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서평

손우정 2010. 11. 10. 10:09

허각 같은 대통령, '진보드림팀 놀이' 괜찮은데?
[서평] 오연호가 묻고 조국이 답하는 <진보집권플랜>
10.11.08 14:10 ㅣ최종 업데이트 10.11.08 14:45 손우정 (roots96)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와 조국 서울대 교수가 8월 10일 오후 서울 방배동 한 카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 권우성
조국

오연호 기자와 조국 교수는 심히 불쾌하게 여길지도 모르겠지만 솔직히 좀 더 심오하고 기발할 줄 알았다.

 

서울대 법대 출신의 운동권, 그 이름도 지하스러운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 출신, 미국 유학파, 지나치게(?) 잘생긴 외모의 소유자인 대학 교수 조국. 또한 심층취재 전문기자, <식민지의 아들에게>의 저자, 제일 잘나가는 인터넷 매체인 <오마이뉴스>를 만든 주인공 오연호. 이 둘이 만나 '진보 집권 플랜'이라는 거창한 이야기를 나눴다.

 

보수가 정권을 재창출 할 수 있을까? 에이, 안 되겠지? 그럼 진보가 집권할 수 있을까? 글쎄···. 이런 모호함이 가득 찬 시대에 한 '내공'하는 두 명의 지성인이 <진보집권플랜>이라는 거창한 제목의 책을 냈으니, 누군들 '심오함'과 기발한 '상상력'을 기대하지 않겠는가?

 

혼란스러운 제목, 어디선가 들어본 이야기들

 

따끈하게 배달돼 온 포장을 헐레벌떡 벗기고 침 발라 책장을 넘기면서도 어서 빨리 그 '비법'을 전수받고 싶은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런데···. 책장을 넘기면서 처음 받은 느낌은 약간 '김이 샜다!' 우선, 왜 제목을 '진보집권플랜'이라고 지었는지가 이해되지 않았다.

 

조국 교수는 이 책에서 진보라는 개념을 매우 광의적으로 사용한다. 우리는 흔히 정치세력 중 '진보가 누구냐'고 물으면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사회당을 떠올리고, '개혁이 누구냐'를 물으면 민주당이나 국민참여당을 거론한다.

 

그런데 이 책이 말하는 진보의 중심은 '민주당 좌파'에 가까웠다. 물론 조국 교수와 오연호 기자는 이런 문제를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고 '진보·개혁'이라는 확장어를 병행하여 사용한다. 그러나 간간이 등장하는 '진보가 재집권 하려면···'과 같은 표현을 보면 두 저자가 말하는 집권주체의 중심에 지난 정부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386 동지'들이 있음이 분명해 보인다. 

 

물론 진보의 개념이 매우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고, 이명박 보수 정권 아래에서 진보의 외연은 매우 넓어질 수밖에 없지만, 처음 제목이 주는 이미지는 마치 '진보정당의 집권 전략'으로 오인될 소지가 다분하다. 이런 의미에서 이 책, 진보정당 관계자들이 읽으면 좀 불쾌하겠다. 

 

내용도 '처음에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386세대에 대한 성찰, 출산률, 경쟁, 복지, 삼성, 교육, 통일, 검찰 등 전방위적으로 펼쳐지는 대안들은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었다. 대안을 탐구해 본 사람이라면 어디선가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이야기들, 상식에 근거한 이야기들이 일반인들의 눈높이에 맞게 잘 정리되어 있었다. 하지만 무엇인가 '기발한 상상력'을 기대했거나, 화끈하게 판을 뒤집는 근본적이며 새로운 방향을 기대한 사람이라면 김새기 딱 좋다.

 

물론 여기에서 다루는 대안은 매우 현실적이지만, 바로 그 지나친 현실성 때문에 심히 '밋밋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반전! 진보집권플랜의 진짜 의미는?

 

그런데, 책장을 절반 정도 읽다보니 불현듯 한 가지 생각이 뇌리를 스치기 시작했다. 허겁지겁 다시 책 표지를 봤다. 진보집권플랜. 난 이 책을 절반 정도 읽은 시점에서야 제목의 의미를 다시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책은 내가 처음 생각한 것처럼 진보에게 이런 저런 집권 플랜을 제안하는 기획서가 아니었다. 그보다는 이미 가동되고 있는 집권 플랜의 일환에서 출판된, 매우 정치적인 책으로 보였다.

