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감동

테네스 2016. 4. 5. 16:55

지인들과 술자리를 가질 때
매번 나오는 얘기가

세상 살기 참 힘들다

상식적인 사람이 의외로 참 드물다.

위 두 가지입니다.

소위 말하는 '이상한', '비상식적인' 인간 군상에 대해 얘기를 해 보자면,
보통은 두 가지 경우입니다.


우선, 그 사람은 원래 그렇다. 의 경우인데,

이건 참일 수도 있고, 속단일 수도 있죠.

심리학에서는 후자를, 『기본귀인오류(Fundamental Attribution Error/FAE)』라고 부르는데,
이는 쉽게 말해, 원래 그런 사람(성향/됨됨이)이기 때문에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다라는 사람들의 어림짐작을 뜻합니다.

이를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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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와 B가 한창 달콤한 연애를 하고 있었다 칩시다.
그런데, 어느순간부터 A의 행동이 딱딱하고 서늘해지기 시작한 겁니다.
먼저 연락도 하지 않고, 마치 '니가 먼저 헤어지자고 말해줬으면 좋겠어;' 의 뉘앙스랄까?
이런 상황을 견디다 못 한 B가 A에게 이럴 거면 헤어지는 게 좋겠다 라고 얘기를 한 거죠.
그랬더니, A가 헤어지자고? 그래 헤어지자!! 라며 되려 벌컥 화를 내고 휑하니 가버리는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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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 경우,

B는 과연 A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게 될까?

아마도, '뭐 이런 개XX가 다 있어.' 라고 생각하는 게 일반적일 겁니다.
그리고, '걔는 진짜 개XX야, 원래 그런 XX인 걸 모르고 내가 속았던 거야.' 라며 울분을 삭이겠죠.

이게 참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대개의 경우, 이렇게들 생각하고 단정을 짓고 말죠. 하지만,


사람의 행동에는 성향 이외에 꽤 다양한 원인변수들이 존재하거든요.

그 중 대표적인 게 상황인데, 우리들 인간은 종종 상황과 환경의 영향력을 간과하곤 합니다.

그러니까,
A에게 어떤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고 한다면????

예를 들어, B에게는 차마 말하지 못했던 어떤 사건사고들 때문에 A의 자존감이 저 바닥에 있는 상황이었다면??????

인간에게는 세 가지 상태가 존재합니다.

① 자존감이 평균치일 경우 : 보통의 나
② 자존감이 높을 경우 : 여유롭고 자신감에 차 있는, 뭔지 모르게 차밍한 나
③ 자존감이 낮을 경우 : 이런 썅 나도 내 자신이 이해 안 될 정도로 이상한 나

B가 생각해요. A는 진짜 나쁜 개XX라고.

근데, 비상식적으로 보이는 사람들이라고 해서 모두가 다 원래부터 그런 사람들인 건 아니에요.

상황이 극한까지 치달아 일시적으로 그렇게 되는 경우들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즉,

멀쩡한 사람들도 자존감이 바닥일 땐 충분히 말도 안 되게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단 얘기이고,

그렇기 때문에, 지금 이 사회가
비상식적인 사람들로 넘쳐나는 것처럼 '잘못' 비춰질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듭니다.

왜냐면,

사회 자체가, 지금 사람들을 몰아 세우고 있잖아요. 극한까지. 자존감이 바닥으로 떨어질 때까지.
내가 원래의 나를 잃어버린 채 스스로가 싫어질만큼 이상하게 변할 때까지.

결국, 관건은 자존감이란 건데,

많은 심리학자들이 자존감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동시에,
자존감이 지닌 폐단(flaw)에 대해서도 인정을 하는 분위기입니다.

무슨 폐단??

이건 떨어지면 좀처럼 답이 없잖아요.

인간의 자존감이란 게, 대개는 객관적인 실적, 지표, 평가와 연결돼 있기 때문에,
내 값어치를 올리지 않는 한은 이 자존감이라는 시스템이 좀체 올라가지 않는단 얘기입니다.

근데, 설상가상, 나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마저 나에게 우호적이지 않다?????
치열하고 냉혹한 경쟁 체제 하에 먹고 사는 일마저 빠듯한 지경으로 내몰린다면???????

