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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운 2008. 9. 3. 14:58

미국에 와서 이틀 후, 처음으로 혼자서 움직여볼 기회가 생겼습니다. 회사 고문변호사 사무실이 있는 필라델피아 시내에서 보스가 일을 보는 동안 약 한두시간 정도를 때워야했죠. 조금 많이 걷는 거리긴 해도 록키가 뛰어오르던 필라델피아 도서관 계단에서 기념사진을 찍을까 했는데 (차로 슬쩍 지나쳐오긴 했는데, 록키 동상도 있더군요. 그 앞에서 록키 흉내를 내며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는 사람들도 꽤 있었습니다.)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칠 수 없듯이 사거리 바로 건너에 있는 서점을 발견하자마자 그냥 서점에서 시간을 때우기로 했습니다.

 

소설이 매대 진열의 주류를 이루는 미국 서점 특유의 분위기를 느끼며 슬슬 이동하다보니 스포츠 코너가 있습니다. 무술과 격투기가 따로 구분되어 있더군요. (정확히는 martial arts와 MMA/fight sports로) 여기서 몇가지 눈에 들어오는 책들을 훑어보다가 몇가지 재미있는 내용을 찾아냈습니다.

 

하나는 이라는 책에 소개된 'Bridge bench press'와 'Back bridge pull over'라는 운동인데요. 아래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목브리지를 한 상태에서 벤치프레스를 하고, 심지어 거꾸로 머리 위에서 역기를 끌어당겨 올리는... 과연 목이 버틸 수 있을지 저로서는 보기 아찔한 목근육강화운동법입니다.

 

Oh, man~ -_-;; 이거 정말 따라해도 되는 거야?

 

사실 요즘은 목브리지만 해도 위험하다고 잘 안하는 추세인데, 이런 운동을 당당히 책에도 싣고 있다니, 서양 애들은 과연 스펙이 다른 건가 아니면 책 쓴 사람이 좀 오버를 한 건가...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우리의 랜디도사, 랜디 커투어 옹(^^)의 기술서 "Wrestling for Fighting - the Natural way"라는 책에 나온 'Sticky Hands to Clinch'라는 테크닉인데요. 첫눈에 제목을 봤을 때도 '뭐야, 설마 점경이라도 하시나?' 했는데, 정말로 태극권의 점경(상대와 접촉한 상태에서 떨어지지 않고 움직임을 쫓거나 컨트롤하는 기법)이나 다름없는 기술을 보여주고 있더군요.

 

 

상대의 잽을 캐치하면서 감기듯 겨드랑이까지 파고드는 Sticky hand to clinch.

이 손의 움직임만 보자면 '대전'의 기법으로도 볼 수 있고 팔괘장의 과곤찬쟁과도 유사하겠다.

또한 한 걸음 들어가 무릎은 상대 하반을 견제하고 반대손은 상대의 다른 팔을 봉폐하니

굳이 전체적인 움직임을 비교하자면 태극권의 누슬요보와 비슷한 흐름이다.

 

사실 레슬링은 여러모로 태극권이나 팔괘장 등과 통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중국무술이 기본적으로 타격을동반한 레슬링이라고 봐도 무방하고 소위 내가권이라고 하는 종목으로 갈 수록 그것은 더 하기 때문입니다. (형의권은 조금 다르려나요) 예컨대 팔괘장의 상대 팔을 봉폐하며 사각으로 돌아들어가는 신법은 그레코로만 레슬링의 암드래그에서 백포지션을 잡아들어가는 것과 전략적으로나 기술적으로나 같은 형태로 볼 수 있습니다. 암드래그에도 여러가지 패턴이 있습니다만, 실제로 예전에 최무배 선수에게 배운 한가지 패턴은 (랜디 커투어의 책에도 나와있더군요. 랜디옹 역시 암드래그에 굉장히 많은 내용을 할애하고 있었습니다.) 팔괘장의 쌍환장과 같은 성질의, 형태상으로도 90% 이상 같은 기술이라 배우는 순간 '어 이거 쌍환장이네'라고 절로 생각이 되더군요.

