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비평

손우정 2009. 7. 22. 14:13

'이제는 빡세게'와 '무조건 비폭력'이 만났을 때...
[가상촛불대토론회] 저항폭력 vs 비폭력 저항
09.07.22 12:00 ㅣ최종 업데이트 09.07.22 12:01 손우정 (roots96)

사회자: 오늘도 불철주야 뉴스를 보시면서 아드레날린을 뿜어내고 계시는 국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그동안 정부의 통치행태를 두고 많은 집회들이 열렸는데요, 정부의 태도변화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시점에서 일단 우리 내부의 다양한 이견에 대해 각자의 입장을 살펴보고 내부 소통을 시도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아 이번 가상 촛불대토론회를 마련해 봤습니다.

 

오늘은 가상 촛불 대토론회 첫 번째 순서로 촛불시위 기타 등등에서 계속 비폭력 평화시위를 고집할 것인가, 아니면 좀 더 강력한 저항 수단을 강구할 것인가에 대해 그동안 논란이 많았던 이야기들을 정리해볼까 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가상 100분 토론회 형식을 빌려봤는데요, 지난해부터 촛불시위 등 각종 집회에 꾸준히 참여해오신 분들 100분을 뽑아서요, 저항폭력을 '이제는'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시는 50분과 '무조건' 비폭력 평화시위가 답이라고 주장하시는 50분을 모셔 봤습니다. 

 

지금 평택 쌍용자동차 문제나 용산 철거민분들의 싸움 등을 보면서도 이 주제와 연관시킬 수 있는 부분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논의의 주제는 최근 사안만이 아니라 '저항에서의 폭력적 수단'에 관한 폭넓고 제한 없는 논의가 오고 갔으면 합니다.

 

사람이 많은 관계로 입장이 비슷한 분들끼리 사전토론을 통해 대표 1분씩을 뽑아 주셨는데요, 우선 저항폭력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계시는 '박시개'씨 나오셨네요. 안녕하십니까?

 

박시개: 네, 안녕하세요?

 

사회자: 다음은 비폭력 평화시위 기조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시는 '비봉렬'씨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비봉렬: 네, 반갑습니다.

 

비폭력 저항이 필요한가, 더 강력한 물리적 저항이 필요한가?

 

  
미국산쇠고기 전면 수입개방 반대 72시간 릴레이 촛불문화제 나흘째인 지난해 6월 8일 새벽 서울 세종로 사거리에서 학생과 시민들이 청와대로 진출을 시도하기 위해 경찰들과 대치를 벌이다가 한 시민이 전경버스에 걸려있는 태극기를 붙잡고 비폭력을 요구하며 울부짖고 있다.
ⓒ 유성호
미국산쇠고기

사회자: 먼저 각자의 입장을 짧게 말씀해 주시죠.

 

박시개: 네, 먼저 이런 공개적인 토론자리가 마련되어 참으로 무섭습니다. 아, 왜냐고요? 요새는 인터넷에 글쓰기도 무섭고 술먹고 나랏님 욕하다가도 잡혀가는 세상인데, 저항폭력을 가지고 공개토론이냐니요. 가상토론인 게 천만 다행입니다. 그건 그렇고. 우리가 지난해 촛불시위를 하면서 얼마나 줄기차게 비폭력 투쟁을 해왔습니까? 그런데 이게 전혀 먹혀들어가고 있지 않아요. 국민들이 너무 점잖아서 점잖게 해보려고 하니까 이 정권이 더 우습게 보는 겁니다. 요새 집회 나가 보셨어요? 그냥 모였다가 구호 몇 마디 외치고 해산! 이게 뭡니까? 이제는 좀 더 '빡센' 투쟁이 필요하다고 제안드리는 바입니다.

 

비봉렬: 네. 잘 들었고요. 이런 식의 주장들은 지난해부터 많이 오고 간 이야기들인데요. 생각해 보세요. 지난 해 촛불시위에 그토록 많은 국민들이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이 뭐라고 보십니까? 일단 우리가 끈질기게 비폭력 기조를 유지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유모차 어머니나 할아버님들도 부담 없이 집회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 아닙니까? 만일 폭력시위를 했다면 이렇게 많은 분들이 참여할 수 있었을까요?

