뭇생명을 위하여/시국기도회

정의구현사제단 2017. 11. 28. 12:12


전제우 프란치스코 사제단 前사무국장 장례미사


2017.11.27.







제우를 보내는 날




나승구 신부_서울교구 빈민사목위원장




제우를 보내야 한다고 주저리주저리 뭔가를 써야하는 어제 밤. 별은 빛났습니다. 그도 어느 별이 되겠지 하며 어느 구석에 제우별이 자리 잡을까 생각하며 하늘을 보았습니다. 이쪽 하늘 북두칠성 옆에 있으면 좋을까? 저쪽 하늘 오리온성좌가 어울릴까? 여기저기 자리를 잡으려 해도 마땅한 자리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결국은 제 마음에, 우리 마음에 자리를 잡기로 했습니다. 누군가를 마음에 품고 산다는 것은 짐이 될 것이기에 굳이 하지 않았던 건데 제우만은 마음에 품고 살아야겠습니다. 죽도록 일만 시킨 몹쓸 사람이 되더라도, 그 짐이 너무 무거워 불편하더라도 어쩔 수 없이 마음에 품고 살아야겠습니다.


그와 술 한 잔 마시려면 거리 미사를 마치고 후기를 쓰고 사진을 올리는 그의 작업을 기다려야했습니다. 막차에 가까운 버스를 같이 타고 오면 늘 제우는 수다맨이 되어있습니다. 조금 더 잘하지 못한 아쉬움, 더 가까이 가지 못했던 안타까움이 고스라이 배어 있는 수다를 들어야 했습니다. 그의 수다에는 늘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수다에는 사랑이 있었습니다. 그런 그의 수다의 마지막에는 늘 바람이 있었습니다. 굴뚝에 올라간 인간들이 빨리 내려오는 바람, 굶고 있는 인간들이 한술이라도 빨리 뜨게 되는 바람, 억울한 죽음을 당한 참사 희생자들이 빨리 장례를 치루는 바람, 해고노동자들이 빨리 복직을 하는 바람, 물에 잠겨 있는 배가 빨리 올라오는 것, 할매 할배들이 고향산천에서 쫓겨나지 않아도 되는 것,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깨지지 않는 것, 세상의 온갖 뒤섞임이 제대로 자리를 잡는 것이었습니다. 어휴 어휴를 연발하며 끊이지 않는 그의 수다가 무척이나 그리울 것 같습니다.



그 바람을 이루기 위해서 미사를 준비하고, 기록하고, 전달하고...... 이를 위해서 밤을 세우고, 길을 떠나고, 한데 잠을 잤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제우의 8년은 그랬습니다. 그렇게 같은 바람을 간직하면서 잘 가!라는 인사를 하고 헤어지곤 했습니다. 내일 보자며...... 그런데 앞으로는 내일 보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제우처럼 열심히 준비하고 기록하고, 전달하지 않고는 내일을 보기가 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제 하늘나라에 간 제우에게 부탁하고 싶습니다. 내일을 보기 위해서 허덕이는 우리를 위해서 조금 더 기도해달라고 말입니다. 그래서 제우가 우리 몫으로 남긴 일들까지 잘 이룰 수 있도록 말입니다.

 

생각하지 못한 이별은 아쉬움을 남깁니다. 그리고 아쉬움은 원망을 남깁니다. 그렇게 누군가에게 탓을 돌려 풀리지 않는 이 문제를 풀고자 합니다. 제우를 보내면서 그 속을 알 수 없는 하느님을 원망했습니다. 이런 법이 어디 있느냐고 따지기도 했습니다. 공평하시다는 당신의 정의는 어디 갔냐고 끊임없는 원망을 퍼부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자기 관리를 하지 않은 제우에게도 화살이 돌아갔습니다. 그 모양이 되도록 뭐하고 다녔냐며 탓을 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그리도 알뜰하게 챙기더니 스스로에게는 왜 이리 막 대했냐고 말입니다. 그런데 이 원망과 탓은 아마도 형제에게 다하지 못한 제 의무에 대한 변명이었습니다. 어린왕자의 대사처럼 길들여진 것에 대한 책임을 느끼기 때문이었습니다. “나는 제우에 대한 책임이 있어!”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그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에 대한 자책 따위는 정말로 원하지 않았을 제우임을 우리 모두는 잘 알고 있습니다.

 

얼굴을 드러내는 것을 꺼리고 수줍음이 많은 제우는 생각과 달리 많은 친구들이 있습니다. 그 친구들 하나같이 거리에서 만난 사람들입니다. 대의명분을 걸고 엄숙하게 미사를 드리고 우리의 할 일을 다 했다고 뿌듯해하던 그 순간에 우리는 일을 했고 제우는 사람을 만났습니다. 우리는 사태를 보고 있었고 제우는 사람들을 돌보아 친구가 되었습니다. 어찌 보면 거리의 사제들은 객관적이었고, 반면 제우는 주관적이었습니다. 그런 그가 우리가 믿고 따르겠다는 예수님께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간 것 같습니다. 그러니 오늘 성경의 말씀대로 제우는 참 행복한 사람입니다. 가난한 사람과 함께 한데 잠을 자고, 친구들을 위해 눈물을 흘리고, 자비를 베풀고 평화를 이루며 살아온 그는 참으로 행복한 사람입니다. 그렇게 행복한 사람으로 제우를 하느님 품으로 돌려보냅니다.

 

지난 한달 반 가량의 시간을 그야말로 황망하게 보내시고 계시는 가족들에게 저희에게 제우가 얼마나 소중한 사람이었는지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제우는 우리나라를 지난 10여 년간 흔들었던 모든 중요한 사건의 한 가운데 있었던 사람입니다. 그 한 가운데에서 사람들을 돌보고 섬겼던 사람입니다. 그가 차린 밥상에서 밥을 먹고 힘을 낸 사람들이 굴뚝에서 내려오고, 공장으로 돌아가고, 기약 없던 장례를 치루기도 하고, 억울함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또 그 힘들이 모여서 세상을 바꾸어내기도 했습니다. 그러니 자랑스러워하셔도 됩니다. 그 자랑스러운 제우를 저희에게 보내준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형제들께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이제 다시 하느님의 이름을 불러야 할 때입니다. 기도문에 나와 있는 대로 부족하고 잘못한 것에 대해서는 용서와 자비를 청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부족보다 언제나 더 큰 사랑으로 감싸 안으시는 하느님께 제우를 그 품에 안아주시고 감싸 주시기를 청합니다. 저희가 다하지 못했던 사랑 당신의 충만하심으로 채워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주님 제우 프란치스코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아멘

 





























하느님, 우리의 벗 프란치스코를 당신 손에 맡깁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전 사무국장(2010-2017) 전제우 프란치스코 형제의 평안한 안식을 기도합니다.


2017년 11월 24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