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와 함께!/사제단 시국선언

정의구현사제단 2020. 6. 29. 18:04

이재용 씨는 욕심을 비우고 양심을 찾으시오

- 대검 수사심위원회의 불기소 권고 결정을 들으며 -

 

 

1. 삼성 이건희, 이재용 같은 부자父子가 세상에 또 있을까 싶습니다. 바통을 주고받듯 아버지에 이어 아들이 검찰에 불려 다니고 법정에 서고, 하나마나한 대국민 사과와 약속을 반복하며, 누가 보아도 죄가 분명한데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술술 풀려나곤 하니 말입니다. 웬만한 사람이라면 그런 불명예와 몰염치를 감당하지 못합니다. 2007년에는 아버지 이건희의 비리와 범죄를 밝히기 위해 조준웅 특검이 출범했고, 2017년에는 아들 이재용의 범죄와 비리를 따지기 위해 박영수 특검이 나섰습니다. 그러느라 막대한 혈세를 지출해야 했습니다. 웬만한 사람이라면 이런 민폐를 견디지 못합니다.

 

2. 보기 드문 이 부자父子, 이 특별한 부자富者는 혹시 자신들을 여느 사람과는 차원이 다른 예외적 존재로 착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남들은 다 알고 있는데 정작 자신만 자신의 문제를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있기는 합니다만, 이 두 사람에게는 이런 인간적 결함이 치명적입니다. 성경은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부자로서 풍족하여 모자람이 없다.’ 하고 네가 말하지만 사실은 비참하고 가련하고 가난하고 눈 멀고 벌거벗은 것을 깨닫지 못한다.”(묵시 3,17).

 

3. 20071029일부터 총 여섯 차례에 걸쳐 삼성 이건희 일가와 가신들의 범죄를 문제 삼았던 사제단은 이듬해 2008423, ‘삼성특검과 삼성그룹의 경영쇄신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이후 전혀 입을 열지 않았습니다. 그것으로 사제의 사회적 본분을 다했다고 보았고, 더 이상 우리가 나설 필요도 없이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이 공론의 장에서 이른바 삼성문제에 활발하게 대응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의견을 내놓는 것은 이미 촛불혁명으로 독재자 박근혜와 함께 역사상 처음으로 삼성 총수를 감옥으로 보냈던 시민들을 격려하기 위해서입니다. ‘주가조작에다 회계사기도 모자라서 오로지 일신의 탐욕을 위해 국가 권력자와 뇌물로 거래하고, 모두의 노후를 대비하는 국민연금에까지 손을 뻗치고, 그러면서도 코로나와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운운하며 못 본 체 해달라는 저 파렴치한 행위는 반드시 응징되어야 합니다. 지금까지 단죄와 처벌이라는 지당한 절차가 없었기 때문에 언짢은 일들이 똑같이 반복되었고, 보란 듯이 불의가 승리하는 그때마다 평화는 조각났으며 사람들의 마음은 무너져 내렸습니다. 그리고 결국 그들 또한 죄의 소용돌이에서 헤어나지 못하였습니다.

 

4. 지난 200710월을 회상하노라면, 당시 우리는 삼성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 출신 김용철 변호사의 증언을 듣는 게 괴로웠고, 그이와 함께 삼성의 범죄를 드러내는 일이 두려웠습니다. ‘법과 원칙을 주무르는 삼성일가의 능수능란한 솜씨에 대해 얼핏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세상이 썩어도 이렇게 썩을 수 있을까 싶어 참담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런 감정은 말끔히 가셨고 오히려 똑같은 수법으로 죄의 얼룩을 덮으려는 행태가 한심할 따름입니다. 만천하가 다 아는데 불의의 장본인만 시치미 뚝 뗀 채 점잔을 빼고 있으니 우스울 따름입니다.