 

또한, 우리가 정부의 통치를 비판하면서 정부를 닮아갈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바로 우리 저항의 정당성 아니겠습니까? 자꾸 강력한 저항, 강력한 저항 하시는데, 진정 강력한 저항은 이처럼 많은 국민들의 동의를 얻고 정당성을 얻어가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진정으로 빡신 투쟁은 끈질기게 비폭력적인 저항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시개: 맞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는 것이 단지 단순한 의사표명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만일 정말 민주적인 정부라면 그토록 많은 국민들이 힘겹게 의견을 표명했으면, 뭔가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전혀 변화가 없어요. 이런 식으로만은 안 된다는 겁니다. 외국에서는 비폭력불복종 운동이 많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많은 시민'이 의견을 표출하면 이를 잘 수용하는 민주적인 정부가 있는 경우에만 해당합니다. 이 정부에서는 이미 그 단계는 지났다고 봅니다. 아무리 많은 국민이 의견을 표출해도 받아들일 의사가 없다는 걸 분명히 선언한 거죠. 지난 번 미디어법 처리 관련 여론조사를 거부한 것에서도 읽을 수 있는 메시지 아닙니까?

 

그리고 비봉렬 선생께서 비폭력 시위를 해야 사람들이 많이 참여한다고 말씀하시는데, 그건 촛불시위 초기에, '아, 이렇게 하면 정부가 바뀌겠구나' 하고 생각하니까 참여하신 거죠. 그런데 지금은 '아, 이렇게만 해서는 안 되겠구나' 하시니까 오히려 참여를 안 하는 것 아닙니까? 집회에 나가봐야 바뀌는 데 없는데 왜 나갑니까? 뭔가 더 강력한 저항을 통해서 '아, 내가 여기에 참여하면 뭔가 바뀔 가능성이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더 많은 사람들을 참여하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비봉렬: 물론 요즘 집회 참여하시는 분들이 지난해보다 확실히 줄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단순히 집회 참여율을 가지고 아무 의미가 없었다는 듯이 이야기하는 건 동의하지 못하겠습니다. 근본적인 변화를 못보고 있어요. 무엇보다 우리의 생활이 바뀌고 있지 않습니까? 예전에 투표도 안 하고, 정치에 관심도 없었던 분들이 달라졌습니다. 생활 정치인들이 되셨어요. 이건 우리가 비폭력 투쟁을 통해서 줄기차게 정당한 투쟁을 했기 때문입니다. 폭력은 폭력일 뿐이에요. 외국에서 은행 쳐들어간다고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합니까? 그러니까 우리 촛불시위가 위대한 거예요!

 

폭력과 비폭력의 기준은?

 

  
용산참사 발생 6개월째를 맞는 20일 오후 시신이 안치된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학병원 영안실 앞에서 경찰들이 시신의 운구를 저지하기 위해 원천봉쇄하고 있다.
ⓒ 유성호
용산참사

사회자: 네, 처음부터 열띤 토론이 오고 가는 것 같은데요. 일단 좀 진정하시고요. 그런데 말씀하시는 걸 쭉 들어보니까, 저항폭력을 행사해야 하느냐, 비폭력 투쟁을 고수해야 하느냐에 따라 입장이 갈리시는 건 알겠는데, 뭐가 저항폭력이고 뭘 비폭력 투쟁으로 보시는 거죠?

 

박시개: 아네, 제가 하고 싶은 말이 그겁니다. 왕년에 데모 좀 하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우리가 왜 그 젓가락! 그 젓가락이나 꽃병을 사용하지 않으면 통상 '비폭력' 시위였단 말입니다?

 

사회자: 젓가락과 꽃병이라니요? 그럼 숟가락하고 화분만 사용하는 게 비폭력입니까?

 

박시개: 아, 허허 참. 제가 왕년 버릇이 나오네요. 에~ 그 뭣이냐, 응, 그 쇠파이프랑 화염병을 사용하지 않으면 예전에는 비폭력 시위라고 했단 말입니다? 그런데 지난해 촛불시위 때는 전경 방패에 손만 닿아도 '비폭력, 비폭력' 이러고 외치는데 죽겠더란 말입니다. 아니, 전경이 막 밀고 들어오는데 그럼 계속 도망가란 말입니까? 도대체 뭘 가지고 폭력이니 비폭력이니 나누는 건지 생각해보니까 궁금하네요. 그 때 제 옆에서 비폭력 비폭력 외치시던 분 중에 비봉렬씨도 있었습니다. 그 때 절 노려보는 눈빛은······ 심히 폭력적이었습니다!

