世作評覽

류운 2010. 8. 20. 04:00

내가 격투기 밥 먹으며 장충 들락거린지가 10년이 다 되어가는데, 스피릿MC 1회 때 6천명이었나? 아마 그 이후로 링스포츠 흥행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장충체육관을 찾은 걸 본 건 처음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그 때도 그렇게 긴 줄은 없었다. 4천석 티켓이 예매 3분만에 매진됐다는 뉴스는 이미 접했었지만, 약수 고가까지 이어진 행렬을 보니 새삼 '무한도전'의 힘이라는 걸 실감하면서 놀랐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그래서 더 안타깝기도 하다. 그만큼 링스포츠라는 것이 한국 대중에 미치는 파급력이 미약하다는 것 또한 느꼈으니까.

 

 

공연은 정말 만족스러웠다. 일단 무한도전 멤버들의 경기력도 기대 이상. 물론 선수 수준의 경기력을 보여줬다는 것은 아니다. 한 눈에 봐도 체력 부족에 기술의 완성도도 완벽하지는 않았다. 그 덕에 중간에 늘어지기도 했고... 하지만 그들이 선수는 아니지 않은가. 예전에 무슨 영화였더라. 더스틴 호프만이 처음으로 액션 연기에 도전한다 해서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게 뭐 대단하고 화려한 액션은 아니고, 그냥 헬기에서 뛰어내리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그 더스틴 호프만이, 그것도 나이 먹고 그런 연기를 했기에 대단하다는 소리를 들었던 것이다. 그런 면에서 무도 멤버들의 경기력도 대단했다.

 

정형돈의 안정적인 연기는 단연 돋보였고 (나중에 박수를 가장 많이 받은 것도 정형돈이었지), 좀 불안하긴 했지만 정준하의 파워 플레이는 확실히 무대에 힘을 실어줬고, 유재석의 화려한 기술이 볼 거리를 완성시켰다. 특히나 플라잉헤드시저스! 처음에 기대시켰던 장면에서 한 번 뭉개졌기 때문에, 그 정도는 아니구나 했는데... 거기서 기대치를 넘어서는 모습을 보여줬으니 더욱 인상적이었달까. 또 기대 이상이었던 건 하하와 노홍철. 대단한 테크닉을 보여준 것은 아니지만, 하하는 진행부터 심판 역할에 선수로 돌변까지 다양한 역할을 충실히 해냈고 노홍철은 확실한 자기 캐릭터로 웃음과 인상을 심어줬다. 연습 때랑 달리 낙법도 열심히 하더군.ㅋ 박명수 역시 링 밖에서는 모략가 회장, 링 안에서는 반칙왕 캐릭터라는 두 가지 역할을 완벽히 소화해냈고. 길이 결국 뭔가를 보여주지 못한 것은 안타까웠지만. 본인도 아쉬운지 마지막 무대 인사를 짧게 끝내더라.

 

그리고 경기 시간. 솔직히 무도 멤버들이 그렇게 긴 시간의 본격적인 경기를 치러내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아마도 무도 멤버들이 지금껏 했던 미션들 중에서 가장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들고 피로한 도전이었을 것이다. 부상에 대한 불안, 모든 걸 몸으로 부딪혀서 보여줘야 하는 부담, 그렇게 힘들고 지치지만 정해진 스토리를 끝까지 소화해낼 때까지는 한숨 돌릴 틈도 없이 10분 이상을 집중해야 한다.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순간, 부상으로 이어지니까. 하지만 그래도 겁은 난다. 그런 갈등이 순간순간 계속 이어진다. 그게 프로레슬링의 어려움이고, 프로레슬러를 인정해줄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아마 지금 멤버들 몸이 성하진 않을 거다. 하지만 그들은 결국 해냈다. 막바지 연습 때까지도 그토록이나 겁냈다는 플라잉바디프레스를 멋지게 성공시키는 모습을 보며 절로 존경스럽다는 생각마저 들더라. 그렇게 온 몸을 던져가며 프로라는 게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줬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설펐던 것 만큼은 분명한 이 경기들을 성공적으로 완성시킨 것은 관중들이었다. 이 또한 무한도전의 힘이라 하겠지만, 이들은 이미 WM7을 완벽히 즐길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었다. 말하자면 이런 거다. 인디 밴드 합동 공연 같은데 가면 대개 첫 공연팀은 아무래도 서먹한 분위기 속에서 연주를 마치게 마련이다. 관중들이 흥이 돋지 않는 것은 그들의 노래가 좋지 않아서이거나 몰라서가 아니다. 마음의 준비, '놀 준비'가 아직 안 되어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슬슬 이어지는 음악과 그 분위기에 젖어들기 시작하면 똑같이 모르는 노래라도 흥겹게 놀기 시작한다. 물론 처음부터 인기 좋은 아이돌들이 모이는 공연에선 첫 팀부터 분위기가 뜨거울 테고.

