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꽃 삼형제 <동시>

유응교 2018. 9. 25. 12:32

 <  2018  9   20  출간  >


책머리에


어린이 여러분!

오늘도 아름다운 마음으로 즐겁게 잘 보냈나요?

여러분이 살고 있는 이 세상은 여러분이 알 수 없는 아름다움으로 가득 넘치고 있답니다.

산 너머 흘러가는 구름도 아름답고, 노을 진 서산으로 둥지를 찾아가는 새들도 아름답지요.

장미가 곱게 핀 담장 길도 아름답고, 하얀 파도가 부서지는 푸른 바다도 아름답습니다.

이토록 여러분이 살고 있는 세상은 참으로 아름답답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많은 어린이들이 스마트폰 게임에 열중하고 시간을 보내면서 들에 핀 아름다운 꽃이나 밤하늘에 빛나는 별들의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한다면 이것처럼 불행한 일도 없을 것입니다.

세상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데는 동시를 가까이 하면 많은 도움이 되리라 믿습니다.

부디 어린이 여러분은 엄마나 아빠에게 서점으로 가서 동시집을 사달라고 요청하는 어린이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하여 맑고 고운 동심의 세계에서 미래의 꿈과 희망을 안고

씩씩하고 푸르게 성장하기를 바랍니다.

이 세상에 태어난 여러분들은 저 많은 별들처럼 빛나고 아름다운 존재랍니다.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면서 의좋은 형제가 되어 밝고 건강하게 이 세상을 멋지게 살아가길 바랍니다.

그렇게 하려면 무엇보다도 아름다운 동시집을 많이 읽고 동시를 쓰는 어린이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 동시집이 그러한 꿈을 가진 여러분에게 좋은 친구가 되고 길잡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특히 사랑하는 손녀 주연이 다연이 다현이와 손자 승원이도 이 할아버지의 간절한 마음을 오래 오래 간직하고 동시를 가까이 해주기를 바란다.

 

2018년 9월 1일


저자 근암 유 응 교


목차


제 1 부 별꽃 삼형제


별꽃 삼형제


멀고먼 밤하늘에

별꽃 삼형제

반짝 반짝 반짝이며

인사를 해요

오늘도 재미있게

잘 지냈냐고


북두칠성 가까이에

별꽃 삼형제

또렷또렷 또렷하게

노래 불러요

이 밤도 즐거웁게

잘 보내자고


우리 집 지붕 위에

별꽃 삼형제

깜박깜박 깜박이며

웃음 지어요

내일도 정다웁게

잘 지내자고


내 마음 깊은 곳에

별꽃 삼형제

소곤소곤 소곤대며

다짐을 해요

영원히 변함없이

사랑하자고



반짝이는 별


세상이 온통

밝음 뿐 이었다면


저 별은

반짝일 수 없었으리


어둠과 고통 속에서

오히려 더욱 반짝이듯


우리 모두 반짝이는

하나의 별이 되자



별꽃



사랑하면

밤하늘에 별꽃이 피듯


사랑하면

가슴속에 웃음이 피고


사랑하면

마음속에 그리움이 돋고


사랑하면

영혼 속에 빛이 내린다




별에게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들에게

-안녕 이라고

한꺼번에 인사하지 마


하나 하나

눈빛을 맞추며

정겨운 마음으로


-안녕 이라고

빛나는 별 하나마다

인사를 나눠


모두가

똑같은

별이 아니니까……




별 친구


별을 좋아하는

내 친구는

언제나 눈빛이 곱다


검고 검은 눈망울 속에

예쁘디예쁜 별꽃이

영롱하게 피어난다.


아마도 어젯밤

내 친구의 눈망울 속으로

별님이 가만히

내려왔나 보다.




별 하나에


밤이면 밤마다

밤하늘의 별들을

세는 아이가 있다


별 하나에 꿈과

별 둘에 사랑과

별 셋에 행운을


별들은

정겨운 눈빛으로

아이의 소원을 들어 주겠지




빛나는 별


밤이면 밤마다

하늘나라에


누가 누가

물을 뿌려주나


별꽃이 저렇게

피어나도록


밤이면 밤마다

하늘나라에


누가 누가

꼬옥 붙들어 주나


별꽃이 저렇게

빛이 나도록



사랑의 별꽃


세상의 모든 꽃들이

모두 다 지더라도


하늘 아래 사랑의 별꽃은

지지 않으리


세상의 모든 꽃들이

향기를 잃더라도


하늘 아래 별꽃들은

향기를 잃지 않으리




샛별


슬픈 날

눈물에 젖어

하늘을 보니


별들이 많이도

피어 있더니


기쁜 날

맑은 눈으로

하늘을 보니


샛별만 외로이

초롱 초롱



아기별


밤이면 밤마다

밤하늘에 반짝이는

아기별아


너는

어둠이 무섭지도 않니?


나는

캄캄한 밤이 되면

무서워 죽겠는 걸


그래, 난

하나도 무섭지 않아


달님이 늘 곁에 있으니까




외로운 별


별들이

강물 위에

몸을 던지네


외롭고

쓸쓸해 울다 지치면


달님도

함께 따라

몸을 던지네


같이하면

외로움도

덜 수 있다고




웃는 별


어제도

오늘도

아무 일도 없었던


가만히 웃고 있는

말없는 저 별


비바람 맞고

찬 이슬에 젖으며


수많은 시련과

고통을 겪고서도


어쩌면 저렇게

반짝이며 웃을 수 있을까




위로가 되는 별


길을 걷다가

외로울 땐

하늘의 별들을 보아라


살다가

지치고 고단할 땐

하늘의 별들을 보아라


외로워도 울지 않고

빛나는 별


지쳐도 불평 없이

빛나는 별들이


힘든 네게

작은

위로가 될 터이니……




작은 별


어제도

지나가 버리고


오늘도 사라져 가고

모두 모두 사라져 가지만


어두운 밤하늘

호올로 지키는 작은 별


오늘 이 시간 이 순간을

오로지 사랑하는 작은 별




구름


바람은
구름의 생명이어라

 

바람이
부는 곳에 구름이 가고

 

구름이
가는 곳에 바람이 있다.

