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비평

손우정 2010. 12. 11. 20:29

대통령 부인에겐 242억, 결식아동은 0원
날치기 법안 뜯어보니, 다 나눠먹었구만
[주장] 국가예산 사유화한 정치모리배들... 더러운 국회에서 나오라
10.12.11 12:06 ㅣ최종 업데이트 10.12.11 12:32 손우정 (roots96)

  
드라마 <대물>의 한 장면
ⓒ sbs
대물

지난 9일 방송된 SBS 드라마 <대물>은 주인공 서혜림의 대선후보 방송토론 장면으로 끝났다. 이어지는 장면은 예전에 방송되었던 집권 여당의 날치기였다. 그리고 당시 서혜림의 "국민의 회초리가 필요합니다"라는 멘트가 날치기 국회 화면 위로 메아리 쳤다.

 

현실을 따라한 방송을 다시 현실이 따라하고 있는 2010년 말미의 정치는 가상과 현실 사이의 간격을 급격하게 좁혀 놓았다. 2008년부터 매해 되풀이되고 있는 상황에 무덤덤해질만도 한데 마음 속의 불편함은 여전하다. 주류 언론은 역시나 양비론의 칼날을 꺼내들고 정치 냉소주의를 확산하기에 여념이 없고, 날치기의 주역들은 개헌론을 꺼내들며 이슈 전환에 나서고 있다.

 

한국 정치의 추악한 현실을 냉소하기만 한다면 결코 그 추악한 현실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차오르는 짜증과 스트레스로 인해 현실을 외면하고픈 심정은 어쩔 수 없다. 아마도 국민 건강을 걱정하는 입장에서는 차라리 현실을 외면하는 것이 더 좋은 선택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치욕적인 현실을 냉소하고 외면하기에는 무언가 솟구치는 분노를 억제할 수 없다. '모두가 패배자'라는 어느 주류언론의 평가를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승자와 패자가 너무나도 명백하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현 정국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본 사람들이라면, 어이 없이 소매치기 당하거나 보이스 피싱에 사기당한 이들의 허탈함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국가 예산을 사유화한 정치모리배들

 

 

국회의원에 대한 소환제가 실시되지 않는 이유는 87년 헌정체제가 국회의원에 대한 자유위임원칙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당선된 의원은 지역구민의 대표가 아니라 국가 전체의 대표로 간주되며, 지역구민의 의사에 복종하지 않고 국가 전체의 이익을 위해 양심에 따라 행동하게 된다. 따라서 그 의원을 선출한 지역구민이 지역구의 의사에 따라 국회의원을 소환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2010년 12월 8일 국회에서 날치기된 예산안은 이런 원리가 정말 현실에서 구현 가능한 원칙인지를 의심스럽게 만들었다. 4대강 예산이나 친수법만 문제가 심각한 것이 아니다. 워낙 많은 법안들이 한꺼번에 강행처리되었기 때문에 아직도 제대로 된 현황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지만, 서서히 드러나고 있는 2011년 예산안의 실상은 한국 대의민주주의의 수준을 발가벗겨 보여주고 있다. 

 

잘 알려졌다시피 국회 전투의 와중에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은 총 1790억 원의 지역구 예산을 전리품으로 챙겼다. 박희태 국회의장은 겸손(?)하게도 288억5200만 원만을 챙기는 미덕(?)을 보였다. 게다가 4대강 사업을 맡는 수자원공사에 대한 금융비용 지원비는 2010년 예산보다 264%가 더 늘어났다.

 

물론 모든 예산이 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많은 국민을 경악하게 만들었던 소식은 결식아동에 대한 급식지원비가 전액 삭감됐다는 것이었다. 2009년 542억, 2010년 203억(예산상으로는 285억 책정)이 집행되었던 급식지원비는 방학 동안 밥을 굶을 수밖에 없는 결식아동을 위한 예산이었다.

