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비평

손우정 2009. 4. 30. 21:21

'반MB 승리' 자축만 하기엔 허전한 무엇
[4·29 재보선 명과암] '반MB' 뛰어넘을 대안 고민할 때
09.04.30 16:15 ㅣ최종 업데이트 09.04.30 16:15 손우정 (sesayon)

  
29일 10시께 한나라당 개표상황실의 모습. '5:0패'가 예상되자 박희태 대표 등 주요 당직자들은 나타나지 않은채 침울한 분위기다.
ⓒ 안홍기
재보선

한나라당의 악몽이 시작됐다. 지난 해 촛불시위 이후 첫 '투표 대결'이었던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 '그럼 그렇지' 하며 일찌감치 베개 속에 머리를 파묻었던 많은 이들은 이번 재보궐 선거 결과에 환호성을 질렀을 것이다. 반면 높은 자리에서 고압적인 자세를 유지하던 집권 여당은 고개를 떨구었음이 분명하다.

 

선거 결과 발표 후 청와대의 한 핵심참모는 "재보선이 지역적인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크게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고 말했지만 이는 대단한 착각이다. 사실 이번 재보궐 선거는 '반MB' 영향력이 오히려 지역성을 압도한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이번 선거가 보여준 다양한 정치적 대립구도도 마찬가지다. 이번 보궐선거에서는 세 세력 간 경쟁구도의 전형을 보여준 인천 부평을 선거와 함께, 보수 내부의 갈등(경북 경주), 개혁 내부의 갈등(전주 덕진, 완산갑), 진보 대 보수의 양자대결(울산 북구) 등의 대립 구도가 나타났다. 여기에 지난 경기도 교육감의 MB-반MB 대립구도까지 포함하면 최근 한 달 동안 한국사회에서 현실적으로 구현 가능한 정치연대의 경우의 수는 모두 나타났다.

 

전주지역의 무소속 바람이 오직 반MB의 확실한 성공 가능성 내에 있었으며, 경주의 선거가 집안싸움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울산북구, 인천부평을, 경기시흥(기초단체장) 선거를 관통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가 분명해진다. 울산북구의 경우 외견상으로는 '진보단일화' 형태를 띠었지만, 사실 진보적 가치를 매개로 한 단일화라기보다 반MB를 중심으로 한 단일화였으며, 인천 부평을과 경기 시흥은 거대 두 정당과 소수(인천 부평-민주노동당, 경기 시흥-진보연합후보)세력 간 경쟁이라는 1987년 이후의 전형적인 대립구도를 보여줬다.

 

부평과 시흥에서의 민주당 승리는 1987년 이후 비판적 지지 양상을 그대로 드러냈다. 선거 전에 의미 있는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던 인천 부평의 민주노동당 후보와 경기 시흥의 무소속(진보연합후보) 후보는 각각 5.5퍼센트와 9.9퍼센트를 득표하는 데 그쳤다. 비판적 지지양상은 어떻게 해서든 이명박 정부를 심판하고자 하는 유권자의 바람이 표출된 것이다.

 

따라서 청와대에서 애써 선거결과를 외면하려 하더라도, 지역성 따위를 핑계로 책임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더라도, 선거 결과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기초선거에서조차 지역성이 사라져 버리고, 중앙정치의 축소판으로 전락해버린 한국 정치의 현실에서, 청와대와 집권여당의 행보는 내년 지방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것이 보수정당체제가 만들어 놓은 중앙 종속적 지방자치체제다.

 

그러나 무엇인가 허전하다

 

  
진보신당 조승수 후보(가운데)와 노회찬 대표, 심상정 전 대표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 진보신당 이상엽
조승수

그러나 '반MB' 선거 승리를 자축하고만 있기에는 무엇인가 허전함이 있다. 이명박 정권의 실정을 저지하고, 과연 어디로 갈 것인가? 과연 '반MB'만 성사되면 모든 것이 좋아지는가?

 

이번 재보궐 선거의 최대 승부처로 꼽혔던 인천 부평을에서 당선된 민주당 홍영표 당선자는 노무현 정부 시절 'FTA 국내대책본부장'을 역임한 바 있다. 과연 홍영표 당선자가 어떤 MB를 반대하고, 어떤 대안전략을 추진해 나갈 것인가? 2007년 4월 1일, 한 택시노동자가 분신하면서까지 반대했던 한미FTA를 밀어붙인 정치세력이, 이제 이명박 정권이 FTA를 국회 비준하려 하자 '독재' 운운하면서 반대하고 있는 코미디를 '반MB'적 가치로만 받아들일 수 있는가?

 

진보단일화로 관심을 모았던 울산 북구도 마찬가지다. 무엇인가 달라서 갈라선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이명박 정부를 심판하기 위해서' 단일화를 했지만, 다른 무언가를 어떻게 종합시켜 낼 것인지에 대한 비전은 불투명하다. 남은 것은 추상적인은 '진보'라는 가치뿐인데, 이조차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정확하게 알 수 없다. 결국 단일화는 두 정당이 공유하는 진보적 가치의 실현보다, '반MB 단일화'의 압박이 더 큰 동기가 아니었던가?

