健身練武

류운 2008. 3. 4. 00:22

스피릿MC 인터리그 우승을 거쳐, 일본으로 진출해 맹활약을 떨쳤던 김동현(팀M.A.D.소속)의 한국 최초 UFC 출전이 정식 발표됐다. 동양인의 무덤이라고도 불리는 UFC 무대이지만, 이미 일본 무대에서도 한국인 최초로 해외 MMA단체 타이틀매치에 도전, 무승부를 기록했던 김동현이니만큼 거는 기대도 크다.

 

최근 소속팀을 옮기며 부산으로 근거지를 옮겨 훈련 중이던 김동현이 3월 2일 스피릿MC에 출전하는 팀 동료를 응원하기 위해 오랜만에 서울을 찾았다는 소식을 듣고, 대회가 열리기 전 잠시 짬을 내어달라고 인터뷰를 청했다. 몇 시간 후 장충체육관 근처 커피숍에서 만난 김동현은 손에 김밥과 UFC 글러브가 든 종이가방을 들고 있었다.

 

(먹을 걸 잔뜩 들고 온 김동현을 보고) 아직 식사 전인가보다. 아침에 UFC는 봤나?
자느라 못 볼 뻔 했는데, 기자님 전화 받는 덕분에 깨서 볼 수 있었다.(웃음) 끝나고 바로 오느라 밥을 못 먹었다. 좀 먹으면서 얘기해도 될까?

 

편하게 하자. 이제 얼마 후면 본인이 출전할 무대다. 보면서 기분이 남다르지 않았을까 싶은데?
아직 3개월 가까이 남아있으니까 크게 실감은 안 나지만 같은 체급에 강한 선수들을 보면 모르는 선수라도 자연히 눈이 간다.

 

웰터급으로 출전하는데, 오늘은 첫 경기였던 존 피치와 크리스 윌슨 경기가 웰터급이었다. 어떤 느낌이던가? 

UFC의 웰터급은 만만한 무대가 아니다. 오늘 이긴 크리스 윌슨도 처음 보는 선수였는데, 잘 하더라. 존 피치도 잘 하는 선순데 이겨버려서 놀랐다. 아직 부족한 부분도 보이지만, 상대하기 까다로운 타입이다.

 

웰터급은 현재 세계 어디에서 숨은 강자들이 튀어나올지 모를 정도로 각축장이 되고 있다. 본인의 상대로 내정되어있는 제이슨 탄의 이전 경기들은 좀 찾아봤나?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2개 정도 나오더라. 기본적으로 북미 단체에서 뛰는 선수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선수라고 생각한다. 저돌적이고 그라운드 플레이에 능하다. 하지만 타격에는 구멍이 보인다. 타격으로 승부를 본다면 승산이 있다고 생각하고 준비 중이다.

 

UFC로 대표되는 북미권/케이지형 선수들 하면 일단 힘이 좋고 레슬링이 강한 것이 특징으로 떠오른다. 본인이 동양인으로서 불리하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나. 현재 체중은?
현재는 80kg대 후반이다. 감량 폭이 좀 크긴 하지만 준비 기간이 충분하기 때문에 괜찮을 거 같다. 보일 기회가 없어서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사실 난 레슬링에 정말 자신이 있다. 맷 휴즈 같은 선수랑 붙어서 내 레슬링 실력을 한번 마음껏 보여주고 싶다. 하지만 역시 서양 선수들은 그래플링이 강하기 때문에 그들과 케이지 경기를 하면서 그라운드 승부를 내기는 어렵다고 본다. 결국 나의 승부처는 타격이다.

 

아까 보니 UFC 글러브를 가지고 있던데? UFC로부터 받은 건가?
그렇다. 연습을 위해서 글러브를 보내달라고 요청했는데, 오늘 받았다.

 

한번 껴봐라. 느낌이 어떤가? 
좀 큰 거 같은데... 실제 경기 때는 다른 사이즈도 한 번 껴봐야겠다. 하지만 느낌은 좋다. 손에 착 붙는 느낌이다.

 

예전 버전과는 달리, 엄지 손가락이 들어가는 구멍이 없어서 잘 보지 않으면 왼쪽인지 오른쪽인지 좀 헷갈릴 거 같다.(웃음) UFC를 대비한 연습은?
순조롭게 잘 되어가고 있다. 부산 팀M.A.D의 양성훈 관장님과 배명호 등 동료 선수들이 잘 도와주고 있다. 팀M.A.D는 현재 국내에서는 가장 MMA에 최적화되고 체계적인 훈련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팀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선수로서 첫 UFC 도전인 만큼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다함께 열심히 연구하고 있다. 운동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어서 만족하고 있다.

 

팀에 대한 말이 나온 김에 말인데, 오늘 스피릿MC에 출전하는 김동현이 같은 팀M.A.D 소속이다. 일명 김동현B.(웃음) 그는 어떤가?
몸도 좋고 기술도 좋다. 아직 어리니까 앞으로 크게 될 선수다. 기대해주기 바란다.


