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손우정 2008. 1. 29. 22:26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은 2008년 총선을 맞아 진보개혁세력의 현주소를 진단하는 기획 대담을 진행하고 있다. 각 당 대표보다는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인사를 통해 진보개혁세력이 겪고 있는 내부적 갈등과 극복 방안 그리고 18대 총선의 전망에 대해 들어보고자 한다.


이번에는 민주노동당 김성진 전 최고위원에 이어 대선자금과 총선전략을 둘러싼 갈등을 겪고 있는 창조한국당 김영춘 최고위원을 만났다. <편집자 주>

 


창조한국당=문국현. 창조한국당의 이미지다.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창당했고 5.8%를 득표했다. ‘사람중심 진짜경제’를 슬로건으로 이명박 당선인에게 도전한 정치 신인에게 국민들은 7년 동안 정치활동을 해온 민주노동당보다 많은 표를 던졌다. 그러나 대선 이후 창조한국당은 이상스러울 만치 조용하다. 언론에 노출되는 빈도도 눈에 띄게 줄었다.

 

애초 창조한국당의 창당과정을 지켜보며 많은 전문가들이 ‘진짜 목표는 대선보다 총선’이라는 관측을 내놨지만, 총선을 준비하는 창조한국당의 현실 또한 다른 정당처럼 내홍에서 비껴갈 수 없었다. 대선자금회계처리문제와 총선전략을 둘러싼 당내 불협화음은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고, 창조한국당의 깃발을 들고 지역구에 출마할 후보자도 아직 구체화되지 않고 있다. 문 대표보다 인지도가 떨어지는 당의 ‘낯설음’도 문제다.

 

이런 가운데 당내 유일한 국회의원인 김영춘 최고위원을 지난 28일 국회에서 만났다. 그는 현 내분 사태의 원인을 “방법론적 차이보다 내부의 이견을 조율할 리더십의 부재”에서 찾았다. 서로에 대한 깊은 불신이 해결을 어렵게 만든다고 봤다. “불신이란 병은 치료약이 없다”는 표현은 현재 당내 상황을 함축하고 있다.

 

그가 말한 불신은 비단 창조한국당 내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진보개혁진영은 지난 총선에서 국민들이 보여준 신뢰에 부응하지 못했다. 전에는 한나라당을 절대 찍지 않을 사람들이 개혁세력에게 경고하기 위해 한나라당을 찍었다는 김 의원의 평가는 그런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 의원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우리가 대변해야 할 국민들, 서민층과 중산층, 중소기업주들, 노동자들, 자영업자들에게 당장의 희망과 장기적인 희망이 될 수 있는 정책을 제시하고 우리 당을 지지해 달라고 말할 때, 설령 총선에서 지더라도 다시 정권을 되찾아 올 수 있는 진보개혁세력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체성을 분명하고 일관되고 반복적으로 활동하자는 것이다. 그는 “문국현 대표가 낙선하더라도 지역구 후보로 출마하여 전 후보자가 사즉생의 각오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창조한국당의 이념적 좌표를 ‘인본주의 패러다임에 기초한 중도’라고 표명한 김 의원은 “인본주의가 우리의 유일한 칼라”라고 밝혔다. 인본주의를 경제와 정치, 사회영역에까지 적용한다면 한국식 제3의 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창조한국당이 내부의 불신을 인본주의적 가치로 극복하고, 중산층과 서민을 대변할 대안정당으로 우뚝 설지, 아니면 대선에서만 주목을 끈 ‘반짝 정당’으로 사라질 지는 2월 17일로 예정되어 있는 전당대회에서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정명수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교육센터장과 김영춘 창조한국당 최고위원과의 대담 전문이다.

 

대선 패배, 주장은 옳았으나 정치세력으로서 신뢰감 못 줘


- (정명수 새사연 교육센터장) 작년 대선에서 문국현 후보가 당의 최소 목표였던 10% 득표에 미치지 못했다. 내외에서 패배라고 평가하고 있는데 원인은 뭐라고 보나?

