漫想綠

류운 1999. 9. 10. 12:18
지금도 별반 나아진건 아니지만, 학창시절엔 거의 강박적으로 잠을 자댔습니다. 수업시간이건 쉬는 시간이건... 아침 저녁으로 차안에서도, 집에서도... 그 이유는 오직 한가지... 꿈을 꿀 수 있기 때문이지요.

꿈이라는 것이 그렇습니다. 내가 어떠한 현실에 놓여있든 꿈은 그 현실을 반영해줌과 동시에 그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줍니다. 얼마나 짜릿한가요!!

국민학교 때 짝사랑했던 여자아이와 버스 안에서 만날 수도 있고, 무서운 선생님과 함께 만화를 보면서 수업시간을 보낼 수도 있습니다. 가공할 외계인 침략자나 괴물과 맞서 싸우거나 도망다니는 스릴 넘치는 꿈도 꿀 수 있겠죠.

개인적으로 자주 꾸었고, 또 기뻤던 꿈은 뭐니뭐니 해도 첫번째 경우였죠. 짝사랑하는 혹은 보고싶은 여자아이를 꿈에서나마 볼 수 있다는거...^-^ 그렇다고 무슨 대단한 로맨스를 꿈속에서 벌이는 건 또 아니구요, 아주 평범하게.. 버스 안이나 학교 앞 길가에서 마주쳐서 몇마디 나누는, 그런 지극히 현실적인, 얼마든지 실현가능할 수 있는 꿈이었지만... 사실 막상 현실에서는 그러기 힘들다는 거 아시잖아요?

음, 여기까지 보신 분들은 아마 저를 현실도피자 쯤으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군요... 사실 저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조금은 그런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들기도 하는데요...

하지만, 제가 잠을, 아니 꿈을 즐기기 시작한 지난 10 여년을 돌이켜 보건대, 제가 그동안 현실도피적이었던 적은 없었다고 감히 자부하고 싶군요. 오히려 꿈을 통해서 현실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현실에서의 새로운 시도를 모색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던 것 같아요. 누군가를 만나고 싶지만 만날 수 없을 때, 그 누군가를 꿈에서라도 만난다면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겠지요... 혹은 잊고 지내던 누군가가 꿈에서 나타났다면 적어도 그날 만큼은 그 때의 추억을 떠올리며 자신을 되돌아볼 수도 있고 (BGM : "그땐 그랬지"- 카니발), 그 누군가에게 오랜만에 연락도 한번 해봐서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 가는 계기가 될 수도 있더라는 말입니다. 너무 갖다붙이긴가? 하하...^-^

참, 그런데 한가지.. 군대 시절 꿈은 정말 꾸기 싫더군요... 다른 사람들은 제대하고 얼마 안되어서 자주 꾼다는데.. 저는 근래 들어서 부쩍 군대 꿈을 많이 꿔요... 부대 복귀하는 꿈... 끔찍해요..-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