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밀마을

하늘지기 2011. 9. 9. 12:59

예초기 2.

 

7월 18일,

오늘은 전라남도 장성에 있는 공병학교에서 조교로 복무하는 아들 놈이 

정기휴가를 나온 뜨거운 여름 날입니다.

시골 할머니 집 파리가 덤벼든다고 질겁을 하던 아들놈,

유난히 큰 눈을 하고 엄마 치마자락만 맴 돌던 놈,

이 놈이 한자락 한자락 자라, 애비가 걷는 길을 걷겠다고 하고,

군에 간 지도 십수개월이 지났습니다.

아들!

너는 하나님나라의 사관생도임을 늘 잊지 말아라!

늘 가슴 속의 자식입니다.

 

대지가 달구워지는 한 여름이 되면, 그 뜨거움 속에서 고향을 봅니다.

굽이굽이 황톳길 사이로 길게 늘어선 플라타너스 나무 위로 이글거리는 태양!

밀집모자와 흰 수건을 어깨에 둘러 맨 고향의 아버지!

한 귀퉁이가 떨어진 멍석 위에 감자 수제비를 하늘의 은하수 반찬 삼아 먹던 고향의 어머니!

고향의 아스러한 추억이, 작열하는 태양에 투영됩니다.

 

고향이 아른거리는 날,

아들 놈과 상세동 해밀마을을 찾아갑니다.

아들은 군에서 예초기 당담이었노라 큰 소리를 치면서,

이번 휴가 때 제초작업을 할테니 자기만 믿고 예초기를 구입하라는 것이었습니다.

풀 커녕, 연필 하나 제대로 깍아 본 적이 없는 놈이 예초기를 돌리겠다고 하니, 이건........

어찌 되었든 예초기는 필요 한 참에 잘 됐다 싶어 4행정 혼다 예초기를 구입하였습니다.

휴가를 나온 아들 놈은 익숙하게 예초기를 조립하더니, 자기가 군대에서 작업을 해 본 기종이라고 합니다.

 

아들 놈의 풀 깍는 실력은 상상 이상입니다.

아들은 군에서 여러가지 일을 해 보았다고 합니다.

망치 한 번 잡아보지 못 한 손이 군에서 여러가지 일들을 경험한다니, 한  편으론 마음이 짠 하고,

다른 한  편으론 그것들도 귀중한 자산가이니, 마음이 부듯합니다.

 

아들 놈과 번갈아 가면서 예초기를 돌립니다.

지나가던 왕언니들이 이 학생은 누구냐고 묻습니다.

제 아들 놈인데, 이번에 휴가를 나와 일 하러 왔습니다. 라고 하자,

이구동성으로 아이구, 군인이 아니라, 학생처럼 보이는데 고생이 많네. 하시면서 지나갑니다.

아들 놈은 밭 위 쪽에 사시는 할머니 집 정원의 잔디까지 깍아 주었습니다.

이렇게 아들과 풀을 깍은 후, 언덕 넘어 시원한 계곡으로 발을 담그러 갔습니다.

금계산에서 흘러내리는 시원한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준비해간 맛있는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7월의 상세동마을은 점점 파랗게 물들어 갑니다.