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 맛집

내일신문 전팀장 2009. 2. 8. 16:08



6가지 빨간양념 빨간고기
입안에 사무치고 가슴에 불붙는 매운 맛 감칠 맛!

                        ▲ 장수월씨는 1차는 주방에서, 2차는 숯불에서 3차는 손님들이 직접 구워 먹는 게 특징이라고 한다.

잘 나가던 섬유회사가 불황으로 문 닫자 한순간에 실업자가 된 장수월(44·경북 구미시 비산동)씨. 마땅히 기술이 없었던 그는 직장인 시절 단골로 다녔던 한 할머니가 만들어주시던 빨간양념의 삼겹살이 생각났다.



실직 그리고 창업 - "망해도 좋으니 한번 해보자"


아주 매운 ‘땡기는 그 맛’이 늘 머리에 맴돌았던 그는 이름도 간판도 없는 할머니의 선술집을 다시 찾았다. 술잔을 기울이다 문득 ‘빨간양념’으로 ‘빨간고기’의 다양한 요리를 하면 기가 막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으로 돌아온 그는 비디오 대여점을 하던 아내를 설득했다. 당시엔 CD나 DVD영화가 드문 시절이라 비디오 대여점의 수익은 꽤 짭짤했었고 안정적이었다. 그런데 그걸 접고 한번도 해본 적이 없는 음식점을 하자고 하니 아내는 펄쩍 뛸 수밖에. 그러나 아내는 남편의 간곡한 바람을 저버릴 수 없어 “망해도 좋으니 한번 해보자”며 남편을 믿고 음식점 창업 대열에 합류 했다.


장씨는 지금은 없어진 그 할머니의 선술집을 하루에 10번도 더 찾아갔다. 입안에 사무치는 그 빨간양념의 비법을 배우기 위해서다. 그러나 할머니는 ‘음식은 손맛’이라며 쉽게 비법을 알려주지 않았다.


장씨는 할머니를 도와 설거지를 시작했다. 숯불도 지피고 주방청소를 하는 등 허드렛일을 마다하지 않고 온몸 식당에 바친다는 각오로 일했다. 그러기를 6개월. 어느날 할머니는 고기를 선별하는 것부터 양념 재료를 선택하고 배합하는 것들을 알려주시기 시작했다.


“고기가 너무 질기거나 부드러워서도 안돼. 양념은 무작정 맵기만 해서도 안돼지. 보이지 않지만 음식에 대한 정성과 정직함 그리고 손맛이 가장 중요해”


장씨는 그렇게 배우면서 몇 개월을 더 할머니 곁에서 요리를 배웠다. 이제 됐다 싶어 그는 구미 비산동에 조그만 가게를 얻어 ‘빨간고기’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20~30대의 젊은 층은 물론 40~60대의 중장년층까지 남녀노소 모두가 즐겨 찾는 음식점이 된 것이다.


6가지의 다른 재료 다른 양념 다른 맛 “수월한 것은 없었다”


장씨는 이에 힘입어 할머니에게서 배운 3가지 메뉴 외에 추가로 더 메뉴를 구성했다. 그래서 지금은 돼지불고기 삼겹살 닭갈비 뼈없는 닭발 아나고 곰장어로 6개의 메뉴가 됐다.

주재료에 따른 양념도 6가지로 늘어난 것도 물론이다. “이 맛은 결코 한번 만에 이룬 맛이 아니었으며 성공에는 절대 ‘수월’한 것이 없다”고 장수월씨는 말한다.



뼈없는 닭발과 닭갈비= 대한민국 1등 술안주의 맛을 제대로 살린 뼈없는 닭발은 오돌오돌 쫄깃쫄깃한 그 맛이 기가 막히다. 1차로 주방에서 익히고 2차로 숯불에서 익혀 나오며 3차로 손님의 식탁에서 약한 불로 데워 먹는게 특징. 신선한 재료와 양념의 맛이 그렇게 잘 어우러질 수 있을까 하는 감탄이 나온다.


불고기와 삼겹살=보는 순간, 냄새를 맡는 순간 입안에 사정없이 군침이 돈다. 양념에 묻힌 내용물이 분간이 안돼 먹어 봐야만 알 수 있을 정도.


숯불구이 냄새가 은은하고, 잘 구워진 고기 한 점에 술잔은 저절로 기울여 진다. 구워 먹기만 했던 삼겹살이 여러 차례 불구덩이를 돌고 돌아 식탁에 올라 양념 한번 바르니 삼겹살 구이 저리가라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곰장어와 아나고= ‘양념 맛이 생명’이라는 장수월씨. 아끼지 않고 처(?)바른 빨간 양념이 뚝뚝 흐를 정도로 많이도 발랐다. 기름기가 많은 곰장어가 고추 마늘 양파 생강 후추 땅콩가루 등을 배합한 비법 담긴 빨간 양념을 만나니 저절로 살아서 춤을 춘다.

기름기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매콤함과 고소함만 남았다. 오드득 오드득 쫄깃 쫄깃한 아나고는 양념과 함께 고소함이 입안에 사무치도록 오래 남는다. 시골된장으로 끓인 된장찌개도 인기메뉴.



창업을 위한 조언- "테이블은 8~10개가 적당, 포장배달 중요"


초보의 창업시 매장의 테이블은 8~10개가 적당하다고 장씨는 말한다. 처음부터 너무 큰 욕심을 내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 경력자나 전문 경영인이 아닐 경우 매장과 규모가 너무 크면 기본 경비가 너무 많아져 심적으로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포장배달’이 매상에 도움이 된다고 귀띔한다. 날씨 등의 변수가 있지만 집안에서 저렴하면서도 편하게 배달시켜 먹는 추세가 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음식 맛의 비법은 뭐니 뭐니 해도 재료에 있다. 영양고추와 의성마늘 집 된장만 사용할 정도로 재료에 신경을 쓴다.


최상의 재료를 준비하는 것은 기본이며 그 재료의 특성을 정확하게 알고 음식을 조리하는 것이 최고의 비법이라는 것이다.


또, 음식점을 운영하면서 반드시 시간을 내어서 다른 음식점들을 돌아보고 많은 종류의 음식을 먹어보라고 한다.

꼭 음식 맛이 중요한 만큼 다른 음식점의 뛰어난 서비스와 다른 맛에서 꼭 한가지씩은 배울 수 있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