(김영춘 창조한국당 최고위원) “국민들이 문 후보의 주장과 정책에는 공감했다. 그러나 표를 얻는 것은 주장의 옳고 그름도 중요하지만 그 후보와 정당이 정치집단으로서 축적된 신뢰를 주고 있는가도 중요하다. 국민들이 보기에 주장은 옳지만 과연 얼마만큼 중요한 정치활동세력으로 활동할 수 있는가에 대한 신뢰가 부족했다.”

 

- 정치집단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줘야 사표심리가 없어진다는 지적에 동의한다. 신뢰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수도권 국회의원 5명 이상이 합류하는 것이 필요조건이라고 보는데, 안 된 이유는 뭔가?

“첫 번째는 우리의 정치력 부족이다. 함께 하려는 의욕을 고취시키고 동기를 부여하는 작업에 실패했다. 두 번째는 현역의원들이 임박한 총선을 앞두고 탈당을 하는 것이 자신의 정치적 미래에 도움이 되는지를 확신하지 못했다. 쉽게 말해 계산이 잘 안 나온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신생정당인 창조한국당과 정치신인인 문국현 후보에 대한 믿음도 부족했다.”

 

- 언론에서는 현재 당에서 일어나는 내홍의 핵심에 선거자금회계처리 문제에 대한 논쟁, 총선전략에 있어 연대연합이냐 독자노선이냐의 논란이 있다고 보고 있다. 내홍의 원인은 뭐라고 보는가?

“복합적이다. 핵심은 어떤 정당을 제대로 만들어 낼 것인가. 이를 위해 프로그램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 전망과 비전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대선 패배 직후 바로 그런 행동계획이 나오고 후보와 당직자가 혼연일치가 돼서 의욕을 고취시켜줘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대선자금 등은 부차적인 문제다.”

 

- 창조한국당의 정체성과 비전에 대한 시각차이가 있다는 것인가? 김 의원의 생각은 뭔가?

“이견은 있을 수 있다. 이견을 토론을 통해 하나의 의견으로 모아내는 합의된 과정이 필요한데 실패하고 있다. 아직 토론 과정이긴 하지만, 너무 길어져서 힘이 빠져가는 과정이다. 토론을 제때 조직하지 못해 당이 무력해지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 왜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가?

“정답은 정해져 있다. 큰 틀에서는 지도자와 당원들의 당건설에 대한 한결같은 의욕, 대선에서 보여줬던 문 후보의 인간중심철학과 경제발전 전략, 사회통합전략 등을 당의 푯대로 삼으면서 그 깃발로 총선을 치른다는 옹골차고 결연한 자세의 공유가 선행이 되었어야 하는데 당 내·외부적으로 그런 흐름이 잘 안 보인다. 이것이 요체라는 것은 광의의 정치활동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체득하고 있는 원리다. 그러나 우리 당 일각에선 그런 문제에 대한 확신이 없다고 할까? 훈련이 부족하다고 할까? 이런 점 때문에 더 질퍽거리고 있다.”

 

대선 직후 한 달간 허송세월...신뢰 부족으로 리더십 구축 못해

 

- 문 후보가 가치중심, 인간중심을 이야기했다. 가치의 공유를 통해 정치적인 세력의 새로운 문화가 창조됐는가? 2만 명이 넘는 문함대의 지지를 받았고, 이 힘을 바탕으로 정치집단으로서 새로운 문화를 만들려는 노력을 했어야 하는데 잘 보이지 않았다. 그게 원인 아닌가?

“의미 있는 작업은 있었다. 후보가 출마 선언을 하고 대선을 매개로 한 현실적인 이해관계나 정치적인 입지보장 같은 타산 없이 오직 후보의 가치와 비전을 계속 홍보하고 그것을 중심으로 사람이 모여 문함대가 출범하고 후보캠프가 꾸려졌다. 한국정치에서 오래 정치를 한 것도 아니고 기반도 없으면서 가치와 공감대 하나로 당과 팬 카페가 만들어진 유일한 사례가 아니겠나.