 

비봉렬: 우리가 말하는 비폭력 저항은 단순히 어떤 도구를 쓰느냐 마느냐에 대한 것이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의도죠. 경찰의 폭력으로부터 방어하다가 불가피하게 행사하게 되는 물리력을 무조건 폭력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다만, 문제해결을 폭력을 쓰지 않고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에 집중할 것이냐, 특정한 물리적 수단에 의존할 것인가의 차이입니다. 폭력에 대항해서 폭력으로 이겨보겠다고 하는 건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아요. 물리력을 쓰지 않고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 그게 비폭력 저항의 위력이지요.

 

박시개: 허, 이거 참. 의도요? 누가 우리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답니까? 비봉렬선생이 주장하는 것이 저는 좀 지나치게 추상적으로 들립니다. 또 그게 얼마나 위험한 발상인지 모르시는군요. 예를 들어 잘 아시겠지만, 지난해 그 유명한 '해당 신문사'에서 자사 신문 불매운동 하는 요리 커뮤니티 회원들을 협박하면서, 불매운동도 '폭력'이라고 한 거 아시죠? 이런 게 바로 별 근거도 없이 우리의 '의도'를 마음대로 파악해 버리고 규정하는 심히 자의적인 잣대입니다. 오히려 이용당할 수 있어요. 비봉렬선생이 비폭력으로 보는 것도 폭력으로 규정해버리는 방식으로요. 이게 다 촛불시위 내부에서 폭력 비폭력 가지고 갈등하니까 그걸 써먹는 겁니다.

 

또한, 실제 비폭력을 주장하시는 분들이 뭘 말하는지 간에 자꾸 우리 내부에서부터 '폭력은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게 '눈에 보이는 폭력'만 생각하게 만든단 말이에요. 예를 들어서 부자들 세금은 되돌려 주고 초딩들 급식비는 전액 삭감한다든가, 인터넷에 글 올렸다고 구속해버린다든가 하는 '구조적 폭력'은 마치 폭력이 아닌 것처럼 사고하게 만든단 말입니다. 결국 비봉렬선생 같은 생각은 본인이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정부가 우리들의 손발을 묶는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어요!

 

비봉렬: 물론 저도 구조적 폭력, 눈에 보이지 않는 폭력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그런 폭력에도 같은 방식으로 대응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폭력을 폭력으로 이길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위험한 겁니다. 정부가 눈에 보이는 폭력과 눈에 보이지 않는 폭력을 썼다고 해서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합니까? 아까 말씀 드렸다시피, 폭력은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의 저항이 정당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정당한 방식으로 싸워 나가야죠!

 

폭력은 정당화될 수 있는가

 

  
10일 저녁 서울광장에서 열린 6.10 범국민대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대회를 마친 뒤 태평로에서 가두시위를 벌이자 경찰이 강제해산 작전에 나서 방패로 밀어내고 있다.
ⓒ 남소연
경찰 강제진압

박시개: 거 말 잘하셨습니다. 비봉렬선생 같은 분들은 폭력은 폭력일 뿐, 정당화될 수 없다고 말하시는 걸 좋아하시는 듯한데, 과연 그렇습니까? 그럼 4.19혁명 때 폭력은 어떻게 보십니까? 일제에 대항한 무장투쟁은요? 가깝게 1980년 광주항쟁 때는 시민군이 총도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 우리가 그것을 부당하다고 평가하나요? 어디 한번 말해 보세요!

 

비봉렬: 맞습니다. 그렇지만, 당시에는 폭력 외에 저항수단이 없었습니다. 정보도 차단되어 있었고. 광주항쟁 같은 경우에 공수부대가 수없이 많은 시민들을 학살하고 있었을 때도 '북한 간첩이 폭동을 일으켰다'고 했다죠? 그런데 지금은 어떻습니까? 우리가 지금 당하고만 있는 것 같지만 인터넷 시대예요. 감춰지지 않아요. 사람들이 다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투표 안하던 분들도 '못 참겠다. 꼭 투표한다'고 나서지 않습니까? 정부가 폭력을 쓰면 쓸수록 자기 무덤을 파고 있다는 걸 알아야죠. 우리가 비폭력 저항을 끈질기게 지속하고 있는 것도 단기적으로 보면 '우리만 당한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이 정부에 대한 대중적 분노가 공유되는 과정으로 봐야 합니다. 그런 게 진정한 승리 아닙니까?