 

바람은
구름의 변함없는 반려자

 

구름은
바람의 영원한  포로





바람도


바람도

가끔은 심심한가 봐


책장 위의

책갈피 넘겨주는 걸 보면


바람도

가끔은 심술이 나나 봐


사과나무 흔들어

사과를 떨어뜨리는 걸 보면


바람도

가끔은 시샘이 나나 봐


벚꽃 가지

고운 꽃 흩날리는 걸 보면




태양


가슴이

저토록 뜨겁게

불타올라도


외롭다


혼자 있기에.




파도


뭍으로 나오고 싶어서

뭍으로 나오고 싶어서


그토록 보챈다고 이루어지겠니

그토록 보챈다고 이루어지겠니


그저 조용히 있으렴

그저 잠잠히 있으렴


갯바위만 못살게 굴지 말고

갯바위만 못살게 굴지 말고






제 2 부 봄이 뭐에요




봄이 뭐에요


과학시간

일학년 교실


-봄이 되면

들에 꽃이 피고

새가 운단다.


그러자 영희가 손을 들고

-선생님!


봄이 뭐에요?




까치밥


늦가을 가지 끝

할머니가 남겨 놓은

까치밥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할머니의 마음을 아는 듯


쪼그라진 얼굴로

까치를 기다리고 있네





무리지어

화려하게

피어 있어도


언제나

쓸쓸하다


저 홀로

피어났기에.





꽃향기


피어 있을 땐

몰랐었네.


지고 나니

그 향기 그립네.




나무


겨울 숲속에

모든 잎을 떨군

나무들이 서있다


모두 모두

호올로 서 있다


그러나

하나도 외롭지 않다


곁에서

또 다른 나무가

지켜보고 있기에,





반딧불


깊은 산

시냇가에


밤이면 밤마다

반짝 반짝 빛을 냅니다.


건전지도 없이 반짝입니다.


여름 밤

고향 마을


밤이면 밤마다

반짝 반짝 빛을 냅니다.


부싯돌도 없이 반짝입니다.


반짝 반짝

불빛을 내니

아마도 뜨거운가 봅니다.


얼른 얼른 불을 끄는 걸 보면……




병따개


너는 항상

꽉 닫힌 병뚜껑을

어떻게

그토록 잘 여니?


그런데

내가

부탁하고 싶은 게

하나 있어


너의

그 좋은 솜씨로

토라진

내 친구

마음의 문을

좀 열어 줄 수 없겠니?




봄비


부슬 부슬 소리 없이

내리는 봄비

시냇가 개나리 노랗게 피고

새싹도 파릇파릇 눈을 뜨네요.


조용조용 노래하며

내리는 봄비

집 앞의 목련화 하얗게 피고

새들도 지지배배 노래 불러요.


소곤소곤 속삭이며

내리는 봄비

뜰 앞의 진달래 빨갛게 피고

벚꽃도 한 잎 두 잎 나들이 가요.




빨간 장미


장미야!

빨간 장미야!


넌 누가 그렇게

예쁘게

단장을 해 주었니?


빨간 모자에

빨간 투피스

빨간 손가방에

빨간 구두


정말 멋지구나

그렇게 멋지게

단장을 해 준 분이

누군지

난 다 알아

네가 말 안 해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빨간 해님과 함께

지낸 걸 보면

틀림없이 해님이

해 주신거야. 그렇지?




뻐꾸기 소리


공부 시간에

창밖을 보며

해찰하는 철수에게

선생님이 나무랐다.


-넌 공부 하지 않고 뭐하니?


-선생님!

창밖을 보셔요.


지금 뻐꾸기가 울고 있어요.


그러자

선생님도


-그래

그럼 우리 모두

창문을 열고

뻐꾸기 소리를 들어 보자꾸나.




산에 사는 새


하얀 눈 내리는

깊은 산골

새들은 이 겨울 무얼 먹고 사나


산에 사는

예쁜 새

할아버지 머리 위에 내려와 앉고

할아버지 손바닥에 내려와 앉네.


날마다 같은 자리

나무 밑에서

하루도 빼지 않고 모이를 주니


새들도 할아버지 좋은가 봐

포르릉 포르릉 내려와 앉네.







호박씨를 심으면

호박이 열리고


수박씨를 심으면

수박이 열리는데


유씨 집안의 아들은

류씨가 되었다







안개


앞산

애기 봉


감기 걸리지 말라고

하얀 목도리

두르고 있네


아침 해 뜰 때까지




양파


하이얀

가슴속에


겹겹이 묻어둔

슬픔 하나로


너는 왜

내 눈물을

흘리게 하니?




얼음이 녹으면


과학 시간에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물었다.


-얼음이 녹으면 어떻게 되나요?

-네.

물이 됩니다.


앞자리의 영희가

자신 있게 대답했다.


그런데

뒷자리에 있던

순희가 큰소리로 대답했다


-봄이 오지요!





연꽃


살며시

밤새워

꽃봉오리

피워 올리고


또르르

은구슬

잎새마다

흘러내리고


배시시

하얗게

향기롭게

웃고 서있네




연꽃 마음


이슬비 내리는

취향정에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요리조리 살피시며


포즈 좀 취해 달라고

계속 사진을 찍으시는데


-이쁘게 잘 나왔나요?