(※ 김동현B는 이후 펼쳐진 경기에서 차정환과 대결,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는 치열한 기술전을 펼친 끝에 무승부를 기록했다. 가히 이날 열린 경기 중 베스트바우트라 할만 했다.)

 

덧붙여, 배명호와 함서희의 러브라인을 보면서는 무슨 생각을 하나? (웃음)
언젠가 최강의 유전자를 가진 아이가 탄생하지 않을까 싶다.(웃음)

 

스피릿MC는 자신의 출신 대회이기도 하다. 요즘 나오는 선수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
내가 뛰던 당시에 비하면 짧은 기간 안에 많이들 발전했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화끈한 타격전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보는 입장에서도 재미있다. 한국 MMA 선수들의 실력은 정말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다만 단계를 밟아 더 큰 무대로 나가는 과정이나 환경이 불확실하다. 사실 나도 원래는 WEC의 오퍼를 받았지만 어떻게든 더 큰 무대로 나가야 한다는 생각했고, 다행히 UFC로 직행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

 

국내에서는 역시 UFC 스타일의 스파링 상대를 찾기 어려울 거다. 체질적으로도 그렇고. 해외 훈련은 고려하고 있지 않나? 약간 시간 여유를 두고 미국에 들어가서 현지 분위기에 적응하는 것도 필요할 듯 한데?
미국에서는 마땅히 훈련할 곳도 없을 거 같고, 비용면에서도 부담이 커서 경기 일정에 맞춰 움직이려고 생각 중이다. 대신 한달 정도 시간을 두고 일본에 가서 오카미 유신 등과 함께 훈련하려고 생각하고 있다. 예전에도 와주츠케이슈카이에서 연습한 적이 있는데, 다들 열심히 하고 잘 해준다. 특히 오카미 유신은 상대적으로 내가 일본 선수들에 비해 몸이 크기 때문에 나랑 연습하는 걸 좋아했다.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오카미 유신이 KO승을 거뒀으니, 그 상승 기운을 전해받을 수 있다면 좋겠다. 오카미 유신은 UFC에서 ‘선더’라는 별명을 쓰고 있는데 본인은 뭔가 생각하고 있는 별명이 있나?
생각 중이다. 팀에서 훈련할 때는 끈끈한 그래플링을 많이 구사하는 편이어서 ‘개미지옥’이라는 별명이 있기는 한데, 말했다시피 UFC에서는 타격으로 승부를 볼 생각이라서 좀 안 어울리는 것 같다. 임팩트가 강하면서도 한국적인 부분을 어필할 수 있는 별명이 필요하다. 뭐 좋은 것 좀 없나?
 
 

음, 어렵다. 생각해볼테니 일단 넘어가자. 계약 조건에 대해서 듣고 싶다. 계약 기간과 경기 수는 어떻게 되나?
1년 반 동안 4경기다. 이후의 일은 아직 모르겠다. 그 때까지 확실한 인상을 심어주고 싶다. 한국 최초의 UFC 선수 아닌가. 내가 잘한 만큼 뒤를 이어 UFC에 입성할 한국 선수들에게도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고보니, 예전에 윤동식을 만났을 때 농담처럼 한국 최초의 UFC 선수가 되고 싶었는데 김동현에게 선수를 뺏겼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혹시 윤동식과 함께 운동해본 적이 있는지?
전에 한 번 같이 운동해보고 싶어서 무작정 팀태클에 찾아간 적이 있다. 그런데 하필 윤동식 선수 운동 시간이 막 끝났더라. 그래서 그냥 인사만 하고, 대신 최무배 관장님과 같이 운동했다. (웃음)

 

한번 잡아달라고 했으면 잡아줬을 거 같은데? 윤동식 선수 사람 좋지 않나.
아마 그랬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미리 약속을 했던 것도 아니고, 윤동식 선수도 자기 스케줄에 따라 훈련 일정을 조절하고 있을 텐데 내 욕심으로 리듬을 깰 수는 없지 않나.

 

그렇군. 계속해서 계약 조건에 관한 얘긴데, 파이트머니 면에서는 어떤가. 꽤 조건이 좋다고 들었는데?
나도 놀랐다. 구체적인 금액은 아직 말할 수 없지만, 셔독 등에 발표됐던 다른 선수들의 금액이 실제보다 적은 것이 아닌가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데 미국은 세금을 많이 뗀다. 무려 30%! 미국까지 일행들과 오가는 비용 등을 생각해보면 별로 남는 게 없을 거 같아 벌써부터 걱정이다. 게다가 최근 UFC도 다른 데 매각될 거라는 둥 안좋은 뉴스도 나오고 있어서 신경이 쓰인다. 아무래도 프라이드의 아픔이 있기 때문에.(웃음)

 

그러고 보면 일본에서 활동할 때는 참 우여곡절이 많았다. 프라이드의 라이트급GP 출전이 결정되어 있었는데 대회가 사라져버리기도 했고. 최근 드림을 통해 다시 라이트급GP가 열리게 됐는데, 그 소식을 들었을 때 어떤 느낌이 들었나?
아쉬움이랄까, 복잡한 심경이다. 사실 나는 MMA를 시작할 때부터 프라이드에 나가는 것이 꿈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되어버렸다. 게다가 프라이드 출신 선수들이 UFC 등에서 안 좋은 결과를 내는 것을 보면서 많이 혼란스럽기도 했다.

