漫想綠

류운 2008. 7. 31. 05:02

아주 오래 전부터 무술이나 격투기 쪽 일을 하면서 몇 가지 꼭 해보고 싶은 일이 있었다. 하나는 우리나라 무술은 아직도 태권도 밖에 모르는 해외 언론(특히 일본, 얘네는 합기도 알면 그나마 좀 아는 거다. 그런데 또 특이하게도 유난히 씨름에는 옛날부터 관심이 많았다.)에 택견 같은 독특한 우리 격투기를 보다 많이 알리는 것, 그리고 우리나라에는 삼보나 쿠도(공도/대도숙가라테) 같은 종목을 소개하는 것.

 

재작년에 택견을 공카쿠토기에 간단히 소개했을 때 꽤 뿌듯했었다. 작년에도 그 쪽 기자들이 한국에 왔을 때 일부러 택견배틀장에 데리고 갔었더랬다. 당연히 좋아하고 재미있어 했다. 그것을 소개하는 기사를 쓰고 싶다고까지 얘기가 나왔으나, 문제는 격투기 팬들에게 어필할 만한 실마리가 없다는 것이었다.

 

예컨대 누군가 경기에서 화려한 발차기로 멋지게 KO를 시켰다면 '한국 격투기의 강점, 발차기의 뿌리' 같은 꼭지를 만들어서 택견을 소개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니면 택견 출신의 격투가가 나와서 좋은 성적을 거둬준다면 또한 택견을 부각시키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홍주표 선수가 있었지만... 요즘은 태극권을 하시는 데다, 일본에서 성적이 그다지 좋지 못했기 때문에... ㅡ_ㅜ) 그래서 난 지금도 택견꾼이 링에 도전하기를 기다린다. ㅋ

 

각설하고, 그럼 우리나라에 삼보나 쿠도를 소개하고 싶었던 이유는 우리나라의 수많은 이른바 '종합무술'들, 합기도나 특공무술 등등을 살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사실상 그들이 수련하는 술기 등의 기술 체계가 경기 중에 활용이 되고 또 경기 스타일 자체도 독자적인 풍격을 살리면서 진화해나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발차기와 일부 족방술에만 의존하면서 변형된 태권도에 가까운 경기 형태로 바뀌어가는 것이 안타까웠다. (그런 면에서 나는 용무도나 공권유술을 높이 산다. 당장의 형태나 부수적인 문제들이 있을지 몰라도 자기 수련에 대해서 그런 한계를 느끼고 깨기 위한 시도를 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그런 부분에 영감을 불어넣고 자극이 될 수 있는 종목이 삼보나 쿠도 같은 종목들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나는 국내에 온갖 극진 분파들이 다 들어와서 서로 밥그릇 싸움 벌이며 지지고 볶는 상황을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이기도 하다. 단지 '극진'과 최영의라는 이름 이외에 그들이 갖는 메리트가 무엇인지? 나 같으면 차라리 대도숙을 들여올텐데... 라고 생각했었던 거다. )

  

한가지 웃긴 것은... 최근에 판크라스 코리아 사무국장 일도 관두고 MAT 잡지 만들던 것도 관두고 곰TV에 영상채널을 하나 만들어서 웹진처럼 운영이나 하면서 격투기 일은 이제 반취미 삼아서나 하면서 다른 일로 먹고살 생각을 했더랬는데, 하필 딱 그렇게 마음 먹은 타이밍에 이런 건수가 생겼다는 거다. -_- 참, 인생 새옹지마라더니...

 

마음 같아선 그냥 누군가 대도숙 한국지부 같은 것에 욕심낼만한 사람에게 맡기고 그냥 소개나 시켜주고 말까 싶은 생각도 하지만, 그게 또 그동안 아껴왔던 마음이 있다보니 귤이 회수를 건너 탱자가 되는 꼴은 못 보겠다는 거. -_- (솔직히 삼보... 굉장히 아쉽게 생각하고 있다.)

 

하여간 마지막으로 하고 싶었던 일 하나 잘 마무리하고 갔으면 한다.

 

이글 보시는 분들, 좀 도와주세요~ -ㅁ-

 

 

헉..사무국장님이셨던겁니까..ㄷ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