그런데 한 가지

여쭙고 싶어요


-저의 가슴에서 나오는

아름다운 향기는


어떻게 찍으실 거예요?



*취향정:전주시 덕진공원의 연못 안에 있는 정자-꼬리말에 넣기

<전주예술제 연꽃주제 시화전 출품>





연잎 마음


아무리

하느님이 단비를 주어도


또르르 또르르

은방울 만들어 비워냅니다


욕심을 버리자고

마음을 비워내자고


쪼르르 쪼르르

은방울을 자꾸만 비워냅니다.




이른 봄


따스한

봄날 아침

골목길 토담 아래


아이들이

비둘기처럼

올망졸망 놀고 있어요.


병아리도

엄마 곁에

오밀조밀 앉아있고요


강아지도

눈을 감고

스믈스믈 졸고 있어요.





출석


선생님이

출석을 부른다.


-김철수

-네.


-안인숙

-네.


-한진우

-…….


대답이 없자

옆에 친구가


-소

찾으러 갔대요


가을 햇살 가득한

교실 안에

웃음꽃이 피었다.




행복


매순간

행복을

누리는

사람이

영원히

행복을

누린다


남과

비교하지 말고

지금

즐겨라






제 3 부 할머니의 마음



할머니의 마음


손자 손녀 예쁘다고

누구나 말하지만

손녀 본 지 사흘 만에

보고 싶어 못 참겠다.


새벽부터 서둘러

아들네 집 찾아가네.


쫑깃쫑깃 웃는 모습

눈앞에 삼삼해서

예쁜 아기 우리 아기

떼어놓지 못할 텐데

할머니는 어쩌려고

저렇게 서두를까.



고운 아기


때가 되면 젖 달라고

우는 아기 우리 아기


곱게 곱게 우는 아기

우리 아기 착한 아기


누워있기 싫증나면

안아 달라 우는 아기


가만가만 우는 아기

우리 아기 고운 아기




나는 무엇을·2


까치는

차근차근

나뭇가지로

비바람에도 끄떡없는

둥지를 짓고


흰개미는

영차영차

흙을 날라서

세상에 가장 높은

집을 짓는데


나는

빈둥빈둥

놀기만 하고

세상에

내놓을 게 무엇일까요



나는 무엇을·3


하늘 천 따지

한자는 어렵다고

기역 니은

한글을 만드신

세종대왕 아니시면

지금쯤

우리는 어떻게 되었을까


세상의 모든 소리

다 쓸 수 있는

쉽고도 편리한 우리의 한글

세계가 달려와 배우는 한글

나는 이다음에 무얼 만들지?




낙엽


다정했던 친우들

하나 둘

하늘나라로 떠나고


할머니도

먼 나라로 떠나고


모두가

떠난 자리에


호올로 남아

바람결에 휘적 휘적


벤치에서 일어나

골목길을


휩쓸려 걸어가는

할아버지!



담배 한 대


-애야

날씨도 찬데

뭐 하러 베란다에 나가니?

다섯 살 정훈이가 한다는 말


-담배 한 대 피우려고

틈만 나면

베란다에서 담배 피우는

아빠 흉내를 내다니……




마른 명태와 여자


할아버지들이 모여 앉아서

-마른 명태와 여자는

그저 두들겨 패야 돼 하며

재미있게 이야기를 나누신다.


두들겨 패다니요

아니

명태와 여자가 같은가요?


사람은 꽃으로라도

때리지 말라 했는데요


나는 얼른

이렇게 대꾸하고 싶었으나 꾹 참았다




마스크


아빠 손잡고

산길을 걷는데

여자들은 모두

얼굴을 가리고 걷고 있다.


-아빠

왜 저렇게

눈만 내놓고 걸어요?


-응,

그건 햇빛 때문이란다.

그런데 너무 흉측하다.


햇빛이

그렇게도 무섭나


난 저 여자들이 더 무섭다.




사랑해서 때리는 거야


엄마는

동생을 혼내며

회초리를 들었다.


아빠에게

왜 엄마는 동생을

저렇게 때리느냐고 물었다.


그건

동생을

사랑하기 때문이란다.


사랑하면

예쁘다고 쓰다듬어 줘야지


화를 내며 때리고는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참 이상하다.



신호등 앞에서


손녀의 손을 잡고

미술학원 가는 길

신호등 앞에서


-빨간불이 들어오면

가만히 서 있다가

파란불이 들어오면

얼른

건너는 거야 알았지? 하며

손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더니


손녀가 하는 말

-할아버지!

왜 초록색 불을

파란불이라고 하는 거야?



약수터 할아버지


도봉산 등산길

약수터 포장마차


-다람아! 다람아!

두어 번 부르니

귀여운 산 다람쥐

바위틈 사이로

쏜살같이 내려오네


땅콩을 두 손으로

날름 받아먹고

쪼르르 쪼르르

달려 나가는 산 다람쥐


다람이는

할아버지와

아주 친하게 지내네

이 겨울이 다가도록



어머니 마음


서울에 간 아들이

낡아 헤진 청바지에

통기타를 들고 출연을 하였다


이를 지켜본 시골의 엄마가

아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애야, 네가 얼마나 힘들게 살면

양복바지 하나도 없이 다 떨어진

청바지를 입고 나온 신세가 되었냐


이 에미가 가슴이 메이는구나



엄마 말 잘 들어


아빠는

나만 보면

-엄마 말 잘 들어 라고 한다.


그런데 오히려

아빠는

엄마 말을 잘 듣지 않는다.


-술 많이 마시지 마요!

-좀 일찍 들어와요!

-담배 좀 끊어요!