 

박시개: 퍽이나 낙관적이십니다. 이명박 지지율 비록 쬐끔이지만 오르고 있는 것 보고 계시죠? 이명박 정부가 정말 멍청하지 않고서야 자기 무덤만 파는 일을 왜 하고 있겠습니까? 노림수가 있는 거죠. 예를 들어 보십시다. 이번에 무리수를 두면서도 미디어법을 처리하려는 이유가 뭘까요? 바로 비봉렬씨가 말하는 그 정보의 소통, 그걸 막으려고 하는 것 아니냐고요. 재벌이 언론을 장악하고 해당신문사를 필두로 한 찌라시들이 지상파까지 먹으면, 비봉렬씨가 말하는 그 가치의 공유가 가능할까요?

 

저도 우리 국민들의 민주의식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언론이 완전히 장악당하더라도 국민들이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 있을까는 의문입니다. 독재정권들이 자기 임기 연장하기 위해 사용한 게 다름 아닌 국민투표였어요. 언론을 장악하면 국민들은 거짓을 사실로 믿게 되는 거죠. 보세요. 이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오마이뉴스> 같은 진보 언론에 대한 정부 광고가 '빵원!'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우리가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미래를 전망하는 동안 저들은 더 강력하게 사회를 지배할 조치들을 차근차근 진척시키는 것 아닙니까? 바로 지금, 더 강력한 수단으로 그런 음모를 저지해야 한단 말입니다! 우리는 앞으로 벌어질 눈에 보이지 않는 폭력을 막기 위해서, 바로 지금! 강력한 저항권을 발휘해야 합니다! 다 저질러지고 나서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비봉렬: 이제 과거 독재시절처럼 모든 정보를 감추려는 의도는 성공하지 못합니다. 시대가 달라졌어요. 물론 정부나 초 울트라 캡숑 보수 단체에서는 그렇게 의도하고, 또 그게 실제로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을 겁니다. 과거처럼 국민들 겁만 주면 알아서 고분고분 할 것이라고 볼 거구요. 그렇지만, 전 지금의 국민들은 어느 때보다 민주의식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그걸 믿어야지요. 물론 저항폭력은 최후의 수단으로 불가피하게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저도 인정합니다. 그렇지만, 정말 우리가 저항폭력 말고 모든 수단을 다 써봤습니까? 우리는 정말 경찰이 잡아가겠다고 하거나 폭력으로 집회를 해산시키면 더 참여하지 않을 정도로 소심했었나요? 오히려 정부의 연행이나 폭력에도 비폭적으로 정당성을 주장하면서 얻어 맞고 잡혀가는 것이 필요할 때 아닌가요?

 

박시개: 전 솔직한 말로, 비봉렬씨가 집회하다 잡혀가시면 참 잘했다고 박수쳐주고 싶습니다. 그런데 그냥 순수하게 집회 참여했다가 얻어터지는 어린 학생들, 출근해야 하는데 잡아가서 48시간 꽉 채워서 불구속으로 나오는 직장인들, 자식들 건강 생각해서 유모차 끌고 집회 나왔는데 애들 볼모로 시위했다고 고소당하고 검찰 불려가는 어머니들, 이런 분들이 그렇게 되는 건 도저히 참을 수가 없네요. 더구나 지금 용산철거민들이나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에게 '비폭력적으로 하세요'라고 말할 수 있습니까? 이 분들이 정말 비봉렬씨처럼 그렇게 '아무리 폭력적으로 당해도 비폭력으로 저항하련다'고 생각하실까요? 전 우리 힘의 미약함과 저항 수준을 원망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왜 우리 스스로 보호하지도 못하는가' 하고요.

 

저항폭력은 비폭력 저항 보다 효과적인가?

