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비평

손우정 2008. 10. 1. 18:24

신자유주의화한 대학의 가장 실감나는 변화라면 폭발적인 등록금 인상일 게다. 우골탑(牛骨塔). 소 한 마리를 팔아야 대학 졸업이 가능하다는 선조(?)들의 탄식은 지금 기준으로 보자면 코미디에 가깝다. 게다가 영어 듣고 자란 소까지 마구잡이로 들어오는 마당이니······.

  

어느 대학에서는 연간 등록금이 천만 원이 넘었다지만 놀랄 일은 아니다. 지금 추세라면 대부분의 대학이 조만간 따라잡을 듯하다. 우리나라 대학의 GDP 대비 교육비 비율은 OECD 국가 중 국립대는 3위, 사립대는 5위 수준으로 높다. 웬걸? 우리보다 교육비 부담이 더 큰 나라가 2~4개국은 된다니. 그러나 감격마시라. 교육비 구성에서 민간 부담비율만 떼어 보면 박태환 선수가 막판에 치고 나오듯 단연 1위다. 우리 정부는 대학교육에 투자하지 않는다.

  

게다가 정부는 국립대 재정·회계법을 통해 국립대에 대한 책임마저 벗어버리려 하고 있다. 처음 나온 이야기는 아니다. 이전부터 ‘국립대 특별회계법’이라는 이름으로 대학이 자체수입을 통해 재정을 확보하라고 툭툭 내뱉어 왔다. 2002년 이후 높은 대학 등록금 인상을 주도한 것은 사립대가 아니라 국립대다.

  

등록금 그다지 많이 올려서 도대체 대학은 뭘 하려고 하는 것일까? 대학과 정부의 모범답안은 ‘학생들을 위해서’일 것이다. ‘학생들을 위해서’ 교수 1인당 학생수를 줄여야 하고, 학생 1인당 강의실 면적을 늘려야 하고, 최담단 강의시설도 대폭 들여와야 한다고 말이다. 이런 것들은 ‘대학평가’의 주요 항목으로, 학교당국은 항상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등록금을 올려 타 대학보다 우월한 재정을 확보해야 한다고 설레발이다.

  

그러나 보라. 나날이 휘황찬란해지고 있는 강의실과 여러 시설들을 학생들이 자유롭게 이용하고 있는가? 빈 강의실에 모여 이런 저런 인생사와 사회문제를 격렬하게 토론하고, 간단한 다과와 함께 친구 생일잔치를 강의실에서 하는 것은 이제 꿈도 못 꾼다. 강의실 하나 빌리기가 얼마나 힘든가? 정말 학생들을 위한 것이라면, 차라리 학생들에게 등록금을 낮출 것인지 최첨단 건물을 지을 것인지 선택하라고 해보라. 물론 그럴 리는 없다. 애초에 학생들을 위한 것이 아니었음으로. 결국 기업화한 대학에서 분리된 학생들은 과거보다 높은 교육비를 부담하면서도 교육서비스의 소비자로 전락했다.

  

유럽 친구들은 일 년에 많아야 20~100만원의 등록금으로 질 좋은 교육을 받고 있다. 하기야 미국유학파가 장악하고 있는 국가 관료들 눈에는 미국 대학만 보일 것이다. 그러나 미국식 너무 좋아하지 마시라. 리먼 사태로 미국에서마저 신자유주의가 붕괴하고 있는 것이 보이지 않는가? 단지 대한민국 대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20대의 청춘을 등록금 마련에 쏟아야 한다면 지나치게 불행한 일이다. 그러기에 대통령을 잘 뽑았어야지. 지금 대통령은 20대의 42.5%의 지지로 당선됐다.

 

* 부산대학교 신문사 기고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