 

5. 누구에게도 긴 인생은 없습니다. “이왕에 만났으니 한 백년 살고 갑시다.”(주현미, ‘한 백년’)하고 노래야 부르지만 눈 깜박할 새에 끝나고 맙니다. 제발 이재용 씨는 욕심을 비우고 마음도 내려놓기를 바랍니다. 세상이 끝나고 나면 하느님은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갖지 못한 것보다 가진 것에 대해서 책임을 물을 것입니다. 옛날 어른들이 아이의 손에 쥔 것이 지나쳐 보인다 싶으면 이거 어디에서 난 것이냐?” 하고 물었듯 말입니다. 이재용 씨의 그 많은 재산이 어디서 난 것인지 우리는 다 알고 있습니다. 검사들도 봐주고, 판사들도 알아서 눈감아 줬지만 그들이 왜 그랬는지도 우리는 훤히 알고 있습니다.

 

6.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단돈 60억 원을 20년 만에 9조 원으로 불린 세계적 부호, 20년 누적 수익률이 자그마치 15%에 이르는 환상적 재테크의 주인공 이재용. 하지만 그의 승승장구는 대부분 얌체 짓이었습니다. 에버랜드 전환사채,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 등을 이용한 땅 짚고 헤엄치는 식의 유치한 술수에 대해서 재판부마다 대체로 편법이나 불법은 아니다.” 하면서 눈 감고 아웅해 주었지만, 이는 자본주의 경제 질서를 밑바탕부터 흔들어놓는 해악이었습니다. 이런 범죄야말로 반체제적, 반국가적 사범事犯인 것을 모두가 알아야 합니다.

 

7. 이참에 우리 사회의 잘난 맛에 사는 사람들의 금력을 향한 아첨과 아양에 대해서도 한마디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2007, 사제단은 떡값명단을 내놓으라는 요구가 빗발쳤지만 끝까지 그 전모를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해당자들의 이름에 먹칠을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그러지 않았어도 느닷없이 튀어나온 일명 장충기 문자들은 그깟 떡 조각에 아낌없이 양심을 파는 자들의 민낯을 유감없이 폭로해 주었습니다. 현직의 장관이라는 자가, 전직 검찰총장이었다는 이가, 명색 정론직필을 자부한다는 신문의 편집국장이라는 사람이 장충기 사장님으로 시작하여, 우리는 삼성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있으니 이거 달라, 저거 달라 보채는 꼴은 차마 눈뜨고 보기 어렵습니다. 사람 사는 게 원래 이렇게 싱거운 것은 아닙니다. 손발이 얼고 썩고 문드러져도 독립과 자유를 위한 투쟁에서 물러서지 않았던 역사의 거인들은 못되더라도, 어쩌다 내뱉은 빈 말 하나 때문에 미안해하고 가슴 졸이는 보통사람들만큼은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8. 가질 것을 가져야 하고, 지킬 것을 지켜야만 이룰 것을 이룬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건희, 이재용 부자는 가질 수 없는 것을 갖기 위해서 불법을 저질러왔습니다. 2007년 저희가 문제 삼았던 문제, 즉 계열사로부터 돈을 빼돌려 천문학적 규모의 비자금 조성한 것, 그리고 떡값등 갖가지 모양의 뇌물로 공적 인재들을 포섭하고 관리하면서 국가 운영시스템을 오염시켰던 것은 결국 삼세 승계를 위해 저지른 범죄들이었습니다. 주고 싶어도 줄 수 없는 것, 받고 싶어도 받을 수 없는 것을 주려다 보니, 가지려다 보니 그 사달이 벌어지고 만 것입니다. 급기야 아들이 그 모든 잘못을 병석에 누워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아버지에게 떠넘기다시피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세상에 이렇게 불효막심한 경우는 또 없습니다. 아버지야 부정父情으로 그랬다고 하지만 아들은 무엇을 위해서 탐욕을 부리는 것입니까?

 

9. 이건희 회장의 아들 이재용 씨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 노재헌 씨에게서 배우기 바랍니다. 두 사람의 아버지들은 똑같이 자리에 누워서 병든 채 일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노재헌 변호사는 아버지를 대신해서 거듭 광주의 영령들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자식의 도리입니다. 이재용 씨는 자신과 아버지의 죄를 씻을 수 있도록 대법원의 판결에 깨끗이 승복하고 욕심을 버리시기 바랍니다.