아무리 얘기해도

아빠는

-알았어 알았어 하면서도

엄마 말을 듣지 않는다.


참 이상하다


아빠는 왜 그렇게

엄마 말을 잘 안 듣지

나 보곤

잘 들으라고 하면서……




엄마의 생각


내 짝꿍이 준

미꾸라지 두 마리를

어항에 넣어 키웠다.


미끌 미끌

요리 저리 돌 틈 사이로

잘도 놀았다


그런데 어느 날 오후

바닥에 물이 하나도 보이지 않고

미꾸라지는 납작 엎드려 있었다.


내가 얼른 물을 부어주니

금세 살아났다.


그러자 옆에 있던 엄마가

-미꾸라지가 세긴 세구나

-그래서 사람들이 좋아하나보지

-추어탕감 이구나! 하셨다


난 그만 깜짝 놀라서

엄마를 빤히 쳐다보았다


엄마의 생각이 무섭다.

아니 이렇게 생각이 다르다니……



웃는 아기


자다가도 이따금씩

살짝 웃는 우리 아기


쌍꺼풀은 왜 생기노

보조개도 함께하네.


꿈속에서 우리 아기

뭐가 그리 좋았는지


깨어나면 물어야지

다짐하고 잊고 마네.




조용히 놀아


아빠는

나만 보면

-조용히 놀아라 한다.


그런데

아빠에게

물어 보고 싶다.


-어떻게

조용히 놀죠? 라고


도저히 난

조용히 놀 수 없으니




풍경사 정경


풍경사 뜨락의

늙은 소나무

휘어진 가지 아래

버팀목이

힘겹다.


그 노송 아래

긴 그림자 드리우고

하얀 고무신을 신은

노승이 짚고 있는

지팡이가

외롭다.




할머니가 눈 맞추면


할머니가 눈 맞추면

아가도 눈 맞추고


할머니가 웃어주면

아가도 따라 웃고


할머니가 찡그리면

아가도 찡그리고


할머니가 말을 걸면

아가도 쫑긋하고



화난 얼굴


누구나

거울 앞에서는

웃는 모습이나

예쁜 모습만 짓는다


그런데

화를 내는 모습을

거울 속에서 보면

어떻게 될까


언니가

화를 내면

얼른 거울을 보여 줘야겠다.

다시는 화를 내지 못하게……






제 4 부 농부와 소




농부와 소·1


늦가을 시골길


소달구지에 짐을 싣고

집으로 돌아가는 농부가

지게에 짚단을 지고 가는 걸 보고


-왜 수레에 싣지 않고

짐을 지고 가나요? 하고 물으니


-이 소도 나와 함께

하루 종일 일을 했거든요 하면서

묵묵히 걸어가고 있었다


* 펄벅이 경주의 한 농촌에서




농부와 소·2


황희 정승이

밭갈이하는 농부에게


-어느 소가 더 밭일을 잘하느냐? 고

큰소리로 묻자


-누렁이 소가 검정 소 보다 일을 잘 하지요. 라고

귓속말을 하는 것이었다


황희는 크게 깨닫고 돌아섰다




거짓은 가라


5월의 빛고을에서

민초를 부둥켜안고

흘리는 눈물의

뜨거운 가슴만 남고

거짓은 가라.


그리하여, 다시 거짓은 가라.


그곳에선 뜨거운 가슴과

밝은 영혼이 만나

어둠을 걷어내고

새날을 위한 소통의 열망 속에

희망의 불꽃을 피우리니

거짓은 가라.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오로지 진실된 마음만 남고

그 모든 위선과 가식은 가라.


이제 이 땅에

새로운 세상의 문을

우리기 다시 열리라.


* 신동엽님의 ‘껍데기는 가라’를 읽고



겉만 보고


문학 행사장에서

나누어 준

빨간 유니폼을 모두 입었다


그런데

뒤에서 누군가가


-모두 빨갱이 일세

하는 것이었다


우린 모두

갑자기 좌파가 되었다




꽃처럼


그대여!

꽃처럼 침묵하라


그대의

마음속 향기가

멀리

퍼지도록




눈이 내리면


꽃밭에 

눈이 내리면

화려했던 

추억의작은 꽃씨도

침묵 속에 잠든다.

 

들판에 

눈이 내리면

무성했던 여름의

그 큰 욕망도

침묵 속에 감춘다.

 

산위에 

눈이 내리면

수런거릴 가지의

많은 말들도 

침묵 속에 덮인다.



 

동물농장·4


어느 날

스님이

길에서 데려다

함께 지낸 흰둥이

예불 시간만 되면

스님 따라 공손히 절을 올리고

목탁소리 들으며 예불을 올린다


아무 욕심도 없고

시기하고 질투하는 마음도 없고

언제나 한결 같은 저 흰둥이 마음!




