劍筆提揮

류운 2010. 7. 23. 17:59

추적60분 '이효리쇼크와 표절 메커니즘'에서 와이낫의 인터뷰 내용을 보는 순간 저런 의문이 들었다. 아니, 처음 든 생각은 '포기했구나' 였다.

"완전히 똑같지는 않다. 그런데 처음 듣는 순간 느낌이 '어, 이거... 많이 비슷한데? 이거 좀... ' 싶더라" 라니.

이 얼마나 프로답지 못한 발언인가. ;;그런 '느낌'만 믿고 소송을 진행했단 말인가? 아니겠지. 분명히 겹치는 멜로디나 유사성이 인정된다 하는 근거가 있으니 했을 것이다.

 

그에 대해 '외톨이야'의 작곡가 김도훈 측 변호사는 이렇게 얘기한다.

"유사하게 들리는 부분이 딱 하나 있다. 그런데 그것도 몇 년 전에 다른 유명 작곡가가 써서 많이 알려진 파트다. 이걸 자기 거라고 주장하면 안 된다."

법적으로 싸울 수 있는 이유를 충분히 가지고 있다는 거다. 변호사 역시 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에 가득찬 태도로 말하고 있었다.

 

그런데 와이낫은 후반부 인터뷰에서 이런 얘기까지 한다.

"음악이라는게 음표 몇 개 라는 식으로 과학적으로, 수학적으로 딱딱 나눠지는 게 아니다. 들었을 때 느낌으로 알 수 있는 거다."

어우 야~ -_- 이건 뭐... 순진무구한 것도 정도가 있는 거지. 듣는 순간 '남자의 자격'에서 김태원이 생각나더라. "C코드가 네 거냐?" 였나...

 

그러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법에 기대는 것 뿐이더라."란다. 법에 기대려고 마음 먹었다면, 소장을 접수하는 그 순간부터 철저히 '이기기 위해' 움직이고 'Yes or No'로만 말해야 한다. 법에 기대서 소송까지 벌이고 있는 사람이 자기 입으로 '똑같지 않다'고 인정하지를 않나, 믿는 건 느낌 뿐이라니. 온갖 억지 증거라도 만들어 내밀고, 이기는데 필요한 말만 해도 모자랄 판에 스스로 무덤을 파는 꼴 아닌가. TV에서, 그것도 예능도 아닌 보도 프로에서 저런 인터뷰가 나갔는 건 이미 공증 서류에 사인한 거나 다름 없는 얘기다. 차라리 묵비권을 행사하는 씨엔블루 애들이 낫다. 도대체 와이낫에게는 변호사도 없는 건가?

 

 

생각해볼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두 가지다.

 

하나는 이미 어느 정도 소송이 진행되는 상황 안에서 자신들이 이길 수 없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래서 적어도 이런 심정이라도 얘기보고자 하는 마음에서 한 인터뷰였을 수 있다. 그래도 대중의 심정적 지지는 여전히 와이낫에게 유리한 쪽으로 많이 기울어 있으니까.

 

또 하나는 이 사람들이 말 그대로 그냥 순진해 빠진 거다. 하긴 언제 소송 같은 걸 해본 적이나 있었을까. 말마따나 믿을 게 법 뿐이라 소송은 했지만 악하고 독할 수가 없다. 아니, 싫다. 표절 논란이 일기 시작했을 때 발표했던 내용처럼 씨엔블루도 자라나는 새싹 같은 재능있는 후배들인데 행여나 너무 피해가 가면 안 된다. 음악인으로서의 진정성을 믿고 싶다. 그래서 알아서 어느 정도 감안하고 말해준다는 게 스스로 무덤을 판 거다. 그런 거라면 방송이 나간 후에 소송이 계속 진행되면서 그 인터뷰 한 것을 두고두고 후회하겠지.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그런 식으로 '법정 노하우' 앞에 무너진다. 그리고는 '힘'과 '돈'에 졌다고 한탄한다. 하지만 아까도 말했지만 일단 법에 들어가면 '이기는 것'만 생각해야 한다. 법정제일주의의 무서운 함정이 그거다.

 

 

그리고 굳이 한 가지 가능성을 더 꼽자면... 이건 사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음모론에 가까운 거지만, 방송이니까. 결국은 '순진해 빠졌다'의 연장성에 있는 얘기인데, 인터뷰에 낚인 것일 수도 있다. 방송을 만드는 사람들은 원하는 얘기를 끌어내기 위해 인터뷰 중에 온갖 미끼와 함정을 놓는다. 그래도 원하는 얘기가 안 나오면 편집해서 필요한 부분만 갖다 붙여서 얘기를 만들기도 하니까.

 

물론 해당 프로그램은 표절을 비판하는 쪽이었기 때문에 굳이 그런 의도를 가졌다고 보기는 힘들다. 하지만 언론으로서의 보도 책임을 생각해 보면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다.실제로 표절을 인정하는 이효리 건을 제외하고 다른 부분들은 표절을 충분히 의심하게끔 하면서도 막상 '표절했다'라고 단정하는 내용은 하나도 없다. 개중엔 저런 것도 표절로 봐야 하나? 라는 역반응마저 일으키는 내용도 있었다. 혹시 나중에 거론된 곡들 중 표절이 아니다 라고 판정이 났을 때 방송이 문제될 여지가 없는 것이다. 역시 그 바닥에서 날고 긴 티가 나더라.

 

 

뭐가 됐든, 이번 방송을 통해 와이낫은 더 이상 '외톨이야' vs '파랑새'의 표절 시비에서 스스로 불리한 고지에 서고 말았다. 사실 나는 (음악하는 사람이 아니라서 판단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굳이 따지자면 와이낫 쪽에 선 사람은 아니었지만, 내 입장을 떠나서 상황이 좀 안타깝다.

 

방송상의 편집이라는 면을 생각해 주시길. 아울러 그동안 있었던 인터뷰와 와이낫 카페에 올라와 있는 공식입장이라도 먼저 체크해 본 이후에...
방송 편집에 의한 오도 가능성도 마지막에 언급했습니다.^^ 방송 보면서 하도 갑갑해서 혼자 생각을 생각나는대로 기억나는대로 쓴 글이긴 합니다(그래서 뷰 발행도 안 했습니다)만, 인터뷰나 공식입장 내용에서 크게 벗어난 부분은 없다고 생각하는데 혹시 그런 부분이 있다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