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에 인권을!!!/함께 살자!!!

정의구현사제단 2015. 7. 18. 16:34

 

 

 

세월호 진실규명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천주교 부산교구 사제단 단식기도회 - 5일째(마지막 날)

 

 

단식사제: 이동화, 이균태, 김인한 신부

연대 방문

- 유가족: 성호엄마, 준영아빠

- 사제: 윤희동, 김상효 신부

- 수도회: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회, 전교가르멜수녀회,

- 단체: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노동인권연대, 부산을바꾸는시민의힘 민들레, 부산평화방송 직원들,

           천주교사회교리실천네트워크, 풍산금속 노조원들, 노동사목우리농정의평화위원회 실무자들

단식 5일차 마무리 미사- 주례: 인한, 강론: 김상효

(생탁.택시 노동자들과 함께 / 부산시청 앞)

- 참가 사제: 김상효, 이동화, 이균, 김인한, 최병권, 김종화, 한상엽, 최혁, 고원일, 조성제, 박혁,

                   이영훈, 김병조 신부

- 참가 수도회: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 예수성심전교수녀회, 스승예수제자수녀회,

                      아씨시의 프란치스코전교수녀회, 예수의 작은 자매들의 우애회, 예수성심시녀회,

                      전교가르멜수녀, 노틀담수녀회, 작은형제회, 한국외방선교수녀회, 삼위일체수녀회.

                      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코회, 꼰벨뚜알성프란치스코수도회,

- 참가 단체: 천주교 사회교리 실천 네트워크, 신빈회, 거제성당 교우들, 좌동성당 사회교리공부반,

                   사직성당 사회교리반, 정의평화위원회, 노동사목

 

 

 

 

 

⊙● 강론

 

숨지 마십시오

 

강론: 김상효 신부

 

사제들이 단식을 하였습니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민주주의 회복을 기원하는 단식기도회였습니다.

518일 진도 팽목항에서 시작된 사제들의 단식은 청주교구 사제단, 안동교구 사제단, 수원교구 사제단, 전주교구 사제단, 인천교구 사제단의 단식으로 이어졌고,

지난 713일부터 오늘인 717일까지 부산교구 사제단의 단식기도가 있었습니다.

오늘은 부산교구 사제단의 단식기도가 끝나는 날입니다.

 

사제들이 단식을 하였습니다.

더 약해지기 위하여 단식을 했습니다.

우리의 약함을 드러내기 위하여 단식을 했습니다.

세월호 참사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이 거대한 벽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약함을 드러냈듯이, 광고탑 위에 올라간 생탁과 택시 노동자 두 분이 허약하기 이를 데 없는 자신의 처지를 세상에 드러냈듯이 사제들은 스스로 약해지기 위하여 단식을 하였습니다.

 

그저 눈물을 흘리며, 아니 눈물도 미처 흘리지 못한 채 진실을 알게 해 달라고, 매달리고 애원하고 주저앉아 땅을 치는 세월호 유가족들. 그들은 약한 사람들입니다.

자신을 방어할 아무런 조직도 힘도 없이 그저 광고탑에 올라앉은 저 노동자 두 분도 약하기 이를 데 없는 사람들입니다.

굶는 것 외에 외침을 말할 수 있는 다른 수단을 갖고 있지 못한 사제들 역시도 힘없는 사람들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하도 답답한 현실에 무엇이라도 하지 않으면 도무지 안 될 것 같아 이 약한 사람들을 만나러 오신 여러분들도 힘없는 사람들과 한패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광장에 나와 있습니다.

우리의 허약함을 가려줄 아무것도 지니지 못했지만 우리는 광장에 나와 있습니다.

우리는 숨지 않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약함을 부끄러워하지도 않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약함을 자랑으로 여기며

함께 서로를 부둥켜안을 마지막 힘으로 여깁니다.

우리의 약함이 우리를 광장으로 불러내었습니다.

우리의 속살이 바위 앞의 계란처럼 허물어질지라도 밝은 빛 속에 머물기 위해

우리는 여기 광장에 모였습니다.

 

그러니 세월호의 당사자 여러분, 제발 숨지 마십시오.

청와대 앞 철문 뒤에 숨지 마십시오.

누더기 같은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뒤에 숨지 마십시오.

관료 조직의 방어막 뒤에도 숨지 마십시오.

공권력의 완력 뒤에도 숨지 마십시오.

물대포로 무장한 차벽 뒤에도 숨지 마십시오.

언론의 무비판적 동조 뒤에도 숨지 마시고

세월이 지나면 세월호가 잊혀질 것이라는 기대 뒤에도 숨지 마십시오.