 

그러나 너무 빠듯하게 출마선언, 준비, 캠프 구성, 당건설 후 바로 선거 돌입 등의 상황에서 정체성을 확인하고 조직을 운영하는 문제에 대한 사전 논의와 대선전략 논의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상황처럼 몰려간 측면이 있다.”

 

- 정치를 경험했던 세력과 NGO 활동을 했던 사람들이 결합했다면, 새로운 리더십을 만들어야 했는데 그것을 못했다는 것인가?

“가장 큰 문제는 신뢰 부족이다. 비정치권 출신 인사의 경우는 ‘저 사람은 정치권 출신이니까 타산과 정치적 이해관계로 움직인다’는 불신을 갖고 있었다. 신뢰 부족이 가장 큰 원인 같다.”

 

- 문함대와 창조한국당 창립과정은 대중들의 지지와 동원이 있었던 노사모와 개혁당 창립과정과 유사하다.

“외형으로만 보면 문함대와 창국한국당 세력은 노사모에 비해 숫자는 적다. 내가 문함대나 창조한국당이 만들어진 과정에는 참여하지 않아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문함대나 창조한국당 저변에 있는 당원이나 회원들이 아주 건강하다고 느꼈다. 많은 경험을 거쳐 온 사람들이다. 개인에 대한 환호 차원이 아니라 십년 동안의 변화와 민주세력의 집권기간에 대한 경험적 반성과 축적된 역량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를 더 발전시키는 노력들이 대선 이후 필요했는데 이 점에 성과 없이 지지부진한 것이 안타깝다.”

 

- 당원들과 당의 구조에 대해 논의된 것이 있나?

“비상한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고 초보적인 왕도가 있다. 각급 수준의 토론을 활발하게 조직하고, 당 지도부까지도 구속되는 총의를 만들어 나가면 된다. 잘 안 되고 있는 이유가 있는데, 지도부로서 미안하고 죄송하다. 지도부에 1월 말까지 방침을 확정해 제시하자는 의견을 냈다. 지도부의 입장이 급하다.”

 

문국현 대표, 당선 가능성 없어도 지역구 출마해야

 

- 창조한국당의 총선 중심전략은 뭔가?

“국민들이 문후보의 비전에 대한 공감대는 대선득표율인 5.8%보다 크다. 대선이 기초공사라면 총선은 1층을 더 올린다고 생각했으면 한다. 인본주의적 경제모델을 중심으로 반복적이고 일관되게 홍보해 내야 그 1층이 올라간다. 이를 위해선 지역구 후보를 많이 내야 한다.


문 후보가 직접 지역구에 출마해서 그 전선의 전열에 서는 것이 핵심이다. 총선에서 당선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문 후보와 함께 전사하겠다, 한국 정치발전을 위해 희생하겠다는 많은 전사들이 등장할 것이다. 그 바탕 위에서 비례대표 당선자도 만들어 낼 수 있다. 30석 획득 목표를 달성 못하더라도 1층은 훌륭하게 올라갈 수 있다. 그리고 2년 뒤 지방선거, 그 뒤 총선, 대선 등 5년 정도 꾸준히 고생하면서 한 층 한 층 몸짓을 불려 나가고 국민들에게 신뢰받는 중심 당으로 성장하는 것이 상식적인 성장발전 경로다.”

 

- 시간이 많이 없다.

“그래서 답답하다. 한 달 허송세월했다.”

 

- 지금 현재로는 총선 출마자가 열 명이 안 된다. 최소 백 명은 되어야 하지 않나?

“1월 말까지 어떤 방침을 만들어 내느냐에 달려 있다.”


- 당내 분란 중 하나가 통합신당과의 연대냐 독자노선이냐의 문제다.

“어떤 수준의 연대가 될지가 문제지, 연합공천 같은 연대의 정도 문제를 전술적으로도 제안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그건 유연성을 가지고 임해야 할 문제다. 독자노선도 원론적으로 지지하는 입장이긴 한데, 독자노선을 가더라도 사즉생의 결연한 자세가 지도부부터 필요한 것이고, 이를 전당적인 결의로 모아낼 옹골찬 작업이 필요하다. 이것이 잘 안 되는 점이 기진맥진하게 만든다.”