 

10. 대법원은 이미 이재용 부회장이 불법적인 경영권 승계를 주도한 것과 미래전략실 주도 하에 승계 작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고, “친대기업 성향의 박근혜 정부를 이용하여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추진했음을 분명하게 말했습니다. 그리고 최순실에게 뇌물 162800만 원을 준 것은 승계 작업을 둘러싼 부정한 청탁이었음을 확정한 바 있습니다. 그러므로 기소를 앞둔 검찰은 머뭇거리지 말아야 하고, 법원은 추상같은 처벌로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합니다. 만시지탄이나 조준웅 삼성특검이 이건희 회장의 비자금 조성에 대해 올바로 기소하고, 법원이 제대로 처벌했더라면, 아니 그 전에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발행 사건에 대해 상식적인 판결을 했더라면 좀 더 일찍 불법과 범죄의 고리를 끊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11. 지난 626, 대검이 만든 수사심의위원회가 단 아홉 시간 동안의 심사 끝에 검찰의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했는데 이것이야 말로 요절복통할 일입니다. 그럴 양이면 검찰은 지난 18개월간 무엇 하러 수사를 했던 것입니까? 앞으로는 검사가 수사심의위원회에게 물어본 다음 수사하고, 범죄를 확증했어도 매번 수사심의위원회에 기소여부를 물어보라고 할 참입니까? 이러다가 국민여론조사를 거친 다음 수사에 착수하라는 소리까지 나오지 않겠습니까?

 

더 웃기는 일은 언론들의 부화뇌동입니다. “이로써 그간 삼성의 불법행위는 없었음이 밝혀졌고, 이제야 긴 터널을 빠져나가고 있다”(동아일보)며 코로나 사태와 미중무역 갈등 등으로 그러잖아도 여러 가지로 위축된 삼성을 그만 놔주자고 합니다. “물 들어온다, 노를 저어라”, 광고비를 뜯어내려는 검은 속셈이겠지요. 한편 이재용의 파기환송심 재판을 맡은 정준영 부장판사는 준법감시위원회를 마련하도록 권고하면서 심리기간에도 당당히 기업 총수로서 일하라고 훈계 하는 등 대놓고 솜방망이 처벌을 예고했습니다. 옛날 같으면 그런가보다 했겠지만 거듭 말씀드립니다. 이제 이런 이상야릇한 놀이는 그만 접으시기 바랍니다. 사람들이 말은 못해도 속으로 비웃습니다. 지난 날 공정을 위해 사심을 버려야 하는 판관들이 야합하는 바람에 우리 역사가 얼마나 더러워졌습니까. 자격 없는 오너한 사람의 사익을 위해 임원들을 범죄자로 만들고, 판관들을 야합하게 만드는 이 조직적 범죄는 이제 막을 내려야 합니다.

 

12. 누구보다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시는 동료 시민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우리는 이미 2016년 겨울 촛불혁명을 통해서 희망이 절망을 이기는 경험을 맛보았습니다. 그러므로 다시는 반칙과 불의에 주눅 들거나 무기력하게 물러서지 맙시다. 맑고 밝은 눈으로 덜 된 자들의 불의와 불법을 꾸짖고 통쾌하게 웃어주면서,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에 다 같이 마음을 모읍시다.

 

 

 

2020629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대축일에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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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와 함께!/사제단 시국선언

정의구현사제단 2017. 4. 20. 16:12



무덤을 막고 있는 돌을 어서 치우자

 


2017.4.17.(성주 초전면 원불교 대각전에서  

      


1. 예수께서 살아나셨다이 소식은 가까이 있던 사람은 기뻐서 눈물 짓게 만들었고먼 데 있는 사람들까지 불러 모았습니다.(近者悅 遠者來). 근자열 원자래는 교회가 언제고 간직해야 할 존재방식입니다나아가 인간관계뿐만 아니라 선린외교를 위한 국제관계의 기본으로 삼을 만합니다

  

2.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부활 소식을 안고 오늘 경북 성주군 초전면을 찾았습니다이곳은 소태산 대종사의 법통을 계승하신 정산종사께서 탄생하시고 성장구도하신 뜻 깊은 성지입니다.원불교 형제들뿐만 아니라 모든 진리의 벗들이 다 함께 경외하고 흠향해야 마땅한 우리들의 애틋한 땅입니다그런데 이 곳에 미국 정부와 대한민국 국방부는 문제의 사드기지를 세우려고 안달하고 있습니다.