 

  
지난 2009년 5월 4일 오전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식 세계화 추진단 발족회의에 참석한 대통령 부인 김윤옥씨.
ⓒ 청와대 제공
김윤옥

예산이 없다거나 지자체에서 할 일이라는 헛소리는 집어 치워라. 이번 예산안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부인인 김윤옥씨가 주도하고 있는 '한식 세계화 예산'으로 242억5000만 원을 책정해 통과시켰다. 국내의 굶는 아이들에게 줄 돈을 한식 세계화 캠페인에 쏟아 붓는 몰상식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보편적인 무상급식을 '부자급식'이라고 떠들어 대던 오세훈 서울시장은 한나라당의 이런 행태가 진정 '부자들만 급식'이라는 점을 아는지 모르는지, 한나라당 수뇌부에 대한 TV 토론 제안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게다가 청계천+20에서 이름만 바꾼 '생태하천복원사업'에 119억4300만 원을 추가 배정했고, 새마을운동세계화사업은 정부안보다 두 배가량 인상된 50억 원으로 통과 시켰다. 모두 한나라당이 약속했던 양육수당 확대와 영유아 필수예방접종예산 등 서민용 예산을 모르는 채 넘겨 버린 것에 대한 대가다.

 

이런 예산안을 날치기 통과시킨 한나라당에서는 반성의 목소리가 좀처럼 들러오지 않는다. 다만 안상수 대표가 불교계 표를 의식해 약속했던 템플스테이 지원 예산 185억 원이 122억 원으로 삭감된 것에 대해 불호령이 떨어졌다는 소식뿐이다. 야당을 몰아내고 국가예산 309조를 자기들 돈인양 사유화 해버린 집권당의 투정에서 진정 국민을 걱정하는 눈빛은 한 치도 읽어낼 수 없다.

 

더러운 국회에서 나오라

 

  
'4대강 사업' 예산 포함, '템플스테이' 예산 삭감 등의 내용이 담긴 새해 예산안을 한나라당이 물리력을 동원해 강행처리한 가운데,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 일주문에 '민족문화 보호정책 외면하고 종교편향 자행하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에 대해 조계사 출입을 거부합니다'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 권우성
종교평향

이번 날치기의 심각성은 비단 예산문제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땡처리하듯 통과시켜 버린 법안에는 매우 심각한 법안들이 넘쳐난다. 전국 대학의 기업화와 시장화를 강화하고 있는 고등교육정책 기조는 서울대법인화법으로 돌아설 수 없는 강을 건너기 일보 직전이다. 대학이 교육서비스를 판매하는 기업이 된 지는 오래지만, 이제 국립대마저 시장바닥으로 내쳐질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아랍에미리트(UAE) 파병동의안과 친수법 등도 상임위 토론 없이 직권상정으로 처리되었다.

 

그러나 주류 언론과 공영 TV는 이런 상황을 단지 늘 있는 국회 에피소드쯤으로 다루거나 본질은 내팽개친 채, 양측의 폭력시비만을 양비론으로 다루고 있다. 집권하자마자 언론 길들이기에 온 힘을 기울인 이명박 정부의 성과가 나오는 듯하다. 정부와 여당은, 지금은 소란스럽지만 조금만 견디면서 새로운 이슈를 꺼내들면, 대중적 불만이 이슈에 따라 이리저리 휘둘리면서 잠잠해 질 것이라고 믿는 것이 분명하다.

 

정부와 여당이 기대를 걸고 있는 대중의 '망각병'은 끊임없이 떠들며 반복해야만 극복할 수 있다. 예산안과 날치기 처리된 법안들에 대한 분석 내용을 요약해 국민들에게 끊임없이 반복해서 떠들어야 한다. 이슈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내용만큼이나 이슈에 대한 반응 자체에서 형성된다. 야당과 시민사회가 이제까지 늘 해오던 수준에서 문제제기한다면, 오만한 집권당의 잘못 또한 그저 그런 일상으로만 받아들여질 것이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서울광장에서 100시간 천막농성에 돌입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9일 저녁 서울광장에서 손 대표를 비롯한 박지원 원내대표, 정동영 최고위원 등 의원들이 '4대강 예산 날치기 무효화'를 위한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 유성호
예산안

이미 민주당은 100시간 천막농성을 시작으로 장외투쟁을 선언했고, 민주노동당은 야권과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비상시국회의'를 제안해 놓은 상태다. 2008년 촛불시위 이후 항상 야권을 포함한 시민사회의 공동투쟁기구가 제안되었음에도 크게 의미 있는 결과가 없었다는 점에서, 이런 시도가 어느 정도 성공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야당과 시민사회로서는, 이번 기회를 놓친다면 이명박 이후의 대안세력으로 등장할 수 없다는 것 역시 분명해 보인다. 대중의 분노를 수렴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대중의 짜증 섞인 외면을 분노로 조직해 내지 못한다면 '무능세력'이라는 낙인을 극복할 수 없으며, 이명박 이후의 대안세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없을 것이다.