- 김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했다. 결연한 자세를 위해서는 김 의원도 출마해야 하지 않나?

“다른 문제다. 정치는 연속적인 과정이다. 불출마 선언을 하고 창조한국당에 참여한 것이 결연한 자세의 출발이다. 이 바탕에서 쌓아 올려야 한다. 당의 유일한 국회의원이 불출마 선언을 하고 다시 번복하는 것은 좋은 모습이 아니다.”

 

문국현은 알아도 창조한국당은 낯설다...이목 끌 수 있는 총선 후보 발굴 시급

 

- 대선 득표와 달리 정당 지지율은 민주노동당보다 낮다. 이유가 뭔가?

“사람들이 문국현은 알아도 창조한국당은 낯설다. 낯설음이 반영된 결과다. 또한 대선 후 한 달 기간을 허송세월한 것이 더 치명적인 요인이다. 아무 것도 보여준 것이 없다.”

 

- 대선에선 노무현 정권 심판표가 이명박 당선자에게 쏠렸지만 새로운 가치로 돌파하면 또 하나의 기회가 아닌가? 정당명부제를 활용할 수도 있고. 그런데 당 내홍만 해결한다고 총선도약은 어려울 것 같다. 그 밖의 대안은 있나?

“역시 사람이다. 뉴스의 초점이 될 만한 지역구 후보자가 많이 나와서 그 사람들이 중앙언론이든 지역수준에서든 호기심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후보들도 그 기회를 활용해 한나라당이나 통합민주신당이 제시하지 못하는 제3의 길, 인간중심의 발전전략, 새로운 정치에 대한 정체성과 정치노선이 뚜렷한 당, 민주노동당과 다른 의미에서 보다 넓은 대중들이 지지할 수 있는 색깔이 뚜렷한 당으로 뿌리를 내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관심이 되는 후보자가 많이 나와야 한다.”

 

- 대상 후보는 있나? 대표적인 인물은?

“지금은 짝사랑 수준의 고백이라 말하기는 불편하다. 생각은 하고 있다.”

 

이명박 정권의 경제활성화 정책은 80년대에서 90년대 초반 수준

 

- 이명박 인수위 활동에 대한 평가와 전망은 어떤가?

“이명박 정권에 대한 기대는 크게 안한다. 대선 때 보여줬던 공약과 국정운영방향에서 크게 달라진 건 없다. 오히려 대선 때 공약을 했더라도 이것이 국가발전을 위해 도움이 될지는 따져보고 가야하는데, 한반도 대운하 같은 경우 인수위에서부터 확정해 임기 중에 끝내겠다고 하는 것은 속도위반이라도 엄청난 속도위반이다. 어느 정도 속도위반은 봐준다. 10%까지는 봐줄 수 있는데 이렇게 30~40% 이상 넘어서는 속도위반은 봐줄 수 없다.”

 

- 별로 관심이 없나?

“그렇다. 기대를 안 하니까. 국민이 기대하는 것은 경제 활성화인데 이명박 당선인과 한나라당에서 말하는 경제활성화방안은 80년대나 90년대 초반 정도에 통용되는 수준이다. 그 이후 우리나라는 엄청난 격변을 겪었고 세계화의 충격 속에서 노력을 해도 과거와 같은 발전 패러다임으로는 제대로 된 성장과 복지를 만들어 내기 힘들다. 여전히 흘러간 옛 노래를 불러서는 몇 년 내에 들통이 난다. 그 때 국민의 실망감과 역풍을 어떻게 감당할지 측은지심도 생긴다.”

 

근본적 정치개혁은 이미 일어나고 있다


- 총선과 무관하게 평소 생각하고 있었던 정치개혁 과제가 있으면 말해 달라.