등산


산에 오르는 일은

고되고 힘들다


산에서 내려오는 일은

더 어렵고 조심스럽다


인생도 그렇다


* 나태주 시인의 ‘풀꽃 문학관’을 다녀와서




뚱보와 훌쭉이·1


뚱보는

뒹굴 뒹굴

방에서 놀고


훌쭉이는

가뿐 가뿐

밖에서 놀고


뚱뚱이가

좋을까요


훌쭉이가

좋을까요




뚱보와 훌쭉이·2


뚱뚱이는

배가 불쑥


개구리도

배가 불쑥


훌쭉이는

허리가 잘룩


개미도

허리가 잘룩




마애삼존불상


아침에 떠오르는 햇빛을 따라

이승의 중생들을 위하여

밝고 평화로운 미소를 보내는

마애삼존불상을 보라


저녁에 지는 해를 등지며

저승의 극락세계로 인도하는

아늑하고 자비로운 미소를 짓는

마애삼존불상을 보라


영혼이 없는 돌 속에

영혼을 불어 넣어 저토록

화사한 미소를 짓게 하는

백제인의 숨결을 보라


온기 하나 없는 차디찬 돌 속에

따뜻한 피를 돌게 하여

따뜻한 미소를 짓게 하는

백제인의 마음을 보라


무심코 서있는 돌 속에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넘어

사랑과 용서의 미소를 보내는

마애삼존불상을 보라


그대의 합장하는 두 손 위에

자비로운 서기가 내릴 지어니……




모두 길어요


코끼리는

코끼리는

코가 길고요


기린은

기린은

목이 길지요


원숭이는

원숭이는

꼬리가 길고요


타조는

타조는

다리가 길지요




몽당비


하얀 눈

내린 마당

몽당비로

싸악 싸악


외양간

누렁이 등

몽당비로

쓰윽 쓰윽


천정에

거미줄도

몽당비로

휘익 휘익




복날


몸보신하러

친구 셋이서

보신탕을 주문했다


그러자 주인이

-세 분 다 개죠? 하는 것이었다


엉겁결에

-네! 하고 보니


하루아침에 개가 되어 버렸다



승무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가나니 

바람처럼 연기처럼 

허허로운 하얀 손짓으로!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처음도 끝도 알 수 없는 

하얀 발걸음으로! 


말없이 왔다 

말없이 가나니 

무슨 말을 해야 하리 

부질없는 세상 하얀 몸짓으로! 


티 없이 왔다 

티 없이 가나니 

욕정도 번뇌도 떨쳐버린 

한없이 고요한 하얀 마음으로!




엄마는 갱년기



학교에서 돌아온

영희가


-엄마 밥 줘. 하고

들어서자


엄마는

-얘, 넌 손이 없냐? 발이 없냐?

내가 밥 주는 기계냐? 하면서

퉁명스럽게 돌아선다.


전에는 그러지 안했는데

요즈음 엄마는

신경이 날카로워졌다


아마도 갱년기인가 보다.




엘리베이터 안 풍경


어른들은

참 이상하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아무 소리도 안 하고

입을 꼬옥 다물고 벽만 쳐다본다.


마음을 활짝 열고

-안녕하세요?

날씨가 참 좋군요


이렇게라도

인사를 나누면 좋으련만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참 이상하다


서로 서로 모른척하고

입을 꼬옥 다물고 사니……


그럴 바엔

외딴섬에 가서 살지

뭣 하러

아파트에서 살까


어른들은 참 이상하다





염소


엄매애

엄매애


염소는

엄마가 없나보다


엄마만

저렇게 찾는 걸 보면


엄매애

엄매애


염소는 다 커도

어린이인가 보다


엄마만

저렇게 부르는 걸 보면


엄매애

엄매애


염소는

언제나 울보인가 보다


맛있는 것 먹다가도

우는 걸 보면




의자·1


사람들이

식당에서 밥 먹고

술 마시고

즐겁게 놀다가

말다툼 끝에 화가 나면

저를 집어 던지나요?


누구나 편안하게

잘 모신 일 밖에

한 일이 없는데


이렇게 매몰차게

화풀이를

제게 하면 되나요?

꾸욱 참으셔야죠




의자·2


날마다 이렇게

저를 깔아뭉개면

저는 어떻게 해요


제발

그 뚱뚱한

엉덩이 살 좀

빼주시면 안되나요?


제 마음 아시겠죠?





의자·3


앉아서

쉴 때마다

편안하고 좋다고

칭찬하더니

오늘은

저를

다리 밑에

버리시나요?


다리 하나를

다치어

불구가 되었다고

버리시는 건

너무하신 거 아니에요?


목공소에

데리고 가서

고쳐주시면 안되나요?


오래 오래

정이 들었는데……




일요일 오후


늦가을

따스한

일요일 오후


나는

아파트

놀이터에서

순이랑 미끄럼 타고


엄마는

외삼촌과

강 건너 선산에

알밤 주우러 가고


아빠는

친구들과

등산복 차림으로

단풍 구경 떠나고


여든이 넘은

할머니는

아파트에 호올로

누워있네.





입은 하나


-할아버지,

왜 귀는 두 개야?


-으응, 그건

남의 얘기를 더 잘 들으라고


-그럼,

눈은 왜 둘이야?


-으응, 그건

더 멀리 잘 살피라고


-그럼,

입은 왜 하나야?


-으응, 그건

적게 먹고 말을 조심하라고


-할아버지,

그런데, 엄마는 왜

그렇게 말이 많아요?





테니스


노오란 

마음이

파란 하늘 아래

오고 간다.

 

하얀 

드레스에 

빨간 열정이 

오고 간다.

 

갈색 

코트 위에

회색빛 희비가

오고 간다.

 

푸른 

사이 

분훙빛 우정이

오고 간다





호올로


꽃들도

호올로

이쁘게

피어나고


태양도

환하게

호올로

빛을 내고


별님도

호올로

쓸쓸히

반짝이고


나도

호올로

밤길을

걸어가고









제 5 부 빠알간 사과






빠알간 사과


빠알간

사과 속에는

따스하게 빛나던

가을 햇살이 들어와 있고


빠알간

사과 속에는

발그레한

순이의 마음이 들어 와 있고


빠알간

사과 속에는

밤새워 내린

싱그런 이슬도 들어와 있고


빠알간

사과 속에는

파릇파릇한

풀잎 향기가 들어와 있네






거울


엄마는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면서도

거울을 믿을 수가 없나보다.


-엄마, 이쁘니? 하고

꼭 묻는 걸 보면……


아마도 내가

거울보다

믿음직스러운가 보다.