왜 숨어 있습니까?

세월호의 비극이 엄청난 것이지만 우리가 해결하고 치유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우리 모두가 광장에서 함께 머리를 맞대고 손을 잡으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아이들의 죽음의 이유를 밝혀내는 것이 그리 어렵습니까?

아이들의 죽음으로 아파하는 사람들을 위로하는 일이

그리 어려운 정치적 사안입니까?

아이들의 죽음이 안전망 없는 대한민국에 울리는 경종이 되어

우리를 깨우쳐 주는 의미가 되는 것이 그리도 못마땅합니까?

이 일을 이렇게도 어렵게 만든 것은

세월호의 당사자 여러분들이 숨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약함을 이끌고 광장에 나와 있습니다.

무엇이 여러분을 숨게 만드는지

무엇이 여러분을 두렵게 만드는지 우리는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 광장에 나와 세상과 마주하고 있습니다.

 

 

 

생탁과 택시노조의 비참한 현실에 책임을 져야할 당사자 여러분, 제발 숨지 마십시오.

입맛에 맞는 노조를 선택하여 그 뒤에 숨지 마십시오.

노동자들의 취약한 지위를 엄폐물로 삼지 마십시오.

쌓아놓은 돈 뒤에도 숨지 마십시오.

어설픈 제도와 공권력 뒤에도 숨지 마십시오.

부디 광장으로 나오십시오.

처음부터 이 노동자들이 사용자 여러분에게서 뺏을 수 있는 것이란 없었습니다.

원래 이들에게 속한 것이었고 원래 이들이 누려야할 권리였습니다.

이들과 교섭하는 것이 하늘이 무너질 만큼 대단한 일입니까?

이들에게 무슨 힘이 있어서 당신들을 무너뜨리고

당신들의 것을 빼앗아 올 수 있겠습니까?

부디 광장으로 나와 이들을 만나십시오.

 

이 자리에 모인 우리도 숨지 맙시다.

일상 속에 숨어들지 맙시다. 오늘이 무사하니 내일도 안전할 것이라는 허망한 기대로 우리의 양심이 일상의 껍질로 차단되는 것을 두려워합시다.

먹고 사는 일이 우리에게 시급한 일이지만, 내가 살아남아야 한다는 강박이 우리를 짓누르지만, 아무 것도 아닌 내가 무슨 도움이 될까 싶지만 숨지 맙시다.

우리의 힘은 우리가 숨지 않았다는 사실에 존재합니다.

우리의 힘은 우리의 약함을 드러내고 약한 이들끼리 서로를 부둥켜안았다는 사실에 존재합니다.

아파할 일은 충분히 아파합시다. 분노할 일에는 마땅한 분노를 가집시다.

그리고 광장으로 나와 우리가 여기 있다는 사실을 강력하게 말합시다.

 

 

 

사제들이 단식을 하였습니다.

충실하던 도성이 어쩌다 창녀가 되었는가?”(이사야 1,21)라는 이사야의 탄식을 공감하는 시간들이었습니다. 원래 민주주의는 광장에서 시작되고 햇빛 아래에서 완성되었습니다.

모두가 숨고, 모든 것을 숨기는 골방에서

음습한 창녀의 기운이 덮쳐 나와 민주주의를 썩게 만드는 현실에서

이사야의 탄식은 사제들의 탄식이 되었습니다.

이사야 예언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너희가 좋아하는 그 참나무들 때문에 너희는 정녕 수치를 당하리라. 너희가 선택한 그 정원들 때문에 너희는 창피를 당하리라.”(이사야 1,29) 예루살렘이 죄 속에서 자신을 숨길만한 대상으로 삼았던 그 모든 것들이 무참히 사라질 우상이었음을 선포하는 말입니다.

 

사제들이 단식을 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간절히 바랍니다.

아멘.

  

 

 

 
 
 

이 땅에 인권을!!!/함께 살자!!!

