뭇생명을 위하여/시국기도회

정의구현사제단 2017. 6. 14. 14:27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월요 시국미사

2017.06.12






하느님의 연대, 하느님의 나라


나승구 신부_서울교구 빈민사목위원장


오늘 독서에서 바오로 사도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하느님 우리 아버지와 주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은총과 평화가 우리 모두에게 내리기를 빕니다.


강론을 준비하면서 마음은 수천 가지로 갈렸습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거리에 선지 10년이 다 되었습니다. 도무지 앞이 보이지 않는 절망 속에서, 과연 누구에게 기도하고 있는지 모를 회의 속에서, 드리고 있는 이 미사가 어떤 역사의 과정 중에 있을까 하는 불확실성 속에서 거리의 미사를 드려왔습니다. 그 미사를 여기서 접는 것이 옳은 것인지에 대해서도 수많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그 많은 갈등 속에서 저는 오늘 이 미사를 통해서 우리에게 주신 하느님의 은혜에 대해서 감사를 드려야겠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이 미사를 통하여 만났는지, 얼마나 고마운 사람들이 이 미사를 통하여 연결되었는지, 저를 비롯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미사를 통하여 제 자리를 찾게 되었는지....... 고마울 따름입니다. 이 미사를 드리는 내내 우리는 비정한 세상, 무정한 사회를 살아왔습니다. 이웃이 곤경에 빠져도 나만 살면 된다는 이기적인 마음으로 오히려 그들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는 세상이었습니다. 이웃의 불행이 나에게는 오히려 다행인 현실이었습니다. 자본의 달콤함에 후손들의 몫까지 냉큼 빨아 먹는 수치스런 순간들이었습니다. 그렇게 피조물의 아픔과 죽음에 외면할수록, 형제의 고통과 좌절에 고개를 돌릴수록 내 몫은 점점 커진다는 약육강식, 각자도생의 삶을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거리에는 온통 즐비한 사체들이 버려진 비정한 시대를 살아왔습니다. 죽어간 것들에 마음을 주었다가는 나도 그 사체 중의 하나가 될 것 같은 두려움으로 외면하고 저버리는 무정한 세상을 살아왔습니다. 밑 빠진 독 같은 이 비정하고 무정한 세상과 사람들에게 하느님께서는 이 미사를 통하여 한 종지의 물을 붓기 시작했습니다. 언제쯤이면 그 독에 따뜻함과 다정함으로 연결된 세상이라는 물이 채워질지도 모르는 채 끊임없이 물을 부어댔습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간절히 바라면서, 모든 피조물들이 어울려 사는 대동세상을 바라면서, 어느 누구도 배제되지 않고 소중한 존재임을 느끼는 사회를 꿈꾸면서, 불의와 부정을 저지르는 자 부끄러움에 고개 들지 못하는 하느님 나라를 소망하면서, 오직 진실과 공정과 자애만 가득한 세상을 위해서 이 미사를 드려왔습니다. 그렇게 10년을 가까이 지냈습니다. 그러니 이 미사를 마친다는 것이 어찌 아쉽고 안타깝지 않겠습니까?



2016년 가을부터 2017년 봄까지의 여정은 이 밑 빠진 독 같은 비정하고 무정한 세상이 다정과 다감이 채워지는 소중한 은총의 시간이었습니다. 새로운 대통령이 너무나 당연한 일을 하고 있는데 국민들은 감동하는 그런 세상도 왔습니다. 조금, 아주 조금 비로소 제대로 된 세상이 된 것 같아 보입니다. 물론 아직도 비정과 무정의 세상은 포기할 줄 모르고 자신들이 누리던 달콤함을 쉽사리 내버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미사의 종료가 더 아쉽고 안타깝습니다. 그러나 이제 우리들이 요구했던 그 세상을 위해서 기대와 후원이라는 더 크고 무거운 짐으로 책임을 맡은 이들에게 돌려주고자 합니다.


오늘 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그리스도의 고난과 사도들의 고난, 그리고 백성들의 고난이 무관하지 않다고 하십니다. 또한 그리스도를 통하여 내리는 위로와 사도들의 위로, 그리고 백성들이 받는 위로도 무관하지 않다고 하십니다. 고통 앞에 중립은 없다고 3년 전에 위로의 말씀을 주신 프란치스코 교종이 떠오릅니다. 아프고 슬픈 사람들에게 이제 되었다고 말할 자격은 오직 당사자뿐이라는 것도 배웠습니다.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오신 단 하나의 이유가 아프고 슬픈 하느님의 사람들 때문이었습니다. 바로 그 행위 때문에 세상은 위로를 얻었습니다. 밑 빠진 빈 독에 진실과 공정과 자애로 채울 수 있는 것은 함께 하는 것, 연대로서만이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하느님의 사람에 대한 연대였습니다. 우리는 이 나라를 하느님 나라라고 부릅니다. 그런 하느님 나라는 고통 받는 사람들을 외면하고서는, 끊어진 연대의 끈을 다시 잇지 않고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나라, 갈 수 없는 나라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 연대를 위하여 자신을 희생하였습니다. 엊그제 6.10 민중 항쟁 30주년을 보내면서 떠올렸던 그 수많은 열사들, 굽어진 세상에서는 고개 숙이고 살지 못하겠다며 자신의 안위를 박차고 나왔던 수많은 의인들, 형제의 아픔은 곧 나의 아픔이라고 고백하며 거리로 나와 준 수많은 이름 모를 이 땅의 주인들, 이 모든 이들의 한 종지 물들이 마침내 밑 빠진 독에 사랑과 진실과 공정이 가득 차게 하였던 것입니다. 하느님 나라는 이렇게 의롭고 성실한 이들이 마음과 몸을 다하여 만들고 지키고 이루려 했던 나라입니다. 하느님 나라는 결코 세상의 나라와 다르지 않은 것입니다.


오늘 복음의 예수님께서는 진정한 행복을 이야기하십니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이 행복하다 하십니다. 슬퍼하는 사람들이 행복하다 하십니다. 온유한 사람들이 행복하다 하십니다. 의로움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들이 행복하다 하십니다. 자비로운 사람들이 행복하다 하십니다.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이 행복하다 하십니다.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이 행복하다 하십니다. 의로움 때문에 박해를 받는 사람들이 행복하다 하십니다. 그렇다면 적어도 이 자리에서 미사를 드리고 있는 우리들과 우리와 뜻을 같이하는 모든 이들은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비정하고 무정한 세상에서는 이 행복한 사람들을 바보라 손가락질할 것입니다. 세상 물정 모른다고 비아냥거릴 것입니다. 오지랖 넓어서 좋겠다고, 3자 개입이라고 비난합니다. 결국은 이 세상에서 살아나지 못할 것이라고 외면할 것입니다. 우리가 비정하고 무정한 세상을 바꾸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결코 그런 세상을 살 수 없습니다. 그래서 다정하고 진실하고 공정하고 자애로운 세상으로 길을 떠나는 것입니다. 같이 걸어온 길 고난도 있었고, 슬픔도 있었고, 좌절도 있었지만 함께 해 주신 길이었기에 행복했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래서 또 다시 떠날 수 있는 길이 되었습니다.

 






























발언 : 월요시국미사 마무리인사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대표 김인국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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