걸음걸이


아가는

아장 아장


코끼리는

뚜벅 뚜벅


고양이는

살금 살금


오리는

뒤뚱 뒤뚱


강아지는

졸랑 졸랑


황소는

느릿 느릿


걷는 것만 봐도

다 알지요





겉과 속


호박꽃은 노랑 꽃

호박속도 노오래


박꽃은 하얀 꽃

박속도 하얀해


석류는 붉은 꽃

석류알도 붉어


겉이나 속이나

모두 모두 똑같애.






고무풍선


하얀 실이 끊어진

노란 풍선 하나가

차가운 겨울 하늘 위로

날아간다.


어느 소녀의

예쁜 손에서

빠져 나간 것일까


풍선에

꿈을 넣어

먼 데 하늘로

날려 보낼 줄 알았던

그 소녀는

지금쯤

무얼 꿈꾸고 있을까




고향을 떠나는 날


왁자지껄

온 식구가 모여

떠들다가


엄마 아빠 손잡고

떠나는 날


돌아서 가는 우리를 위해

동구 밖 나무 아래


하염없이 손을 흔드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마음이여!





달콤하고

맛있는 건

혼자 다 먹고


나보곤

깨끗하게

청소만

해달라고 하니?


그래

그래도 좋아


그러나

일 끝낸 후

고맙다는 말도 없이

길거리에다

뱉지만 말아줘. 제발,


알았지?





냄새나는 이름


내 이름이 싫다

애기똥풀꽃!


백장미, 라일락

코스모스, 해바라기

좋은 이름도 많은데

애기똥풀이 뭐람


쇠똥구리도

개똥벌레도

아마

나와 같은 생각일거야.






무엇이 먼저


씨앗이 있어서

열매가 생겼나요


열매가 있어서

씨앗이 생겼나요


닭이 있어

달걀이 생겼나요


달걀이 있어

병아리가 생겼나요


참 알 수가 없군요

무엇이 먼저인지





백제의 미소


차가운 돌 속에

따뜻한 미소!


딱딱한 돌 속에

부드러운 미소!


무뚝뚝한 돌 속에

사랑의 미소!


거친 돌 속에

자애로운 미소!


미소를 만들어낸

백제인의 손길이여!




비에 젖은 우산


비가 오는 날

비에 젖은 우산을

접은 채 세워두면

밤새 추위에 떨며

울고 있지만


비가 오는 날

비에 젖은 우산을

활짝 펴 놓으면

아침에 환한 얼굴로

웃고 있어요


비가 오는 날

짝꿍과 토라진 내 마음도

활짝 열고 있으면

틀림없이

저렇게 되겠죠?




비우기


무엇인가

가득 담고 싶으시거든

부디 앞에 놓인

그릇을 비우십시오

그래야

다시 채울 수 있어요.

 

향기로운 차를

또 마시고 싶거든

부디 앞에 놓인 

찻잔을 비우십시오

그래야

다시 채울 수 있어요.



세차장


-엄마!

자동차도

밖에 나갔다 오면

저렇게 씻어야 돼?


-엄마!

그런데

자동차는

아주 간지럽겠다.


저렇게

쉬지 않고

물줄기로

옆구리를 간질이니……





소금과 설탕


어느 날

소금이 설탕에게

나무라듯이 말했다


-넌 튼튼한 이를 썩게 만들고

뚱뚱보를 만들고 당뇨의 앞잡이야!


그러자

설탕이 으스대면서

자랑스럽게 답했다


-근데 넌 개미들을 모아본 적 있어?





시간의 힘


시간에 맞춰 일어나고

시간에 맞춰 밥을 먹고

시간에 맞춰 학교에 가고

시간에 맞춰 집에 오고


세상에서

제일 약속 잘 지키는 건

누가 뭐래도 시계다.



시계


밥도 먹지 않고

잠도 자지 않고

친구랑 놀지도 않고


저렇게

숫자놀이에

푸욱 빠진 어린이가 있을까

이 세상에




편식


아빠는

밥 먹을 때마다

-골고루 먹어라

편식하지 말라 고 한다.


그런데

아빠는 미역국의

새우도 골라내고

국밥의 멸치도 건져내 놓는다.


그러면서

나 보곤

-뭐든지 골고루 가리지 말고

잘 먹어야 된다 고 한다.


참 알 수가 없다.






제 6 부 꽃피는 마을




구름·2


태양은

구름 속에 사랑을 주어

꽃구름 뭉게뭉게 피게 하고


바람은 

구름 속에 이별을 주어

흰 구름  멀리멀리 떠나게 하고


별빛은

구름 속에 설움을 주어

비 구름 밤을 새워 내리게 하고

 

<전북문협 시화전 작품>




녹차


바알갛게

서산에 해 지다


정갈한 석간수

끓는 물

가만히 기다리다


검게 둘둘 말린

가녀린 엽신의

열반을 지켜본다.


포근한 영면 속에

스스로 몸을 푸는

맑고 투명한

에메랄드빛 영혼!


오늘도

두 손으로

따사로운

산을 마신다.


<전주 문협 시화전 작품>





등대


반짝 반짝

누군가

불을 켜놓고 있다


캄캄한 바닷길에

별이 되려나 보다


항구 찾아 돌아오는

작은 배 위해.





마음


이른 봄

산 숲에 들어무성한 전나무 숲을

걸어보지 못한 사람은

숲속의 내음을 모른다


여름밤

강가에 누워

별이 무성한 밤하늘의

별을 헤어보지 못한 사람은

슬픔의 의미를 알지 못한다


가을날

언덕에 올라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보지 못한 사람은

한 점 구름의 마음을 모른다.