 

  
<진보집권플랜> 겉그림.
ⓒ 오마이북
진보집권플랜

이 책의 의도는 '플랜6 사람'으로 명명된 '잔치는 다시 시작이다'에서 분명하게 확인된다. 민란 프로젝트와 올리브 동맹, 공동정부, 소통합과 상설협의체, 무지개연대. 이 모든 것이 말해 주는 바는 어떤 형태로든 민주당을 포함한 진보정당이, 혹은 진보정당을 포함한 민주당이 2012년 총선과 대선을 단일후보로 공동대응하고, 집권 이후에는 공동정부를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이 책의 목적은 단순히 새로운 대안을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민주당을 포함한 진보·개혁 진영이 반드시 후보단일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전제 하에, 합의해야할 대안 지점을 제시하는 데 있었다. 여섯 번째 플랜은 사실상 이 책의 전제, '플랜 0'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조국 교수가 들려주는 대안은 이질적이며 서로 갈등하고 있는 진보·개혁진영이 합의할 수 있는 '딱 그 수준'을 가리킨다. 그는 진보가 꾸준하게 지향해 나가야 하는 궁극적인 비전이나 모델 차원의 이야기를 하지 않고 있으며, 세세한 차이점을 부각할 만한 아주 구체적인 정책을 이야기 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덜 추상적이면서도 덜 구체적인 '정책 방향'을 제시할 뿐이다.

 

물론 그의 이야기는 민주당의 입장에서는 너무 왼쪽에 있다는 지적을, 진보정당 입장에서는 지나치게 오른 쪽에 있다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그러나 이 모두가 어떤 공동의 가치로 합의점을 만들어내야 한다면, 그 결과는 조국 교수가 말하는 대안 근처 어디에선가 맴돌 수밖에 없다. 두 저자가 끊임없이 강조한 것처럼 개혁의 적기는 집권 초반이며, 이 책의 내용은 바로 그 시점에서 작동해야 할 플랜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본다면, '기발한 상상력'과 '심오함'이 덜한, 그토록 현실적인 대안을 늘어놓은 의도가 이해된다. 두 저자에게 중요한 것은 현실적으로 합의될 수 있는 그 어떤 지점을 찾는 것이지, 진보의 상상력을 마음껏 펼쳐보거나 개성을 드러낼 만한 독특한 무언가를 생산하는데 있지 않다. 따라서 진보·개혁진영에 속한 이들 입장에서는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 국민적 수준에서도 '상식적인 이야기'가 저자들의 목표에 정확히 들어맞는다.

 

게다가 이들은 합의 수준을 정리해 보려는 의도에서 한 발 더 나아갔다. 친근한 대화체로, 이런 저런 재미나는 사례들을 동원해 '대중적 공감 확장'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만일, 두 저자가 바라는 것처럼 반MB를 넘어선 대안적 가치를 합의하고,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대중과의 접촉점을 늘려 나가고자 한다면, 합의된 대안들을 대중의 상식에 근거해서 설명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서로 연대와 단결을 외치면서도 구체적 움직임 없는 진보·개혁진영의 현실에서, 두 저자는 '우리라도 먼저 치고 나가자'는 의기투합을 이룬 것 같다. 따라서 이 책의 주된 독자는 대안을 '연구하는' 사람이 아니라 대안을 '필요로 하는' 국민 그 자체다. 이런 점에서 두 사람, 내공만큼이나 무섭고 치밀하며 거침이 없다.

 

완전하지 않지만 출발점을 제시하는 대안들

 

물론 조국 교수와 오연호 기자의 대화에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진보진영 내에서 쉽게 정리되지 못했던 부분들도 두 사람은 '개인적 입장'이라는 유리한 고지에서 직격탄을 날린다.

 

노무현 정부와 함께 했던 이들은 과거평가에 불편할 수 있고, 또 노무현 정부와 대립각을 세웠던 진보정당에게는 민주당에 참여한 386들을 진보로 부르거나 진보의 집권을 '재집권'이라고 표현한 자체를 불쾌할 것이다. 민주당 좌파를 진보로 부르면 독자적 진보정당의 존재이유가 위협받게 되기 때문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진보정당은 집권을 경험하거나 공동정부 형태로 결합해 본 바가 결코 없다.