정의구현사제단 2015. 7. 17. 16:10

 

 

 

세월호 진실규명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천주교 부산교구 사제단 단식기도회 - 4일째

 

 

 

[단식 사제] 이동화, 이균태, 김인한, 이영훈, 권순호 신부

 

[연대 방문자]

- 사제: 유연창, 경훈모, 신진수, 최병권, 김효근, 유병창, 김종화, 조성제 신부

- 수도회: 예수성심전교수녀회, 전교가르멜 수녀회, 예수성심 시녀회, 작은형제회

- 부산교구 신학생 2

- 단체: 서강대 민주동문회, 시민단체원로, 새정치민주연합 부산시당, 민주공원 관장, NCC, 녹색당

천주교 사회교리 실천 네트워크 회원들, 부산교구 사회사목센터(우리농, 노동사목, 정평위, 빈민사목) 실무자들, 가톨릭센터 행정실 직원들, 사하성당 예비자 2,

 

[단식 4일째 미사] (주례 및 강론 : 김준한 신부) / 미사 참례: 83

- 사제: 이균태, 김인한, 이동화, 김효근, 김종화 신부

- 참석 수도회 :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회, 예수성심전교수녀회, 스승예수제자수녀회, 아씨시의 프란치스코전교수녀회, 예수의 작은 자매들의 우애회, 예수성심시녀회, 전교가르멜수녀회, 노틀담수녀회, 작은형제회, 꼰벤뚜알 성 프란치스코 수도회

- 참가 단체 : 천주교 사회교리 실천 네트워크, 신빈회

 

 

 

 

⊙● 강론

세월호를 선택하는 이유  

 

강론 : 김준한 신부

 

 

저는 오늘 이 자리에 서면서도 송구스러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부산교구의 여러 신부님들께서 더러는 단식 기간 내내, 또 더러는 하루 이틀의 시간을 내어 동조단식을 하시는데, 저는 이 와중에도 무엇이 그리도 바쁘다고 단 하루도 온전히 봉헌하지 못하고 허겁지겁 이 자리에 함께하게 됩니다. 어쩌면 그렇게 다들 바쁘다는 이유로 마음만은 함께 한다는 말로 자위하면서 그렇게 457일을 흘려보낸 것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오늘 저는 두 가지 질문에 대해 나름대로 답을 해 보고자 합니다. 먼저 그 많은 중요한 문제 중에서 지금 왜 세월호에 집중해야 하느냐?’라는 물음이고, 다음은 그 많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또 우리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많은 일이 있음에도 아직도 세월호에 집중해야 하느냐?’라는 물음에 답을 하고 싶습니다. 바로 이 아직에 대해 제대로 답을 할 수 있어야만 비로소 세월호 문제에 대해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그토록 원하는 구원, 진정한 안식과 자유의 길에 대해 가르침을 주십니다. 솔직히 지금과 같은 험난한 시기, 아니 오히려 어이없고, 기도 안 차며, 황당하기 짝이 없는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비현실적인 현실 속에서 진정한 안식을 얻는다는 것이 무엇일까에 대해서 고민하게 됩니다. 어쩌면 이 시대에는 안식이고 나발이고 없이 그냥 앞뒤 계산하지 말고 투신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울화통 터지는 감정이 가득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도대체 어디 하나 제대로 아귀가 맞아 돌아가고 있는 구석이 없다 보면 어디에 있든 안식의 한 조각도 찾아볼 수 없을 것만 같습니다. 가치의 전도현상이 일어난다 하더라도 이처럼 완전히 역전된 상황이 당연한 것인양 여기는 우리의 모습을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바로 잡아야 할지 암담하기 짝이 없습니다. 하지만 냉철하게 현실을 들여다보고, 이 모든 일의 뿌리로 인도할만한 실마리를 찾아 끈기 있게 줄을 타고 안으로 안으로 들어가 다시 현실을 재역전시키는 것이 우리 그리스도인의 진정한 회개가 되고, 또 그 결과로 얻게 되는 것이 바로 오늘 주님께서 약속하신 그 안식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먼저 왜 세월호이냐?’는 질문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이미 모두가 그렇게 동의하고 있다시피 세월호 사건은 한반도에서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수많은 모순의 가장 극명한 예이고, 또 이 세월호 사건을 통해 우리는 시대의 질곡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본과 권력이 협잡하여 벌이고 있는 진흙탕 싸움은 생명을 담보로 욕망과 죽음의 향연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 바로 이 세월호 사건으로 드러난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이 시대에 무엇보다도 먼저 생명의 주인이신 주님께 새로운 신앙고백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모든 모순이 이 생명을 매개로 벌어지는 악다구니라고 할 때, 오늘 우리는 수많은 생명을 수장시킨 이 모순과 맞붙어 치열하게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왜 이 지경이 되었는지 물어야 하지 않을까요. 이것은 어두운 시대의 억압 앞에서 정신마저 허물어져 버린 어떤 개인의 묻지마 살인사건이 아닙니다. 이것은 돈이라면 생명마저도 노골적으로 거부해도 된다는, 아니 생명을 내팽개치지 않으면 당신도 이 사회에서 도태되고 말 것이라는 강한 암시를 줍니다. 이처럼 생명을 가라앉히고 죽음을 길어 올리는 어이없는 일이 공개적으로 벌어졌다는 것은 참담하기 짝이 없는 일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 시대의 안식을 위해서라도 세월호 사건을 통해 생명의 주님께 철저하고 새로우며 근본적인 신앙고백을 해야 할 것입니다. 오늘 주님께서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마태 11,29)고 하신 것처럼 우리는 각자 세월호를 우리의 십자가로 메고서 도대체 이 암울한 시대를 어떻게, 또 왜 살아내야 하는지를 철저하게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으로 왜 아직도 세월호에 집중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답하고자 합니다. 분명 우리에겐 세월호를 제외하고도 우리의 연대를 목말라하는 사건과 사람이 넘쳐납니다. 부산시청 생탁노동자, 택시노동자, 그리고 제가 있는 밀양송전탑 등 고개를 조금만 돌려봐도 어디 하나 피눈물 흐르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그런데 왜 아직도 세월호일까요? 흔히들 우리는 언젠가 자신의 온 삶을 흔들어 놓은 사건을 거치며 자신의 존재가 그 사건 이전과 이후로 구별된다는 것을 체험하게 됩니다. 아마 세월호 사건이 우리 모두의 집단적인 체험 속에서 그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도대체 세월호 이후 우리의 삶이 그 이전과 같을 수는 없습니다. 세월호는 분명 생떼 같은 아이들의 생명과 관련한 너무도 아프고 안타까운 사건입니다. 그러나 세월호는 그래서 다른 사건에도 빛을 비추어 더욱 풍요롭게 해준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부산교구 사제단이 날씨만 허락한다면 내일 단식기도회의 마지막 미사를 부산시청 생탁노동자와 택시노동자들과 함께 하려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세월호는 지금껏 무디고 거칠었던 우리의 생명감각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어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세월호를 통해 각성된 의식은 노동자의 문제를 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 우리 생명과 관련한 당연하고 절박한 문제라는 것을 더욱 풍요롭게 깨닫게 해줍니다. 그래서 한 손에는 세월호를, 또 한 손에는 절박한 그 시대의 사건을 마주 잡을 수 있는 것입니다.