   

3. 안보를 운운하며 기지 건설의 필연성과 불가피함을 늘어놓고 있지만그 천부당만부당함은 구구하게 재론할 필요가 없습니다근본적으로 교회의 삶무엇보다 하느님께서 마련해 주신 사랑의 관계에 맞지 않습니다사드를 끌어 들이는 순간 이 나라에서 근자열원자래는 불가능합니다근자는 하나도 기쁘지 않습니다가까이 사는 성주 사람들은 기쁨이 아니라 벌써부터 공포에 사로잡혀 있습니다먼 데 사는 중국 사람들은 물밀 듯 밀려오던 발길을 뚝 끊고 말았습니다.가까운 사람은 두려움에 시달리고먼 데 있는 이웃들까지 분노를 일으키게 만드는 기지건설은 어서 취소되어야 합니다 

 

4. 오늘 아침조간신문 일면에 믿기 어려운 기사가 실렸습니다미국 백악관의 외교보좌관이 기자단에게 밝힌 바에 따르면, “사드는 한국의 다음 대통령이 결정할 일이라고 했는데엉뚱하게 우리 외교부는 차질 없이 조속히 배치한다는 게 한미양국의 공동입장이라고 합니다겨레의 이익과 미래에 대해서는 조금도 생각하지 아니하고 오로지 사대주의의 종이 되어 부역을 일삼는 자들을 공적책임에서 멀리 떼어놓을 의로운 정부의 탄생이 절실함을 다시 한 번 느낍니다  


5. 이 거룩한 땅을 밟고 한 울 안 한 이치에한 집안 한 권속이한 일 한 일꾼으로일원세계 건설하자는 원불교의 높은 가르침을 깊이 묵상합니다동원도리는 이 세상 모든 종교가 한 울안 한 이치인 것을 말씀하신 것이오며동기연계는 이 세상 모든 생령이 한 집안 한 권속인 것을 말씀하신 것이오며동척사업은 이 세상 모든 사업이 한 일터 한 일꾼임을 말씀하신 것이 온 바이는 곧 대종사의 일원대도에 근거한 천하의 윤리요 만고의 윤리가 되나이다.”(정산종사 법어유촉편 37이 말씀은 진리는 하나입니다우리 모두 한 뿌리같은 배에서 나온 한 형제자매입니다직분과 은사는 달라도 우리는 다 같은 하느님의 일꾼입니다.”라는 성경의 가르침과 하나도 다르지 않습니다진리는 하나세계도 하나인류는 한 가족세상은 한 일터개척하자하나의 세계!”라고 하신 대산종사의 말씀에도 숙연한 마음으로 화답합니다  


6. 전쟁을 부르는 사드기지가 하필 원불교 성지 곁에 들어서려고 하는가사드를 성주에 배치하겠다고 발표하던 작년은 공교롭게도 원불교 100년을 기념하던 뜻 깊은 해였습니다누군가 심술을 부리기로 작정했다면 제대로 심술을 부린 것이겠으나어쩌면 우리나라 종교들 가운데 가장 젊고 기운차고 빛나는 원불교의 힘이 바탕이 되어 이 삿된 무기체계를 몰아내라는 섭리가 아닐까 싶습니다사드 반대에 앞장서시는 원불교의 교무님들과 성도들께 경의를 표합니다  


7. “무덤을 막았던 돌”(요한 20,1)을 치우는 소명이 우리 모두에게 맡겨졌습니다예수님의 부활 기운으로 다 함께 겨레의 평화통일을 가로막는 이 검은 돌을 치우는데 성심을 다합시다.

 

     

2017.4.17.

부활 팔일 축제 내 월요일에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시대와 함께!/사제단 시국선언

정의구현사제단 2016. 7. 13. 18:07

 

기어코 보습을 녹여서 칼을 만들려느냐?