 

그 밖에도 북한인권문제나 진보·개혁정당 모두를 '왕이 되기를 포기한 행복한 영주들'로 묘사한 문제, 경제 모델에 대한 입장이나 FTA에 대한 소신에도 문제제기할 여지가 분명히 있다. 혹자는 젠더와 생태, 소수자, 지역 문제 등이 빠진 집권플랜에 대해 심각한 불만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두 저자의 책임으로 돌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진보가 집권하기 위해 필요한 대안들을 채우는 책임이 온전히 두 사람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두 저자가 의도한 것 또한 이 책에서 누락된 대안이나 동의하지 못하는 다른 대안을 가진 이들이 적극적으로 논쟁의 장에 뛰어드는 모습일 것이다. 그 과정에서 진보집권플랜이 더 풍부해지고 확장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조국 교수의 우려처럼 서로 '할퀴는 논쟁'이 되지 않는다면 말이다.

 

무지개 연대, 성공할 수 있을까?

 

책의 거의 뒷부분을 장식하고 있는 대화들은 '진보(개혁)집권'을 위한 방법론이라 할 수 있다. 핵심만 말하자면 조국 교수의 구상은 진보·개혁진영이 대중에 감동을 줄 수 있는 단일후보, 공동정부를 모색하는 것이다.

 

우선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이 통합하고,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사회당이 통합하여 두 개의 정당을 만들거나, 민주당과 나머지 정당들을 통합한 두 개의 정당을 만든다. 그리고 두 정당 간 상설협의체를 통해 2012년 총선을 위한 선거연대의 조건, 절차, 방법을 합의한다.

 

또한, 시민사회가 중재자가 되어 일종의 무지개 연대를 만들고, 강령에 동의하는 정동영, 손학규, 김근태, 천정배, 유시민, 권영길, 이정희, 노회찬, 심상정 등 기존의 각 정당 소속 정치인들이 '개인 자격'으로 여기에 참여한다. 물론 여기에서의 강령은 조국 교수가 제시한 대안적 정책방향 정도가 될 것이다. 이 틀을 통해 야권후보 단일화를 추진해 보자는 것이다.

 

이런 시도는 백만 민란 프로젝트나 빅텐트론을 비롯해 시민사회 곳곳에서 제기되는 여러 목소리와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이 구상이 얼마나 큰 현실성을 가지고 추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장 진보정당 내에서는 후보단일화를 중심으로 한 야권연대 흐름에 불만이 있고, 민주당이 얼마나 자기 몫을 포기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더 크다.

 

이런 상황에서 소통합과 후보전술을 주축으로 한 정당 간 협상이라는 방식이 진보정당에게 민주당의 들러리 역할만을 부여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설령 공동정부라는 당근이 제시된다 하더라도 말이다.

 

이 또한 1987년 이후 진보·개혁진영을 줄기차게 괴롭혔던 '민주당을 어떻게 볼 것이냐'는 문제의 연장선상에 있다. 6·2지방선거 이후 구성되었던 시정공동운영위와 같은 기구의 활동을 볼 때, 여전히 확신을 주기에는 무리가 있다. 게다가 개인자격으로 당 외곽조직에 참여한다는 것은 당 내부의 합의과정을 건너뛴 채 명망가 중심의 협상과 타협을 전제한다는 점에서 또 다른 내홍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그래서 조국-오연호가 주창하는 판 바꾸기는 현 정치권 안의 힘만으로는 달성하기 어렵다. 그것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두 사람은 지금부터 정치권 밖에서 시민들의 힘으로 '신명나는 게임'을 할 것을 제안한다. 이름을 붙인다면 '2013년 진보정권 드림팀 만들기 게임'.

 

조국: (진보개혁세력이 집권하기 위해서는) 사람을 소중히 여기고 키워줘야 합니다. 좋은 정치가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은 것처럼, 좋은 지도자도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습니다.

 

오연호: 진보·개혁 진영의 인물 키우기와 사전 경쟁을 선거 때만 할 것이 아니라 항시적으로 할 만한 방법이 없을까요.

 

조국: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소박하게 떠오르는 생각부터 말씀드리지요. 진보·개혁 진영의 언론이 네티즌과 공동 작업으로 진보·개혁 진영의 '드림팀'을 뽑아보는 겁니다. 현재의 당 소속과 상관없이 집권을 전제로 한 정부 구성을 해보는 겁니다. 당 중심이 아니라 인물 중심으로 말이죠. 예컨대, 대통령으로 OOO, 국무총리로 OOO, 장관으로 OOO, 대법원장으로 OOO, 헌법재판소장으로 OOO 등을 뽑아보는 거지요. 각 자리마다 3배수 정도로 뽑는 것이 좋겠습니다. 일종의 '놀이'일 수도 있는데, 이런 모습이 그려져야 새로운 정부에 대한 감도 빨리 오지 않겠어요?

