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비평

손우정 2008. 3. 10. 09:25

요즘 프레임이란 말이 유행이다. 프레임은 통상 사건에 반응하는 우리의 인식틀을 의미하지만, 사용하는 학문 영역이나 사람들마다 조금씩 다르게 정의하고 사용한다. 대체로 내가 어떤 문제를 받아들이거나 제기하는 방식이 다른 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소통의 문제에 주된 관심이 있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다.


그 중 특정한 정치적 목표를 바탕으로 한 사람들의 집합행동을 연구하는 사회운동론에서 프레임은 개인을 특정한 운동에 포함시키는 과정에도, 이미 조직화되어 있는 다양한 운동집단 간에 공동행동(연대, 혹은 연합)을 이루어내는 과정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서로 이질적인 것으로 보이는 운동조직들이 연대나 연합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집단행동을 조직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작업만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적 상징, 혹은 슬로건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민주화운동에 나선 노동단체, 여성단체, 농민단체, 학생단체 등은 각각 개별적인 이슈를 가지고 있었지만 1987년 ‘개헌’이라는 프레임으로 모두 연결되었다. 이처럼 개별적인 각각의 프레임을 하나로 모아내는 프레임을 ‘마스터 프레임(master frame)’이라 부른다.


마스터 프레임의 두 가지 성격


마스터 프레임의 성격과 효과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첫째는 ‘공통의 적’에 대한 반대로 세력을 결집시키는 것이다. 가령 2002년 대선에서 마스터 프레임 역할을 했던 ‘반창연대’나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 측이 내세웠던 ‘반노무현’ 프레임은 각각 특정 정치인을 상징으로 한 정치적 경향을 반대하는 연대를 유도하는 것이다.


이런 성격의 프레임은 최대한 많은, 다양한 세력을 결집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내부의 차이는 하나의 공동의 적 앞에 조율된다. 모든 것은 공동의 적이나 가치를 공격하기 위한 것으로 설계되기 때문에 각기 다른 미래 전망이 연대의 장애가 되지 못한다. 이런 유형의 연대나 연합은 대중을 결집시키는 데도 효과적이다.


그러나 이런 성격의 마스터 프레임은 운동 성공이 연대의 해체로 귀결될 수 있는 역설을 제공한다. 공동의 목표가 사라지면 내부의 차이는 드러나고, 이는 곧 새로운 연대 형성을 위한 분화를 촉진한다. 다만, 이때의 분화는 운동의 후퇴가 아니라 발전적 해체로 볼 수 있다. 


다른 유형의 마스터 프레임은 ‘반대’가 아니라 특정한 대안으로 형성된다. 학벌타파를 위한 대안으로 대학 평준화를 실시하자는 운동이나 장애인 이동권을 위한 입법발의 운동 등은 이런 유형에 해당된다. 큰 틀에서 보면 새로운 진보적 가치를 가진 세력을 의회에 투입시키자는 진보정당 운동도 이런 유형이다.


대안을 중심으로 연대를 형성하는 것은 첫 번째 유형의 연대운동보다 외연 확대가 쉽지 않다. 적을 반대한다는 공통점을 부각시키는 첫 번째 방식과 달리 공통점보다 차이점을 드러내기 쉽기 때문이다. 대안 실현을 위한 운동이 거대 운동보다 소수자 운동과 같은 신사회운동적 성격을 띠는 것은 그 자체가 가진 속성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대안적 전망을 매개로 한 거대 운동이 불가능한 것은 결코 아니다. 아마도 가장 거대한 대안실현 운동은 사회주의를 구현하기 위한 변혁운동이었을 것이다. 그 방향이 무엇이건 대안을 매개로한 운동이 거대한 대중을 결집시킬 수 있다면 운동은 엄청난 질적 발전을 이루게 된다. 저항적 운동이 과거의 복원이나 현상 유지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다면, 대안을 매개로 한 운동은 전혀 다른 미래를 현실화하는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민주화운동은 주로 독재세력이나 그 가치에 대한 도전을 매개로 성립된 첫 번째 유형에 해당한다. 이 운동의 힘으로 수평적인 정권교체가 이루어졌으며, 2004년에는 의회권력까지 교체되었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적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후과, 즉 첫 번째 성격의 운동이 두 번째 성격의 운동으로 전환되지 못한 한계는 새로운 비전 없이 허둥대기만 하는 민주진보세력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병렬적 운동과 직렬적 운동


오늘 진보운동의 마스터 프레임은 여전히 특정 세력과 가치에 대한 적대감을 매개로 한 저항적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반대나 한미 FTA 반대, 혹은 새로 당선된 대통령의 정책을 반대하는 수준이다.