 

이것은 프로레슬링이나 격투기도 마찬가지다. 관중이 선수나 매치에 관심을 가지고 그 성격을 이해하면서 그에 대한 기대치가 생긴 후에, 경기가 그것을 만족시켜줄 때 최고의 흥행력을 갖는다. 이것은 다른 공연들과 다를 게 없다. 한국 링스포츠 흥행이 늘 바닥을 헤매는 것도 그런 3박자가 갖춰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게 억지로 갖춰지는 게 아니라는 게 문제다. (때문에 이번 흥행이 아무리 잘 됐다 한들 당장 한국 프로레슬링에 어떤 변화를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무도가 빠진 한국 프로레슬링엔 그런 게 하나도 안 갖춰져 있으니까. 물론 여러 의미로의 자극제는 됐을 수 있겠지만.)

 

하지만 WM7은 '무한도전'이기에 1, 2단계가 채워진 채로 시작했고, 다음 단계도 일사천리로 해결됐다. 애초에 무도의 팬인 관중은 멤버들의 캐릭터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기에 그들의 등장과 경기 중에 보여주는 행동 하나 하나에 바로 몰입하고 환호했다. 누가 이기고 있느냐에 따라 때로는 정형돈을 외치고, 때로는 유재석을 외치면서도 길에게는 끝까지 야유를 던지는... ㅎㅎ 물론 프로레슬링 자체를 보고 즐길 준비는 덜 되어있었기에 중반 넘어가며 경기 자체에는 지쳐가는 감도 분명히 느낄 수 있었지만, 경기가 모두 끝난 후에도 자리를 뜨지 않고 끝까지 멤버들이 무대에서 사라질 때까지 그들의 얘기를 듣고 박수를 보냈다.

 

 

마지막으로 인상적이었던 것은 전체적인 진행의 매끄러움. 예정보다 조금 늦게 시작하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역시 공중파 방송 팀이 다르긴 다르구나라는 걸 느꼈다. 특히 소위 말하는 '마 (間의 일본식 발음)'가 뜨는 부분이 거의 없었는데, 특히 초반 진행은 감탄이 절로 나왔다.  인트로부터 선수 소개에서 손스타를 매개로 이어지는 첫 공연, 거기서 바로 WWE 스타일의 스토리를 던지며 첫 경기를 시작하고, 경기 종료와 동시에 정준하가 던지는 말 한 마디로 다음 공연이 이어져버리는 연결까지 정말 쓸데 없는 군더더기나 흐름이 끊어지는 부분이 하나도 없었다.

 

거기에 축하 공연들. 앞서도 말했지만 생각보다 긴 호흡의 프로레슬링 경기에 지쳐가는관중들을 확실하게 다시 끌어올리며 끝까지 달리게 하는 역할을 제대로 해줬다. 일단 나온 팀들 자체가 모두 달릴 수 밖에 없게 하는 빵빵한 팀들이었으니. 단순히 휴식 시간을 벌기 위해 뜬금 없이 노래 하러 나왔다 들어가는 일반적인 격투기 대회에서의 축하 공연과는 질적으로 다르달까. 무대 세트 역시 특별히 튀어 보이는 것이 없어보이면서도 꽉찬 느낌과 화려함을 주는 조명과 스크린 구성 등은 다음에 대회를 기획할 일이 있을 때 꼭 다시 한 번 참고하고 싶을 정도로 공부가 됐고.

