世作評覽

류운 2010. 8. 4. 09:57

어제 '불리 비트 다운' 시즌 1, 2 전편을 다시 봤다. 괴짜 MMA파이터로 유명한 제이슨 메이헴 밀러가 진행을 맡았던 MTV 방송인데, 제목을 번역하자면 '못된 놈 혼내주기' 정도 되겠다. 일반 시청자들로부터 "절 괴롭히는 못된 놈이 있으니 혼 좀 내주세요." 하는 제보를 받으면 그 못된 놈한테 찾아가서 "너 MMA 선수랑 3분 2라운드만 싸우면 1만달러(당시 환율로 치면 우리 돈으로 대충 1,300만원 정도?) 줄게. 물론 싸우기 전까지 훈련도 시켜줄 거야. 어때, 싸울래?"라고 꼬신 후에 신나게 꺾고, 조르고, 두들겨 패주는 프로그램이다.

 

사실 그 못된 놈에게 무조건 1만 달러를 주는 것도 아니다. 각 라운드마다 5천달러를 걸고, 1라운드는 그래플링으로 탭을 한 번 받을 때마다 1천달러 씩을 제보자에게 넘겨준다. 2라운드에는 타격으로만 싸워 KO(카운트아웃 또는 3넉다운, 레퍼리스톱, 기권) 당하면 5천달러를 넘겨줘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 이 미끼를 덥썩 문다. 일단 눈 앞에서 1만달러를 현금으로 보여주는데다, 메이헴 특유의 깐족거림이 상대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얼핏 생각하면 설마 3분 동안 탭을 다섯번이나 할까, 설령 탭을 한다 해도 2라운드에는 KO만 안 당하면 절반인 5천달러는 챙길 수 있을 듯 하지 않은가.

 

더구나 "만약 네가 상대 선수를 이기면 5천달러를 더 줄 거야."라는 보너스 미끼까지 던진다. 실제로 개중에는 한 번도 탭이나 다운을 당하지 않고 버텨내서 1만 달러를 고스란히 챙겨간 경우도 있고, 프로 선수를 다운시킨 경우도 있었다. (물론 1만 달러 챙긴 놈은 그만큼 데미지가 쌓여서 경기장을 벗어나자마자 시원하게 속에 있는 걸 다 쏟아내 후 병원 신세를 졌고, 다운을 뺏았던 놈은 이후 진심으로 열받은 선수에게 신나게 얻어터졌지만 -_- 그에게는 보너스 5천달러를 지불하겠다 했으나, KO시키지 못했으니 안 받겠다고 스스로 거절했다. 쿨한 놈!)

 

그럼 여기 나오는 못된 놈 혼내주는 파이터들 실력이 고만고만한 것일까? 개중에 간혹 "얘는 어디서 굴러먹던 듣보잡인가?" 싶은 선수도 분명히 있기는 했지만, 일단은 혼내줄 대상보다 무조건 윗 체급에 프로 전적의 소유자들임에는 분명하다. 더구나 때로는 제이크 쉴즈, 에디 알바레즈, 안드레이 알롭스키 같은 UFC와 스트라이크포스에서 챔피언까지 올랐던 파이터들까지도 등장한다. 그야말로 대놓고 두들겨 패주겠다는 심산이다. 

 

 

 

 

이 프로그램은 MMA 팬들을 위주로 국내에도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꽤 관심을 모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얼마 후 국내판 '불리 비트 다운'이라 할 만한 아류작이 나왔다. '셔틀탈출기 - 내가 용자라니'라는 케이블 프로그램인데, 진행과 해설 역할에 여성 K-1 파이터 임수정이 등장했다. 다른 점이라면 매회 프로 선수가 등장하는 대신 괴롭힘을 당했던 피해당사자가 직접 2주 간 격투기를 배워서 가해자와 K-1 스타일의 스파링 경기를 가진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불리'와는 달리 좋은 반응, 아니 별 반응 자체를 얻지 못했다. 제작진도 나름대로 이후 MMA 스타일의 스파링이나 진짜 선수가 대신해서 싸우는 포맷, 2:1 대결을 시도해보는 등 여러가지 노력을 기울였지만 소용 없었다. 결국 얼마 후 소리소문 없이 프로그램은 막을 내렸다. (어지간해서는 끝까지 봐주려했던 나도 4회인가 5회에서 포기하고 말았다. -_- 그 막장 시청률을 자랑하던 드림도 끝까지 봤었는데 ㅋㅋ)