몽돌마을


남쪽나라 땅 끝 마을

몽돌 해변 가

몽돌이 모여 사는

몽돌 마을에

오늘도 파도가

쉬고 가지요


거칠고 모나게

살지 말라고

둥글둥글 어울리며

살아가라고

어제도 흰 물결

다녀 갔지요


검은 몽돌 하얀 몽돌

미움도 없이

오순도순 사이좋게

모여 산다고

해님도 달님도

놀다 가고요


작은 파도 큰 파도

맞이하면서

몽돌이 손잡고 부르는 노래

신비하고 아름다운 소리를 따라

갈매기도 너울너울

춤을 추어요





바다


수 억 년을 하루에 한번씩

불덩이 한 알을 분만하면서

낭자하게 흘리는 저 선혈을 보라


짜디짠 소금을 풀어

간간하게 제 몸을 간수해온

저 건강한 모성의 본능을 보라


하이얀 미소를 보내며

고통의 흔적을 지우려 애쓰는

저 묵직한 침묵의 손길을 보라


모든 걸 다 받아들이고

몸을 찢는 고통 속에도 길을 내주는

어머니의 가슴 같은 저 깊고 넓은 포용력을 보라


바람은 오늘도 늘 함께 있다

잠들지 않고 언제나 깨어 있으라고

외로워 말고 힘을 내라고.





바람


그대 잔잔한 바다라면

나는 조용히 그대 곁에 다가가

은모래에 던지는 하얀 미소를 보려오


그대 풍성한 잎사귀라면

나는 천천히 그대 곁에 다가가

속살거리는 푸른 노래를 들으려오


그대 하이얀 구름이라면

나는 말없이 그대 곁에 다가가

아름다운 꿈으로 피어나게 하려오.


 <‘서울 지하철 종로3가역 5호선 스크린도어’에 게시>






바람 덕분에


끝없는 바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집으로 갈 수 있는 건

바로 네 덕분이야


은빛 모래 결 위에

이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건

바로 네 덕분이야


오늘도

까르르 까르르

즐겁게 웃을 수 있는 건

바로 네 덕분이야


바람아!

고마워

언제나

네가 내 곁에 있어 주니까……





바람 때문에


별들이 빛나는 밤

잠들고 싶어도

잠들지 못하고

밤새 뒤척이는 건

순전히 너 때문이야


바위섬 허리 붙잡고

밤낮 없이 붙어 앉아

귀찮게 칭얼대며

보채게 하는 건

오로지 너 때문이야


뭍으로 가라고 떠 밀어 놓고

자꾸만 겨드랑이 끌어당겨

까르르 까르르

웃게 하는 건

분명히 너 때문이야


이것은 핑계가 아니고

사실 그대로야

-바람아!

제발 나 좀

놔 줄 수는 없니?





바람은 바람은


바람은 바람은

바다에 사는

요술쟁이 인가 봐


하이얀 돛단배

소리도 없이

멀리 멀리

밀고 가는 걸 보면


바람은 바람은

바다에 사는

심술쟁이 인가 봐


홀로 서 있는

외로운 바위섬에

밤새도록 보채며

칭얼대게 하는 걸 보면


바람은 바람은

바다에 사는

장난꾸러기 인가 봐


날이면 날마다

모래언덕 만들며

하얗게 깔깔대며

웃게 하는 걸 보면




사랑


처음엔

둘이다가


나중엔

하나 되어


끝내


셀 수 없는 것.


<‘전북일보’ 게재, ‘전주 시내버스 정류장’ 게시>




산수유 처녀


산 너머 산동면에 

산수유 핀다기에 

서둘러 나섰더니 

산수유 꽃 다 지고 

처녀만 웃고 섰네. 


그 웃음 그 눈빛

별처럼 하 좋아서

이듬해 다시 가니

처녀는 간데 없고


산수유 열매마다

처녀가 깨문 자국

첫사랑 아픔처럼

시큼 달큼 남아있네.


 

* 전남 구례군 화엄사 입구 시의 동산에 시비 건립.

* 산수유씨를 옛날에는 처녀들이 앞니로 깨물어 뺐으나 

   지금은 기계로 작업을 함.





석류


누가

이토록

그리운 마음들을

한자리에 모아 두었을까.


누가

이토록

첫사랑의 시린 아픔을

오롯이 간직해 두었을까


누가

이토록

영롱한 꿈들을

어둠 속에 피게 했을까


누가

이토록

다정한 이웃끼리

더운 피 흐르게 했을까.


<전북문협 시화전 작품>





안면도 파도리


안면도 파도리 저 하얀 파도

언제부터 저토록 뒤척이었나


안면도 조용히 잠들려 해도

밤새 보채며 흔들어 깨우네


아이들은 하나 둘 파도에 밀려

은모래 털어내며 뭍으로 가고


파도리 초등학교 파도에 젖고

마지막 졸업식장 눈물에 젖네


파도에 밀려 떠나가는 게

어디 저 파도리 아이들뿐이랴


우리의 사랑도 저 물새들도

세월 따라 저렇게 떠나가는 걸


안면도 파도리 저 하얀 파도

언제쯤 깊은 잠 꿈속에 들까




알밤


토실토실한 

알밤이

투욱 투욱 떨어졌다


아무도 

본 사람이 없다


따사로운 

가을 햇볕과

지나가던 바람결 이외엔.





엄마가 아픈 날


아빠가

앞치마 두르고

부엌으로 가고


누나는

헌옷을 챙겨들고

세탁기 앞으로 가고


동생은

흩어진

장난감을 정돈하고


나는

비를 들고

청소를 한다


엄마가 아픈 날.




전주 한옥


좌청룡 우백호로 아늑한 풍남동에

지붕은 하늘이요, 기단은 땅이러니

기둥은 사람이라서 천지인 삼극이여!