물론 비판에 대한 대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존재하는 대안들이 마스터 프레임으로 작동하기보다 개별적인 프레임으로만 남아 있는 것이 문제다. 서로 추구하는 대안이 다르기 때문에 신자유주의나 한미 FTA에 대한 반대라는 공통점 외에 다른 프레임이 부각되지 못한다. 함께 제시할 수 없는 대안은 국민적 수준에서 대안이 없는 것과 다르지 않게 받아들여진다.


마스터 프레임으로 작동하지 못하는 개별 프레임은 병렬적 운동을 만든다. 전지가 병렬적으로 연결되어 있을 때 장기간 빛을 발하기는 하지만 강렬한 빛을 낼 수 없듯이, 병렬적 운동은 폭발적인 힘을 형성하기 어렵다. 


일상적 운동의 병렬화는 다양한 영역의 운동을 보장하고 거대 담론이 포괄하지 못하는 영역에 개입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다만, 진보 운동의 한계와 전사회적 보수화의 기로에 서 있는 지금은 병렬적 운동을 직렬적 운동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한다.


직렬적 사고란 각 개별 운동을 ‘다른 운동영역’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발전 단계에서 선·후차적으로 배치할 수 있는 ‘공동의 운동영역’으로 보는 것이다. 서로 다른 대안 의제를 단기적 목표와 과도기적 목표, 장기적 목표 등으로 구분할 수는 있지만 연속적인 하나의 흐름으로 보게 된다. 물론 초기 단계에 함께 한 운동집단이 다음 단계의 운동까지 함께할 필요는 없다. 각 단계별 목표의 해소는 운동의 성공이며, 다음 단계 운동의 주체는 항상 새롭게 재구성되어야 한다.


직렬로 배치된 전기가 강렬한 전기를 발산하는 대신 빨리 소멸하듯이 직렬적 운동배치를 일상적인 형태로 만들 필요는 없다. 저항주기를 고려하여 가장 효과적인 운동 방식을 고려해야 하며, 평상시는 병렬적 운동으로 전환하여 개별 운동의 구체적 내용을 내실 있게 채워 나가도록 해야 한다. 병렬적 운동과 직렬적 운동의 전환은 운동의 ‘집중’과 ‘분산’에 관한 전략적 유연성을 의미한다.


문제 제기형 등록금 운동을 직렬적 대안 운동으로


최근 이명박 시대의 출범을 앞두고 다양한 저항이 모색되고 있다. 개강을 맞이한 대학가는 매년 어김없이 되풀이 되는 등록금 투쟁이 다시 전면화할 전망이다. 그러나 등록금 투쟁은 지나친 인상이라는 국민적 합의가 형성되어 있지만, 여전히 몇 % 인상의 담론에 묶여 있다. 따라서 ‘등록금 인상 반대’라는 저항적 마스터 프레임이 형성되어 있을 뿐 해결방안에 대한 국민적 합의는 아직 요원하다. 


이는 다양한 수준에서 제기되는 대안들이 직렬적으로 연결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장학금 확대나 학자금 대출 금리 인하 등, 후불제 등의 경우 당장 필요한 대안이긴 하지만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등록금 자체의 인하를 유도하지는 못한다는 점에서 자신의 의제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다. 


반면, 등록금 인상의 궁극적 대안으로 제시하는 무상교육이나 국립대 네트워크, 대학 평준화 등의 대안은 의도는 좋지만 현실에서 실현 가능하지 않은 공허한 담론으로 여길 수도 있고, 정치적 입장에 따라서는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규정할 수도 있다. 이런 입장 차이는 ‘등록금 반대’라는 마스터 프레임으로 집결될 수 있지만 새로운 대안을 구현하는 데 위력적이지 못하다.


3월은 등록금 관련 운동에 가장 효과적인 시기이고, 4월 9일 총선을 앞두고 있어 대학사회의 영향력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그렇다면 현재의 등록금 투쟁은 개별적 대안과 공통적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한 병렬적 연대보다, 등록금 운동을 연속적 과정으로 사고하고 단기적·과도기적 대안에 힘을 집중하는 직렬적 연대를 구축할 적기다.

 

등록금 투쟁은 치솟는 등록금 인상을 억제할 수 있는 단기적 조치, 혹은 과도기적 조치를 바탕으로 4월 총선 후보자들과 정부를 압박하는 정책을 강제하고, 이후 등록금 인하를 유도할 수 있는 과도기적 조치에 대한 구체적 대안을 추진하며, 궁극적으로 무상교육이니 대학평준화를 이루기 위한 장기적 싸움을 준비하는 단계로 설계해볼 수 있다.