“좁게 정개개편 수준이 아니라 정치의 본질적인 개편이 대선 전부터 일어나기 시작했다. 한나라당은 상대적으로 자유롭지만 진보개혁진영 전체의 성적표가 처참했다. 이는 재작년부터 예견이 되었던 것이다. 이 예견으로부터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통합 등 여러 몸부림이 나왔는데 이건 언 밭에 오줌 누기다. 국민의 지향과 바람을 잘 분석해야 한다.

 

결국 ‘네가 나를 대변해 주는가’다. ‘너희 정당이 내가 더 잘 살게 만들어 줄 것인가’ 아닌가? 과거에 우리 편, 이런 시각은 국민들에게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걸 국민들이 보여줬다. 내가 속한 정당이 어떤 국민을 대변할 것인가. 물론 정치가 특정 이해관계 계층을 대변하는 것으로 다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국가 전반의 발전전략이 있어야 하지만 이 두 가지는 맞물려 있다. 국민의 원망이 무엇인지에 대한 파악도 제대로 되지 않았고, 국민들로부터 실격 판정을 받았다. 앞으로는 정치개편은 이런 방향에서 일어나야 하고 이미 일어나고 있다.

 

통합신당은 여전히 정치기술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 총선을 경과하면서 정치재편의 바람은 더 커질 것이다. 민주노동당의 경우에도 자신이 표방하는 노선의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것이고, 지난 대선에서 국민들이 동의하지 못했다는 점 때문에 치열한 내홍에 들어갔다. 이런 진보개혁진영 전체의 실패 속에서 다시 재편되어가는 흐름이 나타날 것이고, 우리나라가 가야할 길에 대한 입장이 정치 개편의 분기점이 될 것이다.”

 

- 연대와 연합은 통합신당과 고려하고 있는데, 민주노동당의 내분상황에 대한 입장은 뭔가? 이들도 연대의 대상인가?

“민주노동당이 치열한 내부 싸움을 벌이고 있는데, 민주노동당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바탕 위에서 민주노동당이 보다 폭넓은 대중을 지지할 수 있도록 급진적인 좌파정당의 이미지를 벗는다면 창조한국당의 훌륭한 연합대상이 될 수 있다.”

 

창조한국당의 좌표는 인본주의 패러다임에 기초한 ’중도’

 

- 창조한국당의 정치적 좌표는 어딘가? 진보인가, 중도인가?

“중도다. 유럽대륙적인 이념좌표로 볼 때 중도다. 우리가 명백히 노동자 계급정당을 추구하는 것도 아니고, 마르크스-레닌주의 같은 이념좌표를 갖고 있는 것도 아니고, 보수의 기본적인 가치를 부정하는 것도 아니다. 창조한국당이 내세우는 자기만의 유일한 칼라는 인본주의다. 경제도 인본주의로 충분히 설명할 수 있고 발전의 모티브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믿는다. 정치문제도 사람을 중심에 놓는 철학과 사회운용원리를 도입하면 사회갈등이 아니라 통합을 통해 국민적 에너지를 만들어 내고, 그걸 다시 국가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이라고 본다. 그 자체로도 아름다운 나라다. 인본주의 패러다임을 새롭게 현대적으로 해석하고 경제와 사회에 적용시키려는 제3의 길이라고 생각한다.”

 

- 창조한국당의 좌표나 비전으로 볼 때는 내홍의 이유가 없는 것 같다. 그렇다면 스타일과 불신이 문제인가?

“불신과 방법론의 차이다. 방법론은 토론하면 해결할 수 있지만 불신은 어렵다. 불신이란 병은 치료약이 없다.”

 

- 진보개혁세력이 집권을 하기 위해선 연합을 해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 손을 잡을만한 중도정당이 없다. 중도정당을 제대로 만드는 게 필요할 것 같다.

“문국현 대표 같은 경우는 스스로 진보라는 규정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자신은 보수라고 생각한다. 그게 맞다. 그렇다면 중도 정도로 설명할 수 있다.”

 

진보개혁진영, 국민에게 한나라당과 뭐가 다른지 보여줘야

 

- 전체 진보개혁진영에게 하고 싶은 말은?