기와선 가물가물 물결처럼 흔들리고

추녀는 날개 치며 하늘 멀리 날아가니

이승을 떠나려는 듯 슬픔의 곡선이여!


천년을 한자리에 말없이 눌러앉아

오순도순 정겨웁게 따순 정 나누면서

오늘도 임 기다리는 아리따운 저 자태여!




전주 한정식


고도 전주 풍남동에 아늑히 자리 잡고

옛 정취 그리워서 찾아오실 임을 위해

천년의 깊은 맛으로 음식을 준비 하네


조상의 숨결어린 한옥에 찾아들 제

맛있는 옛 솜씨로 정성을 다 바치니

고향의 어머니손맛 예 와서 본다하네


오늘도 오시는 임 내일도 오시겠지

사랑으로 맞이하며 미소를 보내오니

그대의 귀한 걸음을 다시 보게 하옵소서.


<‘전주 호남제일문’, ‘이지움 시내버스 정류장’에 게시>



채석강






쇄스락 쇄스락


책갈피 넘기며


처얼썩 처얼썩


경전 읽는 소리 들린다



파도가


파헤치고 알아낸


깨달음은 무엇일까


세상사


부질없고 부질없도다



모든걸


쓰다듬고 용서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사랑하며 살아가라 였음이리


오늘도


책갈피 넘기는 소리


바람결에 들린다



판문점 선언·1


-아빠!

판문점 선언이 뭐예요?


-응, 그건

남한과 북한이

전쟁을 끝내고

평화로 가자는 약속이란다


-그럼,

이 땅에

전쟁이 없어지는 거예요?


-그렇지

백두에서 한라까지

조국은 하나가 되어

통일의 길로

번영의 길로

함께 손잡고

나아가자는 거지


-와! 신난다


그럼, 아빠

우린 행복한 미래를

꿈꿀 수 있겠군요


그렇죠?




판문점 선언·2


무술년 4월 27일 드디어 만났다

65년의 긴 세월 분단된 남과북

전쟁을 종식 시키고 평화를 심자고


한라에서 백두까지 한마음 한 뜻으로

통일과 번영의 새 역사를 위하여

다함께 손에 손잡고 앞으로 나가자고


판문점 분계선에 봄볕이 화사하니

한반도 천지에 새싹이 돋아나네

얼마나 기다렸던가 오늘의 이 순간을


조국도 언어도 모두가 하나이니

두 손을 마주잡고 부등켜 얼싸안고

가슴을 열어젖히고 더덩실 춤을 추자




판문점의 봄


판문점 봄바람에 통일의 꽃이 피니

군대 간 우리 아들 웃으며 돌아오네

한 많은 세월 그 얼마나 기다렸나

한라에서 백두까지 통일의 꽃피우며 손잡고 나가자

오! 자랑스런 우리 조국 영원히 사랑하리라


판문점 봄바람에 평화의 꽃이 피니

분단된 삼팔선에 새들이 날아오네

전쟁 없는 평화 그 얼마나 기다렸나

대동강 한강으로 평화의 꽃피우며 만세를 부르자

오! 아름다운 우리 강산 영원히 사랑하리라




홍시


해님이

하루 종일 함께 놀다가

빠알간 옷 입히고 가고


노을도

서산에 오래 머물다

붉게 물든 마음 남기고 가니


달님도

어두운 밤 외로워서

도란도란 얘기하다 잠이 듭니다.


<전북문협 시화전 작품>





槿岩 柳 應 敎 (유응교) 공학박사, 시인


■경력

전남 구례 운조루에서 출생

육군공병학교 교관 ROTC 제4기

미국 M.I.T Visiting Professor

전북대 학생처장 역임

현, 전북대 건축과 명예교수


■저서

세계건축작가론 외 5권 (대학 교재)

전북의 꿈과 이상 (칼럼집)

애들아! 웃고 살자 외 3권 (유머집)

그리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가슴이 따뜻한 사람

잠들지 않은 그리움

꽃에게 사랑을 묻는다

아름다운 마음 아름다운 세상

아름다운 사람 아름다운 사회

그리운 것이 아름답다

아름다운 침묵

까만 콩 삼형제 (동시집)

별꽃 삼형제 (동시집)


■수상

한국 예술문화 대상

해양문학상 (바다 사랑상)


■블로그

근암 유응교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공간

http⁄⁄blog.daum.net⁄ryumind

메일 ryu6833@hanmail.net

H.P 010-3683-3968

책 뒤 겉표지에 실을 것



<책뒷면>


별에게


유응교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들에게


-안녕 이라고

한꺼번에 인사하지마


하나 하나

눈빛을 맞추며

정겨운 마음으로


-안녕 이라고

빛나는 별 하나 마다

인사를 나눠.


모두가

똑같은

별이 아니니까……


△ 선거를 앞두고 은연중에 선거운동이 시작되었다.

여기저기서 이름을 알리느라 바쁜 후보들이 읽어 보아야 할 작품이다.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이 모두 똑같은 별이 아니다.

많고 많은 유권자가 다 똑같은 유권자가 아니다.

어떤 모임의 우두머리나 자칭 힘센 사람들을 동원하지 마시라.

스스로 오피니언 리더라고 생각하지 마시라.

세상의 모든 유권자는 각자 다 다르다.

이름도 다르고 얼굴도 다르고 취미도 다르다.

하나하나 눈을 맞추며 정성을 다해 안부를 물으시라.

그래야 그들이 그들 고유의 색으로 반짝인다.

그래야 우리 사는 세상이 아름답다.


* 2018년 4월 16일 전북일보 김영 (김제시 예총 회장,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