등록금 투쟁, 단기적 목표


다양한 대안들이 존재하지만 직렬적으로 배치할 수 있는 몇 가지 의제만 살펴보자. 우선, 등록금 투쟁의 단기적 목표는 ‘당장 실행 가능한 대안’, ‘등록금 인상을 억제할 수 있는 대안’에 둘 수 있다. 등록금 인하를 유도할 수는 없는 임시방편이라도 질주하는 등록금 인상을 억제하는 데 선차적인 힘을 모으는 것이다.


이런 대안들로는 다른 정부대출금리보다 훨씬 높은 학자금 대출이자를 고용보험의 학자금대부 금리인 1~1.5% 수준으로 낮추거나 졸업 후에 재정적 기반이 마련되면 되갚는 후불제 도입을 들 수 있다.


특히, 등록금 후불제는 작년 OECD에서도 한국정부에 도입을 요구했고, 교육부에서도 긍정적으로 고려하고 있어 실현 가능성이 높다. 다만 교수노조 등에서 제안한 소득연계형 상환방식보다는 후퇴할 수 있어 폭과 내용에 대한 지속적인 압박이 필요하다.


다른 대안도 있다. 각 대학이 등록금 인상을 강행하는 주요 이데올로기는 ‘대학 간 무한 경쟁구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예산 확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학생 일인당 건물 면적과 같이 대규모 재원 투입이 불가피한 대학 항목 평가를 잠시 유보하는 조치를 고려해볼 수 있다.


또한 재학생의 반발을 우회하기 위해 신입생들에게 더 많이 인상된 등록금을 차등부과하면서 높은 수준의 등록금 인상을 계속하는 대학관행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방안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등록금 인상의 분명한 근거 제출을 요구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고등교육법 제7조에 따라 모든 고등교육기관의 예·결산을 공개하도록 되어 있으나 대부분의 대학이 접근이 쉽지 않은 형태로 제공하고 있거나 비공개되어 있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등록금 인상이 무색할 정도로 쌓아두고 있는 적립금도 문제다. 정봉주 의원의 자료에 따르면 2005년의 경우 등록금 인상총액은 4,350억1천9백만 원이었지만, 적립금 총액은 8,961억7백만 원에 이르러 인상액의 두 배 이상을 적립했다. 국가차원에서 등록금 인상 요구가 타당한지를 확인할 수 있는 정보 투명화 방안을 강제하고 필요하다면 재단 적립금에 대한 감사를 진행해야 한다.


이 외에도 등록금 인상을 억제할 수 있는 대안은 다양하게 제기되고 있다. 위의 내용들은 심지어 한나라당에서조차 반대하지 않는 것들이다. 다만, 사학재단 등의 반발을 불식시키고 수동적인 정치권을 강제할 수 있는 사회적 힘이 형성되지 못했기 때문에 지지부진 하다. 총선이라는 계기를 살려 다양한 입장을 가진 관련 단체들이 힘을 모아 강력히 요구한다면 충분히 강제 가능하다.


과도기적 조치


단기적 조치는 실질적인 등록금 인하 효과는 확실하지 않으나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등록금 인상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라고 한다면, 과도기적 조치는 실질적인 등록금 인하를 구현하기 위한 대안이다.


여기에서 고려되어야 할 것은 보편적인 등록금 인하 방안이다. 한나라당에서 말하는 등록금 반값 정책은 모든 학생의 부담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평균적으로 반을 줄인다는 것으로 그 대상이 취약계층에게 한정되어 있다. 이럴 경우 일반 대학생은 앞으로도 끊임없이 인상될 등록금을 대책 없이 감당해야 한다.


등록금 인상 억제 패러다임에서 인하 패러다임을 넘어가는 대표적 대안에는 등록금 상한제가 있다. 민주노동당에서 제기한 등록금 상한제의 골자는 대학 등록금을 가계 연간 소득의 12분의 1을 넘지 않도록 법제화 하는 것이다. 이 정책은 앞에서 말한 단기적 조치처럼 엄청난 등록금의 용처에 대한 명확한 확인과 부족한 재정에 대한 대안이 동반되어야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 또한, 학생과 학부모에게 덜어진 부담이 어디에서 채워질 수 있을지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비현실적이라는 딱지를 떼기 어렵다. 다른 대안 의제들과 긴밀하게 연계되어야 하는 이유다.


또한, 현재 학교 측에서 일방적으로 고지하는 등록금을 학생과 학부모가 실질적인 결정권을 가지고 참여하는 대학평의회 등에서 결정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대학별로 존재했던 등록금 협상 테이블은 학교 측의 일방적 결정통보로 무력화된 지 오래며, 국립대 등록금 인상의 주요 원인인 기성회비를 결정하는 기성회도 학교 측에서 선정한 고소득층 학부모를 중심으로 채워지고 있다. 등록금 책정은 앞에서 설명한 예·결산의 투명성을 확보한 가운데 대학 구성원을 배제하지 않은 결정권이 강제되어야 한다. 