 

오연호: 지금 정치권 밖에 있는 사람들까지 포함해서 대통령 역할이든 장관 역할이든 '드림팀'을 구성해보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문재인 변호사, 박원순 변호사, 배우 문성근 씨 같은 분들을 포함해서 말이죠. 더 젊은 축에서는 안철수 카이스트 교수, 김기식 참여연대 정책위원장 같은 사람도 있지요.

 

진보·개혁진영 '슈스케' 만들어 보면 어떨까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와 조국 서울대 교수가 8월 10일 오전 서울대 교정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 권우성
조국

이런 구상을 좀 더 발전시켜 보면 어떨까? 예를 들면 최근 인기를 끌었던 케이블 오디션 프로그램인 <슈퍼스타K>(이하 슈스케)를 벤치마킹 하는 것이다. 어찌 보면 슈스케는 매우 민주적인 프로그램이다. 전문 심사위원이 평가를 하지만, 우승자를 가려내는데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다름 아닌 '시청자'의 투표다.

 

전문가보다 평범한 시청자의 결정을 우선시한 우승자 결정방식은 촛불이 뚫지 못했던 주권의 한계를 명쾌하게 넘어선 모델을 보여준다. 전문가보다 대중의 선택에 우선권을 부여하고, 모든 오디션 과정을 공개했던 과정은 대부분의 예상을 깨고 환풍기 수리공을 우승자로 만드는 반전과 기적, 감동을 연출했다. 이 방법을 차용한다는 것은 곧 소수정당에게도 '오디션 과정에서 우승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다.

 

정당 간 통합이나 무지개 연대에 개별적으로 정치인이 가입하는, 성공이 불확실한 방법에 기대기보다, 시민사회가 주축이 되어 각 정당의 대안을 경합하게 하고, 공동의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대국민 오디션 장을 만들어볼 필요가 있다. 여기서 중심이 되는 것은 시민단체도, 정당도, 전문가도 아닌 촛불시민, 즉 '청중'이다.

 

소수정당 역시 집권을 꿈꾸는 세력이므로, 집권을 위해서는 적극적 청중, 즉 어느 당이건 이명박 정부의 현실에 반대하는 이들을 자신에 대한 지지세력으로 만들고자 하는 강력한 동기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시민사회와 촛불시민이 주축이 되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각 분야의 대안을 만들기 위한 논쟁의 장에 각 정당을 초대한다면, 거부할 정치세력은 없을 것이다.

 

현재의 위치가 어디에 있느냐와 상관없이 오로지 '누가 더 좋은 비전과 정책을 제시하는가'를 가리기 위한 공론의 장에서는, 그리고 그 평가가 몇몇의 전문가가 아닌 적극적 대중에게 맡겨지는 논쟁의 장에서는 소수정당이라도 우승을 꿈꿀 수 있다. 물론 그 우승은 즉각적인 점수로 계산되는 것이 아니라 지지층의 확대라는 점진적 과정으로 나타날 것이며, 이 과정에서 새로운 인물이 발굴될 수도 있다.

 

조국 교수가 언급한 2002년 민주당 대선경선 과정에서 불었던 노풍과 대중적 감동은 이런 대국민 오디션이 존재했기에 가능했던 것이 아니었던가? 이런 점에서 2002년의 민주당 경선은 슈스케의 오디션 과정과 무척이나 닮았다. 그리고 이것을 가능케 했던 것은 다름 아닌 예전에는 '구경꾼'으로만 존재했던 이들이 결정의 주체가 되었던 과정이었다. 

 

대중의 '신명'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은 '이것' 뿐

 

시민사회의 역할이 필요한 부분은 명분을 앞세워 각 정당에게 후보단일화를 강제해 내는 것이라기보다 각 정당이 자신의 정체성과 노선, 가치와 정책방향을 마음껏, 자발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하다못해 각 분야별 토론회라도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대상이 되는 각 정당, 단체, 개인을 토론자로 섭외하라. 그리고 촛불대중에게 참여를 호소하고 관전을 독려하라. 토론 참여 정도의 제안을 거부할 정치세력은 없다.