 

세월호 사건, 끝내 풀어내야 합니다. 이것을 또다시 그냥 하나의 추억과 역사적 사건으로 흘려보낼 수는 없습니다. 만약 이 정도의 사건도 그냥 흘려보내고 잊어야 한다고 누군가 말한다면, 이 이후 그가 무슨 일을 겪더라도 절대 눈물을 보여서도 안 되고, 절대 울부짖어서도 안 되며, 절대 다른 이에게 손을 내밀어서도 안 됩니다. 우리가 지금 이 미사를 드리는 것은 그래서 십자가와 부활의 사건을 세월호를 통해 새롭게 체험하기 위한 것입니다. 깊은 물속으로 들어간 죽음의 아이들이 새로운 생명으로 들어 올려져 우리 가운데 복원되지 않는다면 우리 신앙의 진실도 퇴색되어 버릴 수 있습니다. 우리의 신앙의 이름으로 시대의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 먼저, 그리고 더불어 침몰한 세월호 속에서 길을 찾아 떠났으면 합니다.

 

 

 

 

 

 

 

 

 

 

 

 

 
 
 

이 땅에 인권을!!!/함께 살자!!!

정의구현사제단 2015. 7. 16. 14:54

 

 

 

 

세월호 진실규명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천주교 부산교구 사제단 단식기도회 - 3일째

 

 

[단식 사제] 이동화, 이균태, 김인한 신부

 

[연대 방문자]

- 사제 : 김두완, 송기인, 최병권, 이영훈, 김상효, 박재범 신부

- 수도회 : 삼위일체 수녀회, 전교가르멜 수녀회, 예수성심 시녀회,

- 광주교구 부제 및 신학생 10, 부산교구 부제 및 신학생 5

   

[단식 3일째 미사 집전] (주례 및 강론 : 이동화 신부)

- 사제 : 김두완, 김영호, 김대성, 권경렬, 박재범, 이영훈, 최병권, 김상효, 이균태, 김인한 신부

- 참석 수도회 : 삼위일체수녀회, 예수성심시녀회, 예수의 작은 자매들의 우애회,

                      전교가르멜수녀회, 영원한 도움의 성모수녀회

- 참가 단체 : 천사네, 좌동성당 사회교리반 10, 민주수호 부산연대, 우분투 외 교우들

 

 

 

 

  ⊙● 강론

 