 

양심 있는 이들은 더러운 국회에서 나오라. 지금은 날치기 주역들이 주도하는 의제에 이리저리 끌려 다닐 때가 아니다. 총선은 아직 너무 많이 남았다며 대중의 분노 앞에 '현실적 방도'를 운운할 때도 아니다. 최소한 국민의 분노만큼은 움직여야 할 때다. 분노하는 국민이 원하는 것은 국회의원직을 사퇴할 것이냐, 마느냐에 대한 것이 아니다. 최소한, 국민적 수준의 분노를 보여주라는 것이다. 때로는 머리보다 몸이 먼저 움직여야할 때가 있다.

 

이런 민감한 정치적 국면에, 집권여당은 보이지 않게 양비론과 개헌론으로 '잠잠한 정국'을 기대하고 있다. 이런 술수에 말려들지 않기 위해서는 모든 수단과 방법으로 떠들고, 반복하고, 잊지 않도록 기억시켜야 한다. 무능하고 치졸한, 국가예산을 사유화하려는 국회에 냉소하고 있는 국민들에게, 야당의 존재가치를, 시민단체의 의미를 인식시켜야 할 때다.

 

국민이 지금 당장 야당에게 요구하는 것은, 최소한 국민만큼의 분노를 보여주는 정치인들의 진정성이다.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현대는 장 보드리야르(1929 ~ 2007.3.6)의 언사처럼 시뮬라크르의 시대라고 할 수 있겠는데 이미 여러도서나 논문, 그리고 영화, 드라마 등을 통한 대중매체의 의식조작 문제는 공기로 변한 지 오래입니다. 상 문서 내용중의 언론의 양비론도 이런 것들 중 하나이겠죠. 그나마 양비론은 겉보기 공평이라는 다른 인상이나 상징으로 다가오는 것도 불공평을 희석하는 기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언론의 상징과 의식조작은 로쟈(이현우)의 서한문(포스트) '위키리크스 사태와 언론자유( http://blog.aladin.co.kr/mramor/4333410 )' , 이정환(미디어오늘 기자)의 '실종된 정치... 플라시보 효과와 폴리테인먼트의 부작용.(http://www.leejeonghwan.com/media/archives/000867.html )' 을 참고하시고 전자의 서한문이 알리지 않은 도서 중에 한스 마그누스 엔첸스베르거(<<수학귀신>>, <<역사가 나를 무죄로 하리라>>의 저자)의 <<대중매체와 의식조작>>도 비록 절판이지만 있습니다. 영화로는 그 유명한 <<<웩 더 독>>> 이 있고요.
이와 같이 열거한 상징조작들로도 원하는 정세를 획득할 수 있는 것을 생각하면 공기인 줄을 알면서도 소름끼친다는 생각이 든다고 할까요. 역대의 군사정권의 언론장악도 이러한 '상징이나 인상을 내 편으로'라는 작전이라는 생각이었는데 현 정권의 언론 길들이기도 상징의 확보라는 점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상징공격이 존재한다고 해도 저항 주역 측에서 현 정세에 대한 폭로와 동시에 정세주도를 한다면 극복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그리고 이번 기회가 중요한 것은 불문가지이지요.

