 있도록 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놀란 감독은 자신의 영화 프로필에서 이와 같은 시간의 흐름을 의도적으로 뒤트는 구성이 전작 들에서도 많이 발견된다. 다른 시간의 흐름을 물리학 이론의 중심으로 관객을 끌고 들어간 [인터스텔라], 꿈이라는 세계에서 꿈을 꾸는 객체간에 다른 시간의 흐름을 적극적으로 사용한 [인셉션], 두명의 마술사의 경쟁을 각기 다른 시간의 흐름을 이용하여 추리적인 요소를 사용하여 풀어 나간 [프리스티지], 그리고 주인공의 처한 시점에서 시간을 반복적으로 뒤로 돌려 감으로써 음모를 꾸민 진범의 정체를 밝혀 나간 [메멘토]에 이르기까지 크리스토퍼 놀란의 독특한 시간을 이용한 스토리 라인 뒤틀기는 정말 흥미롭다. 특히 일반적인 전쟁 영화라는 장르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연출 방식일 것이라예상과 달리 놀란 감독의 시간을 다루는 영화 연출은 부족한 주인공 캐릭터 특성과 캐릭터 빌드업이라는 스토리 라인상의 구멍을 매워주는 장치로 너무나 잘 활용되고 있다.




극 사실주의 영화?

[덩케르크]를 말할 때 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내용은 현장감 또는 사실감이다. 이 영화를 감상하고 나면 뭔지 모르게 기분이 가라앉는 듯한 느낌을 가지게 되는데 그 근간에는 영화가 관객에게 전달하는 사실감이 존재한다. 영화는 관객들이 최대한 등장 인물의 감정에 이입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사실감을 극대화 하고 있다. 해변에 죽 줄지어 서 있는 병사들의 모습에서 전장을 떠나 집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그들의 소망과 죽음의 피할 수 없다는 공포를 같이 볼 수 있다. 일반적인 전쟁 영화처럼 다친 병사들의 비명 소리와 위생병을 찾는 소리, 피와 살이 찢어지고 터져나가는 사실성을 보여주지 않고, 독일군의 폭격이 끝나고 나면 시체들을 피해 다시 자신들의 대기줄로 돌아가는 군인들을 보여줌으로써 희망이 없는 해안가의 병사들의 심리 상태를 처절하게 보여준다. 도축장으로 끌려가는 소들과 같은 그들의 모습은 죽은 동료의 시체도 무덤덤하게 옆으로 치우면서 자신들의 탈출 순서를 기다리는 장면들은 아비귀한의 탈출 장면을 보여준 [에너미 엣더 게이트]의 소련 피난민 후퇴 장면이나 총탄이 쏟아지는 지옥 같은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오마하 해변과는 완전히 다른 서서히 목을 조여오는 피할 수 없는 공포와 같은 분위기가 영화를 감싸고 있다. 영화에 독일군이 등장하지 않는 것도, 간혹 등장하는 독일군 폭격기슈트카와 하인켈의 등장도 이런 긴장감과 공포를 그려내기 위한 장치로 활용되고 있다. 실제 전쟁의 참혹성을 그려 내기 위한다는 명목으로 최근의 전쟁 영화들의 폭력의 수위가  많이 높아진건 사실이다. 하지만 실제로 전쟁터에서 병사들이 느끼는 공포는 보이는 공포보다 보이지 않는 적에게 죽을 수 있다는 죽음의 공포가 더 크다. 공표 영화의 걸작인 로버트 와이즈 [혼팅](1963)이 보이지 않는 공포의 진수를 보여준 이후 [죠스](1975), [블레어위치 프로젝트]등을 통해 공포 장르에서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무서움을 관객에게 간접 경험 시키는 작업을 해왔지만 전쟁영화 장르에서 이런식의 공포를 체험하게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여기에 출연 배우들의 좋은 연기 (특히 해변의 주인공인 토미를 맏은 핀 화이트헤드, 공중전의 주인공인 파이리 역의 톰 하디의 연기는 인상적이다. 물론 크리스토퍼 놀란의 페르소나인 킬리언 머피의 등장도 인상적이긴 했다.





추천 영화?

지금까지 신나게 [덩케르크]가 얼마나 잘만들어진 영화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해 왔으니 아마 이 영화가 당연히 추천영화가 될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솔직하게 말해 이 영화를 다른 사람에게 추천해서 보라고 하기는 힘들 것 같다. 가장 큰 이유는 106분동안 패배의 무력감과 죽음의 두려움에 떨고 있는 병사들 속에 있다 나오는 기분이 그다지 유쾌하진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화려한 액션이나 신나게 터지고 죽이는 전투 장면을 기대하는 장르의 팬들이라면 지루하기 짝이 없을 수 있는 영화의 전개 과정이나, 3개의 각기 다른 에피소드가 하나의 스토리 안에서 최종적으로 결합되는 구조에 혼란이 올 수 있다. 만일 이 영화가 서스펜스 영화였거나 SF 물이라면 이와 같은 약간은 복잡하고 난해할 수 있는 구조가 더 큰 장점이 될 수 있겠지만 전쟁 영화라는 장르의 관점에서 이해하고 보기에는 힘이 들기도 하다. 놀란 감독 스스로로 인터뷰에서 덩케르크는 전쟁 영화가 아니다라고 말했듯, 영화는 처음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자신의 정체성을 전쟁 장르 영화가 아닌 재난 스릴러 영화라고 계속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연출과 시도가 좋은 결과를 가지고 왔고, 한스 짐머의 음악이나 호이트 반 호이테마의 촬영 기술이 감독의 연출력과 만나면서 정말 다시는 만들기 힘든 수준의 잘 만들어진 전쟁 재난 영화가 만들어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순수하게 재미라는 측면과 관객의 폭넓은 호응을 얻기는 쉽쉽 않을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덩케르크]가 잘못 만든 영화라는 것은 아니다. 로저 이버트 닷컴의 Matt Zoller Seitz 말했듯 이런 수준의 영화는 만들지도 못했었고, 다시 만들기도 힘들 것 같은 정말 잘 만든 영화이다.

 




1.     이 영화는 크리스토러 놀란 감독의 영화중 두번째로 러닝 타임이 짧은 장편 영화이다. ( 가장 짧은 작품은 데뷔작인1998년도 작품 팔로잉 (69)이다.)

2.     영화에서 자신의 요트를 가지고 병사들을 구하러 가는 도슨이란 캐릭터는 실제 덩케르트 철수 작전에서 자신의 요트를 가지고 참가한 Charles Lightoller의 이야기에 기반하고 있다. 타이타닉호의 2등 항해사이기도 했던 Charles Lightoller 66세의 나이에 자신의 요트를 직접 끌고 덩케르크에 가서 하루동안 55명의 병사를 구출했다.

3.     영화 초반부에 영국군의 스핏파이터 편대가 3대로 구성되어 있는 모습은 역사적인 사실에 부합되도록 구성한 모습이다. 영국군과 연합국은 편대장을 중심으로 좌우에 윙맨을 배치하는 Vic Formation을 사용했는데, 이는 독일군이 주로 사용한 4대로 구성된 Finger-Four 방식에 비하여 전투기 운영 효율성이 떨어지는 형태였다. 차후 Vic Formation은 사라지고 Finger-Four가 전투기 편대 구성의 주요 방식이 되고 있다.

4.     영화의 해변 장면은 실제 프랑스 덩케르크에서 진행 되었다.

5.     영국/네덜란드/프랑스/미국 합작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