健身練武

류운 2008. 9. 26. 04:13

미국 온지 한참 된 거 같은데 이제 한달이 지났군요. -_-a 사실 미국 생활이 그렇게 불편할 것도 없고 - 먹는 게 내 맘대로 안되기는 하지만, 어쨌든 세끼 꼬박꼬박 잘 챙겨먹고 있으니 어찌 보면 오히려 한국보다 낫다면 나은 상황 ㅋ - 일도 해야 하니 사실 지낼만한 편인데, 문제는 운동.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칠까, 여기저기 차로 이동하던 와중에도 가라테나 태권도 등 각종 도장은 눈에 쏙쏙 들어오고... 그래도 일주일에 한두번이라도 하던 운동을 안 하니 슬슬 욕구불만이 쌓이기 시작하는데 -_- 마침 집 근처에 태권도부터 MMA까지 가르친다는 도장도 발견했습니다. 그게 한 2주 전 쯤이었는데... 문제는 동생과 매제가 저녁 시간에는 집에서 밥 먹고 쉬면서 애들이랑 얼굴 도장도 찍고 놀아줘야하니 나를 도장까지 태우고 다닐 수 없다고 버틴다는 것이었죠.

 

 

그러던 와중에 사무실 젊은 직원 중 역시나 격투기 팬인 친구가 차를 태워주겠다고 해서 드디어 도장 답사를 나갔습니다. Competitive Edge라는 이 도장은 태권도부터 격투기(킥복싱, MMA, 캐치레슬링은 물론 절권도와 CQC 등) 그리고 일본무기술과 요가까지... -_- 까지 다 가르친다는 것에서부터 어느 정도 도장 분위기는 전형적인 미국의 종합무술도장이겠거니 이미 짐작했었지요. ( http://www.competitive.cc 참조) 이 예상은 거의 그대로 맞아떨어졌는데, 재미있는 것은 웹사이트에선 짐 맥칸이 관장처럼 나오는데, 실제 오너는 태권도를 했던 샤론(섀넌?)이란 이름의 백인 여자 분이란 점이었습니다. 

 

컴피티티브엣지 도장 홈페이지와 나와있는 짐 맥칸의 사진... 선글라스를 벗은 얼굴은?  

 

태권도나 요가 등의 클래스는 섀런이 지도를 하고, 다른 매트 하나를 짐이 맡아서 격투기 종목을 가르치는 식으로 운영하는데, 강한 이미지를 어필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웹사이트에서는 짐만 내세운 것으로 보이더군요.  근데 문제는 이 짐이란 양반이 웹사이트에서는 선글라스 끼고 팔짱낀 프로필 사진만 봤을 때는 무슨 80년대 B급 액션영화에 나오는 바운서 같은 좀 우락부락한 이미지였는데, 선글라스를 벗은 얼굴을 보니... 걍 사람좋은 인상이어서 평소에 왜 선글라스를 끼는지 짐작이 가더군요. ㅋ

 

살짝 느끼셨겠지만, 사실 태권도 중심에 격투기 쪽으로는 아주 뚜렷한 장점은 없는 도장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래도 뭐 나름 그래플링 대회에서 우승도 하고, 자기 DVD도 내고 벨기에까지 가서 세미나도 하고 그러는 걸 보면 꽤 하는 사람 같기는 하지만) 그래서 그런지 학생들을 모으기 위해 꽤 고심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사실 제가 이 도장을 발견한 것도 집에 가던 길 차 안에서 전봇대에 박아놓은 나무판자 -_-;; 광고판에 MMA라고 적힌 걸 보고 '앗 이 동네에도 있구나'하고선 얼른 홈페이지 주소를 외웠던 거였거든요. 나중에 그 얘기를 동생에게 했더니 "저런 거 누가 보고 연락할까 했는데, 그런 사람이 있구나."라고 신기해하더니만, 그 광고판을 박은 장본인이라는 섀런도 "학생 모집 때문에 이것저것 할 수 있는 건 다 해본 건데, 그게 정말로 효과가 있군요!"라며 좋아하더라는... ㅎㅎ;;

 

도장 전경, 그리고 짐 맥칸의 벨기에 세미나 영상 →  https://www.youtube.com/watch?v=z-RILIOrSYQ 

 

어쨌든 이 도장에서는 미국 무술시장에서 나도는 여러가지 스타일을 맛보기에 좋을 듯 싶었습니다. 도장 분위기도 아주 편안했고, 수련생 수준도 너무 높지 않아서 맘 편히 몸이나 풀 정도로 다닐 수 있겠더라고요. 게다가 일주일 간의 무료수강을 해본 후 등록을 원하면 월회비 99불로 요가를 제외한 모든 클래스를 들을 수 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수요일에 옷을 가지고 와서 수업을 한 번 들어보겠다고 얘기하고 나왔지요.

 

 

그런데, 차를 태워준 친구가 근처에 또 다른 도장이 있는데 자기 생각엔 거기가 나을 듯 하다면서 거기도 한 번 가보자고 하더군요. 얘기를 들어보니 언듯 예전에 한번 스치듯 봤던 브라질유술 도장인 듯 한데, 위치가 집과 사무실을 기준으로 봤을 때 사무실보다 더 멀리 나가야하는 곳이라 다니기가 좀 불편할 듯 해서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기왕에 나선 길이고 미국 브라질유술 도장은 또 어떤 분위기인지 구경도 해볼 겸 가보기로 했습니다.