 

  
20일 오전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에서 점거농성중인 노조원들이 공권력투입을 막기 위해 도장공장 입구에서 타이어를 태우자 소방차가 물을 뿌리며 진화에 나서고 있다.
ⓒ 권우성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사태

비봉렬: 계속 이야기를 듣다 보니까요, 박시개 선생님은 우리가 마치 돌이라도 던지고 쇠파이프라도 휘두르면 문제가 해결된다고 주장하시는 것 같은데요.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 아닙니까? 정말 폭력시위로 이명박 정부 퇴진이 가능하다고 보시는 겁니까? 우리가 쇠파이프와 화염병을 드는 방식으로, 정말 정부를 이길 수 있다고 믿는 겁니까? 쌍용차 사건도 그렇습니다. 생존권 위협에 어쩔 수 없이 나선 그 분들을 물론 이해하지만, 그런 방식보다 좀 덜 비폭력적인 방식으로 사람들의 지지를 얻고, 그 힘으로 문제를 풀어가려는 노력에 집중하는 것이 더 좋지 않았었나 생각하게 됩니다.

 

박시개: 쌍용차 노동자들이 공장 안에서 이렇게 치열하게 싸우지 않았다면, 과연 사람들이 쌍용차 문제에 관심이나 가졌겠나 되묻고 싶네요. 사실 이렇게 강력하게 싸우니까 사회 이슈가 되는 거지, 정말 캠페인이나 벌였다면 사람들이 이 문제를 알고나 있었을까요?

 

또, 정말 비봉렬선생은 제가 빡센 투쟁이 필요하다고 한 이유가 강한 저항으로 정부를 전복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 계셨던 겁니까? 아닙니다. 저도 우리가 돌맹이를 들건 심지어 화염병과 쇠파이프를 들건 간에 잘 훈련된 젊은 전투경찰들을 이길 수 없다고 봅니다. 저번에 보니까 전경들이 하나 같이 어찌나 덩치가 좋고 다리가 긴지, 난 열 발자국 뛰었는데 이 친구들은 두 세 발자국만 뛰니까 벌써 따라잡더라고요? 분명 100미터 앞에 있었는데 잠깐 뒤돌았다 돌아보니까 10미터 앞에 와있지 뭡니까? 거 참 요새 애들은 뭘 먹고 커서 그런지. 이게 다 유전자 조작된 음식을 어렸을 때부터 먹은 부작용이·····

 

사회자: 잠깐 다른 데로 센 거 같으신데, 본론으로 들어가시죠.

 

박시개: 아, 네 죄송합니다. 우리가 이야기 하는 게 폭력으로 정부를 전복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우리의 주장이 묻히지 않고 제기될 수 있도록 최소한 안정된 공간을 확보하자는 겁니다. 다시 말해 우리는 '방어적'이고 '제한적'인 강한 저항을 주장하는 겁니다. 경찰에 비해 힘없는 집회 참여자들을 지켜줄 최소한의 방어를 말하는 겁니다.

 

비봉렬: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정말 돌이나 화염병을 들고 집회 참가자를 지킬 수 있다고 보십니까? 오히려 지금은 비폭력적으로 저항하기 때문에 정부가 오랫동안 잡아넣고 싶어도 48시간 이상을 못 잡아 두는 겁니다. 그런데 폭력을 쓰면요? 아마 전부 구속될 껄요? 그게 '방어'입니까? 그렇게 구속되면 박시개 선생이 책임질 겁니까?

 

박시개: 물론 희생이 뒤따르겠죠. 그러나 저는 이렇게 허무하게 잡혀가면서 사람들이 주는 것보다는 강력한 저항에 따르는 희생이 더 효과적일뿐더러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쌍용차 사태나 용산 철거민 사태를 보세요. 비폭력 저항으로 이 정부에게 기대할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비봉렬씨는 아마도 비폭력 저항시위를 펼치면서 내년 지방선거나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심판하면 된다고 보는 모양입니다만, 저는 이 정부가 선거에서 심판받더라도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고 봅니다. 이미 정치권력을 차례차례 사회 속의 다른 권력, 예를 들면 시장권력 같은 곳으로 옮기고 있지 않습니까? 이 과정이 마무리되면 우리가 아무리 정치권력을 견제하더라도, 진정한 지배권력은 더 튼튼해질 껄요? 아까도 말했지만 미디어법에서 분명하게 드러나는 거 아닙니까?