 

 

하여간 여러 모로 정말 간만에 제대로 된 대회이자 기분 좋은 공연을 봤다. 최근 여러가지로 쌓였던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느낌이었는데, 집에 들어와 인터넷에 접속하니 뜬금없이 '무한도전 프로레슬링 우롱 논란'이라는 기사가 떠있더라. 이미 알고 있던 얘기들이고, 굳이 터트릴 것이라고도 예상하고 있었지만 타이밍도 참, 일부러 오늘을 기다린 것인지. 어쨌든 관심은 많이 끄는 것 같다만, 과연 그게 독이 될 지 약이 될 지는... 쩝.

 

굳이 그에 대해 왈가왈부하고 싶지는 않고, 관련된 입장 몇 가지 링크로 대신한다. 판단은 알아서들.

 

http://gall.dcinside.com/list.php?id=wwe&no=174105

http://media.daum.net/entertain/view.html?cateid=100029&newsid=20100819184049011&p=akn

http://media.daum.net/entertain/view.html?cateid=1032&newsid=20100819174509810&p=newsen

http://gall.dcinside.com/list.php?id=wwe&no=174865&page=8&bbs=

http://gall.dcinside.com/list.php?id=wwe&no=174032

http://media.daum.net/entertain/view.html?cateid=100030&newsid=20100819222207711&p=starnews 

 

참고로 출연료 지급에 대한 정보 기사

http://www.sportsseoul.com/news2/entertain/hotentertain/2010/0415/20100415101040100000000_8209128937.html

http://www.sportsseoul.com/news2/entertain/hotentertain/2010/0415/20100415101040100000000_8209114488.html

http://www.sportsseoul.com/news2/entertain/hotentertain/2010/0415/20100415101040100000000_820913272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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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고 가요~감사합니다^^무도-프로레슬링 말이 많던데 깔끔히 정리해 주셨네요. 역시 무한도전이네요!기대되요.
감사합니다. ^^
아 본방 보고 싶어서 근질근질해지네요. 아마도 이익이 걸려있지않는 대부분의 일반인들은 거의 다 이와같은 생각을 하지 않을까요? 선수도 아니고... 보면서 즐기는 예능인데요. 그 예능에 목숨(?)거는 연예인과 개념넘치는 PD와 스탭들이 있어 무한도전은 레젼드가 되어가네요. 어려운이들에게 보탬이 되는 봉사까지 담는 (이번엔 다문화가정을 위한 시합이었죠) 이런 예능프로그램이 더욱 많아지길 기대해봅니다.
사실 저도 유재석씨 같은 분들 예능 회당 출연료가 천만원 안팎이라는 얘기에는 거부감이 좀 있었는데요.
어제 공연을 보면서는 아~ 이래서 천만원이 아깝지 않을 수도 있겠구나 싶더군요.
아~ 본방나올려면, 9월이나 돼야할텐테...
그때까지 어떻게 기다리나요...
무빠의 한 명으로, 깔끔한 현장 분위기 스케치 넘 감사합니다....
시간이 멈추진 않으니까요. ^^ 곧 그 때가 올 겁니다. ㅎ
정말 잘 읽고 갑니다. 정말 군더더기 없는 글 오랜만에 읽네요. 여느 기자보다 훨씬 나으십니다.
저야 가끔 이렇게 필 받았을 때 써내려가니까 그렇지,
그 분들처럼 의무적으로 하루에 몇십개씩의 기사를 써야 한다면 비슷할 겁니다 ^^
그져 부럽다는 말 밖에는 할말이 없어~~~유~``
-_-v
정말 글을 잘쓰셨네요.
무도를 즐겨보는 시청자이지만 솔직히 이번 프로레스링편은 별로 흥미가 안갔었는데..
이 글을 보고나니 기대가 되네요.
특히 다음스테이지로 넘어가는 연출이 자연스럽고 좋았다고 하셔서 그런부분을 생각하며 재밌게 볼수있겠네요.
덕분에 내일저녁이 급 기대되네요.^^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공연으로선 대단했는데 방송에선 그냥 평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
보통 연극 1막, 2막처럼 공연에서 호흡이 끊어지는 게 있게 마련인데,
마치 잘 편집된 방송처럼 끊김없이 흐름이 이어졌다는 거라서요.