장기적 대안


등록금문제의 근본적 대안은 대학평준화와 무상교육화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대학평준화는 대학문제만이 아니라 초·중·고교 입시문제와 사교육비 문제를 포괄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 대안이다. 대학을 통해 학벌이라는 ‘브랜드’를 취득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에 따른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는 체제로 바꾸는 것은 서열화 된 대학체제를 일소하지 않고선 불가능하다.


대학평준화는 교육과정 평준화를 의미하지 않는다. 평준화되는 것은 ‘학벌’이라는 브랜드다. 물론 대학평준화를 실시하면 교육의 질이 보장될 수 없다는 반발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학벌체제가 굳건하게 자리 잡고 있는 한국적 현실에서는 소위 ‘명문대’에 들어가 안정된 브랜드를 획득한 이후에는 오히려 학습욕구가 준다. 반면 대학평준화 체제 아래서는 필요에 의한 교육이 이루어지게 됨으로 능동적인 학습욕구를 불러올 수 있다.


‘필요에 의한 교육’을 위해서는 굳이 대학교육이 필요하지 않은 직종에서 학력에 따라 차별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 만들어져야 하고 필요에 따라 언제든지 고등교육에 접근할 수 있는 평생교육체제가 마련되어야 한다. 만일 그렇게 될 수 있다면 현재의 대학의 수는 자연스레 줄 것이고, 교육재정도 좀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물론 대학평준화와 무상교육은 당장 실현하기 어려운 미래 대안이다. 이는 종합적인 국가체제 개조작업과 함께 시행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다만, 대학평준화와 무상교육을 추구한다 하더라도 앞에서 말한 단기적·과도적 조치에 힘을 실어 가며 장기적 대안이 실현가능한 토대를 닦을 수 있다. 

대안 실현적 등록금 투쟁 의제의 예

단기적 조치

학자금대출금리 인하, 등록금 후불제, 과도한 예산투입이 필요한 대학평가항목 유보, 재단적립금에 대한 국정감사, 등록금 차등부과 금지 등

OECD 수준의 교육재정 확보 (2007년 현재 한국 국립대 수업료 OECD 국가 중 3위, 민간부담률 1위)

과도기적 조치

등록금 상한제, 대학운영의 민주적 제도화 등

장기적 조치

대학평준화, 무상교육 실현 등



포괄적 마스터 프레임을 바탕으로 한 직렬적 연대로 굳건한 사회적 힘을!


병렬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다양한 대안을 직렬적인 연대로 형성하는 것은 대안들을 하나의 흐름 속에서 배치하고 단기적 목표에 대한 합의를 중심으로 최대한의 힘을 결집하는 것이다. 과도기적·장기적 지향을 가진 사람들은 단기적 목표를 실현하는 과정에 동참하면서 자신의 대안을 설득해 나가면 된다.

 

대안이 다양하게 제시될 때, 대안 실현적 마스터 프레임은 이를 모두 포괄하는 형태를 띠는 것이 효과적이다. 만일 어느 한 가지 대안을 중심으로 마스터 프레임을 형성하려 한다면 병렬적 연대의 한계를 뛰어넘기가 쉽지 않다.


이런 의미에서 지금 벌어지는 등록금 인하 투쟁 또한 등록금 후불제나 상한제, 예·결산 공개 등 개별 의제보다는 이를 포괄하는 마스터 프레임을 형성할 필요가 있다. 일종의 로드맵을 만들고 다양한 대안을 배치하여 ‘상징화’하는 것이다. 이 내부에는 아주 미시적인 대안에서부터 국가 교육 패러다임과 관련한 거시적 대안까지가 포함될 수 있으며, 입법이 필요한 것에서부터 인식전환 운동이 필요한 영역까지 모두 포함될 수 있다.


단기적 조치에서 장기적 대안까지의 과정 중 어느 선까지를 포함해야 하는가는 운동에 동참할 수 있는 구성세력의 합의를 통해 결정할 문제다. 대안실현을 위한 진보운동이 사회전체의 세력관계에 비추어 결코 크지 않은 차이를 부각시켜 그나마 존재하는 역량을 분산시킨 것은 병렬적 대안 운동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과도한 등록금에 대한 문제의식은 진보와 보수를 떠나 국민적 합의가 형성되어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완전한 정당성이 확보되어 있다. 이런 조건에서 벌어지는 운동이 과도한 등록금에 대한 문제제기 수준에서 머물러 버린다면, 또 다시 학교당국의 등록금 인상율 삭감이라는 사후적 조치만을 기대하는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다.


다양한 병렬적 의제의 힘을 직렬화 하는 운동의 지혜가 필요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