 

따라서 이번 단일화가 분열로 점철된 지난 과거를 넘어, 진정한 '이질적 진보세력의 폭넓은 단결'의 출발이라고 예상하기는 어렵다. 민주노동당은 단일화에 대한 반발로 내부불만이 터져 나왔고, 원내진출의 숙원을 해결한 진보신당 내부에서 민주노동당에 대한 단결의 동기가 커진 것도 아니다.

 

인천 부평에 후보를 내지 않는 진보신당은 과연 민주노동당 후보를 지지했을까? 정확한 결과는 알 수 없지만, <부평신문>이 여론조사 기관 '더 피플'에 의뢰해 지난 4월 17일에서 19일 동안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진보신당 지지자 중 43.8퍼센트는 민주당 홍영표 후보를 지지했고, 12.5퍼센트만이 민주노동당 김응호 후보를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울산의 단일화가 두 정당이 공유한 진보적 가치를 매개로 한 단일화였다기보다, 여전히 반MB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은' 전술적 측면의 단일화였을 뿐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전주의 야당 분열과 경주의 여당 분열 역시 집권당과 야당 내부의 '비전 차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각 정당 내부의 권력다툼일 뿐이다. 결국 이번 선거가 이명박 정부의 실정을 심판하는 민심의 결과였음은 분명하고, 또 훌륭한 성과를 내었음은 확실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이명박을 넘어 선 곳이 어디인지 알 수 없다.

 

반MB 넘어설 소통 구조 만들어야

 

물론 '반MB'의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며, 재보궐 선거의 참패에도 170석의 과반 의석을 보유하고 있는 한나라당의 독주를 막아서기 위한 정치적·사회적 활동도 계속되어야 한다. 그러나 힘들게 쌓아올린 '반MB'의 결과가 단지 독재적인 신자유주의 정권에서 상대적으로 민주적인 신자유주의 정권으로의 이행으로만 이어진다면, 이 결과는 다시 제 2의 MB가 출현할 토대를 만들어 주는 것일 뿐이다.

 

이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과, 이명박 정부의 지난 1년의 모습에서 무엇을 건지고, 무엇을 버릴 것이며, 어떤 것을 창조해내야 할지 분명하게 확인해야 한다. 여전히 정권의 힘에 대한 '반대투표'만 강조되는 '적대성의 정치' 상황에서는 분노의 악순환을 끊기 어렵다.

 

따라서 앞으로의 선거에서 중요한 것은 반MB에 기반한 후보단일화를 어떻게 이뤄낼 것인지, 다시 말해 100퍼센트 여론조사로 결정할 것인지, 국민(민중)참여 경선제로 결정할 것인지 따위가 아니다. 그들이 무엇을 반대하며 무엇을 창조하려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국민적 이해다.

 

우리는 반MB로 형성된 대중적 저항 전선을 부정하지 않고 받아들이면서도, 단순히 지지율만으로 저항의 돌파구를 찾을 것이 아니라 반MB로 결집된 다양한 세력 중, 누구의 대안으로 이행할 수 있을지를 찾아내야 한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중 누구를 어떻게 단일 후보로 선택할지에 대한 고민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진보신당의 어떤 가치가 진정한 '대안'일 수 있는지를 알 수 있어야 한다. 물론 각 대안의 긍정적 결합도 가능하다.

 

'낡은 민주주의'로의 회귀가 아니라 '새로운 민주주의'의 창조가 우리의 길이다. 어떻게 반MB로 결집된 대중의 힘을 유지한 채, 새로운 민주주의로 향해 갈 것인가? 그 답은 아마도 반MB 연대를 추상적 수준에서 현실로 끌어내리고, 그 '내부'에서 해야 할 일을 구상하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

 

무엇보다 '반MB'를 자처한 이들이, 최소한 지난 해 촛불시위에서 나타난 대중적 열망을 공유한 세력들이 한 자리에 모여, 반대가 아닌 대안을 둘러싸고 경쟁할 수 있는 대중적 소통 테이블이 필요하다. 이 논의 공간은 현재 각 정치세력의 정책전문가들만으로 이루어져 있는 민생민주국민회의의 틀을 대중적으로 확장하고, 내년 지방선거에서 정책경쟁을 목표로 각 지역별 정기 토론회를 기획하는 것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어떤 식으로든 지역 주민들이 '반MB'속에 얽혀 있는 여러 갈래의 미래 가운데서, 자신의 것을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

 

후보를 결정하는 문제는 부차적인 것이며, 또 후보를 결정하기 위해서라도 결정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지금까지 그 근거란 것이 오로지 '당선 가능성'만으로 제시되고 있지만, 그것은 현실의 적을 견제할 수는 있어도 새로운 미래를 구현하는 데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