 

차로 지나치며 봤을 때는 좀 작은 도장 같다고 느꼈던 것과는 달리 막상 가서 보니 상당히 넓고 깨끗한 도장이었습니다. (나중에 웹사이트 - http://www.bjjunited.com - 를 찾아보니 다른 곳에서 도장을 하다가 작년 쯤에 새로 오픈한 듯) 필라델피아 BJJ유나이티드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브라질유술을 베이스로 하면서 MMA도 가르치는 도장인데 한 쪽 코너에는 케이지 적응을 위해서 펜스도 만들어놨더군요. 운동하는 사람들의 분위기도 상당히 프로페셔널한 느낌을 풍겨왔습니다. 뭣보다 다들 100kg을 오가는 덩치 또는 근육질들이어서 '헉~ 여기서 운동하긴 좀 빡세겠는걸?'하는 생각이 절로 들더군요.

 

게다가 관장은 자레드 웨이너(야레드 바이너?)라는 이름의 젊은 유태인이고 블랙벨트였는데, 이 사람도 처음엔 좀 무서웠어요. ;; 견학 중에 도장 사진을 좀 찍어도 되냐고 물었더니 "What for?!"라면서 험악한 표정으로 성큼성큼 다가오길래 찔끔했지요. ㅋ 그런데 "나 한국에서 왔는데 미국 도장은 처음 와본 거라 그냥 내 개인 블로그에 사진이나 한 장 올리려고 그런다."라고 했더니 표정이 싹 바뀌면서 "OK~ 원하는대로 찍어~" 그러더군요. ^^;;

 

도장주이자 사범인 자레드 소개, 블랙벨트를 딴 것은 2002년이나 3년 정도인 듯...  

자레드의 도장 안내 유튜브 영상 → https://www.youtube.com/watch?v=K3rVRF8LgNQ

 

 

하여간 썩 내키지는 않던 터였으나 안내데스크에서 "30 days Free Trial"이라는 얘기를 듣는 순간 마음이 흔들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ㅋ 한달을 공짜로 다닐 수 있다니! +_+ 도복도 자기들이 가지고 있는 걸 빌려준다고 하니 당분간은 사지 않아도 되겠고...

 

그리하여 그 다음날 다시 도장을 찾았습니다. 마침 사무실의 다른 젊은 직원 하나도 재미있겠다고 따라와서 같이 무료수강 신청서를 작성했습니다. (아무래도 혼자보단 둘이니 마음이 좀 든든하더군요. ㅋ) 대략 뭐 30일 간 무료로 수업을 듣는 대신 지도에 따르고 어떤 사고에 대해서도 법적인 책임을 묻지 않으며 등등의 내용이더군요. 사인을 한 여덟 개 쯤 한 듯... -_-a

 

그리고는 대충 몸에 맞는 도복을 골라줬는데, 분명히 빨아놓은 도복이라고 들었지만 입는 순간부터 서양인들 특유의 암내가... =,.= 나중에 스파링까지 했더니 손에서도 냄새가 나더군요. ;;; 일단 돈들여서라도 도복부터 사야겠다는 생각이 ㅋㅋㅋ

 

수업은 처음 5~10분 정도는 이런저런 동작들 섞은 달리기랑 낙법, 드릴 등으로 몸 풀고... 그 다음에 윗몸일으키기하고 팔굽혀펴기 1인당 1회 구령으로 전원 돌아갈 때까지 하고... 시범과 설명 보여주면 따라하는 식으로 2가지 정도 기술 진도 나간 후에 나머지 시간은 계속 돌아가며 5분씩 스파링하는 식으로 진행됐습니다.

 

스파링 타임에는 전날 봤던 압박감 때문에 ^^ㅋ 처음에는 구경만 하겠다고 빠졌는데, 하고있는 걸 보니 몸도 또 근질근질해지고 전날보다는 좀 흰띠들이 많아보이길래 마지막 한두라운드는 해봐야겠다라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래서 자드에게 "다음 라운드에 들어가도 될까요?"라고 물었더니 "이게 마지막 라운드야, 내가 잡아줄게. 살살 해줄테니 이리 와~" 그러더군요. -_-;;; 뭐, 살짝 레벨테스트 겸 해서 5분간 다양하게 놀아주시더라는... ㅋ 마지막엔 어떻게 어떻게 얼굴에 다리를 걸고 스윕을 시도해봤었는데, 오 넘어간다~ 하는 순간 제 팔이 꺾여서 탭아웃... 흐흐 -ㅅ-

 

 

간만에 운동을 하니 좋긴 한데... 확실히 그 동안 운동을 쉰 게 티가 나더군요. 게다가 최근 한달 간은 완벽히 놀고 먹었으니 -_-;;; 특히 차만 타고 다니고 앉아서 일한 탓인지, 다음 날 아침에 다른 근육들보다 종아리와 발목이 가장 쑤셔오는 묘한 상황이... ㅋㅋ 일단 체력부터 좀 키워야겠습니다. ㅡ,.ㅜ

 

생각 같아선 월, 수요일은 앞서 말한 도장에서 캐치레슬링과 MMA를 하고, 화, 목요일은 브라질유술 도장에서 도복기술을 하면 좋겠는데 (도복 기술의 오묘함은 역시 또 다른 재미가 있지요. 앞으로 공도를 하기에도 도움이 많이 될 듯 하고) 차를 얻어타고 다니는 입장에서는 좀 애매하지요. 막상 또 30일 무료수업 끝나고 나면 BJJ유나이티드 회비가 컴피티티브엣지보다 비쌀 거 같기도 하고... 일단 컴피티티브엣지에도 한 번 더 나가보고 하면서 결정을 해야겠습니다. ^^

 

이야 좋으시겠다... 저는 이런 경험 한번도 못해봤다는.... ㅠ.ㅠ 아 부러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