 

이유는 간단하다. 프로그램에 아무런 설득력이 없다. 이야기를 듣고 보고 싶은 욕구를 전혀 주지 못한다. '불리'의 가장 중요한 이야기 얼개는 일반인이 프로와 붙여서 얻어터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스트레스 해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다만 필요한 것은 매회 싸움을 만들기 위한 동기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1만 달러라는 현실적 보상이다. 이것만으로도 이야기는 성립된다. "1만달러 걸고 싸울래?" "오케이, 붙어보자." 그러고 싸우면 끝이다. 그래서 프로그램 길이도 20분이다. "쟤 못된 놈이래."라는 것은 단지 이야기를 시작하려는 실마리와 후에 아무리 못된 놈이 신나게 얻어터져도 반감을 사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쟤가 정말로 못된 놈인가, 얼마나 못된 놈인가 같은 설명은 사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다. 

 

 

 

 

 

그런데 '용자'는 거꾸로 그 실마리에 너무 많은 공을 들인다. 동일 계열사에서 크게 히트했던 프로그램의 포맷에 따라 몰래카메라식의 내용이 40분 이상 분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못된 놈이 얼마나 못된 놈인지 억지로 보여주고 또 억지로 골탕을 먹인다. 그런데, 거기서 또 싸우기를 요구한다. 하지만 그에 대한 어떤 보상, 즉 미끼가 없다. 더구나 싸워야 하는 상대가 원래 괴롭히던 대상이란다. 그걸 TV를 통해서 공개적으로 확인시켜주라는 얘기에 지나지 않는 것 아닌가. 못된 놈 입장에선 싸워야할 아무런 의미나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싸우기 싫다는 못된 놈을 싸우게 설득하느라 시간을 들여 또 억지로 이야기를 만든다. 보는 사람 입장에서도 늘어지고 이야기에 집중만 안된다.

 

거기다 싸움 자체도 그다지 속 시원하지 못하다. 애초에 괴롭힘을 당하던 대상이다. 대개 상대보다 체격도 작고, 힘도 약하다. 심지어 개중엔 여자도 있었지. -_- 그 상태에서 2주 간의 깜짝 훈련으로 얼마나 바뀔 수 있을까. 편집의 힘을 빌어서 겨우 억지로 몇 대 때리는 장면을 보여주는 것으로 끝나버린다. 오히려 처절하고 안스럽다. 솔직히 말하면 2주 간 훈련을 하긴 한 걸까 싶기도 하고. 2주 간 로킥만 죽어라 연습시켰어도 훨씬 재미있는 그림이 나왔을텐데. 

 

물론 굳이 의미를 갖다대자면 자신도 할 수 있다는 의지를 확인하고, 못된 놈 또한 조금은 그 대상을 달리 볼 계기를 제시한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마무리도 급 훈훈하다. 착한 척의 절정이지. '커피하우스' 때도 얘기했지만 착할 수 없는 프로그램을 쓸데없는 포장으로 착한 척 하는 프로그램으로 만들려니 먹힐 리가 없지 않은가.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단순질박하고 솔직하게 전하면 되는 것이다. 하긴 애초에 솔직할 수가 없는 이야기인가. 우리나라 정서에 쉽게 찾을 수 있는 소재도 아니었고, 그러니 재연배우 써서 억지로 이야기를 만들고, 그렇게 만드는 설정들은 또 그리 막장이었고... (케이블 프로그램이라고 꼭 이야기를 그리 막장으로 만들 필요가 있는 건지).

 

 

 

알롭스키가 괴물 컨셉으로 나오는 건 봤던 기억이 납니다.

아무튼 본격 연예블로거다운 포스팅이로군요. ^^;
에이, 이걸로 연예블로거라고 하면 안되죠. ㅋ 타블로 얘기 정도는 써줘야...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