 

프라이드를 동경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프라이드와 UFC에 대해 어떤 이미지를 가지고 있나?
뭐랄까, 프라이드는 사람을 끌어들이는 화려한 매력이 있었다. 마치 연예계 같다고나 할까. 반면 UFC는 그야말로 승부사들의 세계다. 예전에는 사실 UFC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좀 살벌한 느낌이랄까, 영화 속에 나오는 지하격투장 같은 이미지라서.(웃음) 하지만 강한 사람들이 모여있다는 점은 같다. 그리고 프라이드가 없어진 지금은 UFC가 그 정점에 서있다고 생각한다.

 

룰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일본 딥 경기에 처음 출전했을 때도 사커볼킥이나 스텀핑이 금지되어서 답답해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UFC에서는 거기다 팔꿈치가 허용된다. 작년 야렌노카에서는 4점포지션 니킥은 허용하는데, 사커볼킥이나 스텀핑은 금지되기도 했다. 이처럼 전체적인 MMA의 흐름이 사커볼킥과 스텀핑을 금지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야렌노카의 룰에 대해 처음 들었을 때 사실 좀 이해하기 어려웠다. 사커볼킥이나 스텀핑은 보기보다 위험하지 않다. 게다가 동작이 크기 때문에 그림도 화려해진다. 반면 4점포지션에서의 무릎 공격이나 그라운드 상태에서의 팔꿈치 공격은 그림은 답답한 반면 큰 데미지를 쉽게 줄 수 있다. 때문에 선수들의 움직임 자체도 작아진다. 프로스포츠로서 MMA가 취할 수 있는 부분은 오히려 사커볼킥이나 스텀핑 쪽이 낫다고 생각한다.

 

UFC와 일본 격투기 무대, 그리고 스피릿MC 등 한국 MMA 대회는 판정 기준도 상당히 다르다. 작년 10월 일본에서 치렀던 하세가와 히데히코와의 딥 타이틀전에서도 판정이 좀 애매하지 않았나?
당시 경기가 막 끝났을 때는 이겼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도 내가 이긴 경기인데 무승부가 나왔다고 했고. 하지만 CMA 모로오카 사장님은 오히려 내가 진 경기였는데 무승부가 된 거라고 하셨다. 당시에는 그 말이 참 서운하게 들렸다. 하지만 시간을 두고 다시 생각해보면 결국 내가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핑계 같지만 부상도 좀 있었고. 어쨌든 승부는 확실하게 해야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그래서 UFC에 가서도 화끈한 KO 승부 외에는 생각하지 않을 참이다.

 

그 경기 이후 꽤 오랜 기간 동안 경기를 갖지 못했다. UFC 데뷔전까지 거의 7개월이나 쉬게 됐는데 경기 감각에는 문제가 없겠나?
늘 경기에 임할 준비를 하고 훈련을 해왔기 때문에 걱정 없다. 사실 그 동안 한국 히어로즈나 스피릿MC와도 계약 얘기가 오가긴 했었다. 그런데 매번 흐지부지 되어버려서 몸이 근질근질하다.(웃음) 가능하다면, 일본에서도 다시 경기를 하고 싶다. CMA 모로오카 사장님 등 신세진 분들도 찾아뵙고 싶고. 결국 내가 지금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도 그 분들 덕분 아닌가. 다만 지금은 UFC와 계약한 4경기에서 최선의 결과를 내는 데에 우선 집중하고 있다.

 

아직은 먼 얘기일 수도 있지만, 타이틀 도전까지 올라갈 가능성은 얼마나 보고 있나?
당연히, 타이틀에 도전하고 싶은 욕심도 가지고 있다. 아까도 UFC에 진출한 첫 한국인 선수인 만큼 올라갈 수 있는 데까지 올라가서 좋은 선례가 되고 싶다. 모든 경기를 화끈하게 끝내버리고 인기를 얻으면 4경기 안에 타이틀전까지 치를 수도 있지 않겠나.(웃음)

 

KO를 노리는 기술은 역시 레프트 스트레이트?
그렇다. 뭐, 라이트일 수도 있고.(웃음) 어쨌든 이 주먹으로 끝내겠다.
 
 
김기태 MAT 편집장/촬영 김광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