 

지난 6·2 지방선거 과정에서 만들어진 유권자 연대, 어느 정당에도 소속되지 않은 건전한 여러 단체들을 하나로 모아 보자. 각 정당의 대의원들이나 당원들도 당연히 좋다. 한꺼번에 점수를 매기고 즉각적인 평결(후보결정과 같은 것)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으로 지지할 대상을 선정하는 과정이라면, '동원표', '조직표' 따위가 논란이 될 이유는 없다. 소수정당으로서도 잠재적 지지대상을 확인하고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얻는 것이기 때문에 회피할 이유가 없다. 

 

이런 과정이 전제될 때만이 소수 명망가 중심의 협상과 타협이 아니라 대중에 근거한 진보의 집권 플랜이 창출될 수 있다. 이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공동의 정책방향은 언제고 닥쳐올 개헌국면에서도 국민헌법안을 마련하는 데 중요한 기초자료로 사용될 수도 있을 것이다. 

 

조국 교수와 오연호 기자가 주장한 정당 간 소통합과 상설협의체, 무지개 연대 역시 이러한 토대 위에서만 추진할 수 있으며 바람직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현재의 지분으로 미래의 지분을 분할하거나 명망가들만을 중심으로 한 형태가 아닌, 미래의 가치를 중심으로 공동정부의 상을 그려보는 방식이 필요하다. 지금의 역관계를 뒤집고 평범한 환풍기 수리공을 우승자로 만들 수 있는 '역전 가능한 공간'이 창출될 때만이, 대중의 '신명'은 살아날 수 있을 것이다.

 

<진보집권플랜>은 우리 모두의 '공공재'

 

이런 점에서 <진보집권플랜>은 여전히 이명박 이후의 불투명한 대안에 불만을 느끼는 이들에게 중요한 화두를 던져준다. 이 책의 내용에 불만이 있다면 두 저자를 탓하지 말고 스스로 공론의 장에 나서야 한다. 더 나은, 더 현실적인, 더 가치 있는 대안이 있다는 것을 대중에게 호소해야만 한다.

 

진보정당들은 선거구 배분을 위한 밤샘 협상을 준비하기 전에, 자신의 대안을 홍보하고 자신의 우월성을 드러내기 위해서라도 시민단체에게 공론의 장을 요구하고, 시민단체는 각 정당에게 공론의 장에 참여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은 설령 평범한 환풍기 수리공일지라도, 대안적 가치를 다루는 대국민 오디션의 현장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희망을 품고 원대한 '집권플랜'에 착수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조국 교수와 오연호 기자의 <진보집권플랜>은 두 사람에게 저작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마음껏 가공하고 수정해야 할 공공재일 수도 있을 것 같다. 두 저자가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고뇌의 산물이 하나하나 해체되어 분석되고, 수없이 재조합되며 변형되는 것을 기분 나빠 하지 않으리라고 믿는다.

 

마지막으로, 7개월 동안 이 사회를 걱정하고 대안을 고뇌한 두 명의 실천적 지식인에게,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좋은 이야기를 들려 줄 사람 하나하나가 소중한 시절이다.

 

진보진영이 가장 손해 봐 온 것은 그 가치를 온전하게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것인데 이건 한국이나 미국 영국 일본 등의 선거제도의 전무 아니면 전부 식 제도 - 흔히 승자독식 내지는 패자전취(覇者全取; 패자는 루저라는 의미의 패배자가 아닌 패권자의 의미입니다.) 방식의 제도와도 관련이 있기는 합니다. - 의 문제도 있는데 가장 짜증나는 건 이미 10년을 집권했던 민주당이 그 동안 이런 제도의 장점을 누린다는 명목하에 비례대표 도입 정도를 제외하면 이 부분의 업적이 거의 전무한 바람에 누적해 온 데 1차 원인이 있습니다. 과거의 대선 여론조사처럼 대선은 3% 였을 지라도 총선이나 지방선거와 같은 협의제 방식은 11.3% 정도 - 실제 진보진영 투표의사를 지닌 유권자들의 비율이 지지층의 26.7% 였던 것을 역연산하여 산출함 - 인 것은 그 만큼 이러한 선거양식하에서 가치를 인정받기 힘들었던 것을 의미합니다. 비록 서평 하단의 내용처럼 자신들의 대안홍보와 공론장 요구도 정치환경전환의 정당성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취해야 할 행동이지만 실질적인 정치환경의 전환이 부재하다면 한계가 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오히려 이 도서도 이런 환경의 철폐를 말하지 않으면서 이런 환경을 어떤 상수로 놓고 있는데서 일단의 패착을 시작한 것이라는 생각이네요. 플랜 0의 방식 대로라면 보수층이 일본의 지난 해 민의원 선거처럼 의석 점유율이 1/3(저지선; 일본은 참고로 자민당만 1/4 정도 선) 밑으로 내려가기 전까지 결사권도 제한 받아야 한다는 역으로 민주 진영의 반민주 행각을 용인한다는 주장의 제기도 있을 수 있습니다. 또한 이 문제 때문에 온통 단일화니 머니 하는 기술 문제 외의 다른 쟁점들이 뭍히는 효과를 초래합니다. 일단 집권을 말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말 하려면 현재의 조건을 긍정하는 상황에서 말 하는 것은 의미를 대폭 삭감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점은 과거 진보정당들의 2017/2022 년 집권도 마찬가지로 현재의 일정을 용인한 오류를 범했던 것이죠.