 

비봉렬: 우리 저항이 단순히 정치권력만 집중하고 있다고 보시는 듯 한데요, 제가 언제 '선거'만 잘하면 된다고 했습니까? 언소주 운동에서도 보듯이 우리는 정치권력만 공격하고 있지 않아요. 이미 사회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 곳의 권력까지 우리 운동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이런 비폭력적이고 광범위한 대중적 힘이 진정한 힘이자 엄청난 위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박시개: 전 별로, 그다지, 그게 '엄청나'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 결과도 냉철히 평가하면 만족스럽지 못하고요. 아, 물론 제가 그런 노력이 필요없다고 보는 건 절대 아닙니다. 그렇지만 그것만 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국가가 합법적 폭력을 독점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말이 있지만요, 국가가 그 폭력행사의 정당성마저 독점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비록 지금 '법'을 어기면서 싸운다고 할지라도, 최소한 민주주의적 정당성은 우리에게 있습니다. 4·19와 5·18에서 그랬던 것처럼요! 비봉렬씨와 같은 비폭력 근본주의자들은 오히려 정부의 일상적 폭력을 더 묵인해 버리게 될 겁니다!

 

비봉렬: 우리 민주화운동의 지난 역사가 자랑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반성적 성찰이 없는 것이 너무나 아쉽군요! 80년대에서 90년대에 이르는 각종 사회운동 중 일부 경향의 문제가 국가폭력에 저항하면서 지나치게 폭력적 수단에 의존한 결과, 대중들이 멀어져버렸다는 문제에 대한 반성을 잊으신 건가요? 정부는 호시탐탐 우리가 폭력을 사용하기만을 기다리는 데 거기에 말려들어가겠다는 의도를 이해할 수 없네요. 그건 오히려 촛불대중을 분열시키게 만들껄요?!!

 

박시개: 더 냉정하게 말해 볼까요? 90년대 학생운동이 지나치게 폭력시위만 고집해서 대중적인 참여가 없었다고 하죠? 그런데, 제가 알기로는 1998년 이후 대학생들이 폭력시위를 벌이는 일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대학생운동에 대한 참여율이 높아졌나요? 기존 운동권 때문이라면, 새로운 운동권이 엄청나게 성장했나요? 요새 대학생들 지지율 봤죠? 한나라당 지지율이 5, 60대와 비슷합니다. 등록금 문제로 싸워도 많이 참여하지 않아요. 비봉렬씨 말대로라면 비폭력적인 운동에 더 많이 참여해야 하고, 대학생들의 사고방식도 더 나아졌어야 하는데, 이게 당최 어찌된 일이죠?

 

사회자: 네, 잠깐요. 네네. 두 분 다 마이크 잠시 내려놓으시고요. 박시개씨! 마이크 그렇게 화염병 돌리시듯 돌리면 고장나니까요, 잠시 내려두시고요. 네. 감사합니다. 비봉렬씨 뒤에 앉아 계신분들도 이제 그만 스크럼 푸시고요. 일어나서 편하게 앉아주세요. 네네. 감사합니다.

 

두 분의 입장 잘 들어봤습니다만, 쉽게 의견이 좁혀지지 않는 것 같네요. 이번 토론이 그래도 정부에게 비판적인 촛불시위 참가자 분들로 제한되었는데도 입장이 갈리는 것은 우리 사회에 그 만큼 소통이 필요한 공간이 많다는 걸 보여 주는 것 같습니다.

 

아직 이 주제에 대해서는 나눌 이야기가 많지만, 일단 지면 문제도 있고 하니, 이쯤에서 독자분들 의견을 들어 보는 것으로 해보죠. 독자 여러분께서도 촛불시위에 참여하신 분이라면 이 문제에 대해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해 보셨을 거라고 생각되는데요, 각자의 입장을 자유롭게 댓글로 남겨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뭐 반응이 없으면 이 상태로 정리하고요, 다른 의견이 올라오면 가상 토론을 계속 이어나가 보겠습니다. 의견 주시죠.

 

 

이제 막 시사공부를 시작하는 학생인데요, 가상 토론 맛있게 봤습니다(재미있게 봤다고 하기는 주제의 무게가 부담스럽네요). 의견은 아니고요 정당한 폭력은 없다고 믿는 입장으로써 좋아하는 구절 소개드리고 싶어요. 아실런지 모르겠지만 조심스레...
"평화로 가는 길은 없습니다. 평화가 곧 길입니다." - a.j 머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