 

 

“모든 전쟁행위는 하느님을 거스르고 인간 자신을 거스르는 범죄이다.
이는 확고히 또 단호히 단죄 받아야 한다.”(사목헌장 80항)

 


  평화를 살리고 경제를 키우는 남북 공존공영의 길을 극구 외면해 온 대통령이 이번에는 우리의 금수강산을 아예 제3차 대전의 화약고로 만들고 있다. 눈먼 이가 눈먼 이를 인도하다가 둘 다 구덩이에 빠지더라(루카 6,9)는 소리는 들었지만 눈먼 하나가 민족 전체를 멸망의 구렁텅이로 잡아끄는 작금의 처사는 일찍이 없었던 일이다. 위정자가 독선을 참회하고 이성을 회복할 수 있도록 간절히 기도한다. 종일토록 경북 성주군민들이 울부짖었다. 모두 일어나서 비극을 막아야 한다.

 

  1. 사드 배치가 불러올 파국적 결과들을 생각하면 실로 앞이 캄캄하다. 우선 군사적 효용성부터 의심스럽다. 고고도요격미사일, 사드는 아직 그 실효성이 충분히 검증되지도 않았거니와 여건에도 맞지 않는다. 종말 고층단계에서 북한 미사일을 요격하겠다는 사드는 북한이 사정거리 1000㎞의 스커드미사일, 1300㎞의 노동미사일로 남한의 주요 시설을 공격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 사거리 60km의 장사정포만으로도 얼마든지 수도권을 타격할 수 있는 북한이 이를 놔두고 사정거리가 한반도를 벗어나는 미사일로 애써 고각발사를 하리라고 가정할 때만 사드는 쓸모가 있게 된다. 하지만 이는 현실을 무시한 극단적 가정이다. 작년 3월 미국 의회조사국 보고서는 남북이 너무 가까우므로 사드는 실익이 없다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2. 둘째, 사드 때문에 불필요하게 증대되는 군사적 대립과 긴장, 전쟁 위험성은 어떻게 할 것인가? 사드 운용의 핵심은 2000km 떨어진 야구공까지 식별할 있는 레이더(AN/TPY-2)이다. 서해안에서 북경까지 채 1000km가 안 되므로 중국을 속속들이 들여다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사드 배치에 강력 반발하면서 군사대응까지 거론하는 이유는 북핵·미사일 핑계를 대지만 사실상 미국이 괌보다 가까운 곳에서 자국을 감시하고 위협하기 위해서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중 ․ 러는 견제성 또는 보복성 조치를 취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러시아는 극동지역 미사일로 사드 기지를 공격할 수 있다며 엄포를 놓았고, 북한은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발사시험을 했다. 중·러·북의 군사행동으로 한반도 긴장은 계속 높아질 것이다. 반면 동북아의 패권 유지를 위한 미·일 동맹의 하위멤버로 편입되는 한국은 강대국의 전쟁에 동원될 공산이 크다. 청일전쟁의 교훈이다.

 

  3. 셋째, 사드는 한국 경제에 심각한 피해를 부를 것이다. 사드 배치 발표 직후 중국은 경제제재를 언급하였다. 우리의 대중 교역은 작년 수출총액의 26.1%, 수입총액의 20.7%에 이른다. 연간 무역흑자도 600억 달러 규모다. 우리에게 가해질 경제적 불이익은 상상을 초월한다. 한중 교역량은 한미, 한일 교역량을 합친 것보다 클 뿐 아니라 우리가 누리는 무역흑자는 순전히 대중 무역 덕분이다. 중국은 한국에 투자했던 막대한 자본을 회수할 수도 있다. 그러잖아도 중병에 걸려 허덕이는 한국경제는 치명상을 입을 것이다.  