철부지들에게 드러내시는 하느님

 

마태오 11,25-27

 

이동화 신부

 

이제 한풀 꺾였습니다만, 얼마 전만 하더라도 우리는 후진국형 감염병인 메르스 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메르스가 확산되어 여론이 좋지 않고 대통령의 지지도 역시 떨어지고 있을 때, 많이 배우고 많이 알고 있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 있었습니다. 좀 조용히 해라고, 좀 가만히 있으라고, 그렇잖아도 불경기 인데 메르스 때문에 국가경제가 힘들다고 말입니다. 물론 메르스로 인해서 우리 경제가 더욱 힘들어 졌음을 모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오늘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메르스 사태 앞에서 보이는 이른바 지혜롭다는 사람과 슬기롭다는 사람들의 경제 지상주의를 지적하고 싶은 것입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의사들과 최고의 공무원들은 후진국 전염병 앞에서는 무너지더니 시민들에게는 경제가 안 좋으니 좀 조용히 해달라고 합니다.

 

아주 익숙한 장면입니다. 최고부수를 자랑하는 신문과 최고의 언론들은 언제나 경제 걱정만 합니다. 그래서 세월호 참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입니다. 마치 세월호 때문에, 그리고 세월호 참사에 대해 항의하고, 세월호의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탓에 경제가 이렇게 어려운 것처럼 거짓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이제 세월호 이야기를 그만 하면 좋겠다고 합니다. 유병언도 죽었고, 국가 경제도 어려우니 말입니다. 경제가 어려운 것이야 노동자의 절반 이상을 비정규직으로 내몰았으니, 서민들 사이에서 돌고 돌아야 할 돈이 돌지 않아서 힘든 것이지요. 경영을 책임진 사람들이 잘못한 것을 노동자들에게 다 덮어씌우고, 이제 세월호 사태까지 자신들의 탓인 경제가 힘든 탓에 가만히 있으라고 합니다.

 

우리 사회의 슬기롭다는 자들과 지혜롭다는 자들의 생각이 이렇게 천박합니다. 좋게 말해서 경제지, 우리 사회의 슬기롭다는 자들과 지혜롭다는 자들의 머릿속에는 돈, , 돈 밖에 없는 듯합니다. 지난 주 남미를 방문한 교황님께서 바로 이런 천박한 생각들을 일컬어 "악마의 배설물"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신 것 같습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에게는 감추시고 철부지들에게는 드러내 보이시는" 하느님께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처럼, 하느님은 가장 낮은 사람들을 통해서 가장 큰 일을 하시고, 가장 어린 사람들을 통해서 가장 훌륭한 일을 하시며, 가장 어리석은 이들이 가장 큰 진리를 깨닫게 하시는 분입니다.

 

가장 낮은 사람, 가장 어린 사람, 가장 어리석은 사람, 가장 약한 사람들은 지킬 것도 없고, 더 물러설 곳도 없고, 더 얻을 것도 없으며, 더 올라갈 자리도 없는 사람들입니다. 바로 그들의 눈과 그들의 시선이야말로 이해관계에서 자유롭고, 가장 아픈 이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임을 우리가 잘 알고 있습니다. 하느님은 바로 그런 이들에게 드러나시는 분이시고, 그런 이들에게 당신을 뜻을 전하시며, 그런 이들을 통해서 놀라운 일들을 하십니다.

 

가장 아픈 사람, 가장 낮은 사람, 가장 어리석은 사람, 그래서 성서가 표현하는 "가난한 사람"들은 세상을 꿰뚫는 통찰을 가지고 있고, 하느님의 말씀을 가장 우선적으로 해석하는 특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이러한 가난한 사람들의 눈으로 들여다보면, 세월호의 진실이 무엇인지 다 알 수 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을 등쳐서 살려는 자본의 탐욕과 가난한 사람들을 짓밟아서 권력을 행사하는 국가의 무능이 세월호의 진짜 범인들입니다.

 

오늘 <세월호 참사의 진실규명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단식기도회>3일째가 지나갑니다. 단식을 하는 저희 사제들과 마찬가지이고, 이 자리에서 함께 기도하는 우리 모두의 기도가 바로 이것입니다. 우리가 더욱 맑은 눈으로 세월호 참사를 바라보기를, 우리 사회가 돈의 관점이 아니라 사람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기를, 그리고 철부지들을 통해서, 어리석은 사람들을 통해서, 바로 우리 자신들을 통해서 하느님의 큰일을 이루시기를 기도합니다.

"그렇습니다, 아버지! 아버지의 선하신 뜻이 이렇게 이루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