“총선에서 선거하는 정당은 당선자를 많이 내고 다른 정당을 이기는 것이 중요한 목표다. 이런 방향에서 노력하되 우리 국민들 수준을 너무 얕잡아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국민이 보여준 엄혹한 평가는 ‘너희들이 하고자 하는 정치가 뭐냐’, ‘한나라당과 다른 것이 뭐냐’, ‘다른 것이 나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 설명해봐라’는 것을 요구하고 있다. 독재와 민주 등의 이분법적 사고로는 국민들이 표를 주지 않는다.

 

이번 총선에서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우리가 대변해야 할 국민들, 서민층과 중산층, 중소기업주들, 노동자들, 자영업자들에게 당장의 희망과 장기적인 희망이 될 수 있는 정책을 제시하고 우리 당을 지지해 달라고 말할 때, 한나라당과 우리 당의 차이점이라고 말하고 국민과의 교감의 다리가 만들어질 때, 총선에서 지더라도 다시 정권을 되찾아 올 수 있는 진보개혁세력으로 거듭날 수 있다. 길게 보고 자기정체성을 뚜렷이 하고 구체적인 정책으로 다가가는 선거를 했으면 좋겠다.”

 

- 이 시대의 진보적 가치는 어디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보나?

“우리에게 지난 10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나? 구조조정이 일어나고, 과거의 한국식 경영이 해체되고 미국식 경영기법이 도입됐다. 오직 세계화를 통한 미국식 기준을 우리의 발전 원리로 삼고 그것 없으면 아무 것도 안 될 것처럼 생각하는 사고방식이 우리 사회의 지적 헤게모니를 장악했다.

 

그 결과가 노무현 대통령처럼 ’경제가 뭐가 문제냐, 경제성장률이 몇 퍼센트다, 국가경쟁력 올라가고 있다, 대기업 흑자 많이 내고 있다, 국가경쟁력 많이 올라가고 있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좋다. 그렇다면 그 속에 살고 있는 국민의 삶이 행복한가? 멀리 갈 것 없이 내 주위만 봐도 그렇지 않다. 내 친구들도 극심한 불안감에 휩싸여 살고 있다. 이미 해고된 사람도 있다. 내가 몇 년 후에 어떻게 될지 모르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살고 있다.

 

내 지역구 중곡동에는 2, 3년만 되면 간판이 싹 바뀐다. 10개 중 9개는 2, 3년에 문을 닫는다. 새로 가게를 차리는 사람들이 돈이 어디서 나왔겠나? 퇴직금이나 집안의 돈을 함께 모아서 마련한다. 그러다 망한다. 그러면서도 다른 돌파구가 없으니까 파트타임을 뛰거나 잘 알지도 못하는 가게를 또 열다가 망하는 폭탄돌리기를 하고 있다. 자영업자 비율이 지금도 37%다. 십년 전에 줄었다 다시 늘었다. 그 사람들이 아우성을 치고 있다. 너희들이 정치를 어떻게 했기에 이따위냐는 거다. 국민들이 뭘 원하는지 들어보고 정치를 해야 한다는 것은 이런 이야기다.

 

열린우리당이 그 사람들과 공감대라도 만들어서 우리가 당신들을 대변해주고 있지만 노력해도 이런 점이 부족하다는 승인이 있었다면 지지가 있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 그래서 이회창이 15% 득표를 하더라도 이명박이 50% 가까운 득표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예전에는 한나라당을 절대 찍지 않았을 사람들이 이젠 찍는다. 그 분노 때문이다. 설령 한나라당이 그렇게 해주지 못하더라도 개혁세력에게 경고를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한나라당을 찍는다. 대한민국 진보개혁세력이 자신의 언덕으로 삼아야할 대중과의 괴리된 것이 가장 결정적인 문제다. 다시 회복해야 한다. 여기서 진보개혁세력의 지향과 수단이 뭔지 분명히 드러난다.”

 

- 귀중한 시간 감사하다. 창조한국당이 총선을 맞아 다시 한 번 도약하기를 기대한다. 수고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