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비평

손우정 2008. 2. 1. 20:07

위기와 분열. 민주노동당은 창당 8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당내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부터 스멀스멀 불거지던 당내 갈등은 대통령 선거를 거치고 분당론이 터져 나오면서 일파만파 확산됐다. 급기야 ‘신당창당준비위원회’가 건설되고 각 정파의 합의로 건설된 비대위가 소위 일심회 관계자 제명건과 북미핵문제, 정파등록제가 포함된 쇄신안을 제기하면서 갈등은 해소가 아니라 더 큰 분열로 나아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민주노동당의 배타적 지지 방침을 표명한 4개 대중단체가 1일(금) 국회도서관에서 토론회를 가졌다. 「위기의 민주노동당, 어떻게 할 것인가」. 민주노총과 전농,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전여농), 한국청년단체협의회(한청) 등 토론을 주최한 단체들의 고민을 담은 토론회 명칭이다.


이날 토론회에는 이정옥 전여농 정치위원장과 염경석 민주노동당 비대위 위원의 발제를 시작으로 김창현(민주노동당 전 사무총장), 주대환(민주노동당 전 정책위의장), 김인식(민주노동당 서울시당 중구위원장), 최형권(전농 부의장), 이영희(민주노총 정치위원장), 박희진(한청 부의장)의 토론이 이어졌다.


손석춘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에서 비대위 안건 핵심 쟁점에 대한 의견은 분명하게 갈렸다. 대체로 비대위안에 대한 집중 성토가 이어진 가운데 염경석 비대위 위원과 주대환 전 정책위원장이 간간이 반론을 펴는 형국이 됐다.


민주노동당 친북당 논란과 소위 일심회 관계자 제명


먼저, 가장 뜨거운 당대회 안건으로 떠오른 대북관과 이른바 ‘일심회’ 관계자 제명 건에 대해서는 염경석 비대위원과 주대환 전 정책위원장을 제외하곤 모두 ‘무리한 요구’라는 입장이었다. 이정옥 전여농 정치위원장은 “편향적 친북행위에 대한 진단과 해결책은 당 안팎에서 여러 어려움 속에서 실천해 왔던 통일운동에 대한 왜곡과 국민적 오해를 더욱 심화시키는 것”으로 비판하고, 북한 핵실험에 대한 당내 입장 정리에 문제가 있었다고 보는 비대위의 진단은 “남북평화통일을 가로막고 있는 미국에 대한 문제의식이 배제되어 있는 것”으로 규정했다.


김창현 전 사무총장은 “비대위의 입장은 반북”이라며 “내부에서는 국가보안법 문제가 아니라 당헌·당규 위반이라 하고, 외부에서는 친북당 색깔을 지운다고 하면서 국가보안법적인 문제를 건드리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당의 친북 이미지는 그동안의 당활동 때문이 아니라 최근 분당론자들과 비대위안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자주파도 반성할 점이 많고 반성하고 싶지만 엉뚱한 종북주의 논란 때문에 기회가 없다”며, “분당론자들의 탈당을 막기 위해 그들의 주장을 들고 나오는 것은 오히려 단결을 해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희진 한청 부의장은 “진보정당이 공안당국보다 더한 논리로 동지를 매도하는 것은 진보정당이 아니”라며, “분당세력의 논리로 당안건이 올라오는 것은 진보이미지에 맞지 않다”고 밝혔다. 오히려 더욱 친북하고 친남하여 동북아시아 평화를 주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넓은 범위에서 평등파로 분류되지만 주류 평등파와 입장을 달리해 온 ‘다함께’ 활동가인 김인식 중구위원장도 비대위안은 “특정 정파의 단일의제를 전체에게 강요하는 것”으로 봤다. 그는 소위 일심회 관계자 징계건에 대해 “친북행위가 당강령 위반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토론이 필요한 문제를 행정조치하려는 발상”이라며 비판했다. 기밀 유출의 기준도 없는 상황에서 당대회 안건으로 처리하지 말고 관계자의 출소 후에 소명기회가 부여된 상황에서 처리하면 될 문제라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비대위는 국가보안법에 대해 기회주의적으로 행동하면서 가장 인기없는 사람을 희생량으로 삼고 있다”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방청석에서도 이에 대한 거침없는 비판과 성토가 이어졌다. 차수련 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비대위의 결정에 분노와 배신감을 느낀다”며, “노동운동을 하던 사람에게도 국가보안법은 악몽이다. 어떻게 소명기회도 주지 않고 감옥에 들어가 있는 사람을 사실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고 제명하는가? 비대위가 지나치게 오만방자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인천 남동구에서 총선예비후보로 나선 배진교 위원장은 “일심회 문제는 사상을 선택하라는 것이고, 북핵 문제는 당에서 이미 유감표명을 한 것”이라며 “당원들은 단결을 원하고 있는데 종북이란 말 하나마디로 당이 산산조각 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그는 북핵문제가 대선 패배의 핵심 원인이 아니라며, 북핵사건이 터졌을 때 자신이 보궐선거에 나갔지만 2위를 할 수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염경석, 주대환, “당원들은 당의 정체성을 묻는다”