  
  4. 연 1조5천억 원에 육박하는 사드 운용비는 또 어쩔 것인가? 정부는 주한미군이 책임진다고 말한다. 하지만 미국에게는 그럴 여력이 없다. 1991년 이래 주한미군 주둔비의 절반을 우리가 부담하고 있으며, 2014년 현재 분담금은 9,320억 원에 달한다. 차기 미국 정부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증액과 함께 사드 비용을 우리에게 떠안길 게 분명하다. 우리 땅에 배치하고 우리 돈을 무는 사드이지만 우리는 사드에 대해서 아무 권한도 행사하지 못한다. 전시작전통제권이 우리 대통령이 아니라 주한미군사령관의 손에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5. 사드가 배치되는 지역은 사람이 온전히 살기 어려운 불모지가 될 것이다. 사드 레이더의 전자파는 인체에 치명적 영향을 준다. 사드 레이더가 설치된 일본 교가미사키 기지의 사례를 보면, 레이더 반경을 벗어난 지역에서도 전자파와 소음으로 인한 구토와 어지럼증 등으로 주민들이 엄청난 피해를 입고 있다. 경북 성주의 경우 바다에 인접한 여타의 기지와 달리 내륙이라서 그 부작용이 더욱 심각할 것이다. 그런데도 환경부는 사드 배치를 위한 환경영향평가는 필요하지 않다고 하며, 국방부는 경북 성주야말로 건강과 환경에 영향이 없는 최적의 배치부지라고 강변하고 있다.

 

  6. 분단역사의 경험을 통해서 우리는 미국식 군사동맹으로는 평화도 통일도 이룰 수 없음을 확신한다. 사드 배치를 압박하는 미국의 조치는 그런 현실을 거듭 확인시켜 주고 있다. 우리 생명과 국가의 운명을 미국 손에 맡겨 두어도 좋을까. 그럴 수는 없다. 평화를 깨뜨리는 군사동맹을 구걸하는 짓은 이제 그만 두어야 한다.  

 

  7. 미국에게 충고한다. 진정한 우방이라면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리고, 오로지 남북 대결국면을 조성해서 권력을 유지하려 드는 박근혜 정부와의 협잡을 중단해야 한다. 그리고 전시통제작전권을 즉시 이양하고 이참에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라! 핵무장을 포기하도록 북한을 설득하는 유일한 수단은 평화협정뿐이다. 그리고 지난 80여 년 각종 분쟁에 일일이 개입하면서 전쟁 무기산업의 번창으로 오늘에 이르렀으나, 세계 평화는 고사하고 자신의 안녕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불량국가로 전락해버린 현실을 돌아보기 바란다. “불행하여라, 내 진노의 막대인 아시리아! … 그의 마음속에는 오로지 멸망시키려는 생각과, 적지 않은 수의 민족들을 파멸시키려는 생각뿐이었다.”(이사 10,7)
 
  8. 대통령에게 충고한다. 경제를 망치고, 자연을 파괴하고, 약자들의 삶의 기반을 무너뜨려온 그 동안의 실정을 반성하고, 1997년처럼 국가가 파산에 이르는 일이 없도록 자중자애하며 조용한 퇴진을 준비하기 바란다.

 

  9. 작년에 프란치스코 교종은 “3차 세계대전이 이미 시작되었다”고 했고,  2003년 토니 블레어는 일찌감치 “다음은 북한 차례다!”라고 말했다. 같은 배에서 나온 형제를 영원한 적으로 붙들어두기 위해 끝없이 의심하고 저주하는 마음을 떨치지 못하면 누구라도 지옥 불에 시달리는 괴로움을 면할 수 없다. 형제를 조건 없이 그리고 남김없이 용서하라는 예수님의 명령만이 평화로 가는 길이다.

 

  10. 칼과 창을 녹여서 호미로 괭이로 만들어 평화를 농사짓는 일은 우리 시민의 몫이다. 우리가 나라의 진정한 주인이기 때문이다. 평화가 강물처럼 흐르는 나라를 만들자. 사드를 저지하지 못하면 그 재앙은 오롯이 자손들에게 돌아가고 우리는 영영 조상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게 된다. 너도나도 일어나서 금수강산의 평화를 지키고 통일을 앞당기자.

 


2016년 7월 13일
사드를 경북 성주에 배치하겠다는 국방부의 발표를 접하면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