헬인 거죠.

사회는 일시적으로 자존감이 떨어져버린 시민들을 마구 양산해낼 거고,
상황이 호전되지 않는다면, 그들은 점차 만성적인 low self-esteemer로 변해갈 겁니다.

즉,

사회구성원 모두가 자존감이 중요하단 걸 알면서도,
사회는 낮은 자존감을 지닌 사람들을 양산하고 전혀 그들을 보호해내지 못 하는 "외통수"로 몰려버리는 거죠.


이런 연장선상에서, 일군의 심리학자들이 주목하고 있는 개념이 바로,
『self-compassion』이란 겁니다. 의역하면, "자기자비감" 정도랄까?

자비라고 얘기하면 뭔가 뜬구름 잡는 것도 같고,
막상 저 링크를 타고 들어가 읽어보면 꽤나 난해해 보이기도 하지만,
쉽게 말하자면,

내 편이 되어주란 소리입니다.

나 스스로 나의 든든한 서포터이자 헬퍼가 되 주란 얘기에요.

대개,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자비심을 갖습니다.

자식들이 성과를 못 내더라도,
감싸안아주고, 용기를 북돋아주고, 항상 내 편이 되어주는 그런 고마운 존재들이시잖아요.

그런데,
내가 뭔가 잘못할때마다 혹독하게 꾸짖고 신랄하게 비판하고 절대 내 편일 수 없어라는 생각을 갖게 만드는
그런 부모가 있다고 쳐 봅시다. 그리고 내가 그 자식이라고 생각해 보는 거에요.

숨막히겠죠. 사는 게 힘들겠죠.

똑같습니다. 자존감이라는 체제 하에서, 자존감이 떨어져있는 상태에서는
내가 나 스스로를 부끄러워하고 신랄하게 비판하며 차가운 눈초리로 바라보게 되요.

나조차도, 내 편이 아니게 되는 겁니다. 타인들은 그렇다쳐도,

나조차도 나를 용인해주지 않고, 이해해주지 않는 거에요. 이게 바로,

자존감이 갖고 있는 가장 치명적인 리스크인 거죠. 스스로를 내부에서부터 붕괴시켜 버리는 것.

이 분야의 선구자 중 하나인 Kirstin Neff 교수는 자기자비감을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1. Treating oneself kindly.
자기 자신에게 따뜻하고

2. Recognizing one’s struggles as part of the shared human experience.
안 좋은 일과 실패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게 되는 인류 공통의 경험임을 깨닫고

3. Holding one’s painful thoughts and feelings in mindful awareness.
감정에 과몰입하지 말고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받아들일 것

개념을 보면 아실 수 있듯이, 서양의 대표적인 척도인 자존감으로 해결 안 되는 부분을,
동양의 불교 사상에서 끌고와 해결하고자 한 것이 바로 자기자비감 개념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많은 연구들이 행해져 오고 있으며,

낮은 자존감을 지닌 피험자들이 동시에 높은 자기자비감을 지닌 경우,
정신적인 웰빙의 상태가 상대적으로 뛰어남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들도 많고,
많은 임상심리학자들이 자신들의 테라피에 자기자비감 제고 프로그램을 도입해 필드에서 활용 중이며,
그 효과 또한 꽤나 훌륭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과이죠.

부모들이 자식을 위하는 건, 자식이 잘나서가 아니라, 자식이란 그 자체만으로 소중하기 때문이듯이,

자기자비감 체제 하에서는,
모든 걸 떠나서 그게 나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 소중히 여기고 응원을 보내는 겁니다.

이는, 모든 것이 실적으로 귀결되는 자존감 체제와는 완전히 다른 영역인 거죠.

잘해야지만 칭찬해주고 그렇지 못 할 땐 날 부끄러워하는 부모가 자존감이라면,

자기자비감은 내가 잘났듯 못났듯 언제까지고 내 편인 부모랄까.

내가 내 편이 되어 주는 것
내가 나 스스로를 따뜻하게 바라봐 주는 것
내 안의 나를 인정하고 이해해주는 것

에서부터 세상은 빛을 발하게 됩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우군은 다름아닌 바로 나 자신입니다.

출처 : 이종격투기
글쓴이 : 내앞에 인자강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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