아, 그리고 경기 분 방영은 내일이 아니라 2~3주 후가 아닐지 ^^;;
정말 잘 읽고 갑니다. 본방이 기다려질만큼 깔끔하게 스포일러없이 잘 쓰셨네요. 저도 가고 싶었지만.(지방이라 못간다는) 이번 계기로 프로레슬링이 잘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논란은 참 안타까워요
적어도 프로레슬링 경기를 보는 시선들이 조금은 바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본문에도 썼지만 당장 흥행에 영향을 줄만한 변화는 기대하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이번 쓸데없는 논란 때문에 오히려 주체들에 대해서는 마이너스 이미지가 생겼을 거라 염려도 되고요.
기사보다 훨씬 퀄리티가 높은 글이에요. 스포일러없이 기대감 만땅으로 주는 글이네요. 최고 최고~~~
감사합니다. ^^
글이 매우 조쿠나~ 수고하셨습니다~
고맙습니다. ^^
글이 저절로 읽혀지네요..감사합니다..
사진도 없고 스압도 상당한데, 절로 읽힌다니 다행입니다. ^^
현장에서 본듯하게 본방에선 볼수없는 그림을 상상할수있게 글을 써주셔서 긴글인데도 길다느끼지 않게 잘 읽었습니다. 물론 본방에선 많은 부분이 생략되어 방송될텐데 아쉬워요. 과감하게 생략하는걸로 태호피디 유명하잖아요^^
감사합니다^^
1시간에 담아내야하니 축하공연 같은 건 많이 들어내지 않을까 합니다. 복싱 때도 그랬죠.
그런데 또 원래 공연과 방송은 맛 자체가 다르니까요. 방송으로서 재미있는 그림을 기대해봅니다. ^^
좋은 글 고맙습니다. 요즘은 블로거의 글들도 기사화되는 모양인데 이 글은 그렇지 않은가보죠. 다음뷰에서라도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다음뷰에만 머무르긴 아깝다는 생각도 잠시 해봅니다. 스포일러 없이도 이렇게 잘 쓸 수 있는데 어째서 기사들은 하나같이 이름부터 시작해서 승패까지 알리기에 급급한지요... 잘 읽었어요.
제가 쓰기에 편한 소재라 그랬던 거죠 뭐. ^^;
스포있을까봐 겁네면서 봤네요..ㅎ
재미있는글 잘읽었습니다. 몇주간 궁금해 미칠꺼같지만 기다려집니다..ㅎ
사실 아주 없지는 않지요 ^^;
윤강철 "'무한도전' 논란, 의사 소통이 문제였다"(인터뷰) 라고 떴더군요.
아쉽게도 아직 사람들이 많이 본 것 같지 않네요. 이런 기사를 좀 봐야 다 해결이 될텐데..

http://media.daum.net/entertain/cluster_list.html?newsid=20100819174509810&clusterid=200138&clusternewsid=20100820155123219&p=akn

추가 부탁드려요^^
현재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본 후에 글을 하나 더 써볼까 합니다.
ㅎ 형님 수고하셨어요^^글좀 퍼갈게요...
아니, 새벽 시간에.. ㅎㅎ
진짜 긴글이 쭉읽히네요^^ 진짜 글 잘쓰긴다!! 무튼 경기보는내내 눈을뗄수없을정도로 재밋엇음!ㅋㅋㅋㅋ기다린시간 아깝지않게
감사합니다. ^^ 정말 재미있었죠!
부담 없이 편한하게 써주셨네요.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http://gall.dcinside.com/list.php?id=wwe&no=175545&page=3&bbs=
윤강철 선수가 기사 관련해서 한번 더 해명을 했더군요.

네, 저도 보고 왔습니다. 김남훈씨 칼럼도 읽었고요.
다른 관계자들 반응이나 얘기를 좀 더 알아본 후에 다시 한 번 글을 써볼 참입니다.
리뷰 잘 보았습니다 ^^
리뷰를 보니 더 기대가 가네요~ ^^
감사합니다. 곡 본방 사수하시길 ^^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