한국 사회에서의 특징 중에 하나가 특정 시기에 폭발했던 주제들이 특정 국면이 지나가면 소멸 - '망각병'으로 언급하신 - 한다는 것 그러니까 단속적(discontinuous)이라는 것인데 이것은 근대의 국면하고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한국의 근대가 내부에서 전제정을 끝내지 못했던것 즉 근대를 연 혁명의 부재와 동시에 이후 1960년의 4월 혁명 그리고 1987년 국면 모두가 승리의 결실을 맺지 못한 즉 (본질면에서) 근대단계의 유산은 지금까지 이것의 원인입니다. 이 점은 지적하신대로 지금도 한 순간만 넘으면 그만이다는 사고로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한때 518 시기의 위컴의 망언 중에 들쥐를 언급한 것도 이런 시기를 알리가 없는 위컴의 눈에 비친 한국인들의 형상이었는데 한국 사회를 비롯한 (준) 주변부 다수가 전재시기를 끝난 다음시기가 독재시기 내지는 식민지 시기여서 존재해온 현상이기도 합니다. 하루빨리 이 시기를 넘을 전환의 사고의 탄생과 동시에 이를 실천하는 행동이 절실한 이유이죠. 들쥐 혹은 레밍에 관한 것은 김규항의 서한문 '들쥐, 혹은 레밍에 관한 단상(http://gyuhang.net/496 )'에서 참고하였습니다.

1987년이 절차 민주주의 도입의 계기이긴 했지만 대중들의 자격은 여전히 시민이 아닌 국민에 머물러 있고 위임자에 대한 자유위임에 멈춰있어서 지금처럼 과두제(Oligarachy)적인 폐해가 있습니다. 예산에 대한 감시권 - 파서/브라질을 위시한 일부 국가에 존재하는 - 도 부재하기 때문에 예산 사유화 문제도 크지요. 그러나 앞 서 언급한 것 처럼 한국 사회가 자발 근대 전환에 실패한 탓에 다수 대중들에게도 이 인식이 부재하고 실재로 이러한 제도들을 언급하더라도 다수 사람들은 '선거때...'운운하면서 무시하지요. 더구나 이러한 제도들이 시기상조라고 하는 의견도 다수입니다. 언급하신 '예산 사유화'과정도 이런 자발 근대 전환의 실패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한시바삐 선출직 - 추가로 현재 시험선발직이나 임명직의 일부까지도; 전의 시험선발도 다른 방식으로 선발 방식변경도 필요하지만 - 의 명령위임으로의 전환이 시급한 문제이죠. 다만 지역구제 - 대표적으로 현 시점의 일방경도를 초래하는 장치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 를 실시하지 않더라도 서사/스위스나 노삼보/룩셈부르크 서전/스웨덴 등에서 지역구제의 미실시에도 불구하고 소환제가 존재하는 것을 보면 소환제는 지역구제와 상관없이 가능합니다. 문제는 지역구제의 실시에도 불구하고 이런 제도조차 미실시 국면인 점입니다. 그리고 참정권 제한도 지극히 많지요. 가령 선거법상에서나 정당법 상에서의 정당 결성 조건 - 일본에서도 유사한 정당 조성법이 있습니다. - 이 이러하지요. 그리고 대선에서 결선제나 선호제와 같은 재투표제도가 부재한 것과 비례대표제 또한 엄정구속식인 방식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주요 세력들의 대중관도 전근대적 백성관에 머물러 있는 점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러니 국민발안, 국민소환, 국민투표제도 활용 및 상향제출제, 예산감시제 등 등에 대해서 주요한 정당들이 모두 의견이 같거나 유사한 것은 전혀 이상하기는 커녕 초 정상, 극 정상일 정도로 같은 거죠.

마지막으로 저의 언급이나 손 선생님의 지적처럼 야당이나 저항 주역들이 아직도 상대가 제기한 주제의 반응에만 머무르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기도 합니다. 오히려 상황이 이렇게까지는 심각하지 않은 나름대로는 근대 전환에서 부분이든 전부든 성공해 온 구라파[주]권/유럽권이나 중남미에서는 적극적으로 정세를 주도하는 단체들도 다수임에 반해 한국에서 찾기는 매우 힘드니 말입니다. 답답한 시기가 빨리 지나가게 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정세 주도 세력의 출현이 절실한데 이 논의도 세 확장이나 대중화라는 주제에 밀려서 중심 논의로 부상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것이 부상해야 현 시점의 극복이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안 그래도 현 정부가 열리고 나서부터 악법들이 몰려온 탓인데 전환의 주역마저도 부재한 현실은 그 무엇보다도 답답하고 암울할 수 없습니다. 하루빨리 정세 전환의 주역 탄생과 이에 관한 논의도 저항 만큼이나 활발하길 소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