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야기(family stories)

yodel 2012. 9. 19. 13:45

창밖엔 해맑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여느때처럼 사람들이 밝게 살아가고 있는듯하다.

나에게 그녀의 죽음에 대한 소식이 들려왔을땐 달려갈 수도 없는 머나먼 고국에 내가 있었고...그녀는 내가 사는 미국에서도 비행기로 5시간이나 걸리는 곳에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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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를 타고 메릴렌드로 가는 나에게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의 모습들은 그저 사진을  바라보는듯이 멀게만 보였다 .

마흔 후반의 나이인 그녀가 그렇게 갑자기 세상을 떠날줄을 누가 알았단 말인가.

난 그녀를 어릴적부터 쫓아다녔던 철부지 소녀였고, 그녀를 다시 만났을땐 아이를 넷둔 아줌마로 변해있었다.

B4 그녀의 아파트를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녀의 색감, 베이지색의 소파와 작은 테이블에 놓여있는 사진들...그녀가 일본에서부터 가져다 놓은 엄마와 아기의 그림도, 그녀가 신던 신발들...그리고 가방, 검은색인 그녀의 영혼이 담겨진 수첩, 펜, 펜슬...립스틱, 몇가지의 세면도구...

책들이 많이 눈에 띈다. 그녀가 읽었던 책들...그리고 그녀가 받은 상폐..와싱턴 신인 문학 최우수상..그렇다 그녀는 글쓰는 여자였다.

글을 써서 마음을 열어보자고 다짐한 2012년이었는데, 자신이 알지도 못하던 어느 순간에 식도암이란 병에 걸려 병원에 입원한지 두달만에 운명한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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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물건을 정리하면서 세상살이 물건이 별로 쓸데없다 느꼈다. 다 죽으면 남겨두고 가는걸 왜 이렇게 애를 써서 가지려고 하는지....

그녀의 마음안에 자리잡은 가장 중요한 보물: 바로 그녀의 하나밖에 없는 딸. 그녀는 세상을 떠나면서도 그녀의 딸 걱정으로 눈을 쉽게 감지 못했다한다.

어쩌면 아주 오래전부터 나에게 그녀의 딸을 부탁하려고 했었는데...내가 선뜻 대답을 못했었지.

참 사람마음이 변덕이 심하다. 빅터 휴고의 레미제라블을 본적이 있는가? 판틴(어머니)이 죽어가면서 딸을 그리며 불렀던 노래들이....그녀를 생각하면서 무지 닮았다 싶었다. 우리의 모성애는 연극이던 영화던 실재던...다 같아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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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녀의 딸을 우리집으로 데려왔다.

지적장애를 가진 이 아이는 만으로 열여섯..지적으로 만 7살정도이다. 엄마를 닮아서 키가 많이 크다. 긴머리가 이쁘단다.

이모를 따라 운동을 나선다.  엄마가 못 먹어서 남은걸 다 먹어 살이 쪘다고 투정을 부린다. 그러면서 이모랑 걸어가면 살이 빠진다고 마냥 기뻐한다.

내년엔 사람들이 몰라볼 정도로 이뻐질거라고 행복해한다.

아이는 해맑은 웃음으로 내손을 잡고 학생들이 북적거리는 고등학교를 향했다.

그 아이와 우리 가족의 여정은 언니의 사랑과 함께 시작이 되었다.

아무래도 멀고도 가까울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