진보집권의 내용도 독자 - 라고는 해도 깻잎 한 장 차이 정도이지만 - 가 아닌 무지개연대와 같은 서로다른 계급/계층의 협조체를 설정하다가 보니 과거의 전선체 정부들의 비극 - 가령 1960년대 인도네시아, 1970년대 칠레, 1980년대 이란 등 - 도 연상할 수 있는 대목도 있고 이 때문에라도 급진파 계통 들은 더더욱 거부할 가능성이 큽니다. 또한 단일화를 할 것이라면 선거제도에 결선제나 선호투표와 같은 방식의 투표제도 변경이 더 좋은 제도라고 말 해야 합니다. - 한국이 거의 상시적 비상체제라 이 논의도 무성한 부분도 있습니다. 경험이 부재했던 측면도 크지만.

게다가 다른 내용 부분도 지나치게 제도와 합법적인 부분들만 언급하고 제도 중심이어서 급진파들은 이 부분에 대해서도 의회주의, 제도주의, 합법주의라고 반대할 공산도 큽니다. 이 점은 해외 특히 서구조차도 다수의 대중투쟁이 있은 후에나 사회민주주의 세력의 집권 - 비록 집권 후 배반하기도 했지만! - 도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 점의 지적도 제외할 수는 없지요. 이점도 비록 저자들이 (지금은) 급진파들이 아니긴 하지만 상상력도 동시에 결하고 있는 점을 시사합니다.

서평에서 명망가 중심의 타협과 같은 과두제를 언급한 것은 좋은 일이지만 미국식 오픈프라이머리와 같은 국민경선이 꼭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바로 이듬해 이의 성공후에 민주당의 분열을 초래한 일이 그 예입니다. 그리고 이런 식의 과시성이라면 오히려 당원들의 주도력을 보여 주어야 하고 과두제 철폐의 적용은 각 당의 당원들에게 적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과두제로의 이탈 방지를 위해서 민주집중제와 같은 장치가 있는 것이 상대적으로 라도 더 좋은 일입니다. 대중아니 민중의 신명을 살리는 일은 절실하지만 국민경선과 같은 일시적 과시성 행사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이점은 새로운 사회로의 상상력 차원에서 생각할 문제입니다.

전 제도를 거부하긴 하지만 이의 제도 확장을 거부하지는 않으며 이러한 신명이라면 현재 주민 차원에서만 머무른 소환제와 발안제 상향투표회부제를 국민차원으로 확장하는 것이 역시 상대적 으로 더 좋은 일입니다. 문제는 상의 예들 모두가 비록 현재의 제한에 있는 물질 환경을 극복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삼고 있지만 진보집권도 그리고 급진파들이 반대해 온 전선체 정부와 같은 것들도 격변기라는 대대적인 균열기에나 가능합니다. 물론 위의 도서가 말한 정부형태도 이 때서나 출현할 수 있는 일인데 도서의 전제는 지금의 물질 환경에 지나치게 구속당한 상황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대략 저 도서가 언급했던 정부 형태 들 이나 사회민주당 등의 중도 주변의 정파들도 집권당으로 등극(??)하는 데에는 제 1차 대전 후의 대대적인 균열기가 그 첫 번째 기회였습니다.