 

점경이라는 부분도 영화 등에서 과장된 부분이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실전에서는 하기 힘든' 기술로 생각되기 쉬운 기술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사실 이 점경의 감각(청경)과 기술은 유술기를 이용한 싸움, 즉 레슬링류의 싸움에서는 필수적인 요소인 것입니다. 그리고 랜디 커투어는 그것을 실제로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아마 중국노사들이 점경을 사용해 상대를 봉폐했다고 하면 그런게 될 리가 없다고 하거나, 중국무술의 기술은 뜬구름 잡는 소리에 불과하다고 할 사람도 랜디 커투어의 Sticky hand를 보여주면 태도가 좀 달라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랜디 커투어를 내가권의 달인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예전에 다무동 카페에서도 '중국무술의 기법 중 현대 MMA에서 통하는 기술은 없는가'라는 질문에 답한 적이 있는데, 실제로 모든 기술은 다 통하게 되어있지만 결국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이 그것을 어떤 기술로 인식하고 쓰는가가 그 기술의 정체성을 결정짓는다는 사실입니다. 랜디옹의 sticky hand는 그저 MMA식 레슬링의 기술일 뿐, 아무리 이름조차 비슷하고 같은 성질의기술이라 해도 태극권의 점경일 수는 없는 것이란 얘기죠. (실제로는 그렇게 불러도 무리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객토파 산수솔각문 개조 '오권자연' 란노사라고 불러드리는 것도 괜찮을 듯. ^^ㅋ 또 모르잖아요, 랜디옹이 예전에 오경의 <태극권>같은 TV 시리즈나 영화를 감명깊게 봤을 지? -_-)a

 

p.s : 참, 저 이번주 토요일(한국 시간으로는 일요일) UFC보러 갑니다. ^^ 

그냥 동현씨 나온다길래 마침 출장 날짜랑 비슷해 보러 가려고 했는데, 다른 카드들도 빵빵하네요.

현장에서 보는 UFC는 또 어떤 느낌일지, 일본대회들과는 어떻게 다른지 기대됩니다. 두근두근~ ㅎㅎ

 

 

허허 이거 정말 새롭네요-_- 낚시모 계열의 관절기를 잘 써먹기, 라는 컨셉하에 요즘 맹렬수련중인데 기술을 써먹으면서도 요즘 이 글과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재미있네요 후=_=
은둔고수가 될 참이셈? -_- 송옹대회 기대해보죠 ㅋ
제가 볼때는 영춘권의 치사오와 되려 비슷한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만..^^ 실제 동작을 동영상으로 봐야 그 형태가 어디에 더 가까운가를 판가름할 수 있겠군요. 보통 영문으로 Sticky Hand Fight라고 하면 영춘이나 JKD의 치사오를 이야기합니다만..^^ 뭐 비슷한 형태의 것이 타 무술에도 (하다못해 아이키도에도) 존재하는 편이니 특정 무술에 한정지어 이야기할 것은 안될듯하긴 하군요. ^^
그렇군요, 말씀 듣고 찾아보니 간간이 태극권 쪽에서도 보이긴 합니다만, sticky hands라는 말부터가 치사오(리수)를 글자 그대로 영어로 바꾼 것이네요.

굳이 제가 태극권을 연상한 이유라면 단지 손을 봉폐하는 것만이 아니라 상대의 측사면으로 파고들어서 몸을 붙여버리는 랜디 커투어의 전체적인 움직임이 태극권의 근본적인 전략 및 신법과 유사하다고 봤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뭐, 사실 문파가 달라 용어도 다를 뿐 치사오나 점경은 같은 성질의 기법이기도 하지요. 본문에 언급했다시피 중국무술에서 그런 성질의 감각과 기술은 문파를 불문하고 필수적인 것이니까요. ^^
그런데 굳이 뭔가에 틀을 잡을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뭐 저야 그렇게 자세하게 아는 편이 아닌지라 뭐라 말은 못하겠지만......중국무술이라는 범주로 보는게 낳지 않을까 싶은데요... 절권도를 틀에 가두는 행동은 그다지 좋지 못한것 같습니다...
좋은글 잘 보고 갑니다. 저는 앤더슨 실바, 료토 마치다, 효도르, 척 리델 등이 내가적힘을 쓴다고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