한편 비대위 염경석 위원은 “일심회 관계자는 ‘제명한다’가 아니라 ‘제명되어야 한다’로 되어 있다”며, “당대회에서는 우리의 입장을 표명하는 것이고 비대위에서 이미 당기위에 관련 사건을 제소했다”고 밝혔다. 또한, “두 동지들에게는 미안하지만 국가보안법으로 모든 것을 용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사실관계를 묻는 질문에 대해 “재판에서 본인이 시인한 내용만 근거로 삼았으며, 근거자료는 오늘 중으로 인터넷에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대환 전 정책위의장은 “지역에 가면 당원들이 민주노동당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을 제시한다”며 비대위안이 “민주노동당의 새출발, 재창당, 진보대연합을 통한 진보신당의 창당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말했다. 사무부총장이라는 요직에 있으면서 오해를 살만한 부적절한 행동을 한 점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국민의 상식에 비추어 적절한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주 전 정책위의장은 “무작정 조작이라고 우기고 국정원과 법원 앞에서 소란을 피운 것은 ‘오버’”였다며, “본인들은 억울한 점도 있겠지만 정치를 하다보면 ‘대(大)를 위해 소(小)’를 희생하고 당과 계급을 위해 개인은 희생을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비대위, “총선 돌파의 중심에 서야”


이날 토론회에서는 이 외에도 비대위에 대한 집중 성토가 이어졌다. 이영희 민주노총 정치위원장은 “개방형경선제, 민중경선제 부결에 대한 민심이반에 대한 평가도 없고 반성도 없다”며 “비대위는 다수 당원을 특정 정파의 조종을 받는 것으로 묘사하고, 민주노총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대선에서도 민주노총과 내용을 공유하고 함께 하려 하지 않고 오로지 돈과 표로만 치부한 현실을 외면하고 ‘민주노총당 극복’ 운운하면서 분당론자들의 입장만 대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영권 전농 부의장도 “민주노동당 위기의 원인은 민주주의 일반 원리가 당에 전혀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수의 의견이 자신과 달라도 따를 수 있는 소양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최 부의장은 “노선투쟁을 하는 것도 아니고 내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탈당 운운하는 것이 노무현과 뭐가 다르냐?”고 물었다. 농민들이 민주노동당을 지지하지 않은 것은 종북주의 때문이 아닌데도 비대위가 허구적인 개념으로 당을 위기로 몰고 가고 있다고 봤다.


차수련 전 보건의료노조위원장은 “비대위안이 통과된다면 민주노동당은 진보정당이 아니다”라며 “(통과되면) 나부터 탈당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비대위에 대한 호소도 있었다. 배진교 인천남동구 위원장은 “비대위가 당원들의 요구를 받아 단결을 실현하고 총선 승리로 갈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고, 서대문에서 온 한 당원도 “비대위에게 협박을 당하는 처지에 내몰리고 있다”면서도 “비대위를 믿고 총선 돌파에 나설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관심의 초점은 2월 3일 당대회로


토론회를 주최한 4개 단체와 대부분의 방청객이 대체로 비대위안에 비판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비대위안에 대한 격렬한 찬반토론은 없었다. 다만 ‘집중성토’가 있었을 뿐이다. 따라서 쟁점이 되는 사안에 대해 폭넓은 입장을 청취하기에는 부족함이 있었다.


그러나 이날 토론에서 나타난 발언들은 심상정 비대위가 내놓은 당 쇄신안이 그대로 통과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줬다. 그러나 심상정 의원은 이미 비대위안 통과를 비대위 신임문제와 연계시켰으며, 노회찬 의원은 비대위안이 그대로 통과되지 않을 경우 탈당까지도 시사한 상태다.


민주노동당 당원들을 비롯해 진보정당 8년의 역사에 관심을 가진 이들의 관심의 초점은 모두 2월 3일로 예정된 당대회로 모아지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