조국 씨에 관해서는 지난 번 정용진 신세계 회장의 '이념적 소비'인가 하는 화두가 떳을 때 착한 소비 논쟁을 한겨레에 발제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필자들의 한계 탓인지는 몰라도 지나치게 현실의 제약조건을 상수로 인식한 출세와 집권 그리고 수권접수 위주의 사고라는 생각도 해 봅니다. 비록 이런 논의가 과거 진보일각의 <<사회국가(구 진보정치연구소)>>나 <<사회적공화주의(사회당)>>의 집권 후 청사진을 제시한 것 처럼 집권 과정과 계획 등을 제시해 신선하다는 점이 있긴 하지만 앞의 도서들과 마찬가지로 기대를 줄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라고 하겠습니다.


http://book.daum.net/detail/media/read.do?bookid=BOK00010884108IN&seq=1341389&revPageNo=1 에서 이 서평기사를 먼저 보긴 했습니다만 자세한 숙독을 한 것은 여기입니다.제시주소에서 다른 기사 - 임승수씨의 기사도 있네요. - 도 함께 참조 바랍니다. 해당 주소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이제서야 봤네요. 말씀하신 부분에 대해서는 동감하는 면이 큽니다. 어쨌든 출판사 쪽에서 부탁한 서평이라 내용상에 다루지 못한 말들이 많습니다. 특히 가장 핵심이 되는 대중이 참여하는 경선제의 경우, 개인적으로는 특정 정당 후보를 국민참여경선제 같은 방식으로 치루는 것에는 부정적입니다.

다만, 선거연합이나 정당 틀을 뛰어넘는 단일후보를 모색한다면, 기존의 국민경선제보다 더 확대된 방식이어야 한다는 것이죠. 원칙은 당원직선제이지만 전술적으로 이념과 정서가 다른 정당, 혹은 시민후보와 단일화를 추구한다면, 최소한 내용에 동의하는 이들을 모두 포괄하는, 명망가 중심이 아닌 민중중심의 단일화 방식을 모색해야 한다는 겁니다.

조국교수나 오연호 기자는 현실감각이 뛰어난 만큼, 좀 더 나가지 못하는 한계도 있겠습니다만, 개인적인 생각으로 더 나가도록 하는 역할은 그 분들이 아닌 다른 이들의 몫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진짜 진보가 논평만 하기보다는 더 나간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보스코브스키님도 한번 동참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미 하고 계시지만요.^^
한 급진파의 상 도서와 몇 가지 도서에 대한 평론도 함께 평론한 결과가 있군요...

<<성찰하는 진보>>와 <<보노보 찬가>>를 더한 평론입니다.- 모두 조국교수 저서. 제목은 '민주당과의 연합이 진보적 집권 플랜인가' 입니다. - 기사도 문제의 부분 - 제가 동의하지 않는 부분 - 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서적의 결함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http://left21.com/article/8937

어쨋거나 지금 상황에서 절실한 것은 본질을 보는 통찰력과 이에 기반한 정체성 확립 등이지 (형식) 집권을 위한 기술이 아닙니다.
그리고 현재의 제도 혁파에 다수가 일단 제도기구에서의 다수 - 가령 국회의석 - 를 확보하는 것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데 이는 출세 전엔 불리하더라도 구 제도를 수용하는 굴복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사회에선 유독 다른 곳 보다도 자본주의 발전 효과가 더 큰 발현을 함에도 본질을 직시하는 사람들보다는 우회파들이 많아서 걱정입니다. 급진단체의 기사를 일단 드렸습니다만 진보대연합도 반대하는 파들은 더 격한 수위의 비평도 했을 겁니다. 겨울 문턱에 건강 유의 하십시요.
김규항씨도 얼마 전에 다른 노동자의 입을 차용해서 이 도서의 제목을 전환해 줄 것을 요청 하셨습니다. 즉 저자들의 사고관에 문제제기를 한 것이죠. 한데 사람들 - 한국 사회의 백성 수준 - 의 사고에선 선거로 민주후보를 선출하면서 위로부터 바꿔 나가는 것 외엔 경험이 전무하니까 이런 도서의 저자들의 의식 비판이 거의 없는 것은 아닌가 합니다.
참고 삼아 김규항 씨 것도 보시기 바랍니다.

서한

http://gyuhang.net/2177

기사원문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10&oid=028&aid=0002080507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10&oid=028&aid=0002080416

그리고 위 기사문의 보충 격으로 아래 문서들도 동시에 참고 하십시요...

http://gyuhang.net/2178

http://gyuhang.net/21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